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챗GPT·미드저니 활용해 동화책 작가 된 13세 은혁이, 그리고 개발자 아버지 고승원 씨의 특별한 교육법

13세 소년, 인공지능 챗GPT로 시나리오 구성한 동화책 ‘샘 할아버지와 세 고양이의 모험’ 출간
삽입된 모든 삽화 역시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플랫폼 ‘미드저니’ 활용해 제작
24년차 개발자 아버지 고승원 씨, 국내외 오가며 홈스쿨링으로 남매 키우는 독특한 교육법

진행_ 정재엽 정리_황정호


인공지능(AI)의 혁신으로 평가받는 챗GPT, 미드저니 등의 솔루션이 등장한 이후 이를 활용한 국내외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솔루션은 대중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일으키는 중이다.

13세 고은혁 학생이 만든 동화책 '샘 할아버지와 세 고양이의 모험' 표지. 은혁이는 챗GPT와 미드저니를 이용해 동화책을 만들어 냈다. (이미지=고은혁)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리디북스 전자책 신간에 ‘샘 할아버지와 세 고양이의 모험’이라는 동화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를 쓴 작가는 13세에 불과한 고은혁 학생이다. 놀라운 점은 은혁이가 이 동화책을 챗GPT, 미드저니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점이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넘어서는 그 이후의 세대, 이를테면 ‘인공지능 네이티브(AI Natives)’라고 할까? 인공지능, 그리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솔루션은 은혁이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듯했다.

그런데 동화책의 집필 과정을 좀 더 알아보니 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은혁이가 여느 또래와 다른, 조금은 독특한 방식의 교육법을 가진 아버지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고승원 씨는 24년차 개발자이자 IT 스타트업 ‘더그레잇’의 대표로서 국내외 약 4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 ERP 시스템을 구축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UX컨설턴트,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며 오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Vue.js 프로젝트 투입 일주일 전’ ‘바닐라 자바스크립트’ ‘저는 아직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디자인 씽킹을 넘어 프로그래밍 씽킹으로’ 등 다수의 책을 출간한 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 씨는 은혁이가 동화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별한 개입을 하지 않았다. 단지 그에 앞서 아이에게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도록 유도했고, 챗GPT와 미드저니라는 솔루션이 있다는 정도만 알려줬을 뿐이다. 이후 아이는 스스로 시나리오를 만들고 챗GPT와 미드저니를 활용해 동화책을 만들어 냈다. 하루 2시간씩 총 3주간의 작업기간에 발휘된 집중력의 결과는 놀라웠다.

축구를 좋아해 전문 블로그까지 운영하는 10대 소년의 동화책 제작기

고승원·고은혁 부자와의 만남은 원격으로 이뤄졌다. 처음 경험하는 인터뷰에 은혁이는 조금 어색해 했지만, 그래도 조곤조곤 동화책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사진=인터뷰 화면 캡처)

고승원·고은혁 부자와의 만남은 원격으로 이뤄졌다. 줌 화면을 통해 마주한 은혁이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며 아직은 앳된 티가 엿보이는, 그러면서도 듬직한 구석이 느껴지는 친구였다. 초등학교를 마친 이후 은혁이는 동생 은서와 함께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나이지만, 이미 중학교 과정은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현재는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해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며 쓴 축구 관련 글만 260개가 넘는다. 이를 보기 위해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 수만 7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나름 인기 블로거인 셈이다. 특히 EPL(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 관심이 많아 각 선수의 이름은 물론 이적 스토리와 연봉을 줄줄 꿰고 있을 정도다. 제일 좋아하는 팀을 물으니 ‘맨시티’를 꼽는다. 이유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 철학을 좋아해서”다. 그런 은혁이에게 동화책 작가가 된 소감을 묻자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면도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미드저니로 만든 이미지의 퀄리티가 조금씩 달랐는데, 그 부분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드저니로 동화책 이미지 생성하고 있는 은혁이. (사진=고승원)

“아빠가 미드저니라는 사이트가 있다고 하셔서 들어가서 이런 저런 그림을 만들어 봤어요. 그러다가 이 그림으로 그림 동화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그림을 생성할 때 원하는 그림이 잘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시간이 좀 오래 걸린 것 같아요.”

