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는 국제 우주 개발 협력···중국조차 러 외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세계 우주개발에서 미국보다 앞서 우주선을 쏘아올린 우주기술초강국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국가들의 제재에 맞닥뜨리자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자국 소유즈 발사체를 이용한 위성 발사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가운데 올해 러시아 로켓으로 발사하려던 아리랑6호를 포함해 총 2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하지 못할 위기에 직면했다. 게다가 서방국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는 냉전체제 이후 국제우주 협력의 표본이었던 국제우주정거장(ISS) 유지 협력을 중단한다는 취지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유럽우주국(ESA)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제재에 동참해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과 추진해 오던 화성 탐사로봇 공동개발 및 발사에 협력하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지상에서는 물론 우주에서의 평화적 개발 협력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러시아 침공사태가 불러온 깨지는 세계 우주개발협력 질서의 모습들을 짚어본다.

(상) 韓 탐사·英 인터넷위성·EU 갈릴레오 올스톱 위기

() 깨지는 국제 우주 개발 협력···중국조차 러 외면


이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는 전세계 5개 우주기관이 공조하는 ISS운영, 러시아와 중국의 달기지 협력, 러시아-유럽간 화성 탐사 로봇 개발 계획, 미국-러시아가 협력중인 금성 탐사선 계획까지 망쳐놓고 있다 .

러시아가 가져온 국제적 긴장 및 ISS

전세계 5개 우주기관이 협력해 만들고 운영중인 국제우주정거장 공조체제가 우크라이나 침략자 러시아의 몽니로 붕괴 위기에 처했다. (사진=NASA)

ISS는 종종 지리정치학의 영역에 있으면서 그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를 받고 전쟁이 지속되는 지금 지구 상공 400km에 떠있는 ISS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ISS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캐나다 우주기관이 함께 구축해 공동 운영해 온 인공천체로서, 주요 우주 프로젝트에 대한 각국의 협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이 우주정거장은 20년 이상 계속해서 유지돼 왔으며 19개국에서 250명 이상의 우주비행사들을 수용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연설에서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에 러시아의 우주국 로스코스모스를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제재 방침에 대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 국장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와의 협력을 차단하면 누가 통제되지 않는 ISS가 궤도에서 이탈해 미국이나 유럽으로 추락하는 것에서 구할 수 있을까?”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러 로스코스모스국장, “ISS협력 재고” 으름장

미국의 제재에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국장은 ISS 궤도 유지를 위한 추진선 제공 협력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사진=러시아투데이 유튜브 영상)

로고진 국장은 이달들어서도 “ISS운영이 정상운영되고 있다”는 나사의 발표에 대해 ISS에 대한 러시아의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재차 위협했다.

그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 투데이가 제작한 동영상의 링크를 올렸다. 로고진 국장은 영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유지한다면 ISS에 대한 협력을 재고하겠다고 말했다.

로고진 국장은 이 영상에서 “미국인은 실용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수많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ISS 내에서 러시아와 협력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왜일까? 우리 없이는 우주정거장을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의 항행과 연료 수송을 책임지고 있다. 나는 모든 제어 시스템의 상호 의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 파트너들(캐나다, 일본, 유럽)의 행동을 면밀히 감시할 것이며, 그들이 계속해서 적대적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는 ISS 존재에 대한 문제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미국인들이 식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그런 시나리오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방송 앞부분에서 해커 집단이 로스코스모스 관제센터를 해킹하면서 로스코스모스가 통제권을 상실했다는 뉴스는 거짓이며 이런 시도는 ISS 추락을 가져오게 돼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서방국가들의 제재(첨단 반도체 등 포함)는 2014년(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 및 합병 당시)에도 있었고, 러시아 우주산업을 망가뜨리려는 것이었지만 러시아내에서 부품을 조달해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현재 ISS에 머무르고 있는 2명의 러시아인, 4명의 미국인, 그리고 1명의 독일인 우주승무원은 우려스러운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빌 넬슨 나사국장은 이달초 나사자문위원회(NAC)에 참석해 ISS가 정상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물론 이날 자문위에 참석한 한 위원은 비상 대응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사진=나사)

