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팔 수 있다" 커뮤니티 지향 라이브커머스 '그립(Grip) 2.0'은?

- 2018년 설립 한 최초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2년여 만에 앱 다운로드 200만건 돌파
- 판매자와 소비자가 신뢰를 기반을 소통하는 커뮤니티형 라이브 커머스로 진화 모색 중
김주석 그립컴퍼니 팀장. 그립컴퍼니의 핵심 리더 중 한명으로 사업개발 및 B2B 솔루션 운영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 팀장은 라이브 커머스를 넘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진화를 모색하는 그립 2.0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통업계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온라인이 유통의 중심이 되며 대형 유통사들이 대거 이커머스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가 하더니 이제는 이른바 ‘라방(라이브 방송)’이라 불리는 라이브 커머스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와 SSG닷컴, 기존 홈쇼핑 채널은 물론 인스타그램 등에서 판매를 하던 중소상공인, 스타트업까지 팔 물건이 있다면 온통 라방에 내놓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라이브 커머스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단순히 물건을 팔 목적만 가진다면 홈쇼핑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라이브 커머스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머커스 분야의 한 지류처럼 인식되고 있는, 혹은 홈쇼핑의 모바일 버전으로 인식되고 있는 통념을 반대하며 독자적인 라이브 커머스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기업, ‘그립(Grip)’이 걸어가고 있는 길은 어쩌면 그 답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립의 운영사인 그립컴퍼니는 지난 2018년에 설립됐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사실상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한 최초의 플랫폼으로 시작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자의 이력부터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네이버 출신의 김한나 대표는 근무 당시 잼 라이브와 스노우 등 영상 콘텐츠를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립을 창업했다.

셀러라고 불리는 판매 업체들은 그립에 입점 신청을 한 후 심사를 통과하면 일정 수수료를 내고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방송을 할 수 있다. 대단한 촬영 장비도 필요 없이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때문에 그립에서는 산지에서 과일을 수확하는 셀러가 현장에서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때로는 경매 현장에서 방송을 진행하며 아예 시청자를 경매에 참여시키는 파격적인 시도도 이뤄진다. 문어 잡이 배 위에서 ‘선상 방송’을 하는 극적인 현장도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렇게 그립에 입점한 셀러는 1만 3000명이 넘는다.

셀러가 직접 나서기 곤란한 상황에서는 ‘그리퍼’라고 부르는 전문가들이 나선다. 개그맨 유상무를 비롯한 아나운서 등 셀럽이나 쇼호스트 출신의 전문 방송인들이 직접 출연해 옷을 입어보고, 화장을 해 가며 물건을 소개한다. 그렇게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그리퍼가 110명 정도다. 생물처럼 빠르게 진화하는 이커머스 업계의 트렌드를 짚어 놀라운 추진력으로 진행된 그립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최근 2년 간 그립 앱의 다운로드는 200만건을 넘어섰고, 그 사이 거래액은 450배가 증가하고 있다.

그립은 누구나 팔 수 있다(Everyone can sell)이라는 가치 아래 개인, 회사 등 누구가 쉽게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팔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그립컴퍼니)

누구나 팔 수 있다(Everyone can sell)

그립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김주석 팀장은 꽤나 분주해 보였다. 그는 대기업 계열의 리테일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다. 그런 그가 이제 막 시작한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은 그립컴퍼니를 선택한 것은 ‘갈증’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에 대한 기대와 갈증이 있었어요.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해외 사업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글로벌 상황을 보면 볼수록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리테일 시장이나 강화되는 이머커스의 발전속도가 심상치 않더군요. ‘이런 흐름 다음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호기심이 커졌죠. 하지만 해보고 싶은 것을 실행에 옮기기에 대기업의 환경은 제약이 많았어요. 시도도 해보기 전에 검증이 우선 되야 했거든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달랐죠. 담당자가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권한을 가지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특히 그립컴퍼니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Go for it(해보자)’가 마음에 들었죠.”

김 팀장은 그립컴퍼니의 사업개발 및 B2B(Business to Business) 솔루션 운영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말이 담당이지 스타트업의 생리 상 사업과 관련된 모든 일에 관여를 하는 핵심 리더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그의 역할에 대해 듣던 중 ‘B2B 솔루션’이라는 단어가 귀에 쏙 들어왔다. 그립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파는 라이브 커머스, 그렇다면 B2C(business to consumer) 아닌가? 놀랍게도 그립은 이미 국내 다수의 제조, 유통 대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과도 라이브 커머스 솔루션 공급을 진행하며 B2B 분야도 당당한 사업의 한 축으로 키우고 있다. 해당 기업에 개발 인력이 없어도 초기구축비와 월 정액 요금만 내면 클라우드 방식의 간단한 연동절차를 거쳐 라이브 커머스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그립 론칭 당시 코오롱,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SSG 닷컴, 신세계 배화점, 현대백화점 등 약 30여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이베이 재팬과 계약을 통해 큐텐 재팬에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립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한 라이브 커머스 방송만이 아니에요. 사스(SaaS, Software as a Service), 즉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고객사에게 제공하는 B2B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립이 추구하는 방향은 B2C라기보다 D2C(Direct to Consumer)라 할 수 있어요. 기존 전통적인 유통 방식에서는 여러 단계를 거치며 발생하는 수수료와 마진으로 인해 생산자와 제조사가 적정 수익을 확보하면서도 고객에게 좋은 상품과 가격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구조였죠. 하지만 저희 같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하면 생산자나 제조사가 직접 나서 광고, 홍보는 물론 판매까지 한번에 할 수 있죠. 이를테면 총체적인 마케팅 툴인 셈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B2C라기보다 D2C가 더 저희 업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D2C의 개념은 직접 그립을 경험해 보는 순간 알 수 있다. 현장감 있는 방송 속에서 판매와 구매는 시간, 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어 이뤄지고 있다. 그립이 지향하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팔 수 있다(Everyone can sell)의 의미가 비로소 체감되는 순간이다.

