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파는 놈, 사는 놈, 만드는 놈

간편 결제를 둘러싼 SSG, 네이버, 토스, 컬리의 제각기 다른 속내는

간편 결제 파는 SSG

신세계 그룹이 간편 결제 서비스인 SSG페이와 스마일페이의 매각을 검토 중입니다. 한때 유통사들이 만든 자체 페이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삼성, 네이버, 카카오가 간편 결제 시장을 과점하면서, 투자 대비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들이 발을 빼기 시작한 겁니다.

특히 신세계 그룹이 이러한 선택을 내린 이면에는, 여전히 사업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 있는 상황이 있지 않나 싶은데요. 사실 오프라인은 워낙 삼성페이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최근엔 새로운 강적 애플페이까지 등장하였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신세계 그룹이 자체 페이 서비스에 기대하는 것이 바로 온오프라인 연결이라는 점입니다. 지속적으로 신세계 그룹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반등을 위한 무기로 준비 중인 것이 옴니 채널 기반의 신세계 유니버스인데요. 온라인에서만 작동하는 페이는 반쪽 자리이기에, 굳이 비용을 더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욱이 온라인에서 역시 SSG 페이는 아직 너무 영향력이 미미하고요. 스마일 페이는 반복 구매가 핵심이 아닌 G마켓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필수적인 요소라고 판단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이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신세계 유니버스가 정말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려면, 당연히 결제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야 혈맹을 맺은 네이버페이 등과의 협업을 통해, 오히려 더 효율을 낼 수도 있겠지만요. 장기적으로는 아마 실책이었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습니다.

간편 결제 사는 네이버, 토스

이처럼 발을 빼는 이들이 있는 반면, 반대로 더 적극적으로 인수까지 고려하며 간편 결제에 진심인 이들도 존재합니다. 일단 신세계 그룹의 자체 페이 매각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유력한 인수 후보로 등장한 네이버가 있고요. 한때 신세계와 최종 조율 중이라는 기사까지 떴던 토스 역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최근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토스와의 협상은 사실상 결렬되고, 네이버 역시 관망 중인 상황이라곤 하는데요. 적어도 둘은 조건만 맞으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네이버페이는 오프라인 결제처 확보가, 그리고 토스는 당장의 점유율 증대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와 토스는 제각기 다른 이유로 SSG 페이와 스마일 페이를 탐내고 있습니다

우선 네이버페이는 전체 시장에서는 카카오페이, 삼성페이와 3강으로 흔히 묶이지만, 오프라인에선 삼성페이에게 압도적으로 밀리는 형국입니다. 전체의 80%를 삼성페이 혼자 차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따라서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이마트24 등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을 거느린 SSG페이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네이버페이는 삼성페이와 손잡으면서 오프라인 결제가 용이해졌기에, 급할 건 없다는 거죠.

반면에 토스페이는 시장의 후발주자로 하루빨리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와 경쟁할만한 체급을 키워야 하기에, 조금 더 다급한 상황이긴 합니다. 그래서 더 구체적인 단계까지 협상이 진행되었던 걸로 추정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협상이 틀어진 건, 신세계 그룹이 보장한 캡티브 물량, 즉 향후 예상되는 결제 규모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따라서 업계에서는 신세계 그룹이 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매각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간편 결제 만드는 컬리

한편 이 와중에 역으로 간편 결제 시장에 진출하는 플레이어도 있으니, 바로 컬리입니다. 컬리 역시 당연히 간편 결제 시장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컬리페이를 만든 건 아닙니다. 일단은 결제 경험까지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고객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 걸로 보이는데요. 컬리의 경우, 장보기 서비스가 메인이기 때문에, 반복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자체 페이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동시에 컬리페이 론칭은 마진율이 낮은 신선식품 카테고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대안 중 하나이기도 할 겁니다. 컬리에겐 1~2% 사이로 크진 않지만, 각종 페이업체와 PG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자체도 아까웠던 거죠. 이를 자체 서비스로 해결하여 아낀다면, 수익을 내는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만약 다른 비용이 절감되어,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마련된다면 고객 혜택으로 돌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신세계 그룹과는 반대로, 컬리의 이러한 행보는 장기적으론 득이 될지 몰라도, 당장은 독이 될지도 모릅니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에, 컬리의 거래액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컬리페이를 위한 선제 투자와 운영 비용은 단기적으론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도 있거든요. 따라서 앞으로 1,2년 내 실적이 정말 중요한 컬리에게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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