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을 기계로 파괴하는 ‘애플 아이패드 프로’ 광고에 대하여

[AI요약] 그동안 감각적이면서도 감동적인 광고로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했던 애플의 이번 아이패드 프로 광고는 실패로 돌아갔다. 시청자들이 사랑하고 아끼는 문화와 예술을 무자비하고 파괴하고, 그 자리를 아이패드로 채우라는 애플의 제안은 충격을 넘어 끔찍하기까지 하다.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최신 광고가 파괴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공감을 불러오지 못하면서 시청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미지=애플 아이패드 광고 갈무리)

과장이 아니다. 너무 끔찍해서 눈물이 날수도 있다.

파괴적으로 책과 악기를 기계로 부수면서 엄청난 반발에 직면한 애플의 새로운 아이패드 광고에 대해 워싱턴포스트, CNN 등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광고가 입소문을 타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두가지 이유 중 하나다. 시청자들이 광고에 깊게 공감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멈출수 없거나, 반대로 광고에 너무 화가 나서 소셜 미디어로 달려가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다.

효과적이고 세련된 마케팅으로 널리 알려진 애플의 이번 최신 광고는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하게 됐다. 팀 쿡 애플 CEO는 최신 아이패드 홍보를 위해 이번주 화요일(7일) 소셜미디어 X에 새로운 광고를 공개했다.

이번 아이패드 프로의 광고는 레코드 플레이어, 책, 피아노, 아케이드 게임기, 구식TV, 사람 모양의 조각상, 페인트 통 등 인류의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문화를 대변하는 도구와 물건들이 금속판 위에 놓여져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구본과 트럼펫이 보이고 공모양의 귀여운 캐릭터들도 있으며, 그 위에 또 다른 거대한 금속판이 불길하게 매달려 있다.

그리고 소니 앤 셰어(Sonny & Cher)의 1972년 싱글 ‘All I Ever Need Is You’의 시작 부분이 들리면서 윗부분의 금속판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시청자들은 경쾌한 노래에 맞춰 금속판 위에 놓여진 ‘인류의 유산’이 거대한 유압 프레스로 인해 모두 파괴되는 모습을 1분 동안 지켜봐야 한다.

파괴 과정은 말그대로 끔찍하다. 모든 물건은 산산조각나 파괴되고 페인트 통이 터지면서 화면에 튄다. 마지막은 귀여운 공모양의 캐릭터가 프레스에 눌려 터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문화유산이 유압 프레스에 파괴되는 애플 광고의 한 장면. (이미지=애플 아이패드 광고 갈무리)

파괴 후 프레스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는데, 물건들이 있던 자리에 잔해는 사라졌으며 그 자리에는 빛나는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가 놓여져 있다. 그리고 ‘역대 가장 강력하고 얇은 아이패드’라는 음성 해설이 나온다.

애플의 의도는 알겠다.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가 다른 모든 창의적인 표현 수단을 대체할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유압 프레스 광고를 활용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문제는 해당 광고가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는 점이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 광고 영상의 한 댓글에는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것이 실제로 당신이 추구했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내용이 달렸다. 또 다른 댓글은 “나는 이 영상에 전혀 공감할수 없다. 창의적인 것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고 제작자를 조롱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창의적인 컨셉이고 실행력도 좋았다.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세상을 더 즐기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고 말하며 광고를 비꼬기도 했다. X의 또 다른 사용자는 “모든 사물과 경험의 특별한 본질을 포착하고 존중하며 영혼을 짓밟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디바이스에 통합하는 것이여야 했다”고 광고의 문제를 지적했다.

대부분 시청자는 애플의 이번 광고가 반대의 내용으로 흘러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X에 게재한 쿡 CEO의 게시물은 수요일 기준 1930만 조회수를 기록한 상태다.

애플은 외신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최신 아이패드 광고에 담긴 유압 프레스에 캐릭터 인형이 터지는 장면. (이미지=애플 아이패드 광고 갈무리)

월스트리저널은 “애플의 이번 광고는 그동안 사람들이 기술이 우리가 즐겼던 모든 것을 죽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통찰력을 완벽하게 요약하고 있다”며 “심지어 그것을 좋은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덤 싱어 애드퀵 마케팅 부사장은 “이 광고는 (의도하지 않은) 오늘날의 창의적 암흑 시대에 대한 완벽한 은유”라며 “수조달러 규모의 기업은 유기적 도구, 즐겁지만 불완전한 기계, 유형의 예술 등 우리의 물리적 현실 전체를 영혼이 없는 포스트 모던으로 압축하고 사용자를 통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 중심의 뉴스레터 및 이벤트 기업을 운영하는 애릭 뉴커머 CEO는 “애플이 스티브 잡스가 소중히 여겼을 디바이스를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광고를 게재했다는 것을 믿을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류정민 기자

znry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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