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갈륨·게르마늄 대미 수출 규제···향배는?

미국·유럽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및 첨단 기술 제재를 시행하는 가운데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중국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전자·반도체 제조 핵심인 틈새 금속 2종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도대체 희토류도 아닌 이 금속들이 뭐길래 이를 미국의 대중 제재의 반격 수단으로 들고 나왔을까. 사실 게르마늄은 광섬유 제품과 야간투시경에 사용되며, 갈륨은 반도체 생산용 중요 재료로 꼽힌다. 게다가 산업 단체인 핵심원자재 동맹(Critical Raw Materials Alliance)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게르마늄의 60%와 갈륨의 80%를 생산할 정도로 막강한 재료 공급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 IT기업들에게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분석으로 이어진다. 반면 일부 분석가들은 일단 “다른 금속 공급원이 있고 대체 물질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대미 수출 제재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만약 이번 조치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그 속셈도 궁금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과 함께 대중제재에 가세한 서방국가들을 향한 약한 수준의 경고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가 대미 수출규제 대상으로 지정한 게르마늄과 갈륨은 과연 산업과 어떤 관계가 있는 소재인지, 그리고 중국의 규제가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일지 등을 CNBC,웨이퍼월드,타임스오브인디아와 스타티스타 통계 등을 토대로 알아봤다.

중국, 갈륨·게르마늄 수출 규제로 반격 나섰나?

중국의 게르마늄 및 갈륨 수출 규제 움직임은 미국의 대중 첨단 기술 규제에 따른 반발 및 경고로 해석된다. 게르마늄(왼쪽)과 갈륨. (사진=위키피디아)

중국정부가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응, 전자제품과 반도체에 들어가는 금속과 재료처럼 자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찾고, 이를 통해 미국과 그에 동조해 대중국 수출규제에 참여한 국가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부터 미국과 중국은 기술 무역 전쟁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무역 블랙리스트와 전면적 수출 제한 조치를 통해 중국을 핵심 기술 부품과 반도체나 칩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핵심 기술 부분이 두 초강대국 간 기술·무역 전쟁의 초점이 됐다.

그간 경과를 보자면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에 대해 별다른 보복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 5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주요 안보 위험’으로 규정함으로써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 후속차원으로 읽히는 중국정부의 핵심 금속 수출 규제 발표 시점은 주목할 만 하다. 우연의 일치치곤 절묘하게도 중국정부 발표는 지난 30일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의 대중 규제에 동참해 중국에 첨단 반도체장비를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힌지 단 사흘만에 나왔다.

중국 상무부는 3일 새로운 규정에 따라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업자들이 이 금속들을 선적하기 위한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는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한마디로 자국 국가 안보를 위해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게르마늄과 갈륨이 무엇이길래?

게르마늄과 갈륨은 자연속에 존재하지 않는 금속이지만 반도체와 첨단 전자부품의 소재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느슨한 시각일 순 있지만 이 금속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수출규제가 당장 관련 금속을 쓰는 반도체 생산에 긴급하고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 평가이긴 하다.

게르마늄. (사진=위키피디아)

은백색 금속인 게르마늄은 주로 아연 생산 때 나오는 부산물인데 은, 납, 구리 광석에서도 상업적으로 회수된다. 1886년 독일 프라이베르크 대학의 클레멘스 윙클러가 광물인 아르기로디테에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해 조국 독일의 이름을 따서 게르마늄으로 이름지었다.

게르마늄은 전도성이 떨어지는 금속으로 여겨졌지만 2차대전 중 이 금속이 전자 반도체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인정되면서 경제적 중요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초로 중요하게 사용된 것은 2차대전 중 레이더 펄스 감지를 위한 점 접촉 쇼트키 다이오드에서였다.

1948년 쇼클리 등 벨 연구소 3총사의 게르마늄 트랜지스터 개발은 이 금속을 수많은 고체전자공학에서 활용되는 문을 열어주었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가 등장한 이후 첫 10년 동안은 게르마늄 소재만을 사용했다. 실리콘 밸리의 반도체 종가인 페어차일드 반도체만 해도 1957년 실리콘으로 트랜지스터를 생산하기 위한 명확한 목적 아래 설립됐다. 이는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초까지 반도체용 게르마늄 시장을 늘렸다.

