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스마트폰을 장만하려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올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I 서버 확충 경쟁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 공급 대란이 스마트폰 가격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은 523달러(약 75만 원)로 전년보다 14% 오를 전망이다. 단일 연도 상승 폭으로는 사상 최대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도 체감 신호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전날(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하고 오늘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한 갤럭시 S26 시리즈의 국내 출고가는 기본형(256GB)이 125만 4,000원으로 전작(갤럭시 S25·115만 5,000원) 대비 9만 9,000원 올랐고, 울트라 1TB 모델은 254만 5,400원으로 약 30만 원 뛰었다. 국내 정식 출시는 3월 11일이다. 삼성전자 노태문 DX부문장은 올해 초 CES 2026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부품 재료비, 특히 메모리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우려"라며 "어떤 형태로든 제품 가격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가격 인상의 배경은 AI 인프라 투자 열풍이다.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백조 원을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을 우선시하게 됐다. 그 결과 스마트폰용 범용 D램 공급이 급감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서버용 64GB D램 가격은 2025년 3분기 255달러에서 4분기 450달러로 반 년 만에 76% 폭등했으며 올해 3월에는 7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 10~15% 수준에서 최대 30~40%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IDC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12억 6,000만 대에서 11억 2,000만 대로 12.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10년 만의 최저치이자 역대 최대 낙폭이다. IDC의 프란시스코 헤로니모 부사장은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일시적인 압박이 아니라 메모리 공급망에서 비롯된 쓰나미급 충격"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위기의 충격은 제조사마다 극명하게 갈린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오히려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분석된다. 두 기업 모두 프리미엄 제품군 비중이 높고 재무 여력이 충분한 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 덕분에 부품 수급에서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IDC는 두 기업이 올해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샤오미, 트랜션, 오포, 비보 등 박한 마진으로 운영해온 중국계 저가 브랜드들은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 탓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IDC는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사업을 축소할 것"이라며 "14만 원(100달러) 미만 저가폰 시장은 메모리 가격이 안정되는 2027년 중반 이후에도 영구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시장은 현재 전 세계 1억 7,100만 대 규모다.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두 가지다.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스마트폰의 사양이 낮아지거나, 같은 사양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낫싱(Nothing)의 칼 페이 CEO는 "일부 제품은 30% 이상 가격을 올리거나 사양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IDC는 메모리 가격이 2027년 중반쯤 안정세로 접어들고, 출하량이 2027년 2%, 2028년 5.2%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 자체가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되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