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적자’로 덩치 키운 쿠팡, OTT·금융·해외진출 더해 흑자 드라이브 본격화

[AI요약] 미국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쿠팡은 배송 효율성 극대화와 함께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구독 경제를 구축하고 OTT 서비스를 더해 고객 락인(Lock-in)을 강화하는 전략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캐피털 설립을 통해 금융업까지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 모든 계획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쿠팡의 흑자전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쿠팡이 풀필먼트 기반의 물류 인프라 구축을 통한 이커머스 성과를 바탕으로 OTT, 금융, 해외진출 등 사업 확장에나서고 있다. 근본적인 목표는 흑자전환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지난해 22조2257억원이라는 창사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한 쿠팡이 무서운 기세로 국내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이제 출범 10년 남짓한 신생 기업이라는 점에서 경이롭기까지 할 정도다.

쿠팡의 연간 매출 증가율은 54%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 평균인 15.7%를 상회한다. 이는 2019년 매출액인 7조1530억원과 비교할 때 더욱 극명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쿠팡의 최근 성과는 기존 유통강자인 이마트를 넘어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올 1분기 결제추정금은 9조6000억원가량으로 근소한 차로 점유율 1위를 이어갔던 네이버까지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대비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은 8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사업 규모가 커지며 직고용 인원 역시 5배 증가했다. (이미지=쿠팡)

하지만 매출 증가세 못지 않게 영업적자 폭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쿠팡의 영업적자는 1조8039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을 기록했다.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 코로나19 방역 비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간 누적된 적자는 6조원이 넘어간다.

쿠팡은 출범 이후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만만하다. 이른바 ‘계획된 적자’라는 것이 쿠팡의 주장이다. 실제 쿠팡은 그간 벌어들인 수익은 물론 미국 상장을 통해 확보한 투자금을 아낌없이 써왔다. 가장 공들인 것은 내재화된 풀필먼트 시스템에 기반한 대규모 물류 인프라 구축이다. 전국망 구축을 목표로 한 물류 인프라 총면적은 2020년 2231만4000㎡(약 70만평)에서 2023년까지 528만9000㎡(약 160만평) 이상으로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인천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 전경. 쿠팡은 오는 2023년까지 물류센터 총면적을 약 160만평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쿠팡)

물류 인프라 다음으로 쿠팡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것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사업이다. 2020년 싱가포르 OTT 업체인 훅(Hoog)을 인수, ‘쿠팡 플레이’로 만들었다. 초기부터 엄청난 투자를 감행해 ‘SNL 코리아’를 히트작을 선보인 쿠팡 플레이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그 모태가 동남아라는 점에서 쿠팡 플레이는 향후 해외진출 시에도 쿠팡의 구독경제 생태계 구축에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의 신사업 계획은 그 뿐만이 아니다.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쿠팡이츠, 핀테크, 해외투자 등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자체 결제 서비스인 쿠팡페이를 분사하더니, 최근에는 캐피털 설립을 통해 금융업까지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이제까지 아마존의 성장 모델을 충실히 따랐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진출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 모든 계획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쿠팡의 흑자전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김범석 창업자의 큰 그림, ‘쿠팡없이 살지 못하는 세상’ 만들기

쿠팡은 다양한 서비스를 멤버십으로 묶어 제공하며 이커머스 업계 최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미지=쿠팡)

최근 이러한 전략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쿠팡의 고객들은 시간이 갈수록 쿠팡이 만들어 놓은 플랫폼 속에서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 쿠팡은 특정해에 가입하 고객을 동일 집단(코호트, Cohot 특정 기간에 태어나거나 같은 경험을 한 집단으로 동질성이 강한 이들)으로 묶고 각 코호트 별 지출 동향을 분석하고 있다. 지난 3월 컨퍼런스 콜에서 쿠팡이 밝힌 바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코호트를 비롯해 모든 코호트의 지출이 지난해 30% 이상 증가했고, 이는 가입 첫해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동향은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와우클럽 가입자 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와우클럽 가입자는 전년의 두배에 달하는 9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최대 규모다. 놀라운 것은 쿠팡이 멤버십 가입비를 2배가까운 4990원으로 인상했음에도 이탈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즉 여전히 쿠팡의 성장 잠재력은 꽤 높다는 뜻이다.

