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서 공유, 다시 구독으로… ‘구독경제 시대’가 왔다

[구독경제 Focus]① 코로나 19 이후 공유경제 흔들리고, 구독경제 부상

[AI 요약] 공유경제의 ‘10년천하’ 이후 구독경제는 공유경제와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플랫폼을 기반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소비자의 소비 방식 변화를 빠르게 반영해 구독경제 방식의 사업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그룹 가트너는 2023년 전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구독경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정착하면 기존 대기업의 40%는 사라진다는 예측도 있다.


구독경제 시대가 도래하며 각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은 발 빠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pexels)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세계 경제는 극심한 침체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만이 방역에 성공하며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했을 뿐이다.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정국은 세계적으로 비대면 문화를 확산시키며 경제의 패러다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플랫폼을 기반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소비자의 소비 방식 변화를 빠르게 반영해 구독경제 방식의 사업을 내 놓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우리나라 빅테크 기업 역시 연이어 구독 서비스를 내 놓으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과연 구독경제는 무엇이며, 이러한 변화의 요인은 또 무엇일까?

공유경제의 ‘10년천하’

구독경제를 말하기 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공유경제이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하버드대학교 법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 ‘리믹스’에서 처음 언급한 공유경제는 물건을 구매,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해 일정 기간 이용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당시 이 개념은 수요에 비해 기업이 쏟아내는 잉여 재화가 재고로 쌓이는 상황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하나의 ‘경제 모델’처럼 여겨졌다. 자원을 아끼고 공유하여 쓰자는 개념은 공익적인 가치까지 느껴지게 했다.

이러한 개념은 세계 각국에서 사회 주류로 떠오른 MZ세대의 성향과도 일치했다. MZ세대는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며 최신 트렌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소유를 아예 선호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고 반드시 소유하고 싶은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명품 소비가 느는 것을 통해 확인됐다. 다만 이들이 대부분의 제품을 잠시 경험하는 공유 방식으로 소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각국에서 발생하는 청년실업 심화도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부모 세대에 비해 풍족하지 않다는 이들의 주머니 사정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공유경제의 장점과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2010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우버는 공유경제 모델을 적용한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사진=pexels)

이러한 복잡다단한 이들의 성향은 에어비앤비, 우버를 비롯해 공유경제의 가치를 표방한 플랫폼 기업들의 성공을 불러왔다. 순식간에 기업 가치가 수십조원으로 높아지는 성공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진화와 기술의 진보에 따라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실현되며 공유경제는 그 한 부분을 차지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했다.

이후 공유경제는 시대적 흐름처럼 여겨지며 수년 간 미주, 유럽을 중심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어갔다.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2017년 186억 달러에서 2022년 402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시 2019년 벤처투자 금액 중 공유경제에 대한 투자가 276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생산된 제품을 여러 사람이 공유해 낭비를 막고 효율적으로 소비를 하고자 했던 공유경제의 가치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 시키는 플랫폼 기업들이 개입하며 그들에게 부가 집중되는 ‘플랫폼 경제’로 변질되어 갔다. 플랫폼 기업들의 부가 극대화 되며 한편으로 부작용도 생겨났다. 그들의 부가 쌓이게 끔 헌신한 이른바 긱 노동자(gig worker)들을 착취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숙박과 교통 분야에서 공유경제 가치를 담은 서비스가 높은 성장을 기록했지만,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 탓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기존 레거시 사업 분야에 종사자들의 반발에 사업이 중단되는 등의 부작용도 있었다. 최근에 문제가 되어 뒤늦게 규제 법안이 만들어진 전동 킥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는 사이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것이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이 급성장을 시작한지 약 10년 만의 일이다.

온 디맨드(On-Demand)가 강화된 구독경제의 부상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공유경제 모델은 흔들리는 반면 구독경제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사진=pexels)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한 후 공유경제가 바탕이 됐던 대부분의 사업 분야에서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감염을 우려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로운 해외 여행이 제한되며 여행업 분야가 직격탄을 맞았다. 모든 것이 침체될 것 같았지만, 유독 성장한 분야는 코로나19로 인한 제약에서 자유로웠던 유통,배달업과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제공 서비스) 기업들이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의 특징은 ‘구독’이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서비스에 가입해 정해진 금액을 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외에도 비대면 인터넷 서비스, 모바일 서비스 등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가 크게 증가하는 성공을 거뒀다. (사진=pexels)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의 시작과 함께 구독경제는 큰 성장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구독경제는 공유경제와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사람들에게 낯선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 장점이 됐다. 과거 신문, 잡지, 심지어 우유나 요쿠르트 등을 구독 방식으로 소비했던 경험이 있는 것이다. 다만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에 O2O 방식이 더해진 셈이다. 이는 공유경제에 반응했던 MZ 세대의 성향과도 맞아떨어졌다.

구독경제 모델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기성 기업들의 접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한번에 상품의 대가를 받고 판매하는 방식에서 구독료를 받고 일정 기간 동안 사용 기간을 부여하면 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유경제처럼 기존 사업 분야와 마찰이 일어날 일도 없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물론 기존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사업자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구나 판매하는 대상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전환되며 온 디맨드(On-Demand,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가 강화됐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지속적인 ‘구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니즈와 성향을 파악해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내가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받는 서비스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든 구독을 중단할 수 있게 됐다. 한번 상품을 팔고 나서 나 몰라라 하던 시대는 옛말이 되는 것이다. 구독경제가 확산되며 기업들은 기존 상품을 가지고 어떻게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구독 서비스를 제시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구독경제는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을 소비자로 바꿔 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공유경제 모델을 적용했던 기업들도 발빠르게 구독 서비스를 내 놓으며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선점한 OTT 시장에서 디즈니플러스를 비롯 기존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서비스를 진행하던 기업들이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기 시작했다. OTT 서비스 구독자 상승률은 2020년 7배 이상 증가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에서 순위를 다투는 빅테크 기업들도 모두 구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이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는가 하면 유통분야에서 멤버십 형태로 정해진 월 비용을 내면 프리미엄 고객으로 대우하며 배달 상품 구매에 여러가지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몇 해 전 로컬푸트에서 시도했던 신선식품 구독 역시 식품 전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기업용 구독경제 결제 솔루션 기업 ‘주오라(Zuora)’가 개발한 ‘구독경제지수(Subscription Economy Index)’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구독 비즈니스의 매출은 S&P 500과 미국 소매판매 보다 5배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주오라(Zuora)에서 제공하고 있는 구독경제지수. (이미지=zuora)

너도나도 구독경제 모델을 사업에 적용하기 시작하며 글로벌 시장은 전분야에 걸쳐 다시 한번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이러한 변화 속에 “과거 기업들이 고객의 구매 여정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던 방식에서 앞으로는 ‘구독 여정’을 분석하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리서치그룹 가트너는 2023년 전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구독경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정착하면 기존 대기업의 40%는 사라진다는 예측도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자신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다. 접속과 이용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바야흐로 격변의 시대가 도래했다.

*다음 기사-구독경제 시대,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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