은혁이는 이미지 작업에 앞서 주인공의 이름과 기본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 챗GPT로 내용을 생성하는 작업을 먼저 진행했다.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틀은 챗GPT로 생성된 내용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후 스토리를 바탕으로 미드저니를 이용해 이미지를 생성한 후 미리캔버스를 활용해 내용과 이미지를 합쳐 동화책을 만든 것이다. 동화책은 영어버전으로도 만들어졌는데, 이 역시 챗GPT를 활용한 번역본을 적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어렵사리 만든 동화책이 자칫 출간되지 못할 뻔한 위기(?)도 있었다. 막상 책을 다 만든 은혁이가 아버지에게 ‘출간을 안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지의 퀄리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고승원 씨는 “이유가 이해가 갔지만, 부모 입장에서 열심히 만든 책이 너무 아까웠다”며 당시 이야기를 털어놨다.

“아이가 불만족스러워 하는데 부모가 강제로 출간하자고 하기도 애매했어요. 저도 꽤 고민을 하다가 조심스레 ‘열심히 만든 건데 매듭을 지어보면 어떻겠냐’며 이야기를 했고, 은혁이도 한참 고민을 하다가 출간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더군요.”   

이후 고 씨는 은혁이에게 챗GPT와 미드저니를 활용해 동화책을 만든 과정을 다시 책으로 쓴다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며 두 번째 출간을 제안했다고 한다. 결정은 은혁이의 몫, 고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단 ‘버닝(burning, 불을 지펴놓았다는 의미)’은 한 셈이다.

동화책 제작 시 은혁이가 챗GPT를 통해 요청한 프롬프트 내용. (이미지=고은혁)
동화책 제작 시 은혁이가 챗GPT를 통해 요청한 프롬프트 내용과 결과. (이미지=고은혁)

뚜렷한 목적 의식이 도구를 활용하게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승원 씨는 지난 2021년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담은 책 ‘저는 아직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지 않습니다’를 출간한 바 있다. 책을 통해 고 씨는 ‘부모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협력자가 돼야 한다’ ‘기술(도구)를 넘어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실제 고 씨가 은혁, 은서 남매를 키우며 적용한 방식이기도 하다.

“과거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서 ‘배워 두면 다 쓸모가 있다’고 하시곤 했어요. 그런데 저는 쓸모가 더 우선 시 돼야 좋은 교육이 된다고 생각했죠. 아이들은 무언가 하고 싶다는 목적이 생기면 그걸 만들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 수학이나 역사 등을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된다고 봤어요. 은혁이도 스스로 동화책을 만들겠다는 목적이 생긴 이후에 그저 챗GPT라는 것이 있고 미드저니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것들을 활용해 보라고 한 것이 다예요. 목적이 있는 상태에서 도구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은 거부감을 느끼지 않더군요. 따지고 보면 도구는 항상 기술이 발달하면서 바뀌고 있죠. 너무 도구에 집착하면 그것이 바뀌는 순간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고요.”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은서와 은혁이 남매. (사진=고승원)

이러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고 씨는 아이들이 가급적 ‘사람들에게 유익한 목적’을 가질 수 있게 하는데 집중했다. AI 기술이나 그것을 활용한 어떤 서비스라도 도구로만 느낀다면 어렵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고, 그 생각은 하나 둘 남매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고 씨는 “이러한 교육철학은 오랜 기간 개발자로 살아오며 얻은 인사이트에서 비롯됐다”며 말을 이어갔다.

“24년 간 개발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도구에 집착하는 개발자들 사례를 적잖이 볼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C언어, 자바 언어만 다루는 개발자에게 다른 언어로 개발을 하라고 하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는 식이죠. 제 경우는 달랐어요. 프로그램 언어도 하나의 도구로 생각했고, 제가 한 번도 안 다뤄 본 새로운 언어로 개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는 ‘새로운 도구를 익힐 기회’라고 생각해 기쁜 마음으로 하곤 했죠. 도구가 전부인 사람들은 뭔가 새로운 걸 요구할 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그렇게 깨달았습니다.”

이해를 못한다고? 일단 경험하게 하라

고승원 씨는 자녀에게 먼저 목적을 갖게 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을 권하고 있다. (사진=고승원)

직업적 경험을 교육으로 연결한 고승원 씨와의 이야기는 또 다른 사례로 이어졌다. 국내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탓에 고씨는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었다. 그럴 때면 종종 은혁이를 데리고 다녔다. 그 외에도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할 때, 대학 강연을 할 때도 은혁이를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물론 아이에게 시시콜콜 어떤 계약이고 어떤 강연인지 이야기 하진 않았다. 그저 스스로 보고 듣고 느끼게 한 것이 전부다.

