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만난 사람] 진실 커즈 대표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로 실감 콘텐츠의 한계 뛰어넘을 것”

새해가 됐지만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시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에 입주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의 오늘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왼쪽부터) 진샘 커즈 CTO, 진실 커즈 대표. (사진=커즈)

커즈(CUZ)는 아티스트와 개발자로 구성된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아트 스타트업이다.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와 CG/VFX 애니메이션,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기반으로 승부하는 커즈는 2020년 4월 디자이너 출신의 진실 대표가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했다. 초기 멤버는 단 4명, 아티스트인 진실 대표와 그의 동생인 진샘 CTO를 비롯한 기획자가 전부였다.

하지만 예술과 기술의 실험적 융합을 넘어서 완성도까지 추구한 커즈의 도전은 여느 스타트업과 결이 달랐다. 특히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작업을 이어간 점은 더욱 주목받았다. 착시의 원리를 활용한 아나모픽 기법에 XR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 된 커즈의 환경 캠페인은 놀라운 시각적 효과를 선사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커즈가 지난해 2월 ‘ASIA DESIGN PRIZE 2022(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대상을 수상한 미디어 아트 ‘LOVE EARTH, SWITCH OFF (지구를 살리는 어둠)’ . (이미지=커즈)
커즈가 지난해 2월 ‘ASIA DESIGN PRIZE 2022(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대상을 수상한 미디어 아트 ‘LOVE EARTH, SWITCH OFF (지구를 살리는 어둠)’ . (영상=커즈)

스타트업 단계에서 구현하기 힘든 기술력과 예술력을 겸비한 커즈의 실력은 지난해 다양한 성과로 입증되기도 했다. 그 시작은 지난해 2월 개최된 ‘ASIA DESIGN PRIZE 2022(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였다. 커뮤니케이션 분야 대상을 수상한 것이었다. 무려 세계 29개국에서 1830개의 작품과 경쟁해 얻은 성과였다. 이는 앞서 2021년 10월, 스타필드 하남에서 진행된 ‘LOVE EARTH, SWITCH OFF (지구를 살리는 어둠)’ 캠페인을 통해 선보인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얻은 성과였다. 이 작품은 그해 12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도 전시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놀랍게도 커즈는 이 작품으로 2개월 후인 지난해 4월 다시금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iF 디자인 어워드는 미국의 IDEA,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꼽히는 권위를 자랑한다.

4살 터울의 자매가 합심해 만들어 낸 ‘예술’과 ‘기술’의 융합

진실 커즈 대표(오른쪽)는 '초췌한 모습'을 인터뷰에 공개할 수 없다며 동생인 진샘 CTO와 함께 별도의 사진을 다시 촬영해 보냈다. 이를 통해 완벽을 추구하는 두 사람의 마인드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커즈)

아산나눔재단의 창업 플랫폼 ‘마루 360’에서 만난 진실 커즈 대표는 꽤 초췌한 모습이었다. 알고보니 모 호텔의 디지털 사이니지 테스트로 철야를 한 직후였다. 디자인을 전공한 진 대표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로 10여년 간 다양한 대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이지만, 올해부터는 홍익대학교 디자인 박사 과정을 시작해 다중 인터랙션 실감미디어 콘텐츠와 관련된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함께 자리한 진샘 커즈 CTO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문화기술을 전공한 컴퓨터 그래픽스 전문가다. 학업을 마치고 LG CNS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진 CTO는 진 대표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다. 어린 시절부터 죽이 척척 맞던 4살 터울의 자매가 뭉쳤으니 ‘척하면 탁’ 이심전심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자매는 밤낮없이 일에 몰두했고 하나 둘 성과를 만들어 나간 것이다. 지난 시간을 떠올리는 진 대표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맺힌다.

“저랑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잘 맞았어요. 공부를 할 때도 그렇고 커서도 각자의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서로 도우며 지내왔죠. 커즈를 창업할 당시에도 당장 개발자가 필요해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동생은 주저 없이 힘을 보태 줬어요. 보통 저희처럼 예술과 기술 분야를 융합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다보면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생기는데, 동생과 저 모두 일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고 스타일도 잘 맞아서 기획 단계부터 잡음없이 무난하게 일이 진행됐죠. 그런 점이 작품의 완성도로 연결 된 것 같아요.”

커즈의 작업이 남다른 이유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사회적 가치를 더했다는 점이다. 진 대표는 이를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디지털과 사람을 이어주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에 도전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아름답고, 특별하고 영감을 주는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커즈가 선보인 광화문 대학민구역사박물관 미디어 파사드. (이미지=커즈)

이를 실현하기 위해 커즈는 창업 후 매년 공공 ESG 프로젝트를 공개해 왔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나는 환경문제를 풀어낸 AR포스터 전시 'The Other Side'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불을 끄는 작은 실천이 만드는 대자연의 재생을 표현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전시 'LOVE EARTH, SWICH OFF(지구를 살리는 어둠, 이 전시는 앞서 언급한 글로벌 어워드 수상작이 됐다)'을 발표했다. 커즈는 지난해 역시도 신재생 에너지를 알리는 Energy Utopia(에너지 유토피아)를 공개하며 이와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일련의 작업을 통해 진 대표가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커즈는 문화의 힘, 특히 디지털 콘텐츠의 힘을 믿어요. 메세지를 담은 콘텐츠는 보다 친근하게 또 어느 순간에는 날카롭게 사람들의 인식에 접근해 그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하거든요. 커즈가 생각하는 가치는 이렇게 콘텐츠를 통해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양보할 수 없는 완성도, 커리어에 대한 욕심은 필수

