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광고 도입은 TV 시대를 끝장낼까?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 아시나요? MTV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로, 아마 이 노래가 나올 때만 해도 정말 라디오의 시대는 곧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을 겁니다.

이 곡이 발표된 게 1979년인데요. 라디오 시대는 그 뒤로도 한참을 이어졌고, 우리나라의 경우 '별밤'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전성기는 오히려 1980년대 중후반입니다 (응팔에도 자주 등장하죠.) 그리고 인터넷 시대에도 라디오는 여러 변신을 거쳐 여전히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위기는 TV에 찾아오는 듯합니다. 유튜브나 숏폼 콘텐츠 등에 밀리긴 했어도, TV는 여전히 광고계에선 터줏대감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최근 넷플릭스가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문제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디즈니를 포함한 다른 OTT들도 줄줄이 광고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라는 거죠. 저는 이런 소식을 들으며 Video Killed Radio Star가 떠올랐습니다. 비디오 대신 넷플릭스가, 라디오스타 대신 TV 광고가 그 자리에 있겠지만요.

결국 미디어의 판도를 바꾸는 건 광고 수익.

닷컴 열풍 때도 그렇고, 나중에 모바일 플랫폼이 등장할 때도 그렇고… 많은 가입자를 보유했지만, 과연 수익 모델이 뭐야?라는 질문의 답은 언제나 광고였습니다. 네이버가 그랬고, 카카오가 그랬고, 당근마켓 역시 대형 광고주의 광고는 하지 않겠다 했지만 결국 광고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기업이 아닌 이상 광고 시장을 장악하면 살아 남고 그렇지 않으면 몰락했거든요.

당근마켓 너마저..! 결국 수익모델은 광고뿐인 걸까?

꽤 오래전부터 광고 시장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디지털 광고의 대부분은 키워드나 SNS 광고입니다. 빅브랜드들은 여전히 TV 광고를 선호하죠. 돈 많은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의도와 메시지가 온전하게 반영된 멋진 영상(즉 15초에서 30초 정도의 커머셜 광고)을 봐줬으면 하는 로망이 있거든요.

이러한 빅브랜드의, 또는 빅브랜드가 되고 싶은 기업들의 TV 선호현상은 적자에 허덕이는 방송국들의 산소호흡기 같은 존재였습니다. 유튜브나 OTT의 성장에도 근근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죠.

하지만 넷플릭스나 다른 OTT들이 광고를 한다면? 그리고 소비자들이 돈을 더 내는 대신 광고를 더 보는 모델을 선택한다면? 아직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생각보다 빨리 미디어 업계는 재편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광고는 왜 두려운가?

지금은 좀 시들해진 얘기지만, 넷플릭스의 강점을 얘기할 때 많이 등장하던 것이 취향 기반의 맞춤 콘텐츠 추천입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에도 등장하죠.

넷플릭스는 고객들이 보는 모든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검토하여 케빈 스페이시의 영화와 정치 드라마가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넷플릭스는 이런 식견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 영화는 대히트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많은 구독자에게 ‘머스트 해브’의 경험이 되었다.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 션 앨리스

이런 맞춤 추천 역량을 광고에 발휘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반적인 TV 광고는 타게팅이 되지 않습니다. 광고를 하면서 참고할 수 있는 지표는 프로그램의 시청률, 그리고 주 시청자들의 연령과 성별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것도 정확하진 않구요.

하지만 넷플릭스는 다르죠. 기존의 시청 이력 등을 토대로 방대한 데이터를 쌓아 놓고 있습니다. 콘텐츠 시청 이력에 따라 고객의 취향은 어떤지를 분석하는 노하우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런 역량을 광고에 발휘한다면, 기존 TV 광고의 장점에 맞춤 광고까지 가능해지면서 광고주들이 관심을 가질만하죠.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죠.

일단, 시장이 형성돼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이 광고 도입에 상당히 부정적이거든요. 미디어렙인 인크로스의 조사에 따르면 OTT의 광고 도입에 대해 70%는 이용 의사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용해 보겠다는 의견은 30% 밖에 되질 않아요. ( incroess-Digital Marketing-Trend-2023 )

그리고 기존의 지상파 방송국들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타게팅이 가능한 IPTV 플랫폼과 연계해서 타게팅 광고를 시도하는 거죠. 이런 방식을 어드레서블 TV 광고라고 합니다. 이미 MBC는 이런 방식으로 광고를 하고 있고, EBS도 12월부터 도입했다고 하는데요. 이 역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어드레서블 TV 광고 현황과 전망

넷플릭스의, 그리고 OTT의 광고 도입은 찻잔 속의 태풍일까요? 아니면 우리는 지금 TV의 시대가 끝나는 중대한 변곡점을 목격하고 있는 걸까요?

쿠팡이나 아마존 같은 커머스 기업도 OTT 플랫폼을 갖고 있는데요. 만약 넷플릭스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이런 커머스 기업들의 미디어 진출은 더욱 가속화되리라 예상해 볼 수 있죠. 일반적인 시청자 입장에서라면야 재미있는 콘텐츠를 쿠팡에서 보든, MBC나 KBS 같은 방송국에서 보든 관계없는 일이지만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한번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입니다.

본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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