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만난 사람] 김동규 디지털네이티브스 대표 “아날로그 방식으로 거래되는 디지털 광고, 자동화로 10분만에 끝내는 혁신 만들고 있죠”

새해가 됐지만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시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에 입주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의 오늘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2017년 디지털 광고비가 방송 광고비를 최초로 역전한 이래 광고 업계에서 디지털 광고, 마케팅 전략은 필수가 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2017년 디지털 광고비가 방송 광고비를 최초로 역전한 이래 광고 업계에서 디지털 광고, 마케팅 전략은 필수가 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방송광고와 달리 PC를 넘어 모바일 단에서 사용자의 성별, 세대, 관심사까지 반영한 최적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디지털 광고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개별 온라인 사이트, 앱, SNS, 플랫폼 등 디지털 광고가 가능한 매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충분한 광고 예산을 확보한 수요자, 즉 광고주인 기업들의 수는 한계가 있지만 공급은 넘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결과적으로 공급 측은 매체 광고 효과를 높이는 전략과 함께 영업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반면, 예산이 넉넉한 광고주는 절대 ‘갑’이 되는 불균형을 초래했다.

더 큰 문제는 그 사이에 낀 미디어랩사, 광고 에이전시의 고충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 업계는 크게 광고주인 기업, 기업을 대행하는 광고 에이전시 등의 대행사, 광고를 공급하는 매체사, 매체사에게 업무를 위탁 받아 광고 진행, 수주를 대행하는 미디어랩사로 나뉜다.

이 중 기업들을 대행해 광고 전략과 집행을 맡은 광고 에이전시 AE들은 수많은 매체 중 가장 효과적인 매체를 선별해 조합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 예산이 넉넉한 고객사 광고의 경우는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한정된 예산 내에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매체 조합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매체사를 대신해 광고를 진행하고 수주업무를 대행하는 미디어랩사 역시 광고 효과를 높이는 미디어 플래닝(매체의 지면과 시간을 계획, 구매하는 일)에 골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업무가 메일로 이뤄진다. 매체소개서가 오가고, 예산 플랜을 짜고, 입찰을 통해 광고 시간과 위치를 확보하는 과정은 여간 복잡하지 않다. 광고는 디지털화됐지만, 그 거래 방식만은 여전히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김동규 디지털네이티브스 대표의 문제 의식은 여기서 시작됐다.

자동화로 광고 거래의 복잡성을 해결하다

김동규 디지털네이티브스 대표의 문제의식은 파편화 된 디지털 광고 시장의 복잡한 업무 방식을 해결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사진=테크42)

“광고 매체는 디지털로 진화했는데, 광고를 거래하는 방식은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어요. 과거 신문, TV, 라디오와 같이 매체가 한정적인 시절에 정해진 가격이나 프로세스도 저마다 다른 상황에서 제각각 이메일로 조율하고 협상하던 방식이 디지털 광고에도 그대로 적용된 거죠. 그래서 저희는 아날로그 방식의 거래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자동화하겠다는 미션을 정했어요. 그리고 그걸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에 친숙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디지털네이티브스를 위한 프로덕트를 만들고 디지털 전환을 가장 잘하는 집단이라는 의미를 담아 사명도 디지털네이티브스라고 정했죠.”

마루360에서 만난 김동규 대표의 사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니 디지털네이티브스가 진행하는 서비스가 더욱 궁금해졌다. 광고 업계의 고질적인 절차의 복잡성, 예산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부익부 빈익빈 상황은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디지털네이티브스가 최근 제시하는 서비스 ‘핌(FYM)’은 디지털 광고 비교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단어는 역시 ‘비교’다.

디지털네이티브스의 문제 의식은 파편화된 광고 시장의 복잡성에서 시작됐다. 수천 개의 광고 상품이 있지만, 이를 모두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광고 예약과 소재 제작·등록, 계약, 정산이 모두 이메일로 진행돼 구매자와 판매자, 이를 대행사는 회사들까지도 거래에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Find Your Media(당신 만을 위한 미디어를 찾아준다)라는 의미를 담은 ‘핌(FYM)’은 데이터에 근거해 광고 인벤토리 옵션을 비교·예약할 수 있게 해 마케터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하게 하는 서비스로 주목 받고 있다.