하지만 이후 고순도 실리콘이 등장하면서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정류기 분야에 사용되던 게르마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당시 실리콘은 우수한 전기적 특성에도 순도가 떨어져 상업적 활용이 어려웠지만 곧 이를 극복하고 반도체 제조 주재료가 됐다.

그렇다면 오늘날 게르마늄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어딜까?

게르마늄 웨이퍼는 전기적으로 뛰어난데다 특별한 결정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광섬유, 적외선 광학 부품제조, 고속 트랜지스터 제조용 재료이며 센서 및 태양 전지판, 우주 애플리케이션, 고휘도 LED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 응용분야에 활용된다. 야금학과 화학요법에도 사용된다.

무엇보다도 이 금속은 적외선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적외선 감지기와 렌즈 제조에 이상적이다. 결과적으로 이 금속은 중요한 적외선 광학 부품이 된다. 8~14미크론(1미크론=100만분의 1m)의 작업 범위를 가진 열 영상 카메라의 전면 광학 장치로 군의 핫스팟 식별, 이동식 야간 투시경, 열화상카메라, 적외선 천문학 등의 응용 분야에 자주 사용된다.

또 다른 중요한 활용 분야는 이 금속의 높은 전자 이동성을 활용하는 고속 트랜지스터 제조다. 이러한 트랜지스터는 컴퓨터 프로세서, 통신 시스템 및 레이더 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응용 분야에 사용된다.

게다가 게르마늄은 태양 전지 제작시 그 효율을 높이는 데도 사용된다. 또한 광섬유 케이블 제조에 사용돼 신호 품질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게르마늄과 실리콘이 혼합돼 강력한 반도체 물질인 실리콘게르마늄(SiGe) 웨이퍼가 생성된다. 실리콘 게르마늄 웨이퍼를 사용하면 기능성과 효율성을 향상시켜 재생 에너지, 통신 및 의료를 포함한 산업 분야를 획기적인 발전으로 이끌 수 있다. 게르마늄은 또한 은행 및 사이버 보안과 같은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양자 컴퓨팅 개발에 사용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게르마늄은 풍부하지 않은 비교적 희귀한 원소다. 결과적으로 게르마늄 웨이퍼를 생산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웨이퍼 가격이 상당히 높을 수 있다. 그럼에도 게르마늄 웨이퍼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전자 장치에 대한 수요와 더 발전된 기술의 필요성 때문이다.

갈륨. (사진=위키피디아)

갈륨은 부드러운 은빛 금속으로서 보크사이트와 아연 광석을 처리할 때 나오는 부산물이다.

갈륨은 1875년에 발견된 이래 낮은 융점을 갖는 합금을 만드는 데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반도체 기판에 첨가하는 미세한 불순물인 도펀트로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에 전자 산업계는 갈륨을 사용해 발광 다이오드(LED), 광전 공학 및 반도체를 상업적 규모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갈륨은 휴대폰과 위성통신용 무선통신 칩 재료인 갈륨 비소(GaAs) 화합물 제조에 사용된다. 이 화합물은 또한 갈륨비소 반도체의 핵심 재료이기도 하다.

갈륨 비소는 마이크로파 회로, 고속 스위칭 회로 및 적외선 회로에 사용된다. 상업적 갈륨 수요는 반도체 분야가 전체의 98%를 차지할 정도다. 여기에는 식스나인급(>99.9999%)의 순도높은 갈륨이 사용된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갈륨의 95%는 갈륨비소 제조에 소비된다.

미해군 인공위성 미드스타-1에 탑재된 갈륨비소 솔라셀. (사진=위키피디아)

반도체 질화 갈륨과 질화인듐갈륨은 발광 다이오드(LED)와 다이오드 레이저를 생성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로는 휴대폰, 무선 통신분야가 있으며, 그밖에 자동차, 소비자, 광섬유 및 군사 응용분야가 꼽힌다.

