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장원 키뮤스튜디오 대표, “특별한 디자이너들과 그려 나가는 더 나은 세상, 함께해 보실래요?”

콘텐츠로 세상의 편견 허무는 소셜임팩트 스타트업, ESG 캠페인으로 주목
‘특별한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으로 발달장애인의 사회 참여 확대
장애는 특별대우가 아닌 그대로 ‘포용’하는 것, 지속적인 노력으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
서울 성수동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에 위치한 키뮤스튜디오 공간에서 만난 남장원 대표는 “최근 들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포용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며 지난 과정을 돌이켰다.

키뮤스튜디오는 ‘특별한 디자이너’ 양성 교육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문화를 확산하고, 이색적인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해 난민·환경 등 사회적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는 소셜임팩트 스타트업이다.

‘포용성’을 강조한 키뮤스튜디오의 남다른 도전은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들며 다양한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초기 ‘사회적 문제를 디자인으로 풀어 내는’ 작업에 천착한 키뮤스튜디오의 노력은 이제 ‘세상의 편견과 경계를 허무는 ESG 파트너’로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 성수동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에 위치한 키뮤스튜디오 공간에서 만난 남장원 대표는 “최근 들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포용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며 지난 과정을 돌이켰다.

“예전에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어요. 최근에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단어가 더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죠. CSR이 기업의 영업 활동에 부가적인 측면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의미했다면, ESG는 기업의 실제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되면서 조금 더 적극성을 띄게 된 것 같아요. 최근 2년 정도는 기후와 같은 환경 문제가 많이 부각됐고, 여기에 더해 지난해부터는 사회적 측면에서 기업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장애인을 비롯해 노인, 청년, 일자리 등과 관련해 포용적인 관점의 접근이 늘어나고 있는 거죠.”

그러나 분명한 한계도 있다. 남 대표에 따르면 환경적 문제 해결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탄소세를 신설하는 등 제도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반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방식은 그 보다 어렵고 복잡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100인 이상 민간기업은 3.3%, 공공기업은 3.6%로 장애인의 고용을 의무화하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있다. 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에는 부담금을 내야 한다. 아직까지는 부담금을 내는 기업들의 비율이 더 높다. 이와 관련 남 대표는 “쉬운 문제가 아니”라며 말을 이어갔다.

지난 2월 키뮤스튜디오는 남장원 대표를 비롯해 키뮤스튜디오 공동창업자인 공승규 CSO가 연사로 나서 '왜 포용성인가?'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영상=키뮤스튜디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뚜렷한 해법이 있기 보다 시대의 변화, 인식의 변화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과거와 달리)요즘은 직접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그런 변화는 저희가 만나는 많은 기업 담당자들을 통해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인프라예요. 장애인 고용이 원활하게 되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한 직무나 직군도 만들어져야 하고, 변화하는 산업 생태계에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훈련도 돼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모든 것을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느끼는 점은, 기업들의 마인드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거예요. 종종 이러한 추세에 반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인 스텝을 밟으며 사회적 합의과 공감을 형성하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포용적인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키뮤스튜디오는 지난 2019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전시 참가 및 키비쥬얼(전시 아이덴티티)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전까지 이 전시의 키비쥬얼은 유명 디자인 회사가 도맡아 해 오던 작업이었다. (이미지=키뮤스튜디오)

장애를 대하는 사회적인 인식은 오래전부터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것이 사실이다. 터부시하고 숨겨야 하는, 혹은 오롯이 그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는 식이다. 시대가 변하며 그러한 인식은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편견의 잔재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남 대표는 “아직도 많은 상황에서 정책적인 이유로 ‘카테고라이징’을 하고 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발달장애나 장애라는 단어가 없어지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들을 돕기 위해서는(복지정책 등에서 혜택을 주기 위해) 카테고라이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죠. 실리콘밸리에서는 장애를 ‘디스에이블드(할 수 없는, disabled)’이 아니고 ‘디퍼런틀리 에이블드(다를 뿐, differently abled)’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해요. 사회적인 포용성을 담은 단어죠. 장애라는 단어 외에도 탈북민, 노인, MZ 세대 등의 단어에 따라붙는 단어가 ‘문제’라는 것을 아세요? 이렇게 구분을 하는 사회적인 인식은 이들이 직면한 상황을 문제로 규정하고 있어요. 이를 문제를 보지 말고 포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사회적 갈등의 강도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2월 '왜 포용성인가?' 토크콘서트에 함께한 남장원 대표(왼쪽)와 공승규 CSO. (사진=키뮤스튜디오)

남 대표가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친구이자 공동창업자인 공승규 CSO와 함께한 오랜 인연 덕분이기도 하다. 유치원을 다닐 무렵부터 시작된 공 CSO와의 인연은 초·중·고 내내 이어졌고,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공 CSO는 선천성 척추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하버드 경제학 학사 및 MIT 경영대 MBA를 취득하고 현재는 메타(META)dml 마케팅 분석 솔루션즈 팀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런 친구의 삶을 곁에서 함께하며 남 대표는 “장애가 문제로 인식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전 어디서든 공승규 CSO를 소개할 때 ‘친구’라고 말해요. 어릴 때부터 수영장, 당구장을 가면 업기도 하고 휠체어를 끌어 주기도 했죠. 하지만 그건 친구로서 함께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지 도와주는 건 아니에요. 이 친구 역시 제가 하는 것은 친구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도움을 준다는 식으로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하면 굉장히 당황해 해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장애인이라고 특정 짓는 순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 순간에 장애인들은 오히려 굉장히 자존심 상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별한 디자이너 양성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됐나?