‘Find Your Media(당신 만을 위한 미디어를 찾아준다)라는 의미를 담은 ‘핌(FYM)’ 서비스의 특징은 데이터에 근거해 광고 인벤토리 옵션을 비교·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매체사의 매체소개서와 광고 상품 정보, 분산된 거래 채널을 통합해 자동화한 셈이다. 이러한 과정은 대략 10분 내에 이뤄진다. 마케터들이 광고 기획에 쏟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셈이다. 여러 경쟁사의 매체 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경쟁력이다. 마케터들에게 자사의 광고 전략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경쟁사의 매체 전략도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활용하는 광고매체와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최적화된 광고 플랜을 짜고 예약할 수 있는 핌(FYM) 서비스는 현재 무료로 제공된다. 김 대표는 “아직은 광고 체결 시 매체로부터 받는 수수료 수익만 확보했지만, 향후에는 기능을 고도화해 매체 열람, 경쟁사 광고 현황 등을 고품질로 제공하는 구독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핌(FYM)’만이 가지는 차별성을 설명했다.

“핌(FYM)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마케터가 미디어랩사에 연락해 경쟁사 혹은 같은 분야 탑티어 광고주들이 어떻게 광고하고 있고 어떤 프로모션 전략을 가지고 가는지, 예산은 어느 정도 쓰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었어요. 사실 이러한 정보도 광고 예산이 많거나 랩사와 충분히 거래한 경력이 있는 큰 회사만 가능해, 여느 회사들은 정보 접근성이 낮았죠. 저희는 인터뷰를 통해 이런 정보에 대한 소규모 에이전시나 기업들의 니즈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핌(FYM)으로 소중한 광고 예산을 좀 더 스마트한 방법으로 쓸 수 있는 기회, 여러가지 매체 전략을 참고 할 기회를 제공한 거죠.”

지옥과 천당을 오간 끝에 이뤄낸 성과

지난 2021년 8월 창업한 디지털네이티브스는 그해 블루포인트에서 시드투자를 유치(우)하는가 하면 지난해 디캠프 창업경진대회 드림상 수상(좌) 등의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디지털네이티브스)

지난 2021년 8월 창업한 디지털네이티브스는 그해 블루포인트에서 시드투자를 유치하는가 하면 지난해 디캠프 창업경진대회 드림상 수상,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선정, 아산나눔재단 기업가정신 플랫폼 ‘마루’ 입주 등 연이어 성과를 내며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핌(FYM)이전에 ‘미디어스위치’라는 광고 간편 거래 서비스를 먼저 개발했어요. 이메일로 이뤄지는 광고 거래에서 구매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초래되는 비효율,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는 큰 목적은 같았죠. 방식은 거래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을 채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었어요. 공급자인 매체사 측의 니즈는 확실했어요. 여러 기업, 에이전시, 랩사 등에서 오는 문의에 대응할 시간을 줄여주니까요. 개발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30개 정도의 매체사와 입점 계약까지 완료 할 정도였어요. 문제는 광고 구매자의 반응이 예상을 빗나간 거죠. 구매자가 효용을 느끼게 하려면 매체가 많아야 하고 그 정보들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돼야 하는데, 가설 검증 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탓에 한계에 부딪혔어요.”

디지털네이티브스가 처음 개발한 '미디어스위치'

결국 김 대표는 눈물을 머금고 피보팅(Pivoting, 사업 방향 전환)을 감행했다. ‘미디어스위치’ 실패의 교훈과 함께 실감한 구매자 사이드의 파워를 고려해 핌(FYM)을 기획했다.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결정 이후 실행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최대한 린(Lean)하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한 페이지 정도의 기획안이 나오고 한 달가량 걸려서 핌(FYM)을 개발했어요. 구매자에 초점을 맞춰 마케터의 광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한데 모으고 지난해 8월 론칭했죠.”

마케터들의 니즈를 반영한 핌(FYM)은 데이터에 기반한 광고 집행 현황 정보를 제공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MUA(월간활성이용자) 수 300만 이상의 매체 정보를 모니터링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수집하는 것이다. 이후 광고가 가능한 영역을 찾아 광고 중인 이미지와 브랜드 명 등으로 업종을 분류하고 색인 작업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업종별 광고 집행 건수, 특정 업종에서 많이 이용하는 광고 상품도 확인할 수 있고 광고 목적과 타깃연령, 일정, 예산 등의 조건을 입력하면 최적화된 광고를 추천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기능을 탑재한 핌(FYM)의 성과는 놀라웠다. 론칭 2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매체 120개 마케터(광고주) 1500명이 가입했고, 현재 그 수는 2500명으로 늘었다. 최근의 성과를 마주하며 김 대표는 비로소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그간의 속앓이를 털어 놓기도 했다.