스타트업으로서 커즈 역시 함께할 구성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 대표를 비롯해 진샘 CTO 역시 고수하는 것은 ‘커리어에 대한 욕심’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 스스로 ‘작품’이라고 칭하는 결과물의 완성도는 스타트업이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최근 이어진 글로벌 어워드 수상 역시 그런 고집스러움 덕분이 아닐까 싶다. 진실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스타트업계에서 최근 저희가 만들어 나가는 성과는 이례적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혹은 기적이라고도 하죠. 저는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실력도 필요하지만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마음가짐만 확고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아산나눔재단 마루 360 스타트업 업무 공간. 진실 커즈 대표는 마루360에서 "여러가지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아산나눔재단)

함께한 진샘 CTO 역시 “최고의 퀄리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욕심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함께할 구성원을 찾을 때도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4명으로 출발한 커즈의 구성원은 이제 12명으로 늘어났다. 아쉬운 것은 곧 마루를 떠나야할 시기가 다가온다는 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루에서 얻은 경험도 적지 않았다. 진 대표는 “답을 찾을 수 있는 계기들이 굉장히 많았다”며 마루에서의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

“같은 입장의 스타트업들이 함께하며 소통하다 보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그 전에는 저희끼리만 고민하던 것도 마루에서는 의견을 나누며 조금 더 좋은 방향을 발견할 수 있었죠. 두 번째로는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좋은 시설을 꼽을 수 있어요. 밤을 새고 일할 때도 안전함을 느낄 수 있죠. 마지막으로는 아산나눔재단 매니저님의 관심과 지원이에요. 스타트업이 뭘 하는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중 방법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계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앞으로 만들어 갈 커즈의 ‘또 다른 이야기’

커즈는 지난해 전년 대비 60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매출액 자체는 큰 기업에 비교 할 바는 못되지만 올해 더 큰 성장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진 대표는 “마루(마루360)에 와서 이뤄낸 성장”이라며 새해를 맞아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계획들을 털어 놨다.

“최근까지도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에 대해 단순히 ‘영상 콘텐츠’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어요. 하지만 대형 영상과 일반 광고 영상은 해상도가 다르다는 것 외에도 투입되는 기술이나 노하우가 전혀 다르죠. 대형 영상에서 착시를 일으키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높은 해상도와 더불어 디테일을 살려야 하거든요. 이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를 건물 외벽에 설치하면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가 되고 내벽이나 내부 공간으로 가져가면 ‘미디어 아트(Media art) 전시’가 되죠. 저희는 초기에 미디어 파사드 위주로 진행하다가 지난해부터 점차 미디어 아트 전시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난 2021년 12월 뉴욕 타임스퀘어에 공개된 커즈의 미디어 파사드 작품. (사진=커즈)
커즈가 지난해 하노버메세에서 선보인 미디어아트. 제약 사항이 많은 단기 전시에서도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며 호평을 얻었다. 커즈는 디지털로 표현되는 모든 실감 미디어 콘텐츠로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커즈)

지난해부터 시작해 특히 올해, 커즈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넘어선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진 대표는 “디지털로 표현되는 모든 실감 미디어 콘텐츠가 커즈의 작업 대상”이라며 “특히 커즈가 강점을 가진 대형 실감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높은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커즈는 이미 대기업 등의 파트너사와 함께 올해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제주도에 약 5000㎡(약 1500평) 규모의 미디어 아트 전시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미디어 아트 전시관은 향후 상설 전시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커즈는 장기적으로 투자 유치를 통해 진행하는 미디어 아트 뮤지엄을 기획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 대표가 홍익대학교 디자인 박사 과정을 시작하는 것도 이러한 계획들을 보다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다.

“미디어 아트에는 다양한 중요한 요소가 있어요. 그 중 하나가 다중 인터랙티브를 꼽을 수 있는데, 이것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어포던스(affordance, 행동유도성 ‘어떤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와 이머시브(immersive, 몰두하다라는 의미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의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그래서 박사 과정에서는 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보려고 해요.”

이와 관련 함께한 진샘 CTO 역시 “실감 미디어 콘텐츠의 경험을 대중들이 잘 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노력”이라며 “향후 그 연구 결과는 미디어 아트 뮤지엄을 추진하는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니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커즈는 올해 해외 법인 설립과 미디어 아트 기업으로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각 대학들과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MOU도 진행 중이다. 우수한 인재라면 대학 학비도 전액 장학금으로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진 대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글로벌 어워드를 통해 성과를 입증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커즈가 언급한 계획들을 세어보니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자매는 올해 역시 지난 시간들과 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바빠질 듯하다. 그래도 분명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그 결과는 ‘완벽하고, 놀라울 것’이라는 점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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