“간혹 제가 대학 강연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은혁이를 데리고 가서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냥 듣게 하곤 해요. 뭔소리인지 모르겠죠(웃음). 당장은 설명해 주지 않더라도 아이 스스로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구나, 어떤 사람을 만나는구나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한 거예요. 흘려듣더라도 상관없이 그런 기회를 많이 갖게 하고 있죠.”

고 씨의 이러한 방식은 제도권 교육과는 꽤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도권 교육에서 아이들에게 미래를 대비하게 한다며 ‘코딩 교육’, 즉 도구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고 씨의 방식에 더 고개가 끄덕여 진다. 아이에게 다양한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 고 씨의 말에 의하면 이 역시 ‘도구를 잘 쓰는 사람’으로 키우는 과정이다.

“챗GPT를 비롯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들을 두고 사람의 창의성을 약화시키는 도구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건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은혁이처럼 미드저니를 가지고 프롬프트를 입력해 이미지를 생성하면 의도와 전혀 다른 이미지가 나오며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이때 ‘이렇게 하니 이런 결과물이 나오네’하고 그것을 수동적으로 그대로 쓰게 된다면 문제지만 능동적으로, 내가 의도하는 목적 대로 나올 때까지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며 도구를 쓰게 된다면 더 창의적인 작업이 되겠죠. 즉 도구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더 창의적이 될 수 있고, 개인이나 소규모 스타트업이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 된다고 봅니다. 그런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이 되는 준비가 필요 하죠.”

자신만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은혁이. 아버지 고승원 씨는 자녀들에게 어떤 경험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고승원)

이어 고 씨는 우리나라에서 단편적인 기술 하나하나를 가르치는 교육의 문제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조만간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결국 사람의 역할은 각각의 경험을 종합해 큰 그림을 그리고, 디테일에 창의성을 부여하는 일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혁이에게 동화책을 만들어 보고 이모티콘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시키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아직 어리니 디테일이 좋을 수는 없겠죠.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시작은 누구나 하지만 마무리를 잘 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그래서 저는 특히 마무리를 해 보는 경험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동화책도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도록 설득했던거고요. 비록 디테일이 부족하더라도 끝까지 마무리해 보는 경험들을 여러 번 갖게 된다면, 점점 시야가 넓어지고 디테일도 갖춰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거라고 봐요.”

이러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고 씨는 은혁·은서 남매에게 목적 없이 도구를 강요하는 교육이 아닌 목적을 찾도록 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고 씨의 표현에 따르면 ‘요청’이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남매는 보통 하루 2시간을 공부한다. 그 중 1시간은 영어공부다. 이 역시 아빠의 요청을 아이들이 수용한 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아버지로서 고 씨가 하는 일은 그저 많은 경험을 하게 하는 것 뿐이다.

“홈스쿨링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보다 ‘홈스테이’라는 말을 써요. 보통 홈스쿨링을 한다고 하면 부모들은 학교의 과정을 해 놓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생각해 어렵게 느끼는데, 그럴 거면 학교를 보내는 것이 맞죠. 저는 그걸 하지 않기 위해, 아이가 해보고 싶은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이 홈스쿨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그걸 집에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영어만큼은 구사 여부에 따라 기회의 폭이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때문에 하루 1시간은 꼭 공부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죠. 그리고 은혁이와 마찬가지로 은서도 블로그를 하고 있어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중요하니까요. 그래도 아빠가 책을 8권 쓰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잘 따라와주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쓰게 하니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매일 쓰는 습관을 들였죠.”

고승원 씨는 개발자이자, 스타트업 대표, 다수의 책 저자, 블로거와 유튜버로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그의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고 씨 스스로도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발자이자,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또 다수의 책을 집필한 저자로서의 삶이다. 그 외에도 고 씨는 ‘개발자의 품격’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이자, 블로거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인터뷰 말미, 고 씨는 인터뷰에 동의한 이유에 대해 “은혁이 또래 아이들 역시 도구를 활용해 하고 싶은 것이 많을 거고, 그런 친구들에게 동기를 주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했다. 앞서 그가 언급한 ‘선한 목적’의 의미가 새삼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사춘기 시절 머뭇거리면서도 자신의 동화책 출간 과정을 털어 놓은 인터뷰의 기억은 은혁이에게도 오랫동안 특별한 경험으로 간직 될 것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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