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미 정부 제재 극복” 선언···비장의 기술로 어쨌길래?

“미국의 제재에 재갈을 물리는 데 성공했다.”

화웨이가 지난해 12월 30일 미국정부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9년 이래 미국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스마트폰용 OS 및 미국 첨단 반도체 장비 및 칩 구매를 차단하고 각국의 화웨이 5G통신 장비 사용 차단조치를 이어간 지 3년 여 만에 나온 선언이다. 5G는 미-중 간 기술분쟁의 핵심 요소가 됐다. 두 나라 모두 이를 중요 기술로 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화웨이 5G 통신 장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다른 국가들에 5G 통신 인프라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화웨이는 그것이 국가 안보 위협을 나타낸다는 것을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화웨이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 CEO가 미국 제재하의 자사 매출 하락이 멈췄다고 밝힌 것이다. 화웨이는 어떻게 주력 제품 생산 및 공급은 물론 부품 조달 등에서 손발이 묶인 가운데 미국 정부의 수출 제재를 극복했다고 선언할 수 있었을까. 비결은 그동안 축적해 온 세계 최대 5G 첨단 통신 특허 포트폴리오들을 경쟁사들에게 대거 사용허가(라이선스)해 캐시카우를 만든 데 있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물론 그 규모는 삼성 분기 휴대폰 판매 영업익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화웨이의 부활조짐과 특허관련 비즈니스 소식을 독일 윈퓨처, 미국 폰아레나, CNBC를 통해 살펴봤다.

휴대폰 세계 1위노리다 추락...이젠 매출 하락 멈췄다 선언

에릭 수 화웨이 순환 CEO(부회장)가 지난 해 12월 30일 화웨이의 매출 추락이 멈췄다고 선언했다. (사진=화웨이)

화웨이는 2019년 3분기에 미국정부의 수출 금지 제재기업 블랙리스트 기업에 올랐다. 화웨이는 이때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휴대폰 브랜드가 될 모든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사실 미정부 제재 이후에도 화웨이는 짧은 기간이나마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미 정부 제재 이후 휴대폰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제재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미국 기술을 사용해 개발하거나 생산한 제품을 중국 회사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제 화웨이는 더 이상 자사 브랜드로 5G 휴대폰을 판매하지 않게 됐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변화가 나타났다.

윈퓨처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12월 20일 지난 몇 달 동안의 최신 매출 추정치를 발표했는데 매출이 전년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화웨이 그룹 총수는 미국 정부의 제재 발효 이후 지속되던 매출 감소를 멈추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에릭 쉬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의 금수 조치가 이제 화웨이의 ‘뉴노멀(일반적 기준)’이 됐으니 이에따라 일상생활에서 대처하고 ‘평소처럼’ 대처해야 한다”는 긍정적 언급을 했고 이는 언론에도 공개됐다.

그러나 쉬 CEO는 화웨이의 흑자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익을 낼지, 손해를 볼지는 불확실하다. 화웨이는 매년 3월까지는 2022년 연간 사업 실적 수치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몇 달간 더 기다려야 한다.

물론 화웨이의 매출 규모는 더 이상 미국의 금수 조치가 시작되기 전과 같은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화웨이로선 매출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변신 거듭하는 화웨이 사업 영역···5G특허 비즈니스로 돌파구

화웨이는 지난 3년간 변신을 거듭했는데 5G특허 라이선스 비즈니스로 돌파구를 열었다. 2021년 현재 5G특허 보유기업 순위. 위에서부터 화웨이, 삼성전자, 노키아 같은 기업들이 보인다. (자료=스타티스타. 2021.2)

화웨이는 지난 3년여 동안 사업 영역을 여러 차례 바꿨다.

이 회사는 이제 기존 휴대폰 제조 유통 협력사가 아닌 새로운 파트너들을 확보했고, 무엇보다도 특허 포트폴리오를 이용한 현금화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사실 화웨이는 전 세계적으로 10만개 이상의 대규모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을 뒷받침할 핵심으로 꼽히는 차세대 초고속 모바일 인터넷 5G 기술 특허 1위 업체에 올라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의 제재에 따라 휴대폰 사업을 사실상 멈춘 화웨이는 경쟁사에 이 5G 특허들을 라이선스해 주면서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비근한 예로 지난해 12월 9일 화웨이는 자사와 경쟁중인 세계 4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오포와 삼성전자에 자사의 5G 기술을 라이선스했다고 발표했다.

화웨이 5G기술 라이선스를 받는 업체들 가운데 삼성전자가 포함된 것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화웨이 어느 쪽도 거래에 대한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화웨이가 라이선스한 기술이 삼성 휴대폰 기기용 5G 모뎀(통신칩) 개선이나 삼성전자가 만드는 5G 네트워킹 장비와 관련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폰아레나는 이 발표 사흘 후인 지난해 12월 12일 삼성이 아마도 5G폰 모뎀 성능 개선을 위해 화웨이로부터 5G 기술을 라이선스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삼성전자가 구글 텐서 칩셋(픽셀6 계열) 및 텐서2 칩셋(픽셀7 계열)에 탑재한 5G 모바일 모뎀 기술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며 픽셀 6 시리즈 사용자들은 5G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위해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픽셀 7 시리즈 사용자들에게는 아직까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닛케이 아시아는 화웨이와 오포가 체결한 ‘5G를 포함한 셀룰러 통신 관련 표준 필수 특허(SEP)를 포괄하는 글로벌 교차 라이선스 계약’에 주목했다. SEP란 제조업체가 자사의 기기를 업계 표준에 맞추기 위해 반드시 특허 사용 승인(라이선스)을 받아야 하는 특허다. 따라서 SEP는 일반적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FRAND) 로열티 요율을 적용해(통상 로열티보다 훨씬 싸게) 라이선스해 주게 된다. 오포와의 거래에는 5G, 와이파이, 오디오-비디오 코덱 관련 특허가 포함된다.

