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이렇게 하는 거였나"…AI·XR 결합 1인 명상부스 '무아홈' 체험기

포드(POD) 안에 들어서는 순간, 바깥세상이 차단됐다.

지난 5월 18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JTBC 스튜디오 5층.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기업 엔피(NP)가 공간형 AI 마인드케어 솔루션 '무아홈(MUAH)'의 국내 첫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평소 명상에 관심이 있던 터라 AI와 XR 기술이 명상과 어떻게 결합됐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성인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독립형 캡슐 구조의 이 부스 안으로, 기꺼이 들어가 봤다.

무아홈 부스 (엔피 제공)

무아홈은 엔피가 개인용 XR 명상 플랫폼 '무아(MUA)'를 기업·공공기관용으로 확장한 B2B 솔루션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체험 전 태블릿 카메라를 30초가량 응시하는 것만으로 생체 데이터를 측정한다. 별도 웨어러블 없이 피부 반사광을 카메라로 포착하는 비접촉 rPPG(원격 광혈류 측정) 방식으로, 심박수·심박변이도 등을 읽어낸다.

이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것이 감정추론 AI 'MIND C-AI'다.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와 약 1년 반의 공동 연구로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감정의 긍정·부정 정도를 나타내는 '정서가'와 에너지 레벨을 뜻하는 '각성도' 두 축으로 현재 감정 상태를 2차원 좌표로 매핑한다. 혈압을 재듯 감정을 수치로 확인하고, 그 상태에 맞는 XR 명상 콘텐츠를 자동 추천한다는 게 개발팀의 설명이다.

포드 안으로 들어서자 외부 소음이 한 겹 걷혔다. 좁지만 아늑했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 자리를 잡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태블릿 카메라를 30초가량 바라보자 생체신호 측정이 시작됐다. 스마트워치가 손목의 혈류를 측정하듯, 카메라가 얼굴의 혈류 신호 변화를 읽어내는 방식이다. 잠시 후 결과가 화면에 떴다. 대부분의 수치는 괜찮았다. 문제는 스트레스 지수였다. 아무래도 취재 현장이다 보니, 완전히 긴장을 풀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이후 관계자 안내에 따라 메타 퀘스트3 헤드셋을 착용하자 콘텐츠가 시작됐다. 기자에게 추천된 콘텐츠는 '우주명상 — 참나의 목소리'였다.

헤드셋을 쓰는 순간, 눈앞에 태양계가 펼쳐졌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행성들이 각자의 궤도를 돌았다. 나레이션이 호흡을 안내하는 사이, 몸은 여전히 포드 안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시선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짧지도 길지도 않게 흘렀다. 헤드셋을 벗고 나서야 다시 쇼케이스장 안이라는 게 실감났다. 체험이 끝나면 카메라 앞에 다시 서서 전후 생체 데이터를 비교한다. 수치로 감정 변화를 확인하는 구조다.

체험 후 측정 결과, 스트레스 수치는 오히려 올라가 있었다. 엔피 측은 "처음 착용하는 분들, 특히 업무 목적으로 오신 분들은 기기와 상황 자체에 신경이 쓰여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찍고, 다음 장면을 확인하고, 콘텐츠를 분석하려 했던 기자의 태도가 그대로 수치에 반영된 셈이다. 명상을 하러 간 게 아니라 취재를 하러 갔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또 한 가지 솔직한 인상. 오프라인 명상 경험이 있어서인지, 나레이션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방식이 오히려 호흡을 방해한다고 느꼈다. 이 부분은 개발팀도 인지하고 있었다. "나레이션 가이드가 많은 콘텐츠와 적은 콘텐츠가 나뉘어 있고, 피드백을 반영해 조정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명상 초보자에게는 오히려 나레이션이 집중을 돕는다는 반응도 있다고 했다. 결국 사용자에 따라 효과가 달리 느껴지는 영역이다.

기술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공간 그 자체였다. 문을 닫고 들어가면 외부 시선이 완전히 차단된다. 수면캡슐처럼 공용 공간에 놓여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구조다. 사무실 한켠이든, 공항 대기실이든 어디에 놓여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엔피 관계자는 "체험자들이 가장 먼저 말하는 장점이 '독립된 공간에서 쉴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명상 앱이나 프로그램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물리적으로 공간을 분리해준다는 것.

여기에 XR 기술이 더해지면 가능성은 넓어진다.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는 전통적인 명상과 달리, XR 환경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해 몰입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명상이 낯선 사람도 콘텐츠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호흡이 느려지는 구조다. 사용자 데이터가 쌓일수록 AI가 개인의 감정 패턴을 학습해 더 정교한 추천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인을 넘어 조직 차원의 활용 가능성도 있다. 무아홈은 구성원 개개인의 감정 데이터를 누적 트래킹하고, 팀·직군 단위로 집계해 관리자가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엔피 관계자는 "기획팀이 요즘 스트레스가 좀 심하네, 이런 식의 파악이 가능하다"며 "그냥 웰니스 프로그램 가서 하세요 하는 것보다 데이터로 평소 수치와 지금 상태를 비교할 수 있다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 감정 데이터가 조직에 노출되는 구조인 만큼, 구성원 동의와 활용 범위에 대한 기준 마련은 도입 전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엔피 제공)

엔피는 도입처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과 협의 중이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POC(개념검증) 도입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MWC 2026 이후에는 해외에서도 공동사업화 및 MOU 논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설치가 간편한 경량 모델 '무아 스탠드'와 '무아 테이블'도 출시할 계획이다.

전 세계 정신건강 문제 인구는 약 10억 명으로 추산되고, 국내 직장인 스트레스 지수는 OECD 최상위권이다. 무아홈이 스스로 설정한 무대는 꽤 넓다. 기술도 생각보다 탄탄했다. 다만 이 제품이 진짜 효과를 증명하는 건 지금부터다. 반복 사용이 쌓이고, 데이터가 쌓이고, 사용자가 스스로 변화를 체감할 때, 그때 비로소 이 포드의 가치가 가늠될 것이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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