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배양한 "커피 한 잔 할래요"···인공재배 이유는?

실험실에서 재배한 커피로 라떼 한잔을 만들어 즐길 수 있을까? 이젠 가능하다.

핀란드 과학자들이 자연에서 재배한 커피와 같은 맛과 향을 맛을 내는 사상 최초의 유전자 조작(세포 배양 방식) 커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이달 중순 발표했다.

자연 재배 커피 수준의 맛과 향을 가졌다는 이 실험실 재배 커피에 대해 알아본다.

▲핀란드 VTT기술센터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만든 커피를 마시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사진=VTT)

인공재배 커피의 맛은?

가장 궁금한 것은 맛과 향이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커피라는데 과연 어떨까.

핀란드 VTT 기술연구센터 식물 생명공학 연구원들은 이 실험실 재배 커피가 자연에서 재배한 커피와 같은 향과 맛을 낸다고 주장했다.

▲VTT 기술연구센터 연구진의 실험실 커피 재배는 작은 커피나무 잎의 세포를 추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진=VTT)

연구 책임자인 헤이코 리셔 박사는 이 실험실 배양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놀랍도록 풍부한 향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된 패널들의 관능(미각)검사, 그리고 분석 검사 결과 이 커피의 향과 맛이 일반 커피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 잔을 (직접)마셔 본 경험은 흥미진진했다”고 밝혔다.

▲VTT가 세포 농업 방식으로 생산한 배양된 커피 세포(오른쪽)와 이를 볶은 커피. (사진=VTT)

실험실에서 어떻게?

연구원들은 이른 바 세포농업(cellular agriculture)이라는 과정을 이용했다. 이를 통해 커피나무 잎에서 세포 샘플을 채취해 배양과 증식 과정을 거친 후 수확했다.

이 과정에 세계 생산의 56%를 차지하는 인기 종인 아라비카 종 커피나무 세포 샘플이 사용됐다.

배양 기술은 이미 다른 연구진이 인공 쇠고기와 우유를 만드는 데에 사용한 생물반응기(바이오 리액터·bioreactor), 즉 ‘체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체외에서 이용하는 시스템’ 작동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건조와 로스팅을 위해 수확한 커피 세포 바이오매스. 연구진은 자연 재배 커피와 유사한 향과 맛을 내는 커피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사진=VTT)

리셔 박사는 “세포 배양은 커피 잎과 같은 부분에서 시작된다. 형성된 세포들은 특정한 영양 배지에서 번식되고 증식된다. 이어 이를 생물반응기로 옮겨 바이오매스를 수확하게 된다. 이 세포들은 건조된 후 볶아 커피를 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매스란 화학적 에너지로 사용 가능한 생물체(식물, 동물, 미생물 등)이며, 바이오에너지의 에너지원이다.

핀란드가 실험실 커피 재배에 나선 이유와 이것이 의미를 갖는 이유

왜 만들었을까.

실험실에서 자연재배 커피와 같은 맛과 향을 내는 커피를 만들면 커피나무 재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삼림 벌채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주인공이 핀란드 에스푸에 위치한 VTT 기술연구센터의 연구원들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전세계 1인당 커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핀란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커피 전문 사이트 카우커피밀닷컴(kaucoffeemill.com)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세계 각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핀란드(12kg), 노르웨이(9.9kg), 아이슬란드(9kg), 덴마크(8.7kg), 네덜란드 (8.4kg), 스웨덴(8.2kg), 스위스(7.9kg), 벨기에(6.7kg) 순이다.)

▲핀란드 VTT의 엘비라 카르카이넨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재배한 커피를 우려내고 있다.핀란드는 전 세계 1인당 커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사진=VTT)

주목할 대목은 세계적으로 높은 커피 수요 때문에 충분한 커피 원두를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땅이 필요하며 이는 특히 민감한 열대 우림 지역의 삼림 벌채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나무들을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삼림 벌채는 동물들의 거주지인 숲 파괴와 생물학적 다양성 상실을 야기하는 주요 환경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상용화 출시는 언제 쯤?

커피 세포로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난 1974년 식물 과학자 P.M. 타운즐리에 의해 제시됐다.

VTT 기술연구센터 과학자들은 이 이론을 실천에 옮겼고 오는 2025년까지 실험실 생산한 커피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리셔 박사는 “실험실에서 재배한 커피가 상용화 되기까지의 걸림돌은 규제 당국의 승인과 시장에 소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우리가 생산을 늘리고 규제 승인을 받는 데 불과 4년 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실험실에서 생산된 모든 커피 재료는 ‘실험용 식품’으로 불리며 유럽에서 이런 커피가 시판되려면 먼저 ‘새로운 식품(Novel Food)’으로 승인받아야 한다. 또 세계 최대 커피수입국인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려면 미국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통과해야 한다.

▲엘비라 카르카이넨(왼쪽)과 헤이코 리셔 박사가 실험실에서 재배한 커피 바이오 매스를 들여다 보고 있다. 이들이 실험실 재배 커피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규제 승인 통과와 함께 이 커피를 시장에 알리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사진=VTT)

커피 소비와 삼림 벌채 사이의 연관성

데일리메일은 올해 초 발표된 한 환경관련 연구 보고서를 인용, 식단도 환경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영국인 식단의 1인당 커피 소비는 연간 나무 4그루의 손실을 초래하는데 커피, 초콜릿, 팜유, 그리고 쇠고기가 가장 많은 파괴를 불러온다.

영국과 독일의 초콜릿 소비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삼림 벌채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의 쇠고기와 콩 수요는 브라질의 숲을 파괴하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 삼림 벌채 현장. (사진=그린피스)

또한 세계 3대 커피 소비국(국가 전체 소비량)인 미국, 독일, 이탈리아의 커피 소비는 중부 베트남의 삼림 벌채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커피소비량은 연간 353잔이라고 한다.)

중국, 한국, 일본의 목재 수요는 베트남 북부의 삼림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견과류와 과일 수요는 과테말라의 숲을 파괴하고 있다.

지난해 나온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브라질의 목재, 가죽, 쇠고기에 집착하고 있다.

세계야생생물기금(WWF)과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RSPB)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3분의 2가 있는 브라질이 영국의 주요 농산물 수입국 중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라고 말한다.

▲브라질과 볼리비아 접경지인 혼도니아 주 포르투 벨류의 공공림 내 벌채 지역에서 발생한 불법 방화 산불 현장. (사진=그린피스)

최근 아마존 생물계에서는 6월 한 달 동안에만 2248건의 화재 발생이 감지됐는데 이는 13년 내 가장 높은 수치다. WWF는 영국 등지의 증가하는 농업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브라질에서 의도적인 화재를 준비한고 있다고 전한다.

아래 동영상은 자연재배 커피의 맛과 향을 대체하는 실험실 배양 재배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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