로스코스모스와 달리 나사는 러시아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지난 1일 열린 나사자문회의(NAC)에서 “도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실질적이다. 나사는 ISS에 탑승한 7명의 서방 우주비행사와 러시아 우주비행사에게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시 루더스 나사 부국장은 지난달 28일 다가올 ISS에 대한 상업적 임무에 대한 브리핑에서 “우리는 항상 더 많은 운영 상의 유연성을 확보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우리의 우주화물 공급선들은 어떻게 서로 다른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매니저였던 웨인 헤일 나사 자문위원은 지난 1일 회의에서 “ISS 관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그들은 매우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한다”며 “우리는 우주왕복선 비행이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상황은 나사가 비상 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나사가 호랑이 팀을 구성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느낀다”며 “그것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항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ISS 운영에 대해 큰소리치게 되기까지

ISS는 이를 만든 국가 또는 기관이 완전히 통제하는 많은 개별 모듈로 제작됐다. (사진=NASA, 위키미디아 커먼스)

ISS는 5개의 다른 우주 기관들에 의해 운영되는 만큼 원활하게 기능토록 하기 위한 여러 협약과 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달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음에도 이에대한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러시아 정부는 이전에 ISS를 정치에 포함시킨 것처럼 또다시 그렇게 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붕괴됐을 때 러시아의 우주 프로그램은 자금 부족과 엔지니어 및 프로그램 관계자들의 탈출로 인해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었다.

당시 미 항공우주국 국장인 댄 골딘은 클린턴 행정부를 설득, 러시아를 ISS로 재명명된 우주정거장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도록 했다. 1998년 첫 번째 모듈의 발사 직전에 러시아, 미국, 그리고 ISS의 다른 국제 파트너들은 주요 결정 방법과 각 국가가 정거장의 다양한 부분에 대해 어떤 통제권을 갖게 될지를 명시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ISS는 다자간 조정위원회가 운영을 관장하고, 각국의 우주기관 국장들로 구성되며, 나사 국장이 의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는 ISS 승무원들을 위한 행동 강령과 같은 것들을 합의에 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함께 일하고 싶은 국제 파트너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이사회 의장이 앞으로 나아갈 방법에 대한 결정을 내리거나 이 문제가 나사 국장과 러시아항공우주국(로스코스모스) 책임자에게로 넘어갈 수 있다.

ISS의 전반적인 운영은 다자간 조정 위원회가 운영하고 있지만 ISS 모듈 자체에 관한 한 소유권 상황은 더 복잡하다.

ISS는 미국, 러시아, 일본, 이탈리아, 유럽 우주국(ESA)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 의해 건설된 16개의 다른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ISS 협약에 따라 각국은 자국의 모듈이 사용되는 곳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한다.

거의 10년 동안 러시아 소유즈 발사체는 세계 각국 우주 비행사들이 ISS에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스페이스X 등 미국 민간 우주기업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 전적으로 러시아 정부의 소유즈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NASA, 위키미디아커먼스)

여기에는 발전소에 전기와 추진력을 제공하는 러시아 자랴(Zarya)와 산소 생산과 물 재활용과 같은 모든 생명 유지 시스템을 제공하는 즈베즈다(Zvezda)가 포함된다. 그 결과 ISS 모듈은 합법적으로 각국의 영토가 우주로 확장된 것처럼 취급된다. 이론적으로 탑승한 모든 승무원이 모듈에 탑승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시 각 해당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ISS가 20여년 전에 발사된 이래 이 구조물에서의 국제협력은 잘 이뤄졌지만 약간의 분쟁도 있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침공해 병합했을 때다.

미국은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했다. 그 결과 러시아 당국은 2020년부터 더 이상 ISS를 오가는 미국 우주 비행사를 위해 소유즈우주선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사가 2011년에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킨 이래 미국은 자국 우주 비행사들을 ISS로 왕복시키기 위해 전적으로 러시아 로켓에 의존해야만 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제 자국 우주비행사들을 ISS로 실어 나르기 위해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ISS 접근에 대한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이 소용없게 됐다는 의미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ISS와 관련된 지리정치학적 책동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로스코스모스 국장의 위협 내용과 실현가능성은?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 및 과학협력 중단에 대응한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국장의 트윗은 “러시아 모듈이 우주 쓰레기를 피하거나 궤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ISS를 옮기는 핵심”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필요할 때 정거장을 옮기는 것을 거부하거나 심지어 미국, 유럽, 인도, 중국에 추락시킬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는 일단은 무의미한 위협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는 나사가 지난해 12월 밝힌 ‘2030년까지 ISS 운영’ 방침에 따른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ISS 파트너들은 ISS운영 연장 계획에 지지를 표명했지만 러시아는 아직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당초 ISS 폐기시한인 2024년 이후에도 계속 함께 운영되도록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ISS는 물론 여기서 이뤄진 그간의 과학적, 협력적 성과도 조기에 끝날 수 있다.