애들러 팬 화웨이 최고지재권책임자는 오포와의 지재권 거래에 대해 언급하면서 “화웨이는 20년 이상 지속적 혁신을 거쳐 글로벌 시장에서 5G, 와이파이, 오디오/비디오 코덱 등의 영역에 걸쳐 다수의 고부가 특허 포트폴리오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5G특허 지재권 현금화에 눈돌리면서 위기 탈출의 실마리

화웨이는 5G통신 지재권으로 눈을 돌리면서 위기탈출의 기회를 마련했다. 최고 특허보유 회사들의 표준 핵심 특허보유 현황. (자료=그레이B. 2020.6)

새로운 세대의 셀룰러 기술이 개발될 때, 이른바 ‘글로벌 표준’들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5G 네트워크 간의 상호 운용성을 허용하고 스마트폰이 이러한 네트워크와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토콜, 기술 사양 및 설계가 포함된다. 산업 표준 단체들은 이 표준을 만드는 임무를 맡고 있고 화웨이,삼성전자, 퀄컴 같은 회사들은 이 표준들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 회사들은 관련 기술을 고안하고 이들에 대한 특허를 낸다. 예를 들어 4G 또는 5G의 표준에 중요한 특허는 ‘표준 필수 특허’ 또는 SEP로 간주된다.

윈퓨처에 따르면 화웨이는 2020년에 중국 국가지식산권국과 유럽 특허청 특허를 가장 많이 받은 회사였다. 그럼에도 지금껏 화웨이는 노키아와 에릭슨과 같은 경쟁사들에 비해 역사적으로 이러한 특허를 수익화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자사를 미국의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한 미국에서도 5번째로 특허를 많이 확보한 기업이 됐다.)

그러나 지난 2019년 미국정부가 화웨이에 대해 수출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고 화웨이 스마트폰 등의 제조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를 차단하면서 당시 분기 실적 세계 1위에서 연간 1위로 향하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발목잡혔다.

미국의 제재가 스마트폰 사업을 붕괴시킨 후 화웨이는 새로운 캐시카우를 모색해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5G특허 라이선스 제공을 통한 현금화 비즈니스였다.

이같은 전략 변화는 앨런 팬 화웨이 지재권부 책임자의 제안으로 촉발됐다. 그는 “특허를 받은 뒤 라이선스를 부여해 현금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화웨이의 라이선스 규모 얼마일까?

화웨이가 자회사를 통해 자체 설계한 스마트폰용 기린칩. (사진=화웨이)

화웨이는 미국의 단말기 부품 제재 대상에 들어간 이후 엄청난 단말기 판매량 감소세를 겪은 이듬해인 2020년 특허 기술을 다른 회사들에게 기술을 팔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지난 몇 년간 20개 이상의 기업이 화웨이의 특허와 기타 기술 사용허가를 받았다는 데 주목했다. 이 매체는 화웨이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12억~13억달러 (약 1조 5156억~1조 6419억 원)달러의 특허 라이선스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폰아레나는 화웨이가 지금도 여전히 미국정부의 제재를 받기 이전처럼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화웨이 휴대폰도 재기하나

화웨이 메이트 50 프로 글로벌 버전. 온라인 구입 가격이 138만원이다. (사진=화웨이)
화웨이는 위코 폰에서 보듯 휴대폰 설계 라이선스 제공사업도 한다. 위코의 Y62 스마트폰. 1.5일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와 큰 화면 디스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사진=위코)

한때 화웨이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되겠다는 오랜 목표를 막는 유일한 회사는 삼성전자였다. 이후 미국 정부의 제재 역풍을 맞고 낭떠러지로 급전직하했다.

그러나 이는 화웨이에게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고 비즈니스 변신의 기회를 제공했다.

폰아레나는 하웨이가 지난 3년여 동안 미국 공급망에 액세스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혁신을 강요당했고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계(OS)인 하모니OS를 개발한 데 주목했다.

이 회사는 또한 앞서 프랑스 브랜드인 위코(Wiko)의 사례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제 하드웨어 설계 라이선스 제공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화웨이 노바 9SE 휴대폰을 리브랜딩한 위코 5G는 5G를 지원하며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세 번째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의 3번째 버전으로 미국 구글의 도움없이도 메이트 50 프로와 같은 단말기를 생산할 수 있다.

폰아레나는 이런 가운데 화웨이가 플래그십 메이트50 시리즈의 중국내 출시를 계기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기의 길을 걷고 있다고 봤다.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엄청난 제재 하에서도 여전히 다른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5G특허 포트 폴리오를 바탕으로 재기를 꿈꾸는 화웨이의 향배를 지켜볼 일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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