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대내외 경제 상황과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 속에 생존을 모색하는 스타트업과 기업의 노력은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기술 변화와 인구 감소, 기후위기 등은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에게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효율적 대응이 필요한 가운데 제시되는 것이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OI)이다.
지난 25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개최한 ‘2025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인사이트 컨퍼런스’는 이렇듯 인구구조 변화, 인공지능 등 최신 트렌드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 스타트업의 협력을 방안을 논의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로 주목을 받았다.
이날 개회사를 통해 이영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는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이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협력의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특히 수도권과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해 인구테크 분야를 활성화하고, 스타트업과 기업 간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지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OI 담당 팀장은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하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협업 과제를 제시하고 스타트업이 해결 방안을 제안하는 문제 해결형 모델 등을 소개했다.
또한 최병철 중소벤처기업부 사무관은 ‘오픈이노베이션 후속 R&D 연계 지원’ 발표를 통해, 2025년 민관협력형 연계 R&D 중점 추진 방향과 창업성장기술개발(디딤돌), 구매연계형 R&D 지원 내용 등을 설명했다.
이날 특히 관심이 집중된 것은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센터장,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남보현 에이치지이니셔티브 대표의 키노트 발표였다. 각 연사들은 ‘스타트업의 기회 인구테크로의 확장’ ‘스타트업, 인구문제의 해답을 찾다’ ‘인구변화, 지속가능한 투자의 기회’를 주제로 인구감소와 세대 변화의 상황에 직면한 스타트업계의 대응 방안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스타트업, 인구데이터에 주목해야

조영태 센터장은 인구 변화를 스타트업과 비즈니스 전략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심층적으로 설명하며, 인구 데이터가 시장과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했다. 그는 인구학이 단순한 통계 분석을 넘어, 미래 시장 예측과 혁신 전략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인구는 언제 얼마만큼, 어느 방향으로 바뀐다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올해 태어난 아이들의 숫자는 앞으로 20년 뒤 노동시장에 진입하거나 대학에 입학할 학생들의 숫자를 결정합니다. 즉 오늘의 인구는 미래를 결정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죠. 이는 굉장히 많은 사회 변화와 시장의 변화가 이미 다 정해져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오늘 주제인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때도 인구정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다 할 수 있죠.”
이어 조 센터장은 “인구가 바뀐다는 이야기는 결국 시장이 바뀐다는 것”이라며 “시장이 바뀌는 시점은 스타트업들에게는 새로운 틈(기회)가 생기는 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세로 언급되는 ‘1인 가구 증가’다. 조 센터장은 1인 가구의 유형과 세대의 다양성을 언급하며 인구 정보를 활용한 예측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통계청의 데이터를 보면 밀레니얼 1인 가구는 사실 이미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향후 연령이 높아지며 구매력이 커질 수는 있지만 규모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어요. 향후 1인 가구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젠지(Gen Z)가 될 겁니다. 글로벌 인구 통계를 봤을 때도 제일 규모가 큰 세대가 젠지와 더불어 알파 세대예요. 스마트폰을 들고 태어나 SNS와 OTT로 세상을 보는 이들은 공통된 가치관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죠. 즉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다 구축돼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에요.”
이어 조 센터장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스타트업은 출생률 감소로 인해 국내 시장 성장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동남아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어, 한국보다 더 큰 시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발표 말미, 조 센터장은 영등포구에 자가로 살고 있는 30대 박사의 사례를 통해 인구 데이터를 활용한 부동산 시장의 흐름도 파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부동산 시장은 인구 이동 패턴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를 분석하면 미래의 주거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 센터장은 미래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인구 데이터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스타트업, PMF를 넘어 DMF으로 접근하라

