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업벤처스 김동우 이사, “창업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말로 성공할 수 있는 조건들을 내가 스스로 갖추고 있는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2022년 스타트업 총투자 수는 1,765건으로 총투자금은 11조 14억원으로 나타났다. 2021년 투자 실적과 비교하면 투자 건수는 1,186건에서 1.5배 증가했으며 총투자금은 2021년 약 11조 7,286억 원에서 5,882억 원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다.

2022년 국내 스타트업 투자 현황_단계별 투자 금액(억 원) (사진=THE VC)

바야흐로 스타트업 전성시대(全盛時代)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위해서는 우선 콘텐츠를 고려해야 하는데 즉, 아이템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문제를 개선하고 보완하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실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는데 이는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개발 능력이 있어야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이 무엇일까? 단연, 자금력(資金力)일 것이다. 창업 전 여러 가지 시장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자금’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창업의 제1 기준은 자금이 될 수도 있다. 자생력과도 연결될 수 있는 자금은 사업 아이템을 실현하고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자금이 없다면 창업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창업자의 자금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투자 유치다.

보편적으로 투자는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엔젤투자자 등 투자자를 통해 유치할 수 있으며 정부 지원을 고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 유치 경험이 없는 창업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자를 만나는 방법을 비롯해 투자 유치 과정과 그에 따른 사업계획서, 수익 실현 계획안 등 준비해야 할 서류들까지 모든 것이 낯설다. 특히 제품이나 서비스, 매출이 없는 초기에는 투자자에게 사업 아이템 가치와 시장성을 증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자칫 창업 시도조차 못하고 위축될 수 있다.

“지금의 투자는 보수적입니다. 하지만, 준비가 되어 있는 스타트업들은 지금도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라운드업벤처스 김동우 이사는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경색과 더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투자 시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밝혔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창업 아이디어나 아이템만 존재하는 단계의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해 업무공간 및 마케팅, 홍보 등 스타트업 고유의 사업 활동을 제외한 비핵심 업무를 지원한다. 또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마케팅·전략 등 각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을 멘토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활동 중인 김동우 이사님을 만나 현재 창업 시장의 현황과 전망, 초기 스타트업의 어려움과 극복 방안 등 스타트업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Q. 안녕하세요. 이사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 네, 반갑습니다. 저는 현재 그라운드업벤처스에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동우라고 합니다. 로아컨설팅에서 시니어 컨설턴트로 시작해서 더시드랩스 대표를 역임했고 더시드인베스트먼트 이사로 재직하다 현재는 그라운드업벤처스에서 유망한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라운드업벤처스 김동우 이사 (사진=테크42)

Q. 그럼, ‘그라운드업벤처스’는 초기 스타트업의 전반적인 컨설팅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까요?

: 네, 맞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개발부터 시드(Seed) 투자 유치까지 창업자와 구성원을 위한 다양한 성장지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라운드업벤처스는 2022년 2월에 중소벤처기업부에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하고 액셀러레이터사로는 올해가 2년째입니다만, 창업 컨설팅 및 운영사업 수행은 이전부터 계속해 왔습니다. 올해는 결성 예정 금액 38억의 개인 투자조합을 결성해 초기 투자에도 역량을 집중하려 합니다. ‘서울핀테크랩’의 운영사를 맡고 있는데 지난달 대만의 금융 지주회사 ‘케세이 파이낸셜 홀딩스(Cathay Financial Holdings)’와 한국 기술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라운드업벤처스’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활로도 활발하게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Q. 베트남 ‘창업지원센터(BSSC’)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 베트남에서 개최되는 스타트업 경진대회 중 가장 큰 규모인 ‘스타트업 휠 2023’이 개최 예정입니다. 스타트업 휠은 전 세계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투자자, 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스타트업 행사로 인터내셔널 트랙에서 우승한 스타트업에는 우승 상금을 비롯해 입주 공간,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한 전방위적인 홍보·마케팅 등이 지원됩니다. 이에 저희가 베트남 창업지원센터(BSSC)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성공적인 개최 및 운영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커머스 기반 OTT 플랫폼 ‘고미플레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함께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저희가 추천하는 스타트업은 Top 50 기업으로 직행이 가능하고 베트남 현지에서의 판로 개척을 위한 홍보·마케팅, 네트워킹, 워크샵 등이 지원될 예정입니다.