이커머스와 OTT 성공, 금융까지 연계하는 시나리오

쿠팡의 코호트별 지출액 증가와 멤버십 가입자 증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2020년 론칭한 OTT 서비스 ‘쿠팡 플레이’라 할 수 있다. 쿠팡 플레이는 멤버십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로 초기에는 부가 서비스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현재 그 위상은 전혀 달라졌다.

초기 오리지널 콘테츠인 ‘SNL 코리아’가 흥행을 거두며 신규 멤버십 가입자 확대를 견인하더니 이제는 OTT 업계에서도 무시못할 존재가 됐다. 올해 1월 기준 쿠팡 플레이의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355만명을 달성, 전년 동기 대비 418%라는 엄청난 성장을 과시했다. 단숨에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에 이은 업계 4위를 기록한 셈이다.

쿠팡플레이, SNL 업고 뛰었다…1년 새 사용자 5배↑ | 아주경제
올해 1월 기준 쿠팡 플레이의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355만명을 달성, 전년 동기 대비 418%라는 엄청난 성장을 과시했다. (이미지=와이즈앱·리테일·굿즈)

이러한 쿠팡 플레이의 성공 배경에는 역시 차별화 전략이 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다양성은 기본으로 탑재하고,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슈퍼볼 등을 3년간 독점중계하며 스포츠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손흥민의 토트넘 훗스퍼 FC의 경기도 생중계는 물론 오는 2025년까지 K리그의 뉴미디어·온라인 중계권도 쿠팡 플레이가 차지했다. 향후에는 중계 뿐 아니라 K리그를 소재로한 콘텐츠도 제작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OTT 차별화 전략은 메인 비즈니스인 이커머스와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신규 코호트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배송의 차별적인 경험, OTT를 더한 구독경제 구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이용자를 확보한 쿠팡의 다음 행보는 금융으로 향한다.

2015년부터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쿠팡페이를 도입하며 핀테크 사업을 시작한 쿠팡은 최근 캐피털사 설립에도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대외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이와 같은 움직임은 이미 수년 전 포착됐다.

2019년 특허청에 ‘쿠팡 파이낸셜’ 상표 등록을 출원한 쿠팡은 약 3년 간 여신전문금융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파이낸셜의 주요 업무는 금융서비스업, 은행 및 보험업, 전자지불업, 모바일 지불 서비스업, 신용할부금융업, 할부판매중개업, 대부업 등이다.

쿠팡이 이처럼 캐피털사 설립으로 금융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국내 법상 캐피털사 설립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이기 때문이다. 또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별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필요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다는 이유도 있다.

올 상반기로 출범 시기가 예측되고 있는 쿠팡의 캐피털사 고객은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을 비롯해 멤버십 가입자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OTT를 통해 획득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쿠팡의 금융사업 역시 단기간 높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른바 쿠팡 생태계가 구축되는 셈이다.

일본, 대만, 미국, 중국, 동남아까지 이어지는 해외 사업도 기대

국내에서 이뤄지는 쿠팡 생태계 구축과 더불어 지난해부터는 미국, 일본, 대만을 무대로 한 해외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국내에서 이뤄지는 쿠팡 생태계 구축과 더불어 지난해부터는 해외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사업이 풀필먼트 구축 등 배송 인프라 확장으로 시작됐다면, 해외 사업은 퀵커머스 서비스로 시작하고 있다. 이미 아마존 등 현지에 물류센터를 구축한 글로벌 기업을 상대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다.

대상은 일본과 대만이다. 일본에는 이미 지난해 6월 도쿄 시나가와구에 퀵커머스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대만에서는 한달 후인 7월 타이베이시 중산구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김범석 쿠팡 창업자 역시 국내 사업에서는 한발 물러나는 대신 모기업인 쿠팡lnc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직만 맡으며 글로벌 경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의 해외진출 대상 지역은 앞서 언급한 동남아 시장도 언급되고 있다. 거점은 쿠팡 플레이의 전신인 훅(Hoog)이 있던 싱가포르로 지목되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에 이어 중국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해외 직구 사업, 지난해 9월부터 쿠팡비즈를 통해 시작된 소모성 자재 구매대항 분야의 B2B(기업 간 거래) 사업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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