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인재 확보를 위한 냉혹한 전략

규칙 없음도 안 읽어봤다고?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으로 일컬어지는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는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인재 밀도, 솔직한 커뮤니케이션, 통제 제거인데요. <규칙 없음(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 지음)>은 세 키워드를 실행하는 방법에 대해 3부로 나눠 설명하고 있어요. 첫 번째 키워드인 인재 밀도에 대해 <규칙 없음>을 바탕으로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와 가상 인터뷰를 했습니다.

재능이 뛰어나고 해박한 사람들이 많은 팀이 있다. 그 팀에 단 1명이라도 무임승차자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 일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팀원이 1명이라도 있으면, 그 팀의 성과는 그렇지 못한 팀에 비해 무려 30~40%나 떨어진다. 이런 효과는 단지 일시적인 성과 하락에만 그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다른 팀원들이 무임승차자를 모방한다는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는 셈이다. 이 이야기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윌 펠프스 교수가 실험을 통해 입증한 연구결과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는 펠프스 교수의 연구결과를 2001년 이미 알고 있었다. 2001년 넷플릭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인터넷 버블 위기로 넷플릭스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총 직원 120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40명을 해고했다. 직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고성과자 80명을 유지하고, 나머지 40명을 내보낸 것이다. 리드는 구조조정 후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우려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인원이 30%나 줄었는데도 오히려 직원들은 의욕적으로 일했다. 조직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직원들이 나갔기 때문이다. 이 일을 계기로 리드는 인재 밀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후 높은 인재 밀도는 넷플릭스 성공의 바탕이 됐다. 리드는 에린 마이어와 이 같은 넷플릭스의 성공 비밀을 담은 책 <규칙 없음>을 썼다. 이 책을 쓴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와 가상 인터뷰를 했다.

인재 밀도란 무엇인가요?

인재 밀도는 인재(talent)와 밀도(density)의 합성어입니다. 처음 들으면 당연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인구 밀도를 생각하면 쉬워요. 인구 밀도가 단위면적당 인구수의 비율을 의미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인재 밀도는 한 조직당 인재수의 비율을 뜻합니다.

높은 인재 밀도를 확보하는 일, 그러니까 비범한 직원들로 팀을 채우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셨어요.

최고 인재들은 서로에게 배우고 성과를 더 많이 더 빨리 창출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끼리 일하면 신이 나고 특별한 영감을 받게 되어 일할 맛이 나지요.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복지는 재능이 뛰어나고 창의력이 남다르며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동시에 협동심이 강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입니다. 반대로 우수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매사 부정적인 직원들이 있으면 전반적으로 성과가 떨어집니다.

최고 인재를 록스타처럼 대우할 만큼, 인재와 평범한 직원 간의 성과 차이가 큽니까?

록스타 원칙은 베스트 플레이어 1명이 평범한 직원들보다 월등한 성과를 낸다는 거예요. 산타모니카 한 실험실에서 이뤄진 유명한 연구가 있어요. 실험 설계자들은 프로그래머 9명 중 최고 기량을 갖춘 사람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2~3배 높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죠. 최고 프로그래머가 코딩에서 20배, 디버깅에서 25배, 프로그램 실행에서 10배 더 빨리 과제를 처리했어요. 이후 여러 사례를 통해 베스트 프로그래머의 가치가 보통보다 10배가 아닌 100배 이상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빌 게이츠는 위대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는 평범한 프로그래머보다 1만 배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회사의 모든 직원에게 최고 수준으로 대우하려면 인건비가 만만치 않게 들 텐데요.

(하하) 물론입니다. 모든 직무에 록스타 원칙을 적용한 건 아니에요. 사내에서 록스타 원칙을 적용할 분야를 찾았습니다. 크게 업무를 운영과 창작분야로 나눴어요. 운영 분야의 직원에게는 평균 수준의 보수를 지급하기로 했어요. 운영 분야에서 최고와 평균의 차이가 2배 정도 날지 모르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가치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창작 분야에만 록스타 원칙을 적용했어요. 창의적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는 최고의 대우를 하고 있습니다. 최고 1명이 평균보다 10배 이상의 일을 해내기 때문이에요. 또한 최고로만 팀을 꾸리면 직원 관리 비용이 감소하는 반면에 회사 전체 능률이 오르고 혁신 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연봉 액수뿐 아니라 지급 방법도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같은 연봉을 지급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연봉을 주고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보너스로 주려고 한 돈 모두를 연봉에 합산해 한 번에 지급하는 겁니다. 뭐가 더 효과적일까요. 우리가 찾아낸 답은 후자입니다. 사람들은 두둑한 보수를 보장 받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의적인 능력을 더 발휘해요. 집안일이나 생활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에요. 물론 보너스가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기능적인 일을 수행하는 직원에게는 조건부 보너스가 성과 창출에 효과적일 수 있어요.