Q. 혹시 위에 언급된 스타트업 경진대회 말고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 창업자분들을 위한 무료 법인설립, 투자유치, 자금조달, 마케팅, 비즈니스 전략, 글로벌 진출, 바우처 사업 등을 연계해서 서비스하고 있는 ‘부스타(BOOSTA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 무료 강의만 하고 있는데요, 그 때 많은 창업자 분들을 만나는데 정말 열정이 높습니다. 한 시간 강의면 질문만 한 시간이 넘을 정도로 관심이 높고 적극적이십니다. 대부분 자금 조달에 따른 어려움과 그에 따른 정부 정책, 지원 정책의 아쉬움을 말씀하시는데 정부나 창업생태계에서 큰 역할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고민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라운드업벤처스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그라운드업벤처스)

Q.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제로 금리 시대 때 코인이나 주식 등 활발한 개인 투자들이 많이 이뤄졌습니다. 역시 직장생활을 정리하시고 스타트업에 나선 분들도 많아진 시기였는데요. 지금의 창업 시장은 상황이 어떤 것 같습니까?

: 창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두 가지가 공존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창업하기 좋은 조건인가? 그렇지 않은 조건인가?’ 또한, ‘창업 후 순항할 수 있는 조건인가? 그렇지 않은가?’

예전에 비해서 어려워진 건 사실입니다. 예산도 줄고 정부 지원 사업을 하는 운영기관도 줄었습니다. 더욱이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발판으로 해서 창업을 준비하시려는 분들의 입장에서 봤을 땐 더욱더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단, 인플레이션 문제로 고금리 정책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그로 인해 시장도 어려우니 자금 조달도 어렵다? 그건 일반화시켜서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투자나 자금조달에 있어서 부담이 커지는 건 맞지만, 투자 대상 스타트업의 업종이나 성장 단계 기준으로 봤을 때 분명한 차이는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사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시드 투자에 있어서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건 어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준비된 기업의 경우는 충분히 지금도 투자가 집행되고 있습니다. 업종과 성장단계의 기준은 투자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Q. 이사님이 봤을 때 이러한 현상들이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투자 기업의 선정에 있어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봐야 할까요. 말씀하신 성장단계나 기준과 같은?

: 업계에 계신 분들은 모두 동감하는 얘기지만 재무적 펀드멘탈(Financial fundamental)을 갖춘 스타트업이 투자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앞서 말씀드렸던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 측면에서의 ‘성장단계’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전의 경우 스타트업이 ‘빠른 성장을 하기 위해서 디자인된 조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금을 포함한 다른 모든 것들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이라고 하죠.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엄청난 속도로 회사를 키워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기업의 고도성장 전략을 말합니다. 블리츠스케일링은 이미 아마존, 구글, 에어비앤비 등에 의해 검증된 전략이기도 하고요. 과거 이렇게 성장 지표로만 말하던 기업들이 최근 초기 투자 및 후속 투자가 어려워지자, 위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실제 폐업을 감수하는 스타트업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기도 하니까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기동할 수 있는 수익모델, 수익원을 갖추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투자의 검토 대상으로 선호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으로 봤을 때 한 번의 투자가 이뤄졌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폐업할 만한 수준이 아닌 꾸준한 수익모델 기반의 수익원을 갖춘 기업들이 후속투자까지 받는다고 봐야겠죠. 자금의 건전성은 지금의 스타트업들에는 필수 요건인 것 같습니다.

김동우 이사는 재무적 펀드멘탈(Financial fundamental)을 갖춘 스타트업이 투자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테크42)

Q. 인플레이션 문제로 고금리 정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금의 건전성. 분명 스타트업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 같습니다. 지금의 자금경색은 언제쯤 풀린다고 보시는지요?

: 매우 어려운 질문을 주셨습니다. (웃음)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지금의 상황이 단기간 내에 역전될 것 같지는 않다고 봅니다. 주변에 벤처캐피털(VC) 분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투자검토를 위한 딜 소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고, 후속 투자 경우에도 기업 가치에 반영된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더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투자시장이 경색된다면 결국 창업자 입장에서는 다른 자금조달 채널을 찾거나, 펀드레이징 규모를 줄이거나, 기업가치를 할인(Discount)하는 플랜이 있습니다만, 결국 고정비 절감을 통한 런웨이의 연장이 최우선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Q. 이러한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예비 창업자, 초기 창업자들이 정부 지원 사업이나 바우처 사업에 관심을 많이 갖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이나 바우처 사업에 지원해서 선정 가능성을 높이려면 사업 계획서 등 문서작성의 큰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데 이사님의 생각은요?

