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칩 하나로 메타·테슬라 밟았다'…마이크론, AI 광풍에 시총 1.4조 달러 돌파

  • 美 유일 메모리 제조사, 5월 한달 만에 주가 236% 폭등…월가 "제2의 엔비디아"
  • 2030년까지 1000억 달러 계약 확보…"이번엔 다르다" 자신감

오래전 PC 성능을 끌어올리려던 이들이 찾던 작은 메모리 카드 제조사가 실리콘밸리의 거대 공룡들을 제치고 섰다.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본사를 둔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6월 25일 장중 시가총액 1조 3980억 달러를 기록하며 메타(Meta)의 1조 3920억 달러와 테슬라(Tesla)를 순간적으로 추월했다.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는 마이크론이 1조 2700억 달러, 메타 1조 3900억 달러, 테슬라 1조 4200억 달러로 재정렬됐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주가 100달러 아래를 맴돌던 기업이 1132달러까지 치솟으며 한 달간 236%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시장에 강렬한 충격을 안겼다.

오래전 PC 성능을 끌어올리려던 이들이 찾던 작은 메모리 카드 제조사가 실리콘밸리의 거대 공룡들을 제치고 섰다.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본사를 둔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6월 25일 장중 시가총액 1조 3980억 달러를 기록하며 메타(Meta)의 1조 3920억 달러와 테슬라(Tesla)를 순간적으로 추월했다.
마이크론의 폭풍 성장이 기존의 반도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사진=마이크론 홈페이지)

월가는 벌써부터 이 기업을 '넥스트 엔비디아(Next Nvidia)'로 지목하고 있다. UBS는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3배 가까이 상향한 1625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향후 12개월 내 시가총액 1조 8000억 달러 돌파 가능성을 시사하는 수치다. 팩트셋(FactSet) 데이터에 따르면 마이크론을 분석하는 46개 월가 기업 중 UBS의 목표가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컨센서스 목표가 684.32달러를 두 배 이상 웃돈다.

■ 열광의 중심에는 '램아게돈'

이 같은 열광의 배경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불러온 메모리 칩 공급 대란, 이른바 'RAMageddon(램아게돈)'이 자리한다. AI 서버 한 대에는 노트북 대비 수십 배에 달하는 시스템 메모리가 필요하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불리는 차세대 제품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시스템 제조사들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 AWS(Amazon AWS), 구글(Google), 메타, 오라클(Oracle) 같은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대량 매입하면서 공급 부족 사태를 촉발했다. 이 여파로 델(Dell), HP 등 PC 제조사들과 기타 전자기기 업체들도 메모리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고, 결국 애플(Apple) 제품과 엑스박스(Xbox) 콘솔 가격 인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HBM이 전체 DRAM 웨이퍼 생산량의 23%를 차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2025년 19%에서 단 1년 만에 증가한 수치다. 2026년 HBM 수요는 전년 대비 7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와 확장되는 데이터센터 배치에 기인한다. 전체 메모리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DRAM 가격은 2025년 45% 상승했으며, 2026년에는 80~100%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 반도체 설계 도구 업체 시놉시스(Synopsys)의 사신 가지(Sassine Ghazi) CEO는 CNBC 인터뷰에서 "가격 상승과 메모리 부족 현상은 2027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 실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이런 시장 흐름을 그대로 증명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한 414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18억8000만 달러에서 282억 달러로 폭증했다. 4분기 매출 전망치는 490억~510억 달러로 제시됐다. 1년 전만 해도 연간 매출 전체가 이 정도 규모였던 기업이 단 한 분기 만에 역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이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는 오랜 공식이 있다. 생산 시설 증설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그 사이 수요가 급감하면 재고 과잉과 가격 폭락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Samsung), SK하이닉스(SK Hynix)는 수십 년간 이 굴레를 반복해왔다. 그런데 마이크론은 이번엔 다르다고 주장한다.

