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 테크 업계 IPO 시계 제로

[AI요약] 지난 5월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실적 부진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한 이후로 예정됐던 기업공개(IPO) 일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등 수출 대기업에서 시작된 실적 하락의 여파가 중소 스타트업은 물론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까지 미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장기화 전망이 나오며 그 여파가 국내 기업들의 IPO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저마다 IPO 일정 변경을 고심하는 중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지난 5월 11일 토종 앱 마켓 원스토어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실적 부진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한 이후로 예정됐던 기업공개(IPO) 일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IPO가 예정됐던 신세계그룹 SSG닷컴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반기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했지만, 내년 이후로 일정을 미뤘고, 카카오 공동체의 올해 IPO 쌍두마차로 여겨졌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연내 상장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는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급기야 매각설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국내 증시와 경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 등을 예측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향후 2년 간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정상보다 훨씬 높다”은 의견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CNBC가 주요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역시 CFO 68%가 내년 상반기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오는 7월과 9월 두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등 수출 대기업에서 시작된 실적 하락의 여파가 중소 스타트업은 물론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까지 미치고 있다.

IPO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며 상장을 철회하거나 IPO 일정을 미루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상장 기대주는 옛말, 불확실성에 빠진 이커머스 업계

지난 몇 년 간 이커머스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외적인 상황 속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큰 폭으로 증가한 매출은 대부분 재투자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너나 할 것 없이 막대한 비용을 배송·물류 등 인프라 확충에 쏟아 부었던 것이다.

이는 특히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업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였고, 몇몇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계획된 적자’를 언급하며 성장 중심의 전략을 밀어붙였다. 이러한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IPO는 자금 확보의 수단이자,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3월 공모가 35달러로 뉴욕증시에 직상장한 쿠팡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사례는 이러한 기대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러나 장밋빛으로 여겨졌던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며 잿빛으로 변하고 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의 상장 롤모델이었던 쿠팡의 주가는 12달러로 공모가의 3분의 1 토막이 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SSG닷컴은 IPO일정을 내년 이후로 미룰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과 함께 상장 시기를 다투던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11번가 등은 아직 IPO 일정 변경 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까지의 기업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켓컬리의 경우 지난해 12월 상장 전 투자 유치에서 2500억원을 투자 받으며 4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상황이 바뀐 현재, 공모 시장에서 4조원 이하로 평가 받을 시 IPO가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얘기가 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마켓컬리는 3월 말 상장 예비 심사 신청서를 냈지만 현재까지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다.

오아시스마켓의 경우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쳤지만, 아직 예비심사 청구를 하지 않았다. 다만 오아시스마켓은 올해 2월홈앤쇼핑으로부터 투자 이후(Post) 기업가치 1조200억원으로 투자를 유치한 후 최근 이랜드리테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해 1조1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상장 일정과 관련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을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예비심사 청구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 중에 있다”며 “기존에 정해진(연내 상장) 일정 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아시스마켓의 IPO를 진행하고 있는 김수희 법무담당 이사 역시 테크42와 인터뷰에서 “IPO는 투자자와의 약속”이라며 “신중을 기해 준비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내년 상장을 준비 중인 11번가의 경우는 아직 주관사 선정도 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모빌리티 업계,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에 뒤숭숭… 쏘카는 강행 의지

IPO를 강행하는 기업들도 내부적으로 신중을 기하며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픽사베이)

골목상권 침해 등의 논란으로 지난해 예정됐던 IPO 일정을 잠정 보류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돌연 매각설이 제기되며 새로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업계에서는 2017년 미국계 사모펀드 TPG에서 받은 2조5000억원의 투자금의 회수 시기가 올해라는 점, 지난해 연 이은 악재로 기업 이미지가 악화되고 택시 업계 등의 마찰이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매각 사유로 꼽고 있다. 협상을 진행 중인 상대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가 극렬하게 반발하며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어 매각이 성사되기 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PO와 관련해 카카오측은 대외적으로 “IPO 작업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지분 매각을 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의 경우는 지난 4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지만, 두 달 가까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IPO 일정 연기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최근 연내 상장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발 소식에 따르면 쏘카는 금주 중 금융위원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8월까지 상장 절차를 마무리 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다만 한때 최대 3조원까지 육박해던 기업가치는 1조원대로 예측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4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발생하는 등 거듭된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구독형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 적자 폭 확대와 이용자 감소를 겪고 있는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웨이브 역시도 각각 연내 상장, 내년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며 IPO 일정을 재검토 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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