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만난 사람] 최재원 헬퍼로보틱스 대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로봇을 만듭니다”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시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에 입주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의 오늘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헬퍼로보틱스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자체 기술로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미지=헬퍼로보틱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기술의 발달은 산업 각 분야의 로봇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적어도 제조업 생산 공장을 비롯해 물류 분야에 적용되는 로봇 기술의 수준은 이미 상당 부분 인간을 대체할 정도다.

최근에는 공항을 비롯해 식당 등에서 안내와 서빙을 담당하는 로봇까지 등장하며 일상 생활 속에 로봇을 목격하는 일들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운용되는 서빙 로봇의 경우 아직은 유용함보다는 고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여전히 관리자 격의 사람이 로봇의 움직임을 살피고 오류를 체크해야 한다.

그러한 이유로, 개점 초기 고객의 이목을 끌기 위해 도입된 서빙 로봇들 중 상당 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 한 켠에 멈춰진 상태로 애물단지가 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헬퍼로보틱스는 이렇듯 호기심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서빙 로봇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년의 연구개발을 통해 구축한 자사만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수를 던지는 로봇 스타트업이다.

헬퍼로보틱스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자체 기술로 구축했다는 점이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자율주행 기술 대신 AGV(Automatic Guided Vehicle, 무인운반차) 기술을 적용하고, 지정된 트랙과 커버를 통해 크기와 구조가 제각각인 모든 매장에 최적화된 동선으로 커스터마이징하는 방식을 적용, 효율성을 극대화 했다. 더구나 현재 국내 서빙 로봇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산 대비 3분의 1가량으로 비용을 낮췄다는 점은 놀라울 따름이다.

서빙은 시작일 뿐, 농장, 물류 로봇으로 연결되는 밸류체인 만들 것

최재원 헬퍼로보티스 대표는 “로봇 제작이나 트랙, 운영 시스템 등을 모듈화해 통합했다”며 자사 서빙 로봇 '에스비'의 특징을 설명했다. (사진=테크42)

마루360에서 만난 최재원 헬퍼로보틱스 대표는 “지난해 비대면 매장 맞춤형 서빙 로봇 ‘에스비’를 선보이기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했다”며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서빙 로봇이라는 아이템을 생각했던 것은 2018년 무렵이었어요. 당시에도 자율주행 기술은 있죠. 고민은 했어요. 자율주행과 AGV 방식 중 선택을 해야 했을 때 저는 명확하게 시장의 환경에 집중했어요. 결국 로봇은 일손을 덜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고, 점주 혼자서도 매장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자율주행 방식은 손님이 붐비는 피크 타임에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었죠. 또 기술 자체도 한계가 있어 결국 점주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고요.”

대개의 요식업에서는 테이블 수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점주들은 동선을 최대한 좁게 설정하고 테이블을 놓는 경우가 많다. 최 대표는 ‘움직임이 큰 자율주행 로봇은 이러한 국내 서빙 환경에 걸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는 전혀 다른 방식의 서빙 로봇을 구상했다.

헬퍼로보틱스는 AGV(Automatic Guided Vehicle, 무인운반차) 기술을 적용하고, 지정된 트랙과 커버를 통해 서빙 로봇이 이동하도록 해 크기와 구조가 제각각인 모든 매장에 최적화된 동선으로 커스터마이징하는 방식을 적용, 효율성을 극대화 했다. (이미지=헬퍼로보틱스)

“여러가지 제약이 많은 환경이라면 차라리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서 로봇이 움직이는 트랙을 설치하고 주방 안에서 이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잇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확실히 서빙 일손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로봇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임베디드가 중요한데 그 부분을 저희는 모두 자체 개발했죠. 현재는 로봇은 물론 주방에서 제어할 수 있는 테블릿 앱과 관제 시스템도 모두 구축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헬퍼로보틱스의 기술들은 어떤 매장이라도 그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최 대표는 “로봇 제작이나 트랙, 운영 시스템 등을 모듈화해 통합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최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든 생각이 ‘비용’이다. ‘이 방식이라면 단일 로봇 제품을 납품하는 것에 비해 설치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을 텐데…’ 하지만 이내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현재 중국산 자율주행 로봇 가격이 대당 2000만원 대로 형성돼 있어요. 저희는 그 가격에 3분의 1로 도입이 가능하게 했어요. 서빙 로봇을 비롯해 트랙까지 모두 포함된 금액입니다. 자체 개발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각 매장에 최적화된 동선과 트랙 배치, 기구 배치를 했기에 가능했죠. 처음에는 그런 노하우가 없다 보니 점포를 내고 외식 브랜드를 저희가 직접 운영하며 실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연신내 ‘더피플버거’에 도입된 서빙 로봇 '에스비' (사진=헬퍼로보틱스)

