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 폐지 수순...기회와 위기 속 급변하는 업계 기상도

[AI 요약]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되며, 향후 게임과 관련해서는 '게임 시간선택제'로 일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나라 게임 업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오히려 게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 상황에서 자국 기업을 단속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서릿발 같은 상황에서 중국 게임사들은 이에 순순히 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이들 중국계 기업이 눈을 돌리는 곳은 글로벌 시장이다. 이는 우리나라 게임 업계로서는 예사롭지 않은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1년 하반기 우리나라 게임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최근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와중에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나갈 방향은 무엇일까? (사진=픽사베이)

청와대 이호승 정책실장의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발언 이후 그간 유지 입장을 고수해 왔던 여성가족부 역시 셧다운제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브리핑하며 2011년 이후 10년을 끌어왔던 논란이 끝을 보이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오전 0~6시) 게임 이용을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되며, 향후 게임과 관련해서는 ‘게임 시간선택제(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된다.

정부 유관 부처의 입장이 정리된 상황에서 향후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는 국회 소관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를 통해 청소년보호법상 강제적 셧다운제 조항(제26조)를 없애는 법안 통과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우리나라 게임 업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오히려 게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판 셧다운제를 모든 게임사들에게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몇몇 우리나라 게임 업체에게 중국판 게임 셧다운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다.

또 우리나라에서 셧다운제가 폐지되고 중국은 강화되는 상황이라면 중국계 글로벌 게임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 질 수 있다는 가정도 해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최근 2분기 저조한 실적을 발표한 3N사(엔씨, 넷마블, 넥슨)는 아직 적절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듯하다.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까지는 아직 거쳐야 할 관문 남아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다만 지난 10년의 기간 동안 여러 차례 폐지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번번히 일부 교육단체와 의료계의 반대 의견에 밀려 법안 통과가 좌절됐던 것을 감안했을 때는 의외의 돌발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여가위에서 통과되더라도 본회의 통과까지는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등의 단계가 남아 있다. 즉 법 개정 공포가 이뤄지기까지는 최소 몇 개월이 더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시행 유예기간까지 있을 경우는 올해 안에 시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더구나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 될 경우 법안 처리는 유야무야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오후 게임 셧다운제 검토를 위한 여야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 법안 통과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해 온 단체 및 그간 법안 발의를 해 온 국회의원들은 입법에 속도를 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폐지 법안을 발의한 조승래 더불어 민주당 의원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오후 ‘게임 셧다운제 검토를 위한 여야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법안의 조속한 추진과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를 했다.

조승래 의원과 허은아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 두 의원의 유튜브 채널인 ‘조승래TV’와 ‘은아생활’을 통해 생중계 됐다.

문체부와 여성부를 비롯해 그간 다양한 입장을 밝혀 온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토론회는 이재진전 한국언론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담당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조승래 의원은 “최근 셧다운제 폐지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과거 상황과 현재 달라진 상황을 비교해 청소년의 수면 시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이 나온 게임 셧다운제는 과잉 규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의원은 ”게임이 절대 악이 될 수 없다”며 “게임이 모바일로 이뤄지고 메타버스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변화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셧다운제 폐지가 논의돼야 한다”는 말로 다시 한 번 확고한 폐지 의지를 드러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허 의원은 영상을 통해 인사말을 대신하며 “청소년보호라는 목적으로 만든 강제적 셧다운제는 10년 동안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며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이후 게임 시간선택제가 어떻게 적용되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고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의원은 지난달 5일과 20일 각각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했다. 허 의원의 경우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를 ‘과몰입’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법안이었으며, 조 의원의 역시 중독이라는 용어 삭제와 함께 게임 시간선택제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었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에 관해서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일치된 입장을 보이는 셈이다.

우리나라와는 반대인 중국, 고강도 ‘중국판 게임 셧다운제’ 실시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최근 게임 업계를 대상으로 한 규제에 이어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강력한 ‘중국판 게임 셧다운제’를 실시했다.

최근 중국 국가신문출판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향후 중국의 모든 온라인 게임사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과 법정 공유일에 한해서만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하루 1시간씩 밖에 서비스 할 수 없다.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중독 방지를 위한 엄격한 관리 통지’라는 이름의 이번 조치는 앞서 지난달 3일 텐센트가 발표한 자발적 규제안을 넘어선 것이다. 텐센트의 규제안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매일 1시간 및 법정 공휴일에는 2시간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최근 자국 내 미성년자의 게임 접근을 강력하게 제안하는 '중국판 게임 셧다운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pexels)

사실 이는 예측된 수순이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관영 매체를 통해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언급하는 등 강력한 규제 입장을 내비쳐 왔다.

