AI로 나라장터 입찰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낙찰률 껑충"

송성호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 대표‘시스템 트레이딩의 백테스트를 적용, AI 모델 구축’
건설 입찰은 시작일 뿐, AI로 다양한 분야의 비효율성을 줄여갈 계획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디지털 전환의 속도는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방식의 시스템이 도입되며 과거 전문가의 경험치에 기댔던 많은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건설산업 역시 최근 AI 기술이 속속 도입되며 빠른 변화가 이어지는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서비스된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는 다양한 분야의 공공 입찰 데이터가 20년의 시간 동안 방대하게 누적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방대한 데이터가 AI를 활용한 분석 시스템과 만나게 되면 어떨까?

2002년부터 서비스된 나라장터는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으로 건설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공공 입찰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는 이 나라장터의 데이터에 고비드 시스템을 적용, 낙찰 가능성이 높은 투잘 가격을 산출한다. (이미지=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는 공공공사 입찰에 AI 및 빅데이터를 접목할 솔루션 ‘고비드(GOBID)’를 통해 높은 낙찰률을 증명하며 업계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무려 9년의 개발기간을 투입해 완성한 AI입찰분석 솔루션 고비드는 나라장터에서 제공하는 대량의 입찰 데이터를 수집·가공 후 300여대의 구글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AI 학습을 진행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건설사에 낙찰 확률이 높은 투찰 가격을 제안한다.

2021년 5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만에 누적 낙찰액 2000억원 돌파, 고객 증가율 57%를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고비드가 보여줄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 고비드 개발을 주도한 송성호 기술이사가 새로운 대표로 부임하며 또 다른 전기를 맞이한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를 찾아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고비드 개발 해결사로 역량 입증, 30대 CEO 등극

송성호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 대표. 송 대표는 최근까지 이 회사의 CTO로서 고비드 개발을 주도했다. (사진=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

이달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송성호 대표는 올해 38세의 젊은 CEO다. 구글과 라인 엔지니어, 펫프렌즈, 패스트캠퍼스랭귀지 CTO 등을 거치며 일찌감치 남다른 역량을 선보인 그는 건설 분야 입찰에 AI 기술을 도입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된 고비드 개발의 초기 멤버로 참여해 CTO로서 정식 론칭을 이끌어 냈다. 송 대표는 “가장 중요했던 것이 모델 검증이었다”며 고비드 개발의 스토리를 털어놨다.

“금융 시스템 분야에는 계량화된 데이터와 AI로 수익을 올리는 퀀트(Quant)라는 직군이 따로 존재합니다. 그 직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개발한 AI나 알고리즘이 유효한 결과를 내는지를 검증하는 백 테스트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이라는 점은 입찰 분야 역시 다르지 않다고 봤어요. 그래서 금융에서 말하는 백 테스트를 고비드 개발에도 도입했죠. AI 모델의 유의미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금도 백 테스트를 지속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시스템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우선은 고객의 신뢰를 얻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비드의 AI 시스템 프로세스. (이미지=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의 고비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은 산재해 있는 입찰 공고의 정보를 분석해 회원사에 적합한 공고를 선별하는 것, 다음으로 선별된 공고 중 회원사가 보유한 역량을 바탕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고비드는 AI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낙찰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투찰 가격을 제안한다. 고비드와 같은 솔루션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건설사들은 이 과정에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송 대표는 “건설사들이 기존에 소위 ‘감’에 의존했던 과정을 AI 기술로 혁신할 수 있다고 봤다”며 말을 이어 나갔다.

“건설 입찰 과정에서 최근까지 엄청난 인적, 물적 리소스를 투입해 투찰 가격을 뽑아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대부분이었어요. 하지만 AI 기술을 적용하면 비용적인 면은 물론 정확도 면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봤고, 그것이 고비드로 현실화되는 상황이 된 거죠.”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고비드가 현재와 같은 수준의 정확한 제안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무려 9년의 개발 기간이 필요했다. 송 대표는 “상당 기간이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검증에 소요됐다”며 난제들을 해결한 과정을 설명했다.

고비드의 베타테스터로 참여해 2017년부터 6년간 높은 수주율을 기록한 L건설 사례. 고비드 사용 전후 수주 실적의 차이가 확연하다. (이미지=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

“정확한 투찰 가격 제안을 위해서는 약 50만건의 입찰 데이터를 백 테스트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1년 치 데이터를 백 테스트 하는데 처음에는 몇 달이 걸렸죠. 개발 기간, 그리고 베타 테스트를 거치면서 최적화에 중점을 뒀고, 현재는 그 시간을 1시간 내로 줄이는데 성공했죠. 물론 투자 비용을 더 늘려 시스템을 고도화하면 수 초 내에도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할 수 있지만, 효율성과 비용을 감안해 현재 수준에서 정식 서비스를 하게 됐어요. 현재 이 백 테스트 시스템을 저희는 ‘퀀텀 싱크’라고 하고 있어요. 고비드가 똑똑한 입찰을 할 수 있게 돕는 핵심 기술이죠. 덕분에 고비드를 활용한 건설사들은 입찰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고 비용 또한 절감되는 효과를 얻고 있어요.”

낙찰되지 않으면 비용도 없다

고비드 서비스는 회원가입에 별도 비용이 없다. 만약 제안 받은 투찰 가격으로 입찰한 것이 유찰이 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낙찰되지 않으면 한 푼의 비용도 청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의 원칙이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낙찰 수치에서 오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라고 강조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저희가 집중하는 것은 신규 계약한 고객들이 빠른 시간 내에 첫 낙찰을 경험하도록 하는 거예요. 고비드 서비스를 이용해 낙찰을 경험해야 비로소 신뢰를 하게 되고, 권하지 않아도 재계약으로 이어지니까요. 물론 고객사의 역량이나 여러가지 기술 수준, 규모에 따라 첫 낙찰 시기는 차이가 있어요. 자세한 수치는 계약상 비밀이라 모두 공개하긴 어렵지만 지난 1년간 낙찰 건수가 100건 이상이라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어요.”

고비드 서비스를 비롯해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가 제공하는 입찰 대행 서비스는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모든 절차가 사이트 내에 자동화 돼 있어 접근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의 고비드 사용 전후 낙찰률 변화를 체감한 고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영상=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

인터뷰 와중에 문득 건설 분야와 같이 입찰 데이터가 정량화 돼 있다는 전제라면 고비드와 같은 AI 솔루션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들은 송 대표가 예상을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건설 분야는 정부에서 정한 라이선스가 단순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금액도 규격화가 잘 돼 있어 다른 분야에 비해 AI 모델을 적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부분도 있었고요. 또 조달청에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죠. 현재는 나라장터에서 진행되는 물품과 용역 관련 입찰에 대해서도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어요. 건설 분야 입찰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죠. AI 모델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숨어 있는 강력한 편향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무조건 데이터가 풍부하다고 해서 AI를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예요. 불필요한 데이터, 오염된 데이터를 잘 배제할 수 있냐가 중요하죠.”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는 고비드에 적용된 AI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미지=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

젊은 대표를 맞이한 헬로에이아이시스템즈는 고비드를 통한 업계 1위 달성을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그 목표가 이뤄지면 이후에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낼 계획도 갖고 있다. 송 대표의 시선은 이미 새로운 그 무엇으로 향해 있는 듯하다.

“데이터가 공개 돼 있고 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 도전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는 금융 모델을 혁신하는 것,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광고 분야를 꼽을 수 있겠죠. 아직 AI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너무 많다고 생각하니까요.”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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