: 제가 액셀러레이팅 현장에서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어떻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입니다. 그러한 질문들의 뜻과 의미는 잘 알고 있지만, 저는 딱 잘라서 말씀드립니다. “그런 의미 에서의 강의나 컨설팅은 불가능하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선정의 기준이 ‘상대평가’이기 때문입니다.

민간 투자와 정부 지원 사업의 결정적인 선정 이유는 상대평가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를 투자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여러 회사 중에 어떤 회사가 가장 ROI(투자 이익률)가 높은지를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는 고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비즈니스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의 비즈니스 성과는 선정 과정에 있어서 여러 회사 중에 평가 우위에 있을 테니까요.

창업자가 초기에 생각했던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과정에 충실하면 오히려 좋은 제안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이라는 질문보다는 ‘내가 생각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나?’ 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Q. 2022년 스타트업 총투자 수는 1,765건으로 총투자금은 11조 14억 원이 넘었습니다. 이사님이 생각하실 때 어느 분야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진 것 같습니까?

: 투자 트렌드를 보면 기반 기술과 사업모델 관점에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스타트업이 항상 있었습니다. 지금도 Chat-GPT 나 GPT-4 등 멀티모달(Multi-Modal) 관련 인공지능(AI) 기술이 주목받고 있고, 서비스 모델로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에 연이어 성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시장이 보수적으로 변했다면 이전과 같이 선호 영역 및 도메인의 스타트업을 우호적으로 바라볼 것인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 듭니다. 지금까지 주목받은 특정 영역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창업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시장에 안착한 극히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도태되었습니다.

‘기술력’이라는 포인트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전의 투자 환경에서는 도메인과 섹터, 산업을 구분하여 조금 더 빠른 EXIT이 가능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면 지금의 투자 환경은 ‘기술력’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수익 모델 기반의 플랫폼 시장으로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의하자면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갖추고 수익 모델 기반의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빠른 성장에 수익성까지 확보하라는 가혹한(?) 조건일 수 있지만 이 조건을 충족하는 스타트업은 분명히 있습니다.

Q. 가끔 매체를 통해 창업 선정을 주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이사님은 좀 어떠세요? 마지막 부분에 선정된 기업과 선정된 이유에 대해서 참석하신 심사위원분들이 부연 설명을 하시는데. 혹시 동의가 되거나 안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심사위원분들과 저의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정반대의 의견이 나와도 타당성이 있다면 좋은 심사평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기업 선정을 위한 심사 환경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분들의 고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짧은 시간 동안 서류 및 발표 평가를 통해 기업을 선정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발표를 듣거나 자료를 살펴볼 때 굉장히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만, 그래도 사람이기 때문에 놓치는 부분이 있고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듣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 때문에 계속해서 스터디를 하고 필드에서 만나는 창업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따로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다른 액셀러레이터나 VC 심사역 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창업생태계가 양적, 질적 성장을 해 온만큼 창업자의 수준도 엄청나게 올라왔으니까요, 노력하지 않으면 평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Q. 그럼, 만약 이사님께서 창업하신다는 가정하에 가장 먼저 어떤 부분을 생각하실 것 같으세요?

: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와 ‘관찰’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창업의 기회를 포착하게 되는데 기존 시장에서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고 이러한 문제가 ‘어떤 형태로 해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서 그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게 되겠죠.

물론, 이러한 형태의 접근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분야도 있습니다. 소부장과 헬스케어 영역은 명쾌한 수치로 나오기 때문에 제외하고요.

사실, 깊이 있는 ‘이해’와 ‘관찰’도 추상적인 표현입니다. 주관적 판단에 따라 깊이를 측정한다면 창업자의 고민만 늘어날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해’와 ‘관찰’을 통한 결과물로 수치화된 ‘지표(Index)’의 제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객은 전환비용을 내고라도 우리 해결책(솔루션)에 비용을 낼 준비를 하고 있는가?"에 확인 근거를 찾는 것이 목표가 될 거 같습니다.

김동우 이사는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와 ‘관찰’이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사진=테크42)

Q.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국내 시장과 해외시장의 우위 선별은 없을 듯한데요?

: 그렇진 않습니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의 시장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머징 마켓은 해당 국가의 경제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개방화가 급진전하여 자본시장이 급성장하는 시장으로, 국제자본의 관점에서는 고수익성을 노리는 금융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된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의 자본시장 발전 정도를 반영하는 척도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기술력이 있는 스타트업이면 빠른 시간에 많은 파이를 선점할 수 있죠. 어떻게 본다면 국내 시장에 쏟는 시간과 노력 대비 더 많은 대비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들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 이번에 진행된 ‘CES 2023’에 국내 기업 500여 곳이 참여했습니다. 또한, CES 최고혁신상과 혁신상 174개를 거머쥐면서 국제 무대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기술력으로 봤을 때는 글로벌시장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딥테크 쪽에의 기업들은 정말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기술력과 투자자 관점에서의 기대치는 다른 부분이긴 하죠. 하지만, 기술력만큼은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Q.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의 열풍이 IT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혹시 관련 사업계획서도 의뢰를 많이 하는 편인지요?

