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만난 사람] 이윤지 세샤트 대표, “대학생들 입소문 자자한 ‘필기 가능한 전자책 플랫폼’ 만든 이야기, 들어 보실래요?”

새해가 됐지만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시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에 입주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의 오늘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고 간 지난 3년의 기간 동안 우리의 삶은 참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특히 이 기간 대학을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며 선·후배, 동기들과 어울리는 학교 생활을 제대로 경험할 수가 없었다. 이는 공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되며 노트북과 태블릿은 필수품이 됐다. 급격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전자책을 활용한 공부 방식 역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전자책은 필기를 하며 공부하는 방식과는 뭔가 맞지 않았다. 보통의 책이라면 중요한 내용에 ‘밑줄 쫙, 별표’가 기본, 강의 내용을 필기할 수 있었지만, 편리함을 앞세운 전자책이 오히려 이전까지 당연했던 공부 방식을 어렵게 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필기가 가능한 전자책 플랫폼 '노팅'은 기존 전자책의 한계에 불편함을 느끼던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지=세샤트)

궁즉통(窮則通)이라 했던가. 2021년 6월 스타트업 세샤트가 개발해 선보인 필기 가능한 전자책 플랫폼 ‘노팅’의 등장은 이러한 불편함을 느끼던 학생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별도의 필기 앱 없이도, 전자책 위에 필기할 수 있으면서, 복잡하지 않고 ‘필기의 기본’에 충실한 플랫폼의 등장은 곧 입소문을 탔다. 범용의 필기 서비스와 달리 수험서와 교재 등 전문지식 중심의 전자책을 다뤘다는 점도 주효했다. 기존 전자책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전공서적, 교재, 각종 시험 준비를 위한 수험서 등을 전자책으로 보면서 문제풀이까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버전 없이 애플 아이폰 기반의 iOS 버전만 있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노팅은 1년여 만인 지난해 8월, 1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놀라운 것은 그 효용성이 알려지며 이달 현재 누적 17만 다운로드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10만 다운로드 달성에 걸린 시간의 절반 정도에 20만 다운로드도 어렵지 않은 셈이다.

이렇듯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그간 저작권 등의 문제로 제휴를 주저했던 출판사들의 입장도 바뀌고 있다. 그 외에도 세샤트는 애듀윌, 해커스, 웅진씽크빅 등 쟁쟁한 교육기업과 계약에 나서는가 하면, 미국 교과서 전문 기업인 맥글로힐 애듀케이션(McGraw-Hill Education)과도 협력을 논의 중이다. 지난 성과를 뒤로하고 2023년,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세샤트의 ‘필기 가능한 전자책 플랫폼, 노팅’, 그 시작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봤다.

기록의 본질에 집중한 노팅의 연 이은 성과

이윤지 세샤트 대표. (사진=세샤트)

“이집트 기록의 신 이름이 ‘세샤트’에요. 기록, 즉 필기가 학습의 가장 의미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회사명으로 정했죠.”

마루360에서 만난 이윤지 세샤트 대표는 지난 성과를 돌이키는 것으로 말문을 열였다. 지난해 초 노팅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세샤트는 당근마켓, 클래스101, 숨고 등의 성공한 스타트업에 투자한 미국 소재 벤처캐피털(VC) 스트롱벤처스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록 iOS 버전만이 나온 상태지만 이용자가 급증하며 애플 앱스토어에 ‘오늘의 앱’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여러 차례 추천앱으로 꼽히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 무렵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 창업 투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되며 자금 확보와 함께 안정적인 운영 동력을 얻었다. 아산나눔재단의 ‘마루360’에 입주하게 된 것도 기억에 남는 순간 중에 하나다.

마루360에서 입주 스타트업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소통 공간. (사진=테크42)

“마루360 입주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산나눔재단 매니저님들의 지원과 관심이예요. 특히 입주 스타트업 간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커뮤니티 형성과 네트워킹에 신경을 많이 써 주셨죠. 덕분에 비슷한 시기에 창업을 한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며 유용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어요. 지난해 팁스 선정될 수 있었던 것도 마루를 통해 연결된 커뮤니티 안에서 도움을 받은 덕분이에요.”

대기업 그만두고 만든 노팅 플랫폼, 출판사 영업까지 뛰며 180건 계약 따내

현재의 성과를 마주하며 이 대표에게는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처음 창업을 결심했던 것은 대학에 입학할 무렵이었다. 애플의 CEO였던 스티븐잡스, 최고디자인책임자였던 조너선  아이브에 영향을 받기도 했고,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던 MP3의 등장을 경험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덕분에 당시 이 대표는 전공으로 산업디자인을, 부전공으로는 경영학을 선택했다.

“제가 고등학교 무렵부터 창업가들 중에 산업디자이너 출신이 많았어요. 그래서 창업을 하려면 엔지니어링 분야 보다는 산업디자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거죠(웃음). 경영 역시도 향후 창업을 할 때를 대비해 ‘미리 공부해 둬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졸업 후 그녀는 LG전자 디자이너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이 역시 창업을 위한 경험을 쌓기 위한 선택이었다. 4년여를 디자이너로 일한 뒤에는 신사업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창업을 꿈꿨던 그녀에게는 그 모든 것이 미래를 위한 경험으로 차곡차곡 쌓여갔다.

노팅은 애플의 앱스토어 오늘의 앱에도 선정되는 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지=세샤트)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입사 연수, 신입사원 교육, 업무 진행 방식, 조직 운영에 대해 ‘내가 창업을 한다면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살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디자이너 조직은 일반 팀에 비해 더 자유로운 분위기이기도 했고, 문화적인 측면도 회사에서는 신경을 많이 써줬던 것 같아요. 이 모든 것이 세샤트를 창업할 때 도움이 됐죠.”