그동안 ISS는 여러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정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협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돼 왔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긴장 증가, 위협, 그리고 더공격적인 행동은 향후 우주에서의 국제 협력 진전이라는 이상을 망가뜨릴 수도 있는 위기를 만들고 있다.

9월 발사예정 유럽 화성 탐사로봇 연내 발사 무산 위기

이탈리아 토리노의 화성 야드(Mars Yard)에 있는 유럽형 탐사로봇인 엑소마스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지상 테스트 모델. 내년으로 예정된 이 탐사로봇의 화성 도착에 앞서 지구의 로봇 운영자가 작동 연습을 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사진=ESA)

ISS뿐이 아니다. 멀리 붉은 행성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제작된 유럽의 엑소마스 탐사선도 오는 9월 예정대로 러시아 로켓에 실려 발사될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엑스마스 미션은 추적 가스 궤도선(2016년 화성 궤도 진입)과 아직 발사되지 않은 영국의 로잘린드 프랭클린 탐사로봇으로 구성된다. 이 미션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별개로 유럽우주국(ESA)이 러시아와 맺은 가장 의미 있는 협력이다.

당초 ESA는 이 프로그램을 나사와 함께 개발해 왔지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12년 예산을 삭감하면서 나사가 철수했고, 프로그램도 취소될 위기에 처했을 때 로스코스모스와 손을 잡았다.

그동안 러시아는 탐사선의 착륙 플랫폼, 여러 과학 장비, 러시아의 프로톤 로켓 발사 등에 기여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과 러시아 간 과학 협력이 중단되기 시작하는 위기국면에 돌입했다.

유럽의 화성탐사 로봇 프랭클린 로잘린드의 모습. (사진=ESA)

ESA는 지난달 28일 발표된 새로운 성명에서 9월 발사가 이제 어려울 것 같다고 인정했다.

ESA 관계자는 성명에서 “우리는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고 있다.엑소마스 프로그램의 지속과 관련해 제재와 더 넓은 맥락에서 볼 때 올해 발사할 가능성은 매우 낫다”고 밝혔다.

원래 2018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로잘린드 프랭클린 화성 탐사 로봇 발사는 지난 2020년 낙하산 착륙 시스템 문제로 연기됐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2년으로 또다시 연기됐다.

현재 이 임무의 미래는 불확실해졌다. 러시아가 만든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해 ESA로부터 상당한 재정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SA 관계자는 “ESA 국장이 모든 선택지를 분석하고 ESA 회원국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공식적인 결정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엑소마스 탐사로봇은 DNA 구조 연구 선구자로 유명한 영국 화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이름을 땄다. 화성 생명체를 찾기위한 이 로봇에는 2m 길이의 드릴이 장착돼 있어 미국 탐사로봇 퍼서비어런스보다 훨씬 더 깊은 화성 암석층에서 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

우주생물학자들은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었다면, 지표면을 강타하는 가혹한 방사능으로부터 숨겨진 지하에서 그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SA의 성명은 지난 주말 로스코스모스가 유럽의 대 러시아 제재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프랑스령 기아나의 유럽 우주 기지에서 소유즈 로켓 발사를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나왔다.

유럽의 우주발사업체 아리안스페이스는 2011년부터 중간형 탑재 발사체인 소유즈로켓을 사용하면서 무거운 아리안 5호 로켓과 가벼운 베가 로켓을 보완해 오고 있다.