“호기롭게 인력 충원까지 하면서 개발한 미디어스위치의 결과가 예상을 벗어나며 추가 투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어요. 한 2~3개월 정도 운영 자금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핌(FYM)으로 디캠프 준우승과 팁스 선정, 마루 입주가 연이어 이뤄졌죠. 그 과정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도전하면 어떻게든 길이 나온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1만 가입자 목표, 광고 종사자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서비스 될 것

핌(FYM)을 통해 디지털네이티브스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 광고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그 판 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스타트업, 소기업 마케터들의 고충까지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디지털네이티브스의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일까. 그 시작은 SK플래닛 재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막상 취업을 했는데, 실제 디지털 광고 분야는 학생 때 접한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 싸움보다는 여러가지 운영 업무를 제때, 빠르게 그리고 적당히 똑똑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들이 많이 모여 있는 시장이었어요. 또 예산이 넉넉한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시장이기도 했죠. 더구나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이를 공급하는 사이드는 과잉 상태였고요. 특히 에이전시와 같은 대행사들은 수주 경쟁이 치열하죠. 이러한 물량은 결국 대행사 AE들에게 할당이 되고 결과적으로 좀 더 참신한 메시지를 기획하고 고민하는데 쓰는 시간보다 광고주의 요구에 대응하고 운영 업무에 치이는 AE들이 많았어요. 저희가 하는 시도는 이러한 AE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창업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고민이 커지고 있던 즈음 김 대표에게 매체사로서 SK플래닛의 광고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찾으라는 미션이 부여됐다. 궁리 끝에 선보인 ‘오퀴즈’는 대박을 터트렸고, 아이러니하도 이 성과를 통해 얻은 자신감은 그를 창업의 길로 이끄는 동력이 됐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과 연계한 광고 상품이 엄청 화두가 되던 때였죠. 저도 거기에 착안해 프로덕트에 초점을 맞춰 퀴즈를 제시하고 리워드로 OK캐쉬백 포인트를 제공했어요. 결과적으로 검색을 유도해 바이럴이 될 수 있게 한 거죠. 결국 급상승 검색어 1위를 달성하면서 출시 당일 3개월 정도의 광고 구좌가 모두 예약됐어요. 주도적으로 진행한 상품이 성공하는 성취감을 맛보면서 그때부터 ‘더 큰 도전을 해보자’고 결심하게 된 거죠.”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는 선택이었지만,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다. 한다면 하는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터였고, 소시적부터 ‘작은 것을 크게 불려서 수익을 남기는’ 재주를 익히 봐 왔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애완용 희귀 가재 ‘라비’와 고슴도치를 키운 적이 있어요(웃음). 성채를 구매해서 짝짓기로 ‘치가재’를 불렸죠. 제대로 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어서 집 지하실에 어항을 20개 정도 설치해서 돈을 꽤 벌었어요. 창업 이전에도 희귀 식물인 ‘알보몬스테라’를 키워서 적잖은 수익을 냈고요. 부모님께서는 그런 과정을 보셔서 ‘수완이 있다’고 인정해 주신 거 같아요.”

(왼쪽부터) 애완용 희귀 가재인 '라비', 희귀 식물 '알보몬스테라'. 김동규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희귀 동식물을 불려 수익을 만들어 내는 재주를 보였다. (사진=김동규 대표)

그런 수완은 실제 창업 과정에서도 발휘됐다. 창업계획서를 만들어 회사 선배를 설득해 함께 창업을 하고, 인맥을 활용해 무료로 초기 서비스 개발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사이 함께하는 디지털네이티브스 팀원은 8명으로 늘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마케터 등으로 진용을 갖춘 지금 디지털네이티브스는 마루360에서 남은 8개월을 알뜰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인터뷰 말미, 앞으로의 계획들을 이야기하는 김동규 대표의 목소리에 남다른 각오가 느껴졌다.

디지털네이티브스 팀원들과 함께한 김동규 대표(가운데). (사진=디지털네이티브스)

“적어도 10월까지 가입자 1만명을 모으는 것이 목표예요. 이를 위해 공급자와 구매자 사이에 거래 여정의 뒷단까지 모두 자동화할 계획이에요. 또 데이터 애널리스트 등을 충원해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조금 더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게 제공하려 해요. 프리A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인데 목표액의 80% 정도는 달성한 상태죠. 마루360에 입주하고 나서 다른 스타트업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힘을 받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이 돼요. 특히 저희 서비스 특성상 고객 인터뷰가 절실한데, 다른 입주사 마케터 인터뷰를 많이 할 수 있다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저희 역시 저희가 가진 전문 지식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 해요.”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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