: 물론, 계십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아이디어와 콘셉만 가지고 투자 받길 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땐 쉽지 않죠. 또 상당 스타트업들이 실제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계획안도 제출하시는데 그런 걸 보면 아쉽죠. 키워드를 가지고 주목 받을 수는 있지만 개발팀이라든지 실제 구현할 실행 방안이 같이 첨부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기억에 ‘버시스(VERSES)’라는 팀이 있었습니다. 작년 ‘CES 2022’에 이어 올해 ‘CES 2023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스트리밍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았는데요, 인공지능으로 만든 메타버스 음악 서비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뮤직비디오 속으로 걸어 들어가 취향대로 뮤지션을 꾸미고, 음악적 아이템을 획득하면 인공지능이 자신만의 음악으로 성장시켜 주는 게임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음악 자동 성장 알고리즘, 아티스트 비주얼 성장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저는 그 서비스 과정에서의 기술적인 측면을 유심히 살펴봤던 것 같습니다. 같은 인공지능 콘텐츠라도 서비스 과정에서의 기술혁신. 제가 말씀드렸던 성장 단계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콘텐츠 제작이나 시장 등 지식정보를 다루는 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니라 ‘누가 더 잘하느냐’에 따라 성공의 여부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죠.

Q. 이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액셀러레이터라는 직업. 어떠신가요?

: 작년 3월 기준으로 372개소가 액셀러레이터로 등록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창업자의 선발 및 투자, 전문 보육을 주된 업무로 하는 일을 하고 있죠. 저 역시 그러하고요. 다만, 제가 생각하는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은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을 지원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인데 거기에 부스팅 해주는 역할인 거죠. 신뢰를 기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입니다. 액셀러레이터의 가치평가는 결국 스타트업이 합니다.

제 이력 소개에도 있습니다만, 저는 컨설턴트로 일하다 회사가 액셀러레이터사가 되면서 액셀러레이터라는 직업을 처음 알았습니다. 창업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으로 생각했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나는 과연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정체성 혼란이 자주 왔습니다. 외부에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활동을 의뢰받고, 회사 내부에서는 행정 업무나 운영 업무도 같이 했습니다. 또 교육 강사나 전문가 멘토로 활동하는 기회도 많았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제가 하는 일상 업무이지 제가 하는 업의 본질은 아니거든요. 지금도 어머니는 제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세요. (웃음) 그래서 저도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라는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찾아봤습니다. 이런 설명이 있는 데 많이 공감되었습니다.

“A career as a startup accelerator requires a big emotional commitment.”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경력에는 큰 감정적 헌신이 필요하다.

액셀러레이터 업무는 고됩니다. 일도 많고 항상 시간에 쫓기는 직업입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오래 하기는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실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현실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정말로 성공할 수 있는 조건들을 내가 스스로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일단 창업을 한 다음에,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족한 퍼즐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반듯이 갖추어야만 하는 필수 조건들은 갖추고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개발 요소들이 들어가는 콘텐츠의 경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개발 조직은 갖추고 있는지 또한 처음 시작 단계에서의 자금 확보는 어느 정도 되는지 스스로 자문해야 합니다.

만약, 아이디어만 갖추고 계신다면 차라리 창업에 대한 출발 시점을 늦추고 어느 정도의 현실적인 조건을 준비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승부를 보던 시대는 이제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본 사업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합니다. 성장과 수익화는 같이 처음부터 가져가야 할 고민입니다.

끝으로 액셀러레이터와 투자자의 관계는 이혼을 전제로 한 부부와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창업 초기에는 제가 늘 함께하며 성공을 기원하겠습니다. 또한 성공한 이후에는 또 다른 성공을 위해 잠시 헤어져 다른 분들의 성공을 위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합니다. 늘 건승을 기원합니다.

인터뷰가 끝나면 항상 '복기'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기자가 생각하는 오늘 인터뷰의 한마디입니다.

“액셀러레이터는 신뢰를 기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입니다. 액셀러레이터의 가치평가는 결국 스타트업이 합니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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