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의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정보’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물량은 2만4462가구로 나오고 있다. 4만6710가구인 올해 입주물량의 절반 가량이다. 이는 이미 2022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며 착공 물량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요와 비교했을 때도 올해 서울시 기준 주택 공급은 약 21만가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공급량 부족에 따른 주택 대란은 기정사실화 돼 있다는 말이다.
최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투기 심리가 발동하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도 우려를 낳고 있다. 전세제도의 불신을 초래한 빌라 전세사기 뉴스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복잡 다단한 문제에 둘러 쌓인 주택 시장의 문제에 대안을 제시한 이들이 있으니, 바로 앤틀러코리아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서울가옥’이다. 이들이 제시한 대안은 ‘주문형 주택’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제시하는 주택 개발 방식이 기존 대형 단지 개발 중심의 아파트 개발 방식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비 아파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먹구구식으로 세워진 빌라와는 또 다른 개념의 주거 공간을 제안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들이 제시한 첫 해법은 AI 기술을 적용한 ‘주문형 주택 구매 플랫폼’ 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서울 곳곳에 존재하는 개발 가능한 필지를 분석하고 수요층이 원하는 위치와 맞춤형 주택 설계를 통해 고품질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소형 필지 단위의 이 프로세스가 활성화 될 시 실제 공급까지 7~8년이 소요되는 대단지 아파트 개발과 달리 매년 1000세대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서울가옥’ 측의 설명이다. 당장 이들이 초기 솔루션만으로 분석해 낸 서울의 개발 가능한 소형 필지는 20만개에 달한다.
이에 테크42는 서울가옥의 김은숙 대표, 이재준 CPO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가옥’, 서울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담은 주택 만들고자 명명

“사람들은 어떤 집에 역사적인 스토리나 문화적 가치가 있을 때 ‘가옥’이라는 명칭을 붙입니다. 저희가 만드는 주택은 한 번 지어지면 50년 100년은 간다고 보고 있어요. 그런 주택에 사람의 스토리가 담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또 현대적 의미의 ‘집’이 많은 이들에게 ‘아파트’로 일반화 돼 있는 요즘 시대에 비 아파트로서 빌라가 아닌 다른 집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사명에 ‘가옥’을 넣게 됐어요.”
사명의 아이디어를 처음 낸 이재준 서울가옥 CPO(이사)가 이야기하는 ‘가옥’의 개념은 사람의 역사와 경험이 담겨 있는 집을 의미했다. 함께한 김은숙 대표는 “K-컬처’와 같이 한국, 그 중심인 ‘서울’의 문화적 요소들이 글로벌화 되면서 서울 그 자체가 트랜디한 단어가 됐다”며 말을 보탰다. 그런 ‘서울가옥’이 이야기하는 ‘집’은 법규상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불린다. 김 대표는 여기서 좀 더 그 특징과 건축 방식을 드러내는 명칭으로 ‘주문형 주택’을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 주거 양식의 대세가 아파트가 된 건 불과 20~30년 사이의 일이예요. 저희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아파트의 다음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을 때 절대 ‘빌라’는 아니라고 봤어요. 그리고 수요자 중심의 주문형 주택을 떠올렸죠. 그렇게 ‘서울가옥’을 통해 서울에서 내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설계로 내 집을 지을 수 있는 방식을 적용한다면 이전과 다른 가치를 주는 주택의 유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수요자 친화적인 주택 공급의 경험 만들어 나갈 것

‘서울가옥’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을 때 떠오르는 질문은 ‘과연 서울에 그런 집을 지을 땅(필지)가 있을까’였다. 한강 이남과 이북을 나눠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팽창해 온 서울의 공간이란 ‘빼곡함’이라는 단어가 우선 떠오르는 까닭이다. 그런데 의외로 소형 필지 단위로 접근해 보면 회사들이 몰려 있는 중심지와 가까운 서울 내에 적잖은 필지가 존재한다고. 서울가옥은 이를 AI 기술을 적용한 토지 분석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발굴하고 있다. 그렇게 발굴한 필지가 무려 20만개에 달한다. 서울가옥은 잠재적으로 개발 가능한 서울 내의 필지가 60만개까지 존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서울가옥은 여기에 프리패브형 철골 구조 기반의 건축 설계 자동화를 적용했다. 이는 내력벽이 없는 기둥식 구조로 공간 활용도가 높은 다양한 구조의 설계가 가능하고 층마다 세대별 요구사항에 맞춘 평면구성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천장 높이 역시 2.7m 이상으로 아파트보다 월등한, 탁 트인 개방감이 장점이다. 이재준 CPO는 이와 같은 ‘주문형 주택’의 특징을 설명하며 다시금 ‘수요자 친화적인 주택’을 강조했다.