지난달 말 ESA의 가장 큰 회원국 중 하나인 영국은 러시아와의 미래 우주 협력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독일 교육연구부는 지난달 25일 “러시아와의 과학분야의 오랜 협력이 즉각 중단되고 있다. 현재, 그리고 계획된 모든 활동은 동결되고 비판적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ESA 예산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화성은 오는 9월 20일 12일 간의 발사창이 열리는 기간 중에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화성탐사선은 지구와 화성의 궤도가 일직선이 되는 26개월마다 발사 최적의 기간을 맞게 된다.

현재 이 우주선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시험 중에 있으며 4월에 러시아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러시아의 국제 우주협력 계획 흔들기는 오히려 제발등 찍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각국의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러시아 국제 달 기지 연구소 협력이 예전과 같을 수만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중국도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중국의 우주 협력 기대하지만 고립 위기···미국의 중국 압박도 한몫

러시아는 달기지 구축에 있어 중국의 긴밀한 협력을 원하고 있다. 2021년 6월 발표된 로드맵에 따르면 ILRS는 달의 남극을 목표로 하는 로봇 연구 기지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대로 계획된 중국-러시아 국제 달 연구소의 3단계를 묘사한 렌더링. (사진=중국국가항천국)

로스코스모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중국이 자국 우주산업용 부품조달의 핵심공급자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국의 우주산업 핵심 부품까지 포함한 대 러시아 경제제재는 러시아의 우주 계획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국장은 이미 지난달 26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방국가들의 제재가 우주선에 필요한 마이크로 전자공학 부품 공급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인정했다.

로고진 국장은 “러시아가 마이크로 전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모든 것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중국과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는 이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다른 우주 임무들에 있어서도 이제 미국의 개입 대신 중국의 협력을 더욱더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2014년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 침공과 합병에 따른 서방국의 제재에 따른 (우주 부품 공급)대안으로 중국 국영 항공우주기업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은 훨씬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30년대에 러시아와 중국이 공조해 구축할 ILRS의 렌더링. (사진=중국항천국)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분쟁에 대한 대응 수위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여져 왔다. 중국은 러시아의 행동을 침략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가 직면한 파장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말 정례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포괄적 전략적 협력 파트너다. 우리의 관계는 어떠한 제삼자와도 비동맹, 비대립 및 대상물 비겨냥을 특징으로 한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한결같다. 우리는 항상 문제 자체의 장점에 따라 우리의 입장과 정책을 결정한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동맹국이 아님을 강조했다.

마티 노조넨 라플란드대 중국문화경제학 교수는 “중국은 점점 더 암초와 어려운 곳 사이에 놓여있는 것 같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거의 전 세계가 러시아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월 중국의 주요 우주 계약업체인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中国航天科技集团公司·CASC)와 중국항천과공집단유한공사(中国航天科工集团有限公司·CASIC)의 자회사들에 대해서도 무기수출통제법과 수출행정법에 따라 제재를 가했다.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국장은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로스코스모스팀에 중국과 심우주 미션에 대한 상호 협력과 기술 지원에 관한 협상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창어-6호와 창어-7호, 러시아 루나 27호 임무에 대한 협력 협정, 달과 심우주 탐사를 위한 공동 데이터 센터, 국제 달 연구 기지(ILRS) 제안 등 최근 들어 중-러 협력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위기다.

특히 러-중 ILRS 공조 계획의 각 역할에 대한 의문 표시는 러시아 우주 활동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ILRS 로드맵은 2030년대 초 러시아와 중국이 별도로 개발한 신형 초거대중량 발사체에 의한 일련의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2021년 6월 발표된 로드맵에 따르면 ILRS의 목표는 달의 남극에 로봇 연구 기지를 설립하는 것이다.

미-러 협력, 금성 ‘베네라 D 프로젝트도 무산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국의 러시아 제재에 따라 러시아가 먼저 미국에 손을 내밀어 추진되던 금성 탐사 임무인 ‘베네라-D’ 프로젝트도 무산 위기에 처했다. (사진=위키피디아)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국장은 최근 금성으로 향하는 ‘베네라-D’ 임무에도 더 이상 미국이 관여할 수 없다고 말해 양국협력 중단을 밝혔다.

베네라-D는 러시아 연방이 발사하는 첫 금성 탐사선으로 오는 2029년 러시아산 앙가라 A5 로켓으로 발사될 예정이다.