이날 ‘스타트업, 인구 문제의 해답을 찾다’를 주제로 키노트 발표에 나선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스타트업 투자자의 관점에서 인구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투자 업의 본질이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인구 변화를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저도 처음에는 인구 문제를 공공기관과 정부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정부 뿐 아니라 민간도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특히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고 함께 해야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이어 이 대표는 밥과 김치, 국 밖에 없는 모 중학교 급식 사진을 제시하며 서울을 비롯해 전국 급식실 채용 미달률이 심각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비단 급식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대표는 논란 끝에 간병 분야에 외국인 노동자가 허용된 사례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방법이 미래에도 효과가 있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동남아 국가들 중에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지만, 문제는 이들 나라들 역시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줄고 있다는 겁니다. 세계 각국의 정부나 민간에서 모두 주장하는 것이 팔로워가 아닌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는 건데, 저희는 인구 감소 영역에서 퍼스트 무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걸 거꾸로 생각해 보죠. 우리가 이 문제를 잘 풀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용관 대표는 인구 구조 변화의 주요 문제를 연령별·성별 구성의 변화와 지역 간 밀도 차이로 정리하기도 했다. 특히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가 초래하는 생산성 저하 문제에 집중했다. 그는 인구 감소가 단순한 문제라기보다는 경제적·사회적 충격을 동반하는 변화이며, 이를 경제가 떠 받치는 구조의 연착륙을 하지 못하면 어마어마한 재정적 부담과 사회적 갈등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대표는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재정적인 투입이 아닌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고령화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의료 서비스 관련 심각한 재정 파탄에 직면할 거라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복지 비용 만으로 감당이 안되는 상황에서 대안은 시니어 케어 분야에 굉장히 효율적이고 저렴한 양질의 솔루션이 반드시 개발되야 합니다. 그렇게 풀어간다면 (고령화 사회는)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죠. 저출생도 마찬가지로 다른 접근 방법을 시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어차피 정해진 미래라는 점에서 투자자로서 해결법을 고민한 내용을 말씀드려 보려 합니다.”
인구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는 스타트업과 투자자의 입장에서 역시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기회의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문제의 크기와 심각성은 시장의 크기, 거기서 낼 수 있는 수익과 비례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접근했을 때 인구 문제는 굉장히 큰 시장이 열리는 기회가 된다. 또 고객을 중심에 두고 난제를 해결하는 DNA를 갖춘, 트레이닝 된 스타트업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스타트업은 고객이 어떤 문제에 처해 있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사고가 집중돼 있죠. 그리고 그들이 혁신을 이루는 과정은 인구문제와 같이 굉장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진행됩니다. 이제까지 닥치지 않았던 환경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데 굉장히 익숙한 거죠. 그 문제를 스타트업들은 아주 빠르게 테스트하고 해답을 찾아 갑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기존 스타트업계에서 적용되는 방법론 '프로덕트 마켓 핏(PMF, 제품의 시장적합도)' 개념을 확장해 ‘데모그래픽-마켓 핏(DMF, 인구학적시장적합도)’ 개념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PMF는 고객의 문제, 아직 풀어지지 않은 수요를 스타트업 입장에서 어떤 가치로 제안하고 어떤 기능으로 제안하고 어떤 고객 경험으로 제안할 것인가를 계속 피드백하며 고도화시킨 방법론입니다. 이것을 인구 문제로 넓힐 때는 기존 PMF가 가지고 있던 분리화, 파편화의 문제를 넘어 개인의 욕구와 욕망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가령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강요하기 보다는 그 이유나 고통의 포인트를 명확하게 찾아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시해야 한다는 거죠. 이런 부분은 공공보다는 민간이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술과 혁신이 나가는 속도보다 규제가 개선되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우려되는 점은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 의료, 로봇 택시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대표는 “다른 나라들은 이미 실제 환경에 적용하며 엄청난 데이터를 모으고 솔루션을 고도화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발표 말미, 이 대표는 시니어 시장을 타겟으로 한 '뉴그레이', 조선소 로봇 자동화 스타트업, 지역 특화 햄버거 가게 등을 소개하며 스타트업이 인구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인구 변화는 지속가능한 투자의 기회가 된다

이날 키노트의 마지막은 ‘인구변화, 지속가능한 투자의 기회’를 주제로 한 에이치지이니셔티브 남보현 대표의 발표였다. 남 대표는 “지속가능한 기업에 자본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투자사”라고 에이치지이니셔티브를 소개하며 지속 가능 투자의 관점을 이야기했다.
“저희가 보는 지속 가능 투자의 관점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투자하는 기업 자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가, 둘째는 기업이 이 사회와 환경의 지속 가능성,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여하고 있는가 입니다.”
그러면서 남 대표는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방식과 달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에이치지이니셔티브)내부적으로 지속 가능성 위원회를 운영하며, 투자 결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 대표는 “인구 변화에 대한 투자 접근 방식과 관련해 인구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솔루션 분석 프로세스를 거친다”며 말을 이어갔다.
“먼저 사회 문제를 분석하고, 그중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선정한 후, 해결 가능한 솔루션을 찾고, 다시 그 솔루션 중에서 시장성이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매칭해 매트릭스를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계속 시기를 바꿔가며 매핑을 하죠. 시장성 있는 스타트업과 출자자의 관심사, 즉 ‘출자 시장성’과 ‘회수 가능성’, 또 펀드 기간 내에 문제 해결이 가능한지 타임라인을 보는 작업을 합니다. 해외에서는 숲을 조성하는데 기여하는 ‘포레스트 펀드’가 있는데, 이러한 펀드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20년 만기로 설정되기도 하죠."

이어 남 대표는 “지속 가능 투자사로서 지켜보는 영역의 가장 최상위가 인구 구조 변화”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인구 구조 변화의 주요 문제로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고령화, 저출산 등을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하나씩 문제들을 뜯어보며 각 영역에 어떤 기회가 있고 어떤 스타트업이 포진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 예시로 제시한 것이 지난해 하반기 에이치지이니셔티브가 발간한 ‘고령화 슈퍼테크 리포트’다. 남 대표는 고령화 리포트에 담긴 분석 내용을 언급하며 말을 이어갔다.
“고령화 문제의 핵심 이슈를 의료 문제나 먹고 사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고령자들을 대상으로)중요도를 분석해 보면 ‘고립감’과 ‘단절’ 격차의 문제를 훨씬 크게 느끼고 계십니다. 낙심하고 우울한데 누구랑 이야기할지, 갑자기 큰일이 닥치면 누구에게 부탁할지에 대한 공포감이 더 크게 나오고 있죠.”
이어 남 대표는 ‘디지털 격차’, ‘노후 빈곤’, ‘건강 문제’ 등이 실질적인 이슈로 나오고 있음을 꼽았다. 특히 남 대표는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과 디지털 접근성이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 대표는 인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펀드로 ‘인구 활력 펀드’, ‘데모테크 펀드’, ‘디지털 전환 펀드’ 등을 계획을 설명하는 한편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투자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사회적 영향력을 분석하며, 단순한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 말미, 남 대표는 재차 인구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 투자와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협력과 논의의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저희는 인구 구조 변화라고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받아야 되고 어떻게 개선되어야 되는지를 계속 확인해 나가는 투자자입니다. 여기 계시는 분들 중에 스타트업도 계실 수 있고 투자자 분들도 계시고 출자자 분들도 계실텐데 언제든지 인구 구조 변화와 관련된 논의 그리고 저희와 협력을 원하시면 편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이 부분을 계속 놓지 않고 알릴 수 있는 투자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