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특별한 스타트업 경연이 펼쳐졌다. SK 산하 사회적기업인 행복나래가 주도한 이 행사는 카이스트와 서울대라는 국내 톱티어 대학 출신 창업팀들이 맞붙는 대항전 구도로 기획됐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양일간 진행된 사회적 가치 페스타 기간 중 마지막 날인 26일에 집중 개최된 이번 대결은 창업 생태계에서 주목받는 두 대학의 우열을 가리는 흥미로운 시도였다. 카이스트 측에서는 임팩트MBA 과정을 거친 소셜벤처 4곳이, 서울대 측에서는 'SNU 빅 스케일업'이라는 자체 육성 프로그램 참여 기업 4곳이 각각 출전했다. 글로벌 벤처 육성 기관인 스파크랩이 전체 행사 운영을 지원했다.

4개 라운드로 나뉜 피칭 세션에서 각 팀은 자신들이 주목한 사회적 과제, 그에 대한 해법의 독창성, 그리고 실제 시장에서의 확산 가능성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심사를 맡은 두 명의 전문가는 소풍커넥트를 이끄는 최경희 대표와 초기 투자 전문 기관인 프라이머에서 활동하는 노태준 액팅 파트너였다. 이들은 각 발표가 끝날 때마다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개선점을 짚어주며 참가자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심사 기준은 단순히 착한 아이디어에 머물지 않았다.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과 함께 실제 수익 모델이 작동할 수 있는지, 투자자 관점에서 매력적인 구조인지가 핵심 평가 요소였다. 현장에 모인 200여 명의 관객 역시 평가단으로 참여하며 대중의 공감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됐다.
최종 결과는 흥미로웠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카이스트 출신 창업팀인 에이피그린이었다. 이 회사는 현장에서 바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전력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특히 병원처럼 전기 공급이 끊기면 안 되는 시설을 겨냥해 탄소 배출 없이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호평받았다. 청정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실제 수요가 맞물린 사업 모델이라는 평가였다.
2위에 해당하는 우수상은 치과 질환 중에서도 치료가 까다로운 급진성 치주염에 집중한 페리오니어가 차지했다. 이 회사는 조기 진단을 돕는 키트와 면역 기반 치료법을 결합한 솔루션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점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관객 투표로 결정되는 베스트 피치상은 도미노이펙트가 가져갔다. 이들은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이 한국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AI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의 정착을 돕는다는 점에서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개별 기업들의 점수를 모두 합산한 대학 단위 대결에서는 서울대가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최고상은 카이스트 팀이 가져갔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와 균형에서는 서울대 팀들이 앞섰다는 분석이다.
행사 마지막에는 일본에서 온 특별 게스트도 무대에 올랐다. 'Booon'이라는 이름의 일본 소셜벤처는 버려지는 음식물을 곤충 사육에 활용해 단백질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순환 경제 모델을 소개했다. 일본 내 임팩트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 이 기업의 사례는 국내 참가자들에게 글로벌 트렌드를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심사를 맡았던 노태준 파트너는 행사 후 소감에서 이번 참가 기업들의 수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오늘 무대에 선 팀들이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말했다. 과거 소셜벤처들이 착한 의도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 창출과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둔 진화된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행복나래는 SK그룹의 사회공헌 철학을 실천하는 조직으로, 2013년부터 카이스트 경영대학원과 손잡고 소셜벤처 전문 인재를 키워왔다. 임팩트MBA라는 특화 과정을 통해 배출된 창업가들은 매년 데모데이를 통해 투자자와 연결되는 기회를 얻고 있으며, 올해는 서울대와의 대결 구도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주목도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