베네라-D 궤도선의 주된 목적은 레이더를 이용해 금성을 관측하는 것이다. 베네라 설계를 기반으로 한 착륙선은 행성 표면에서 긴 시간 동안 작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베네라는 금성을 뜻하는 러시아어이며, 베네라-D의 ‘D’는 ‘오래 지속되는(long standing)’을 의미하는 러시아어 ‘dolgozhivushaya’의 앞글자 약자다.

이 탐사선은 금성 궤도선과 착륙선으로 구성된다. 이 탐사선에 실리는 착륙선은 구 소련의 금성 탐사 착륙선이 혹독한 금성 환경에서 11.2시간 이상 견딘 기록을 넘어서도록 설계됐다. 금성의 표면은 평균기온 섭씨 462℃에 대기압은 지구의 89배에 이른다. 또 황산으로 뒤덮인 이산화탄소의 부식성 구름을 경험하게 된다.

러시아가 먼저 손을 내밀어 미국과 러시아 과학자들이 함께 추진해 온 ‘베네라-D’ 금성 탐사선 임무는 그동안 여러차례 지연됐다.

당초 베네라-D는 2004년에 발사돼 2013년에 금성 표면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이 임무는 2011년 들어서 2018년으로 연기됐고 프로그램은 위성 궤도선과 3시간의 예상 작전 운영 시간을 단일 착륙선으로 축소됐다. 2021년 3월 베네라-D는 늦어도 2029년 11월에 발사하기로 계획이 섰다.

1983년 구소련이 쏘아올린 베네라-15는 고해상도 카메라로 금성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보내진 탐사선이었다. (사진=ESA)

베네라-D 궤도선의 목표는 ▲초회전, 복사균형, 온실효과의 역학과 특성에 관한 연구 ▲대기의 열구조, 바람, 열조수, 태양에 갇힌 구조 특성화 ▲대기의 성분 측정, 구름의 구조, 구성에 대한 연구, 미세물리학 및 화학 연구 ▲상부 대기, 전리층, 전기 활동, 자기권 및 가스 탈출 속도 조사 등이다.

‘베네라-D’ 착륙선의 임무는 ▲금성 대기의 초 최전(superrotation) ▲표면을 형성하고 변형시킨 지질학적 과정 ▲표면 물질의 광물학적, 원소적 구성 ▲표면과 대기의 상호작용과 관련된 화학적 과정 파악에 중점을 두고 있다.

ISS의 운영은 정상이지만 다른 곳에서 전세계 우주기관과 러시아와의 협력은 빠르게 끝나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또다른 우주강국인 인도는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오고 있다. 중국과의 국경분쟁, 파키스탄과의 분쟁 등의 해결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 등이 나온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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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붐 시대①] 생성형 AI 산업 대폭발과 그 주변

AI 인덱스 보고서가 보여주는 AI 분야 경쟁 트렌드와 활용 및 과제 등을 포함하는 주목할 만한 15개 지표는 ▲생성형 AI투자 폭발 ▲폐쇄형 모델이 개방형 모델 성능 능가 ▲이미 매우 비싸진 파운데이션 모델 ▲미국이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에서 선두 국가로 자리매김 ▲구글이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 기업 가운데 독주 ▲AI 경쟁에 따른 무거운 탄소 발자국 발생 부작용 ▲AI 개발자들의 인종적 다양성, 일부 진전 ▲포춘 500 기업 조사결과 최소 1개 사업부가 AI 구현 ▲AI를 사용한 기업들의 비용 축소 및 매출 증가 ▲업계가 새로운 AI 박사 학위자들 채용 ▲기업들의 AI리스크 인식 ▲아직까지 인간을 능가하지 못한 AI ▲잇단 AI 책임 규범 개발 ▲법이 AI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제약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AI로 요약된다.

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 창업자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자체 LLM 기반 언어 AI 개발…번역, 글쓰기 이어 음성 번역 서비스도 선보일 것”

26일 딥엘의 창업자인 야렉 쿠틸로브스키 CEO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시장 진출 1년의 성과와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쿠틸로브스키 CEO가 소개한 딥엘 라이트 프로는 딥엘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로 구동되는 첫 서비스로, 기업이 사내외 커뮤니케이션, 계약서 등 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 상황에서 더 명확하게 소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