그렇게 5년여의 회사생활 속에서 그녀의 창업에 대한 꿈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우선은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퇴근 후 시간을 투자해 ‘노팅’의 아이템을 가지고 유튜브에서 나온 정보를 참고해 정부지원사업을 준비했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기까지 10개월가량이 걸렸다. 1차 목표가 달성된 후 이 대표는 미련 없이 퇴사를 선택했고, 본격적으로 노팅의 MVP(최소요건제품)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획과 디자인은 제가 하고 프리랜서 개발자를 찾아 MVP를 만들기 시작했죠. 그 마저도 비용이 충분치 않았고, 더구나 제가 기획자 출신이 아니라 때론 터무니없는 요청을 하기도 했지만(웃음), 그래도 개발자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만들 수 있었어요.”

MVP가 나온 이후에는 이를 적용할 전자책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것 만큼은 뾰족한 답이 없었다. 이 대표는 “무작정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직접 찾아가기도 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아무런 레퍼런스가 없이 첫 계약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노팅에서 사람들이 선호 할 만한 콘텐츠가 있는 출판사라면 앞뒤 안 가리고 찾아갔죠. 때로는 방문 판매원 취급을 받기도 하면서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기도 했고요(웃음). 그렇게 10건의 계약을 만들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점점 쉬워지더라고요. 처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피하셨던 출판사였는데, 나중에는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 계약이 되기도 하더군요.”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비결은 ‘단순함’, 글로벌 서비스로 진화 모색

노팅의 특징은 문제집, 수험서 등에 필기는 물론 직접 문제 풀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세샤트)

노팅은 지금에 비해 오히려 초기 MVP 버전에서 꽤 다양한 기능들이 들어갔다. 이 대표는 “개발적인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기획할 때 시행착오”라고 털어놨다.

“MVP를 만들고 출판사를 돌아다니며 설득을 하는 과정을 거치며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는데까지 꼬박 1년이 걸렸어요. 그 즈음 팀빌딩도 마무리되며 초기 멤버로 저를 포함해 CTO와 디자이너, 마케터로 구성된 팀이 꾸려졌죠. 그러면서 노팅의 본질적인 기능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초기 MVP는 ‘내 필기를 공유를 하고 싶다’ ‘내 파일도 올려서 필기를 하고 싶다’ 등 다양한 VOC(Voice of Customer)를 모두 반영했어요. 그러다 보니 중구난방이 돼 버렸는데, 저희끼리는 그걸 ‘노팅의 욕망 버전’이라고 불렀죠(웃음). 그래서 이후에는 사람들이 꼭 필요로 하는 기능만 두고 나머지는 단계를 나눠서 장기적인 플랜으로 덜어 냈어요. 학습에 최적화된 전자책 플랫폼, 학습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전자책 솔루션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죠.”

과했던 기능을 덜어내니 사용자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돌아왔다. ‘혁명이다’ ‘사용하기 편하다’ ‘너무 좋아서 지인들에게 영업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기능을 넣고 빼고 하는 문제에 관해 팀원들 간에 팽팽하게 의견이 나뉠 때도 있다”며 “그럴 때마다 결론이 날 때까지 끝장 토론을 하기도 했지만, 유저 인터뷰를 통해 실제 20대 대학생들의 니즈를 알게 되면서 순식간에 타협이 됐다”고 지난 에피소드를 털어 놨다.

세샤트의 팀원들. 이윤지 대표와 팀원들은 치열한 논의를 통해 노팅의 방향성을 잡아 나가고 있다. (사진=세샤트)

“저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플랫폼이니 만큼 새로운 기능은 빨리 개발해 보여주고 반응에 따라 지속할 지 뺄 지를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른 팀원들은 신중하게 예측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문제는 둘 다 20대 대학생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거죠(웃음). 따지고 보면 저희도 아이패드로 공부를 한 세대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태블릿 하나쯤은 기본으로 갖고 있는 세대죠. 그러다보니 전자책이나 결제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저희 예상과는 너무 달랐어요. 그 후로부터는 유저 인터뷰를 통해 여러 사항들이 많이 합의됐던 것 같아요.(웃음).”

세샤트의 지난 과정에서 다시금 주목할 점은 글로벌 VC인 스트롱벤처스의 투자를 받았다는 점이다. 투자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교과서 전문 기업 맥글로힐 애듀케이션의 관심도 이러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외에서 점차 높아지는 노팅에 대한 관심을 실감한 이 대표는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여러 계획들로 말을 이어갔다.

“초기에는 출판사 영업 조차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학생들에게 노팅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먼저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주시는 교육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맥글로힐 애듀케이션 역시도 노팅과 같은 솔루션을 찾던 끝에 저희에게 연락을 주셨던 거였고요. 특히 의학을 비롯해 공학, 경영, 통계 분야에 노팅의 수요가 높을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이런 반응을 접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과 관련한 인사이트를 얻고 있죠. 또 향후에는 B2C 뿐만 아니라 B2B 사업도 고려하고 있어요. 우선 올해는 노팅의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 웹 서점 오픈 등에 집중하려 해요.”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재차 ‘학습할 때 제대로 쓸 수 있는 전자책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세샤트의 미션을 언급하며 각오를 다졌다. 상반기 중에는 시리즈 A 투자 유치도 진행 할 예정이다. 지금의 성과가 있기까지 이윤지 대표와 세샤트 팀의 고군분투기를 한참 듣고 나니, ‘노팅의 성공 스토리’는 이제부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절로 떠올랐다. 어쩌면 전자책으로 공부하는 모든 학생들이 당연하게 노팅을 이용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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