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I에 신중접근” vs 경쟁사들, 실적발표하며 AI 50번 언급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장에서 향후 사업과 관련, 생성형 인공지능(AI) 육성 및 투자 방향을 곳곳에서 제시해 주목됐다. 거의 모든 IT업계가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이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지만 AI 선발업체라 할 애플은 좀 달라 보인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4일 분기실적 발표장에서 (생성형)AI 개발에 대한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이미 애플 제품에 많은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대답하는 데 그친 것이다. 지난달 27일 디인포메이션에서 애플의 AI가 잠잠한 이유를 부정적 요인 3가지와 함께 보도한 이후 1주일 만의 반응이다. 팀 쿡의 대답에서 미래를 읽을 만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물론 애플 특유의 비밀주의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팀 쿡이 인터넷 이후 가장 중요한 기술 변화로도 불리는 AI에 대해 변죽만 울리는 게 이상할 정도다. 팀 쿡이 증강현실(AR) 헤드셋에 대해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여러 차례 발언해 오던 것과도 차이가 있다. 팀 쿡이 애플의 생성AI 에 대한 비전과 로드맵에 대해 함구 수준으로 답한 내용, 그리고 애플과 달리 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AI’란 말을 50번 이상 언급하며 비전을 밝힌 세 IT거인들의 모습을 CNN, 파이낸셜 타임스, 벤처비트 등을 참고해 들여다 봤다.

“애플, 생성 AI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사려깊게 접근할 것”···비전제시 없었다

애플의 대표적 AI 개발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AI음성비서 ‘시리’. (사진=위키피디아)

팀 쿡 애플 CEO는 애플 회계연도 2분기에 분석가들 예상을 뛰어넘는 948억 달러라는 기록적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AI 비전에 대해서는 기조 발표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당연히 분석가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이 질문이 나왔다.

섀논 크로스 크레딧 스위스 분석가는 팀 쿡에게 일반적 생성 AI에 대한 그의 견해,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이 기술이 애플 제품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질문했다.

팀 쿡은 향후 노력에 대해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한다는 애플의 오랜 비밀주의 전략을 고수하면서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다. 다만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중심으로 애플 제품속의 AI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팀 쿡은 이날 대답은 “알다시피, 우리는 제품 로드맵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였다. 쿡은 향후 제품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다만 애플이 A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AI가 어떻게 애플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하기는 했다.

쿡은 “이런 것들에 접근하는 방법에 있어 신중하고 사려 깊은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여러 다른 장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정리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 잠재력은 확실히 매우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AI의 영향과 위험에 대해 업계 전반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제가 적지 않지만 쿡은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를 테면 AI가 콘텐츠를 분석하고 생성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편견에 대한 업계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설명가능한 AI’ 이슈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애플은 AI와 먼(낯선) 회사가 아니라 오히려 선구자쪽에 가깝다는 점이다.

음성 비서 ‘시리’는 애플 워치, 아이폰, 아이패드, 맥 컴퓨터 및 홈팟 장치를 포함한 애플 제품 전반에서 자연어 처리(NLP)를 사용해 사용자가 작업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는 애플의 iOS 소프트웨어(SW)에도 깊이 통합돼 있으며, ‘딥 퓨전’과 같은 기능을 통해 이미지 품질을 향상시킨다.

지난 2021년 애플은 애플의 자체 AI 개발을 돕도록 하기 위해 구글의 AI 개발 리더였던 새미 벤지오를 고용했다. (그는 다시 구글로 돌아갔다.) 쿡은 “우리는 분명히 생태계 전반에 걸쳐 AI와 기계 학습을 통합하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고 수년간 제품과 기능으로 엮었다”고 말했다. 쿡은 또 추락 감지, 충돌 감지, 심전도(ECG) 기능 등 오늘날 아이폰과 애플워치에서 볼 수 있는 기능에 AI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것들은 훌륭한 특징일 뿐만 아니라, 밖에 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AI를 거대하게 보고 있으며, 우리는 매우 사려깊게 생각해 AI를 제품에 계속 짜 넣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애플 경쟁사들의 강력한 AI에의 의지와 공세

AI산업계의 주도자로 떠오른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와 AI 육성의지를 강조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그리고 이 분야에서 이들의 개발 경쟁 열기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잠잠한 애플의 팀 쿡 CEO. (사진=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애플의 경쟁사들은 AI와 관련해 대외적으로 어떤 자세를 보이고 있을까.

알파벳, MS, 메타는 지난달 말 가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각각 50번 가까이 ‘AI’라고 말하면서 AI에 대한 야심과 투자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알파벳은 ‘AI’를 50번 언급했고, 메타는 49번, MS는 46번을 언급했다.

이는 AI 기술이 혁신과 경쟁 우위 확보의 열쇠라는 업계의 믿음을 반영한다.