핵심 근거는 장기 공급 계약이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와 AI 연구소 앤스로픽(Anthropic)을 포함해 데이터센터, 소비자 전자기기, 자동차 시장 부문에 걸쳐 16개 전략 고객 계약(SCA, Strategic Customer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들은 5년 기간(2026~2030년)으로 설정됐으며, 취소가 불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 고객사는 매년 일정 물량을 구매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사전에 예치한 보증금에서 차감되는 방식이다. 마이크론은 이미 220억 달러 이상의 재무적 약속을 확보했으며, 이 중 180억 달러는 현금으로 예치됐다. 16개 계약 중 14개는 최소 가격이 보장된 조건으로, 총 누적 매출 규모가 약 1000억 달러에 달한다.

계약에는 가격 상한선과 하한선이 설정돼 있어, 분기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협상되지만 일정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마이크론의 수미트 사다나(Sumit Sadana) EVP는 이를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계약이라고 표현했다. 고객이 물량을 구매하지 않거나 못하더라도 계약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으며, 보증금 차감 외에도 별도 구제 조치가 있다는 뜻이다.

월리엄 블레어(William Blair)의 기술 분석가 세바스티앙 나지(Sebastien Naji)는 "수요 증가세가 새로운 클린룸 공간이 가동되는 속도를 계속 초과하고 있다"며 "향후 분기에도 평균 판매 가격(ASP)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주요 고객과의 장기 계약 확대로 매출 가시성이 개선되면서 더욱 지속 가능한 수익 성장 잠재력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 HBM 연간 매출...'12조 원' 규모 전망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위상도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2026년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가 62%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마이크론은 21%로 삼성전자(17%)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마이크론은 이미 11Gbps 속도를 구현하는 HBM4 샘플 출하를 시작했으며, 2026년 HBM 생산 물량이 완판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HBM 관련 연간 매출은 약 80억 달러 규모로 전망된다.

마이크론과 앤스로픽은 6월 22일 AI 인프라 확장을 위한 전략적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메모리 및 스토리지 공급뿐 아니라 공동 아키텍처 설계, 기술 협력까지 포함한다. 양사는 다양한 워크로드에서 메모리와 스토리지 하위 시스템의 성능을 분석하고 전체 인프라에서의 상호작용을 최적화하기로 했다.

데이터센터가 2026년 생산되는 메모리 칩의 70%를 소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소비자 전자기기 부문으로 공급 부족이 확산될 것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애플 CEO 팀 쿡(Tim Cook)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메모리 칩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엑스박스 콘솔 가격을 세 번째로 인상했다. 레노버(Lenovo) CFO 윈스턴 쳉(Winston Cheng)도 "메모리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으며, 비용을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 인상은 저가형 전자기기 시장부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의 매니쉬 바티아(Manish Bhatia) 글로벌 운영 EVP는 "2028년까지 새로운 그린필드 생산 시설에서 본격적인 물량이 나오더라도,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자금이 그 기간 내에 실제 생산량으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AI 기반 메모리 부족 현상이 2027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고객사들은 이미 수년 앞 물량을 예약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버지니아주 매나사스(Manassas) 공장에 20억 달러 규모 증설을 발표했으며, 이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생산 자국 회귀 정책의 일환이다. CEO 산제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6년 고대역폭 메모리 전체 공급량이 이미 완판됐다"고 강조했다.

■ 벌써부터 차기 실적발표 관심

월가의 거물급 투자자들도 마이크론으로 몰려들고 있다. 억만장자 데이비드 테퍼(David Tepper)가 운영하는 애팔루사 매니지먼트(Appaloosa Management)는 올해 마이크론 보유 지분을 11% 늘려 5억 6250만 달러 규모로 확대했으며, 이는 펀드의 두 번째로 큰 포지션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Bridgewater)는 이달 초 공시에서 마이크론 지분을 66% 증가시키고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두 배 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브리지워터는 세일즈포스(Salesforce), 서비스나우(ServiceNow) 같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주식을 매도하고 엔비디아, 브로드컴(Broadcom)과 함께 AI 칩 주식으로 대거 이동했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진짜로 호황-불황 사이클 없이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문제다. 마이크론은 6월 차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최신 칩 생산 일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장기 고객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지,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 능력 증가가 타이트한 공급 상황을 위협하기 시작하는지를 주시할 것이다.

수십 년간 범용 부품 취급을 받던 메모리 칩이 AI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면서, 미국 유일의 대규모 메모리 제조사 마이크론은 목요일 잠깐이나마 업계 거인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문제는 이 가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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