“이제까지 모든 주택은 공급자 중심으로 제공됐어요. 공급자가 정한 위치에 정해 놓은 설계, 면적에 공급자가 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집을 사야 했죠. 그런 주택의 경험을 사용자 친화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주택 수요자가 스스로 원하는 위치를 선정하고 적정한 가격인지를 판단하고 원하는 공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거죠.”
이러한 서울가옥의 ‘주문형 주택’은 말 그대로 플랫폼을 통해 사전 주문을 받는다. 이후 고객이 원하는 지역과 요구사항을 반영한 설계, 예산에 맞춘 설계가 진행된다. 이때는 표준설계에 더해 AI 자동설계가 적용돼 기존 대비 절반인 3개월 내에 설계가 완성된다. 이후 실제 공사에 들어가서도 기존 콘크리트 구조 대비 공사 기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는 프리패브 철골 공법이 적용된다. 즉, ‘서울가옥’을 통해서라면 1년 이내에 입주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건축가이기도 한 이 CPO는 “프리패브 철골 공법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아 공기(공사기간)이 안정화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일반적인 철근 콘크리트 공법은 습식 공법이예요. 비나 눈이 많이 오거나 겨울에 기온이 많이 떨어지면 공사를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이는 건축물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것이기도 해서 무시할 경우 부실 건축물이 됩니다. 하지만 이를 지키며 건축할 경우에는 공기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죠. 공기가 늘어나면 인건비와 자재비까지 늘어나 건축비 예측이 힘들어지고요. 반면 프리패브 철골 공법은 건식 공법입니다. 공장에서 자재를 미리 정해진 규격으로 가공해 현장에서 조립을 하는 방식이라 공기를 맞추는 것도 쉽고 완공 이후 유지보수나 시설 관리 측면에서도 체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예요. 그래서 이 공법으로 지어진 주택을 ‘장수명 주택’이라고도 하죠.”
이러한 안정성은 예산에 맞춰 원하는 지역에 적정한 설계와 규모를 정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변동성은 땅값, 즉 토지 시세차에 따라 나뉘게 된다. 즉 예산이 6억인 사람이 주문형 주택을 사전 주문할 경우, 해당 지역 토지 가격에 따라 주택 설계와 규모를 조정해 맞출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구나 고민하는 주거 문제, ‘서울가옥’이 풀어낼 것

현재 서울가옥은 앞서 분석한 20만개 필지를 기반으로 수요자들에게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플랫폼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사전 주문을 통해 건축이 진행되는 만큼 오차 범위를 최소화해야 고객들의 명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초기 타겟 고객은 도시 생활이 필요한 1~2인 가구로 정하고 있다. 직장과 가까운 거리에 집을 마련하기를 원하지만 예산이 한정적인 젊은 세대는 물론, 장기적으로 의료와 생활 편의 시설이 인접한 위치를 원하는 노령층 고객들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들에게 아파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그에 버금가는 혹은 그보다 월등한 품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서울가옥의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은 김은숙 대표와 이재준 CPO의 전문성이 바탕이 됐다.
김은숙 대표는 제조-IT 부문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두루 거친 15년 경력의 사업 개발 및 운영 전문가다. 이재준 CPO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21년 경력의 건축가로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 CPO는 서울가옥의 시작이 된 앤틀러코리아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한 당시를 떠올리며 “코파운더(공동창업자)를 찾는 것이 목표였다”고 털어놨다.
“건축학부 겸임교수로서도 활동하며 건축가로서 하고 싶은 일들은 거의 다했어요. 그러면서도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주거 분야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고민했죠. 그렇게 집과 관련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주택은 시장의 영역이라는 점을 깨달았어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창업을 통해 시도해야 한다고 결심했고 앤틀러 프로그램에 도전하게 됐죠. 그러면서 주거와 같은 특정 도메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을 개발해 본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존의 문제는 제가 충분히 알고 있고, 다른 관점에서 함께 해법을 찾을 동료를 찾던 중에 김 대표님을 만나게 된 거죠.”