그립은 상품이나 판매자를 가리지 않으며 소비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 팬덤이 형성되며 개별 커뮤니티까지 생겨나는 상황이다. 라이브 커머스에 기반한 커뮤니티 플랫폼은 그립이 꿈꾸는 다음 스텝이다.

‘소비의 주체가 달라졌다’ 그립의 선택은 라이브 커머스 2.0’

유통과 소비의 최신 트렌드 정점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커머스인 만큼 소비 주체의 변화에 대해서도 그 체감도가 남다르다. 이미 수년 전부터 부상하던 ‘MZ세대’는 이제 유통이 흐름 자체를 바꾸는 소비의 주체가 됐다는 것이 김 팀장의 생각이다.

“저희가 주목하는 것은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를 중심으로 모바일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익숙한 시대가 됐다는 거예요. 두 번째로는 그로 인해 콘텐츠의 유형이 디바이스에 최적화되고 있다는 거죠. 그립이 화상 통화 느낌의 세로형 영상 방송을 적용한 이유예요. 세 번째로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신뢰와 팬덤을 쌓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죠. 유튜브 등의 뒷 광고가 문제가 됐다면 라이브 커머스는 대놓고 하는 앞 광고에요. 투명하고 공정하죠. 판매자는 직접 물건을 사용해보고 옷을 입어보며 시청자가 된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방송을 진행해요.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의 단골 매장을 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죠. 여기에 고객들이 좀 더 머무를 수 있는 부가적인 기능들이 추가되며 그립만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이 하나하나가 톱니바퀴가 되어 연결되며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그립은 자체적인 노하우와 문화를 형성하며 라이브 커머스가 가진 잠재력을 체감하고 있다. 초기 영상과 상품을 물리적으로 연계한 것이 라이브 커머스 1단계였다면 이제 그립이 추구하는 것은 고객과 셀러·그리퍼 간에 신뢰와 소통에 기반한 팬심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현재 저희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라이브 커머스는 기존 홈쇼핑이나 이커머스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라이브 커머스를 ‘모바일화 된 홈쇼핑’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저희는 최초 서비스 시작 당시부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유저층도 다르고 플랫폼 내에서 그들이 취하는 행동 패턴도, 소구점도 달라요. 모든 것이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팬심 기반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물론 기본적으로는 상품도 좋아야 하지만 결국 결정적인 것은 소비자는 자신과 소통하는 판매자에 의해 구매를 확정한다는 거예요.”

이른바 ‘믿고 산다’는 것이 그립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보이는 독특한 패턴이다. 이는 평균 시청자 수 대비 25%에 달하는 구매 전환율로도 확인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반품률이 1%도 안된다는 점이다. 김 팀장이 왜 그리 ‘신뢰’를 강조하는 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듯하다.

스마트폰 화상 통화의 느낌을 주는 세로형 라이브 커머스는 그립이 최초로 시도한 것이다.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영상은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이렇듯 라이브의 형식을 빌려 영상이나 방송을 통한 상품 판매가 라이브 커머스 1.0이라면 그립은 이제 자사만의 라이브 커머스 2.0을 향해 가고 있다. 상품과 콘텐츠, 방송 기술 중심으로 진행됐던 라이브 커머스는 1.0 단계를 벗어나며 사람 중심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연계한 라이브 커머스의 다음 버전의 지향점은 놀랍다. 이를테면 그립의 라이브 커머스 2.0은 ‘확장’과 ‘융합’을 모색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이제 태동기라고 생각해요.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까지는 시장에 형성돼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검증 받아야 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죠. 하지만 라이브 커머스의 가능성은 이미 수십, 수백조 시장으로 커가고 있는 중국 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봐요. 앞으로는 어떻게 어떤 식으로 해야 잘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죠. 국내에서는 태동기라고 하지만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향후 라이브 커머스는 이커머스를 넘어 전체 오프라인까지 합쳐진 유통의 큰 축이 될 거라고 봅니다.”

김 팀장이 말하는 것은 라이브 커머스가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O2O(Online to Offline), 더 나아가 O4O(Online for Offline,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미래다. 실제 그립 플랫폼의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는 그런 현상이 이미 감지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판매자와 방송을 보고 소통하는 것을 넘어 특정 셀러를 대상으로 그들만의 팬덤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개별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립이 나갈 방향을 더욱 뚜렷하게 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시작된 소통이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 내에서 맵 기능을 제공한다면 위치 기반 방송을 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이용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판매자를 만날 수도 있는 거죠. 방송으로 소통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고요. 지금 저희 유저들 사이에서 일어는 재미있는 현상이 셀러(판매자)가 너무 좋아서 팬이 되고 팬들끼리 모여 오픈 카톡방을 만들기도 하고 줌으로 회의를 하기도 해요. 그런 것을 보면서 저희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죠. 이를 바탕으로 향후에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볼 계획입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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