실제 헬퍼로보틱스는 서울 은평구 연신내에 ‘더피플버거’라는 수제버거&펍 매장을 내고 자사의 서빙 로봇 ‘에스비’를 도입했다. 실증과 더불어 적용 사례를 직접 만들어 낸 것이다. 최 대표는 “더피플버거 브랜드는 테스트배드를 넘어 서빙 로봇이 기본 적용된 프렌차이즈로 키우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현재는 신생 매장 뿐 아니라 기존 매장에서도 테이블 배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빈 공간에 트랙을 배치하는 것 만으로도 설치가 가능하게 했어요. 그도 안될 경우에는 천장형으로 설치도 가능하도록 확장했고요. 평균적으로 요식업에서는 트렌드에 맞춰 2~3년 사이에 한 번씩 리모델링이나 업종 전환을 하는데, 그때를 이용해 설치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죠. 그런 것을 감안하면 전체 자영업의 약 70% 정도에 적용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헬퍼로보틱스는 최근 국내 각 프렌차이즈 브랜드와 제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주주로도 참여하는 ‘T오더’와는 오프라인 매장 DB를 공유하고 있다. 테블릿 메뉴판 주문 플랫폼에 있어 T오더가 확보한 점유율은 70% 수준이다. 그 외에도 자영업자 유튜버로 60만 구독자를 보유한 ‘휴먼스토리’ 채널 역시 헬퍼로보틱스의 주주로 참여하며 온라인 영업 DB를 공유하고 있다. 시장 분석과 공략법은 이미 완료됐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올해 헬퍼로보틱스는 올해 30억원의 매출 목표를 수립했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헬퍼로보틱스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로 “서빙 로봇을 시작으로 여기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자-물류-매장’을 연결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외식업의 서빙 로봇에 집중하고 있지만, 농장과 물류에 적용하는 로봇 기술 개발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향후 2년 내에 기술 상용화를 통해 외식업 매장의 관제 시스템에서 얻은 데이터로 식자재 수요와 농장의 공급량을 분석하고 물류까지 연결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려 합니다.”

‘로봇의 시대가 열린다’는 믿음으로 시작한 창업의 길

최 대표는 대학원 시절 MR 머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하드웨어 로봇 개발 스타트업의 코파운더로 참여하기도 했다. (사진=헬퍼로보틱스)

최 대표가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도한 것은 한양대학교 대학원 창업융합학과에 1기로 입학하면서부터였다. 이전까지 창업과는 전혀 무관한 길을 걸어왔던 그에게 경영과 기술을 동시에 습득할 수 있는 대학원 과정은 최적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그는 MR 머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하드웨어 로봇 개발 스타트업의 코파운더로 참여하기도 했다.

“학부 시절에는 공학이나 경영과 전혀 무관한 공부를 해서, 쉽진 않았어요(웃음). 부족한 부분은 독학으로 매웠고, 다행히도 대학원에 공대 교수님이 많으셔서 여러가지 자문을 받을 수 있었죠. 지금도 교수님을 어드바이저로 모시고 있고요.”

하지만 로봇 개발은 적잖은 자본과 기술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스타트업으로서 진입 장벽이 높은 셈이다. 그 역시도 앞서 두 번의 코파운더 경험을 통해 보통의 경우보다 3~4배 이상 인력과 자본이 필요한 로봇 분야의 현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세 번째 도전 역시 로봇 개발을 택한 이유는 뭘까?