남장원 대표는 국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넘어 해외 발달장애인들의 미술적 재능을 확인하고 그 결과물을 대중들에게 제시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사진=키뮤스튜디오)

남 대표의 남다른 생각이 좀 더 구체적으로 삶에 투영된 것은 2008년 무렵 서울 강남구 발달장애 전문복지관인 충현복지관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미술을 전공한 남 대표는 직업재활팀에서 미술 교육을 담당했고, 이는 코로나19로 수업이 중단된 시기를 제외하면 현재도 키뮤스튜디오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할 당시 유니크한 감성으로 그려진 작품들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을 아깝게 생각했던 남 대표는 이후 2012년부터 광고 회사를 운영하며 발달장애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키덜트 뮤지엄(kidult museum)의 약자인 ‘키뮤’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 과정에서 남 대표는 돌봄 차원에서 진행됐던 프로그램을 전문 직업 교육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전시를 본 한 패션 기업에서 키뮤스튜디오의 교육 과정을 거친 세명의 디자이너를 고용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발전시켜 나간 남 대표는 비로소 2018년 투자 유치를 계기로 ‘키뮤’ 법인을 정식 설립했다. 충현복지관과는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복지관 내 충현비전대학에 3년 과정의 키뮤디자인학과를 개설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때 첫 투자자가 다름 아닌 공승규 CSO라는 점이다. 남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친구인 공 CSO와의 약속을 언급했다.

특별한 디자이너와 일반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키뮤스튜디오는 2018년 법인 설립 후 2019년 3명의 특별한 디자이너를 채용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 소속 디자이너를 포함 총 27명의 구성원이 함께하고 있다. (사진=키뮤스튜디오)

“키뮤스튜디오를 만들면서 공 CSO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하게 됐죠. 이 친구 말이, 처음에는 키뮤스튜디오에 관여할 생각이 없었는데 계속 마음이 끌렸다더군요. 처음 같이 했던 이야기가 ‘디자인이 너무 좋고 멋있다’였죠. 하지만 단서를 단 것이 있어요. 비즈니스를 할 때 절대 ‘장애’를 타이틀로 삼지 않겠다는 거죠. 그런 원칙이 키뮤스튜디오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데 중요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작한 키뮤스튜디오는 발달장애를 가진 디자이너와 비장애인 직원들이 함께 협업하는 방식의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며 성장을 거듭했다. 장애를 가진 디자이너를 칭하는 말은 ‘장애’ 대신 ‘특별한’으로 채웠다. 특별한 디자이너들이 유니크한 감성을 담아 창작해 낸 아트 상품과 굿즈는 제품 그 자체로 좋은 평가를 얻으며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하나 둘 늘려간 구성원은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 소속 디자이너를 포함 총 27명이 됐다.  

키뮤스튜디오가 이어갈 또 다른 도전

2023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전시에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키뮤스튜디오 부스 현장. (사진=키뮤스튜디오)
최근 조폐공사와 함께한 콜라보 행사에 전시된 키뮤스튜디오 특별한 디자이너들의 작품. (사진=키뮤스튜디오)

법인 설립 이후 5년차에 접어드는 지금, 유니크한 디자인과 남다른 기획력을 인정받은 키뮤스튜디오는 여러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 ESG 캠페인 파트너로 나서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충현비전대학교의 키뮤디자인학과 운영을 통해 특별한 디자이너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이를 ‘키뮤 브릿지’라는 채용 솔루션과 연계하는 방식도 확대하고 있다. 오리지널 아트워크를 B2B 비즈니스로 연결시키고, 아트 에디션을 만드는 등의 콘텐츠 사업도 확장 중이다. 남 대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며 시장 검증을 하고 각 프로젝트 팀 멤버들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새로운 사업 모델로 개하려 하고 있다”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나가고 있는 키뮤스튜디오의 현재를 설명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각 팀원들이 본인이 해 보고 싶은 도전을 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아직 규모가 크진 않지만, ‘사업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있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적인 요소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 사내 소셜벤처와 같은 시도를 하고 있죠. 이러한 시도들이 하나의 독립적인 브랜드로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각 멤버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내는 조직으로 만들어 가는 게 제 꿈이예요.”

키뮤스튜디오가 이어가는 도전은 그 외에도 다양하다. 이를테면 특별한 디자이너를 넘어선 새로운 직군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키뮤스튜디오가 시도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업하며 일하는 방식을 각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계에도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각 직군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의 확장과 다양화가 필요하다. 인터뷰 말미, 또 다른 도전을 언급하는 남 대표의 목소리에 남다른 각오가 느껴졌다.

“최근 접하는 기업, 스타트업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돼 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그에 발맞춰 발달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군을 확장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정교하게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까지처럼 키뮤스튜디오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이뤄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지자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모색하고 있죠. 사실 이 계획은 이익을 내는 것과는 거리가 있긴해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적인 인프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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