김은숙 대표 역시 “대기업을 거쳐 스타트업에서 리딩을 하다 보니 ‘이 정도의 에너지와 시간을 쏟는 거라면 내가 창업을 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건축과 주거 분야는 이미 공고하게 시장이 형성된 영역이고 제가 몰랐던 분야였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욱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재준 CPO님과 앤틀러 프로그램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플랫폼을 개발해 투자심사를 통과하며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지금도 예상보다 다양한 문제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고 ‘누구나 생각하는 큰 문제라면 우리가 풀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중입니다.”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주문형 주택 공급은 서울가옥이 그리는 큰 그림의 일부에 불과하다. 플랫폼 고도화와 함께 향후에는 기존 노후 주택 리모델링을 통한 사업 확장을 비롯해 리츠 사업, 설계와 시공은 물론 수요자와 금융을 연결하는 주택 거래 플랫폼으로까지 진화를 구상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재준 CPO는 앞서 언급된 고령층, 즉 시니어 시장으로의 스케일업을 이야기했다.

“서울의 주택 필지를 100이라고 했을 때 아파트가 차지하는 면적은 사실 30%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심리적으로 인식되는 것이(아파트와 비 아파트 거주 비율) 50대 50인 거죠. 고정관념을 걷어 내면 실제 훨씬 많은 면적에 저희 방식을 적용할 토지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주문형 주택 신축, 리셀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할 때 주거 시장에 새로운 상품들이 등장하는 거죠. 이러한 확장 프로세스에서 저희가 바라보는 것이 시니어 시장입니다. 기존 콘크리트 구조의 주택은 시니어가 쓸 수 있는 실버 주택(노인주택 혹은 barrier-free 주택)으로 바꿀 수 없어요. 하지만 저희가 제공하는 철골 방식은 가능합니다. 즉 저희가 짓는 주택은 모두 실버 주택으로 전환 될 수 있다는 거죠. 최근 의료 대란과 같은 이슈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의료 시설에 인접한 주거 공간을 원하는 시니어 가구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서울가옥이 지향하는 주문형 주택은 주거와 함께 재산 가치로서 투자를 고려하는 수요층 역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젊은 세대의 경우 1인가구, 혹은 신혼 가구들이 자신의 첫 집이자 이후 가족 구성에 변화가 생겼을 때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으며 현금화할 수 있는 재산이 되는 셈이다. 김 대표는 “내가 살고 싶은 집, 투자하고 싶은 집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반영한 집을 제공하고 예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서울가옥의 목표”라며 말을 보탰다.

“핵심 코어는 고객들이 원하는 위치에 신축 가능한 토지를 발굴해 내 집을 짓는데 얼마의 예산이 필요한지, 현재 자본 수준으로 어느 정도의 이자를 내면 언제쯤 이 집을 소유할 수 있는지를 플랫폼으로 정확히 알려주는 거예요. 서울가옥 플랫폼에서 탐색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싶은 거죠. 이를 위해 금융사와 연계를 통한 대출 서비스 등으로 신뢰를 높이고 가치도 인정 받도록 하는 프로세스도 준비 중입니다. 주택 담보를 통해 얼마만큼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겠죠.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비즈니스 모델 검증이 완료된 상황에서 서울가옥에게 남은 과제는 플랫폼 고도화와 함께 좀 더 PMF(시장접합도)를 높이는 것이다. 또 수요층에게 서비스를 알리고 홍보하는 일도 빼 놓을 수 없다. 이는 고객들이 익숙한 방식을 고려하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고객 유치 측면에서는 기존 분양 홍보 방식과 어떻게 달리 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여전히 오프라인으로 접근하는 고객들이 많은 만큼 부동산 중개 분야와 연계도 필요할 듯하고요. 고객들에게 익숙한 기존 분양 시장의 마케팅 방법도 고려하는 단계예요. 또 최근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확대해 가는 상황에서 저희가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저 역시 살고 싶은 서울가옥의 주문형 주택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고객들의 니즈와 요구사항을 살피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내 집을 찾아가는 여정, 그 경험 자체를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각오를 다시금 드러냈다.

이 CPO 역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게 바뀌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내 집을 소유하는 방법”이라며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고 살고 싶은 사람들의 첫 번째 선택지가 서울가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결국 서울의 주거 문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서울가옥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곳에 살 수 있게끔, 다양한 방법과 건축을 통해 상품을 내 놓을 거예요. 그 첫 번째 목표는 1000가구입니다. 그게 1만 가구가 되고 100만 가구가 된다면 그건 굉장히 큰 변화가 될 거라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