“2018년 무렵 우연치 않은 기회로 이용덕 엔비디아 지사장님을 뵌 적이 있어요. 그때 엔비디아의 가장 큰 이슈는 중국에 AI 팩토리를 만드는 거였어요. 지사장님을 만나 뵙기 전에 엔비디아는 제게 그래픽 카드를 만드는 기업 정도로 다가왔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이미 주력 사업을 AI 반도체로 정하고 있었던 거죠. 여러 질문과 답변을 통해 결국 엔비디아가 목표로 하는 것은 로봇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로봇 시장이 도래할 것이라 예측하고 전략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지금부터 준비해서 시작해야 늦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후 헬퍼보로틱스의 도전은 앞서 언급한 대로 진행됐다. 2년여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치며 최 대표가 집중한 것은 사용자 친화적인 접근이었다. 사무실도 없이 대학원 로비와 커피숍에서 시작한 연구개발을 통해 MVP(최소기능제품)를 6개월만에 만들어 냈다. 최 대표는 “돌이켜보면 가장 힘든시기였지만, 그때만큼 재미있었던 적도 없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왼쪽 위부터)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에스비' 모델. PC방에 적용되는 서빙 로봇 시제품들, '에스비' 후면. (사진=헬퍼로보틱스)

“사용자 관점을 고려하며 2년 사이 개선을 거듭해 로봇 모델을 10번 정도 바꿨어요. 2021년 시양산을 하기 전까지, 연구개발 당시에는 테스트 모델을 3D 프린터로 자체 제작을 했어요. 매장을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그것을 적용하다 보니 그렇게 됐죠(웃음). 일단 외식업에 적용되는 서빙 로봇은 한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점주들은 절대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어요. 원격 관제 시스템을 적용한 이유도 그 때문이죠. 전국 어느 매장의 로봇이라도 약간의 이상증세가 발생하며 선조치를 할 수 있게 했어요. 로봇을 소형화한 것도 택배로 쉽게 보내고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예요. 그리고 리퍼 방식을 적용해 항상 여분의 로봇을 매장에 대기시켜 놓도록 했습니다. 그래야 즉각적으로 교체가 가능하니까요. 또 관제 시스템에는 테블릿 오더와 키오스크, 배달 앱, 무인화 보안 시스템까지 연동돼 있죠. 그렇게 기술 특허, 디자인, 상표출원을 한 것이 16건 정도 됩니다.”

연이은 성과, 글로벌 진출도 머지 않아  

최재원 대표와 헬퍼로보틱스 구성원들. (사진=헬퍼로보틱스)

헬퍼로보틱스는 최 대표를 비롯해 대학원에서 만난 CTO, COO 셋이서 시작했다. 최 대표는 “개발에 소요된 2년동안 영혼만 가지고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17명의 직원으로 늘어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명의 코파운더들은 최소한의 식대만을 쓰며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2년여 동안 헬퍼로보틱스는 중소벤처기업 창업진흥원 예비창업패키지 최우수 기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공기술기반 시장연계 창업 탐색 우수기업, CJ 라이브시티 오픈이노베이션 우승, 한국 로봇산업진흥원 시장 실증사업 선정, 청년창업사관학교 12기 우수기업, 농식품 기술창업 엑셀러레이터 선정, K글로벌 엑셀러레이터 선정,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 선정, 팁스프로그램 선정이라는 성과를 연이어 만들어 냈다. 서빙 로봇 ‘에스비’의 굿디자인 어워드 수상도 그 중 하나다. 이는 국내 로봇 스타트업 제품으로는 최초로 알려져 있다.

헬퍼로보틱스는 제휴를 맺은 외식 기업들과 함께 내년 하반기 '더티프라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헬퍼로보틱스)

헬퍼로보틱스는 다음달 무렵 제휴를 맺은 외식 기업, PC방 프렌차이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서빙 로봇 ‘에스비’가 설치된 매장을 선 보인다. 5월경에는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추가해 고객과 서빙 로봇의 인터렉션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제휴를 맺은 외식 기업들과 함께 ‘더티프라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미국 LA를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물론 헬퍼로보틱스의 서빙 로봇과 관제 시스템이 기본 장작 된 브랜드다.

인터뷰 말미, 최 대표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로봇을 만들자는 목표로 달려왔다”며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힘겨웠던 데쓰벨리를 넘어 성장의 계단에 발을 들여 놓은 헬퍼로보틱스, 그리고 최 대표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헬퍼로보틱스라고 이름을 지을 때부터 사람을 돕는 로봇을 목표로 했어요. 서빙 로봇은 시작일 뿐이죠. 저희가 만든 로봇이 더 많은 분야에 헬퍼가 된다면, 미래는 ‘사람이 좀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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