그렇다면 이들 금속을 생산하는 주요 국가는 어딜까?

두 말할 것도 없이 이번 규제조치를 취한 중국이다.

산업 단체인 핵심원자재 동맹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게르마늄의 60%와 갈륨의 80~95%를 생산하고 있다.

주로 반도체 재료로 사용되는 화합물인 갈륨비소는 생산하기 복잡하며 전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회사만이 생산할 수 있다. 핵심원자재 동맹에 따르면 그 중 하나는 유럽에 있고 다른 하나는 일본과 중국에 있다.

중국의 게르마늄·갈륨 수출 규제의 의미는?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71만8000달러(약 9억 3500만 원)를 기록한 이래 지속적 갈륨 수출 증가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갈륨 수출규모는 220만달러(약 28억 7000만 원) 규모에 이르렀다. (자료=스타티스타, 2023)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정학적 영향을 분석해 주는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은 3일 투자자 노트에서 중국정부의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에 대해 “죽음의 타격이 아닌 경고 사격(A warning shot, not a death blow)”이라고 말했다.

이 그룹은 “···하지만 이러한 최근의 조치들은 범위가 더 제한되어 있고, 새로운 규칙들이 중국 수출업자들에게 먼저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어떤 말로도 특정 국가나 최종 사용자에 대한 수출을 자동적으로 막고 있지는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CNBC는 미국과 유럽이 이 물질들을 대량으로 수입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정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500만 달러(약 65억 원) 규모의 갈륨과 2억 2000만 달러(약 2858억 원) 규모의 갈륨 비소를 들여왔다.

게르마늄 수입량은 좀더 많아진다.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게르마늄 수입은 6000만달러(약 782억 원), 유럽연합(EU)은 1억 3000만 달러(약 1694억 원)를 각각 기록했다.

물론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도 이 금속들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르마늄을 제조할 수 있는 국가는 벨기에, 캐나다, 독일, 일본, 그리고 우크라이나다. 갈륨을 제조할 수 있는 국가로는 일본, 한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독일이 꼽힌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71만8000달러를 기록한 이래 지속적 갈륨 수출 증가세를 보여왔다. 스타티스타(2023)에 따르면 지난해 갈륨 수출규모는 220만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또한 이러한 금속들에 대한 잠재적 대체물들도 있다.

다만 중국은 이들 금속을 대량으로 생산함으로써 다른 곳보다 더 값싸게 공급할 수 있다.

유라시아 그룹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목표 범위를 고려할 때 세계 공급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이 컨설팅 회사는 “이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를 포함한 국가들에게 중국이 보복 옵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그들이 (미국회사가 공급하는)고급 칩과 (네덜란드 및 일본 반도체용)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에 더 이상의 제한을 가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물론 네덜란드도 미국의 대 중국 첨단 기술 규제에 동참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30일 미국의 대중국 첨단 규제기술에 동참, 자국의 세계적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노광장비를 판매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기업들에는 어떤 영향이?

유라시아 그룹은 중국정부의 게르마늄, 갈륨 수출 규제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에 대한 경고사격으로 해석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5일 이 매체는 중국정부의 이 두 금속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이 금속을 사용하는 반도체 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 IT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라시아 그룹과 달리 낙관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

이 매체는 중국정부의 게르마늄, 갈륜 수출규제는 당연히 이는 지난 수년간 고조돼 온 미중간 첨단기술 및 무역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지난 수년간 미국의 규제로 인해 엄청난 매출 손실을 봤다. 이를 포함한 많은 중국기업들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판매하지 못했다. 게다가 미국은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개발 등에 필수적인 고성능컴퓨터(슈퍼컴)용 첨단 칩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도 막고 있다. 미국의 첨단 칩 판매 규제는 중국의 생성 AI모델 훈련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연 중국정부의 이번 조치가 미국에 대항하는 강력한 조치에 앞선 경고메시지로 읽히며 미국의 대중규제를 풀 계기가 될까.

최근 미중 간 협상 무드가 조성되고 있긴 하지만 그리 쉽게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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