미중 무역 전쟁 상황에서 자국 기업을 단속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서릿발 같은 상황에서 중국 게임사들은 이에 순순히 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비록 강화되긴 했지만 중국에서 이미 2019년부터 저녁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어,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게다가 텐센트의 전체 매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32% 정도다. 그 중에서도 16세 미만 사용자의 비중은 2.9%에 불과하다. 같은 중국계 게임사인 넷이즈와 빌리빌리도 미성년자의 게임 부문 매출 비중은 1% 정도로 이번 규제로 받는 타격은 그리 크지 않다.

대신 이들 중국계 기업이 눈을 돌리는 곳은 글로벌 시장이다. 중국 게임업계 1위 텐센트는 캐나다 몬트리올,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 등지에 해외 스튜디오를 확장하고 있다.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넷이즈 역시 캐나다, 일본, 유럽 등에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이는 우리나라 게임 업계로서는 예사롭지 않은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상당한 중국 자본이 투입된 몇몇 국내 게임사는 중국 당국의 규제로 증시가 하락하는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그간 우위라고 생각했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최근 약진하는 중국 게임사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사인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등이 지난 2분기 충격적인 실적 하락에 직면한 배경에는 중국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이다.

빨간 경고등 켜진 우리나라 게임 산업, 무엇이 문제인가?

‘중국판 게임 셧다운제’ 강화에 따라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크래프톤이다. 상반기 기준 크래프톤의 전체 매출 90% 가까이가 아시아권에서 나왔는데, 그중 중국의 비중은 절대적이라 알려지고 있다. 또한 자회사를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실질적인 2대 주주다. 그럼에도 크레프톤에게 다행스러운 점은 흥행작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다른 게임사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펄어비스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바탕으로 개발되는 신작 ‘도깨비’가 주목받고 있다. 펄어비스 역시 매출의 30%가량이 아시아에서 나오고 있지만, 북미와 유럽의 비중이 50%를 넘어 안정적이다. 펄어비스의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는 30일 기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는 국내 비중이 64% 정도로 높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악화되는 중국 시장을 대신해 올해 안에 신작 ‘엘리온’이 북미와 유럽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오딘: 발할라라이징’까지 대만 출시를 앞두고 있어 글로벌 실적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어찌됐든 크래프톤,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는 여러 변수가 난무하는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기존 대장주로 군림해 온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넥슨 앞에는 빨간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넷마블의 경우 올해 2분기 대형 신작 ‘제2의 나라’를 출시했지만, 영업 이익 80% 급락이라는 초라한 실적을 공개했다. 넷마블은 화제가 되고 있는 ‘마블 퓨처 레볼루션’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해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넷마블의 매출에 70% 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권에서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대만을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하며 중국의 영향은 상대적을 크지 않다.

최근 3N 게임사가 고전하고 있는 사이 크래프톤,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등이 바짝 추격하며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넥슨 역시 2분기 영업 이익 42% 감소라는 초라한 실적을 냈다. 국내에서는 ‘바람의 나라:연’이 흥행하며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게임 규제 강화 등으로 ‘던전 앤 파이터’ 실적이 저조했고, 일본에서 ‘메이플스토리M’의 성적이 기대를 밑돈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심각한 것은 엔씨소프트다. 주요 매출이 국내와 일본, 대만, 미국, 유럽 등에서 골고루 나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국내 매출 비중이 90%가 넘는 대표작 리니지의 과도한 ‘과금’으로 유저들에게 점차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작인 ‘블러드&소울2(블소2)’가 최근 출시됐지만, 이 역시도 과도한 과금 모델이 적용되며 게임 유저들의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급기야는 블소2의 흥행 부진에 시가총액이 순간 4조원 가까이 증발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블소2가 뭇매를 맞으며 리니지 시리즈의 차기작인 ‘리니지W’ 역시 출시 전부터 게임 유저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로서는 믿고 있던 국내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상황을 ‘예견된 사태’로 규정했다. 게임 이용이 모바일 중심이 되며 확률형 유료 아이템 도입이 노골적으로 이뤄졌고, 게임사들이 혁신이나 이용자에 대한 만족도 보다는 ‘돈의 함정’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위 교수는 이런 시스템의 폐단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국산 게임은 확률을 끊임없이 소진시키면서 도박성을 강화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폐단은 리니지의 성공 모델을 다른 게임들이 모방하기 시작하며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 위 교수의 생각이다.

다만 위 교수는 기회를 언급하기도 했다.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했던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게임 이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닌텐도의 게임 ‘동물의 숲’ 흥행은 게임업계로 하여금 기존 성공모델에 안주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임 개발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10년을 이어온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와 더불어 기존 대장주의 위기, 신흥 강자의 등장 그리고 중국 게임사의 약진과 중국 정부의 예측할 수 없는 정책 등 2021년 하반기 우리나라 게임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게임이 가진 긍정적인 가치를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위정현 교수는 한편으로 “이대로는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늘 그렇듯 위기와 기회는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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