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망 사용료 다툼, 소비자의 편익을 생각하는 쪽은 어디일까?

[AI요약] 9월 30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민법의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망 이용 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를 제기했다.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둘러싼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의 2차 법적공방과는 별도로 ‘부당이득반환 반소’를 제기한 것이다. 소송 자체는 별건이지만 실질적으로 망 사용료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내용은 동일하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의견 차는 ‘망 중립성’과 ‘넷플릭스법’이 가지는 일부 모순에서 비롯됐다. 사실 ‘망 중립성’을 둘러싼 유지와 폐지 측의 주장은 모두 인정할 수 있는 논리가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관점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중심에 ‘소비자의 편익’을 둬 보는 것이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법적 공방이 플랫폼 규제 분위기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상황은 지난 1심 때와 달시 공세가 뒤바뀐 모양새다.

9월 30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민법의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망 이용 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를 제기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사용료를 둘러싼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과는 별건의 소송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망 중립성 원칙을 근거로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확인 소송을 진행했다. 1년을 끌었던 소송은 올해 6월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이 ‘망 사용에 대한 계약은 당사자간 계약에 의해 진행할 문제며, 협상의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사실상 넷플릭스의 패소로 끝났다.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 지난 7월 즉각 항소하며 “1심 판결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간 협력의 전제가 되는 역할 분담을 부정하고, 인터넷 생태계와 망 중립성 원칙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법원의 판결이 국내 ISP의 이권만 보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정리하자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둘러싼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의 2차 법적공방과는 별도로 ‘부당이득반환 반소’를 제기한 것이다. 소송 자체는 별건이지만 실질적으로 망 사용료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내용은 동일하다.

쟁점은 ‘망 중립성’과 ‘넷플릭스법’, 무엇을 적용할 것인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의견 차는 ‘망 중립성’과 ‘넷플릭스법’이 가지는 일부 모순에서 비롯됐다. 우선 ‘망 중립성’은 모든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정부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없이 다뤄야 한다는 개념이다.

즉, 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 등도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 등 3가지 원칙 하에 망을 이용할 수 있다. 이제까지 이 원칙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ISP는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하도록 물리적인 망을 개설하고 연결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CP는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한 인터넷 상에서 소비자가 소비하는 콘텐츠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등이 개발되며 각국에서는 이와 같은 ‘망 중립성’ 원칙을 완화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며 상황이 바뀌긴 했지만, 지난 2017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 회사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공공 서비스’가 아닌 ‘정보 서비스’로 변경해 CP의 트래픽을 제한할 수 있게 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말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통신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이 발효됐다. 이것이 일명 ‘넷플릭스법’이다.

세부 내용은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의 국내 하루 평균 이용자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일 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통신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적용을 받는 사업자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웨이브 등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역시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망 사용료 논란은 국내외 여러 CP들이 연관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향후 넷플릭스를 비롯한 콘텐츠제공 사업자와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통신사들이 취하는 입장 변화가 예상된다.

즉 ‘망 중립성’과 ‘넷플릭스법’은 서로 상충 되는 개념이다. 만약 망 중립성을 무시한다면 통신사 등의 ISP는 망 사용료를 단계적으로 분화 시키고 돈을 많이 내는 부가통신사업자, CP 등의 서비스 접속 속도를 올려줄 수 있다. 특정 CP의 서비스에 대한 인터넷 사용자의 접속을 유리하게 해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SK브로드밴드와 같은 통신사의 힘이 강화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반대로 망 중립성을 인정한다면 과거와 달리 지속적으로 인터넷 속도의 고속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증가하는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를 늘려가는 ISP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하는 것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과 같이 영상을 기반으로 해 엄청난 트래픽을 사용하는 CP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넷플릭스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렇듯 복잡한 배경을 뒤로하고 지난 6월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채무 부존재 확인’ 요청에 대해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 얻을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로 보인다"며 각하 판결했다. 다음 ‘망 사용료 제공 의무 없음’에 대해서는 "계약 자유의 원칙상 계약을 체결할지,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는 당사자들의 협상에 따라 정해질 문제"라며 "법원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사실상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판결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일반 이용자와 국내 CP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망 이용 대가를 부정하는 넷플릭스에 대한 1심 판결은 국내외 구분 없이 누구나 망을 이용하면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는 기본 원칙을 확인 한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미국 바이든 정부도 강조하고 있는 망 중립성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상황”이라는 언급까지 하며 무역 마찰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플랫폼 국감 시기와 맞물려… 넷플릭스 전략 변경?