넷플릭스의 인재들을 탐내는 경쟁사들도 많을 듯합니다. 구글, 아마존에서도 최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요. 높은 인재 밀도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습니까?

넷플릭스는 직원들의 시장가치를 수시로 조사해 연봉에 반영합니다. 가끔 얼마 지나지 않아 연봉이 크게 오르는 직원들이 있어요. 직원의 기술이나 능력이 더 좋아지거나 해당 분야의 인재들이 부족해진 경우입니다. 이럴 때 직원에게 먼저 연봉을 인상해 줍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시장가치를 늘 선반영할 수는 없을 텐데요.

직원들에게 리크루터에게 전화를 받으면 얼마를 줄 건지 물어보고, 회사에 알려달라고 합니다. 다소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나중에 경쟁사에 직원을 빼앗기고 빈자리를 채우려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죠.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할 여유가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때에는 베스트 플레이어보다 못한 직원 몇 명을 내보내고 확보한 자금으로 최고 인재를 붙잡습니다. 중요한 건 항상 높은 인재 밀도를 유지하는 겁니다.

높은 인재 밀도 유지의 두 번째 비결이 키퍼 테스트라고 봅니다.

키퍼 테스트(keeper test)는 매니저가 팀원이 내일 당장 그만두겠다고 하면 재고하라고 설득할 것인가,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사직서를 수리할 것인가 생각해보는 겁니다. 후자라면 당장 팀원에게 퇴직금을 주고 스타플레이어를 다시 찾으라고 합니다.

키퍼 테스트로 인한 잡음도 있습니다. 사전 경고 없이 직원을 해고하기 때문일 텐데요.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들에 대한 조치가 있습니까?

지적하신 대로 일부 직원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업무 성과가 떨어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첫째는 즉각적인 키퍼 테스트입니다. 매니저가 해고를 하기 전에 직원이 먼저 묻고 피드백을 받는 겁니다. 직원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일 텐데, 당신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거나, 뜻밖의 개선책을 제시받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사후 Q&A입니다. 어떤 직원을 해고한 후, 그 일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해 이야기를 나누는 겁니다. 기왕 일이 벌어졌다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집단의 두려움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관리하고 이별하는 방식이 프로 스포츠팀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전통적인 산업에서 지향했던 가족 같은 회사와는 배치됩니다. 마지막으로 넷플릭스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넷플릭스도 초기에는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를 지향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 대량 해고 사태 이후 모든 게 달라졌어요. 높은 인재 밀도가 성과 창출의 핵심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직원들이 끈끈한 유대감으로 회사에 헌신하면서 자신을 전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길 바라지만,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여기길 바라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더 배울 게 없거나,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없다면 떠나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넷플릭스를 프로 스포츠팀으로 규정합니다. 위대한 팀은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만으로 부족합니다. 그들이 내는 하모니와 시너지가 필요합니다. 서로 신뢰하고 협업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를테면 프로축구 선수들이 자신의 욕심만 앞세우면 승리할 수 없죠. 언제 패스를 해야 하고 언제 과감하게 돌파해야 할지 알아야 합니다. 팀이 이길 때만 내가 이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넷플릭스는 우승컵을 위해 뛰는 프로 스포츠 팀과 같습니다.

본 기사의 원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민호

hacademicvs@g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에이블리, 첫 연간 흑자 전환 이후의 과제는

이번 에이블리의 첫 흑자 전환은 무엇보다 서비스 매출 성장에 힘입은 바가 컸습니다. 전체 매출액 성장은 45.3%였는데, 서비스 매출은 99.3%이나 증가했고, 상품 매출은 13.1% 늘어나는데 그쳤거든요. 이러한 매출 성장을 이끈 요인은 크게 2가지였습니다. 

20대에 구글에 회사를 판 천재 루이스 폰 안의 비결

로그인할 때, 찌그러진 글자를 제대로 입력 하라거나 “자동차가 있는 이미지를 모두 고르세요” 같은 요구를 받으신 적 있으시죠? 또는 아래 그림처럼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에 체크한 적 한번쯤은 있으실 텐데요. 

앤스로픽 AI에 투자한 아마존

아마존이 앤스로픽에 언급했던 투자 금액 40억 달러를 모두 던지면서 두 회사의 전략적 협업 관계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알다시피 아마존에는 AWS(Amazon Web Service)라는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이 있죠. 앤스로픽 역시 아마존의 AWS를 사용합니다.

미래가치 : 열정의 시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며 생활에 침투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남에 따라 우리는 다가올 일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