‘AI’라는 용어는 이 기업들의 경영진과 분석가들에 의해 수십 번 계속됐다.

벤처비트는 “이것은 투자자들이 최근 몇 달 동안 실리콘밸리를 사로잡은 생성형 AI기술에 투자할 기회를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는 신호에 다름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또한 이제 알파벳, MS 및 메타같은 대기업이 엄청나게 커질 AI 산업의 전조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앤쿠퍼스(PwC)에 따르면 AI 시장은 2030년까지 세계 경제에 15조 7000억 달러(약 2경 834조 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빅테크, 급성장하는 AI 시장서 영향력 확대

PwC가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2030년의 AI산업 규모는 15조7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자료=PwC)

구글, MS,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기업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및 규모의 엄청난 비용을 감안할 때 AI의 가장 중요한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 환경에 ‘산업 포획’이 다가오고 있다(”industrial capture” is looming over the AI landscape )”는 경고성 보도를 했다. 즉, “현재 소수의 개인과 기업이 현재 해당 분야의 많은 자원과 지식을 통제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집단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개인 및 전문가 생활의 다양한 측면에서 도구와 플랫폼에 의존하는 수십억 명의 사용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AI에 대한 그들의 견해와 행동은 정책 입안자, 규제 기관 및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이 회사들은 검색 엔진, 소셜 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및 디지털 비서와 같은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자율주행차, 가상 현실 및 새로운 의료 기술과 같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AI를 적용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AI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MS, 오픈AI와의 파트너십에 힘입은 큰 성공

MS는 오픈AI에 투자하며 그 결과를 빙에 반영하면서 일약 생성AI 산업 주도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MS의 빙 챗. (사진=MS)

MS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수십억 달러(수 조 원)를 투자해 분기 매출이 7% 증가한 529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큰 승자로 떠올랐다. 그 결과 MS 주식이 상승했고 2019년 10억 달러 미만의 투자로 시작된 오픈AI에 대한 베팅이 성과를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신호를 받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MS는 제품 포트폴리오에 생성 AI를 포함시키느라 바빴다. 2월에는 오픈 AI 기반의 새로운 빙에 대한 화려한 발표가 있었고, 3월 중순에는 AI 기반의 코파일럿 365가 ‘우리가 아는 대로 작업을 변경하기 위해’ 데뷔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회장 겸 CEO는 지난달 25일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AI 모델이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인 자연어와 결합해 컴퓨팅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MS 클라우드(애저) 전반에 걸쳐 고객이 디지털 사용비용에서 최대한의 가치를 뽑아내고 차세대 AI를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택된 플랫폼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글, AI는 뒤졌지만 장기적 약속 집중

구글은 곧바로 ‘바드’로 오픈AI와 MS 추격에 나섰다. (사진=구글)

한편,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1분기 매출이 3% 증가했고 수익은 추정치를 상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글이 비록 지난 10년간 오늘날 LLM 기반이 되는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개발하는 등 이 분야 연구선두 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생성AI 경쟁에서 뒤처지는 자신들을 지켜봐야 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 경영진은 지난해 오픈AI가 챗GPT를 출시 후 비상을 걸었지만 3월에야 바드 챗봇을 발표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CEO는 매출면의 진전(progress)을 이야기했다.

그는 “최첨단 LLM을 개발하고 개발자, 제작자 및 파트너에게 AI 도구를 제공하며 모든 규모의 조직이 구글의 AI 발전을 사용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AI에 대한 우리의 투자와 혁신은 우리를 좋은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세 분야 모두에서 좋은 진전을 이루었다”고 덧붙였다.

메타, AI 야망을 부추겨 주가를 올리다

마크 저커버그는 AI를 강조하면서 메타의 주식을 끌어올렸다.

메타또한 지난달 30일 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예상보다 더 나은 3% 성장한 286억 4500만달러의 매출을 발표해 회사의 주가를 더 높였다. 이는 회사가 효율성에 집중하기 위한 대규모 해고 조치에 따른 반사이익이었다. (물론 순익은 75억달러에서 57억달러로 24%나 줄었다. )

하지만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이자 CEO는 이 수치를 메타의 AI에 쏟는 노력과 야망을 홍보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사용했다.

그는 분기 실적 발표회를 시작하면서 “내가 오늘 논의하고 싶은 핵심 주제는 AI다”라면서 자사의 AI에 대해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우리의 AI 작업은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나누어진다. 첫째, 우리가 수년간 해 온 피드에서 릴, 광고 시스템, 무결성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요 제품에 힘을 실어주는 대규모 추천 사항과 순위 인프라다. 둘째, 완전히 새로운 등급의 제품과 경험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생성 기반 (AI) 모델이다”라고 밝혔다.

AI 전쟁은 이제 시작이지만, 빅테크의 힘은 커 보인다.

이들 기업이 GPU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LLM을 넘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고 해도 이들이 생성 AI 폭발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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