망 사용료를 둘러싼 두 기업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가 별건의 반소를 제기한 현재는 국감의 계절인 10월이다. 올해 국감은 ‘플랫폼 국감’이라고 할 정도로 이미 타깃은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O2O서비스를 진행하는 플랫폼 기업들로 정해져 있다. SK브로드밴드로서는 국회와 여론이 유리한 상황에서 넷플릭스를 압박하는 수싸움을 하는 셈이다.

넷플릭스 역시 글로벌 빅테크에 쏠리는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최근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 온라인 행사를 통해 대응 전략에 변화를 준 모양새다. 한국 진출 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파트너사들의 성장을 도왔고, 이를 통해 5조 6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발생시키는 등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최대 1000억원의 망 사용료를 둘러싼 두 기업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세계 최초로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의 갑질을 제재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되며 빅테크 규제에 나서고 있는 미국을 비롯 다른 나라의 관심이 집중됐다.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그 계열사의 무리한 시장 확대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물론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며 대대적인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단 분위기는 넷플릭스에게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소비자의 편익은 누가 고려하고 있는가?
망 사용료 지급을 주장하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중립성'을 근거로 이를 거부하는 넷플릭스 모두 설득력 있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소비자가 보는 것은 누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냐, 그로 인해 다른 부분에서 피해가 발생하는냐이다. 최근 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문제는 소비자 편익보다 수익 추구에 집중하며 발생했다는 사실은 두 기업 모두 염두할 필요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대한 망 사용료 논란은 사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역시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망 중립성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미국에서 망 중립성 원칙 정책은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 공들여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무렵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아짓 파이 위원장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시민단체와 야당이 된 민주당과의 줄소송을 감수하면서까지 망 중립성 원칙 정책을 폐기했다.

사라질 뻔한 망 중립성 원칙은 올해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며 다시 부활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짓 파이 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날 사임했다는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임 후 곧 망 중립성 원칙을 돌려 놓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앞서 넷플릭스가 1심 패소 후 ‘바이든 정부가 강조하는 망 중립성’을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 역시 오락가락하는 망 중립성은 망 이용자 모두에게 접근권이 보장되야한다는 ‘공정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반면 폐지 의견은 망을 개설하는 ISP의 재산권과 지속적인 투자 유인 보호를 위해 트래픽 유발 주체의 비용 분담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문제는 국내 기업인 SK브로드밴드와 해외 빅테크 기업인 넷플릭스 간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것 이라기보다, ISP와 CP간의 의견 대립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실제 망 중립성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CP를 비롯한 모든 기업들의 공정한 망 사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망 중립성’을 둘러싼 유지와 폐지 측의 주장은 모두 인정할 수 있는 논리가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관점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중심에 ‘소비자의 편익’을 둬 보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바꾼 전략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신들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고, 한국 파트너사들에게 투자는 하면서도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제공해 ‘오징어 게임’과 같은 흥행작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 그로 인해 파트너사들의 동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며 5조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유발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이야기하는 것 중에서 소비자의 편익이 아닌 것은 없다.

또한 넷플릭스는 이런 점을 공략해 “소비자가 이미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넷플릭스에도 이를 부담하라는 것은 이중 청구로 부당 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SK브로드밴드 역시 과도한 트래픽을 가져가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법적 논리와는 별개로 ‘망 사용료를 통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편익이 무엇인가’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지만, 소비자 편익을 중심에 두는 기업과 수익 추구에 집중하는 기업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이제 꽤 냉정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편익과 수익 추구의 균형 추가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것은 최근 규제의 철퇴를 맞고 있는 몇몇 기업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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