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희토류 재활용' 기술 확보 총력전

세계 각국이 지구온난화 위기 속에 탄소 배출량 줄이기에 나서면서 전기자동차 수요가 증가일로다. 전기차 생산의 필수 재료가 희토류 광물인데 전세계 일부 국가, 특히 중국에 집중돼 있다.

희토류는 전자기기, 특히 스마트폰 등의 제조에도 빠질 수 없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전기차·전자기기 제조사는 물론 광물 공급 전문업체들까지 나서서 대학들과 혁신적 희토류 분리 및 회수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닛산이 최근 희토류 회수율을 98%로 크게 높이고 회수 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기술을 발표했는가 하면, 애플은 카네기멜론대(CMU)와 함께 어떤 애플 기기에 사용된 희토류 부품이라도 스스로 척척 분해해 재활용을 도와줄 로봇 및 AI 분야 개발 협력에 합의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회사인 아메리칸 리소스코퍼레이션(ARC)도 퍼듀대와 함께 크로마토그래피로 석탄자원 연소 부산물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 독점 확보하고 대규모 공장 건설에 나섰다.

▲희토류는 오늘날 문명의 이기인 전기·전자기기 사용 제품 가운데 들어가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 소재다. 아쉽게도 희토류는 보유 및 생산국가가 한정돼 있다. 최근 공급 점유율이 줄긴 했지만 중국은 단연 세계 1위 희토류 생산 국가다. (사진=스타티스타, 2021.2)

이같은 각국의 활발한 희토류 재활용 노력과 성과는 우리나라에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 같다.

퍼듀대에 따르면 연간 전세계 희토류 금속 생산 시장 규모가 최소 40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에 이른다. 희토류 금속이 요구되는 전기·전자 관련 제품의 가치는 매년 4조 달러(약 4668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가격은 수급 상황에 따라 요동친다. 지난 2010년 중국이 희토류 금속 수출 할당량을 줄인 후, 풍력 터빈 한 대에 들어가는 희토류 자석 비용은 8만 달러(약 9300만 원)에서 50만 달러(약 5억8000만 원)로 급상승했다. 중국이 18개월 후에 수출 규제를 완화하자 가격은 2010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돌아왔다.

닛산-와세다, 전기차 모터 자석에 들어가는 희토류 재활용 시험 돌파구

닛산은 지난해 가장 인기있던 자사 전기차 모델이 과거(2010) 최고 인기모델이었던 전기차 ‘리프’보다 희토류를 최대 85%나 적게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희토류 회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지만 모터 분리 후 자석 제거에 많은 시간이 들자 와세다 대학과 손잡았다.

지난 3일 닛산과 와세다대학은 전기 자동차 모터의 자석에서 고순도 희토류 원소 98%나 회수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2배 속도로 빠르게 회수하는 공정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닛산이 와세다대 닛산자동차와 함께 개발한 재활용 공정의 한 단계. (사진=닛산,와세다대)

전기차에 들어가는 희토류로는 배터리로 들어가는 리튬, 그리고 전기 모터 자석에 사용되는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이 꼽힌다.

닛산은 용융로를 사용하는 새로운 희토류 회수 과정을 통해 자동차 모터 자석에 들어간 희토류 원소의 98%를 회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이 방법을 사용하면 자석의 자성을 제거하거나 분해할 필요가 없어 기존에 비해 희토류 회수 과정과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새로운 기술 덕분에 손으로 일일이 중고 모터를 분해할 필요가 없어졌다. 먼저 자성 모터에 탄소 처리재와 무쇠를 첨가한 다음 혼합물을 섭씨 1400도까지 가열한다. 그런 다음 녹아 있는 희토류 원소를 산화시키기 위해 산화철을 첨가한다. 이어 희토류 산화물을 용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회수하게 해 줄 소량의 붕산염 기반 용제(플럭스)를 용융된 혼합물에 첨가한다.

녹은 혼합물은 두 개의 액체 층으로 분리된다.

희토류는 슬래그로 불리는 녹은 산화물 층 맨 위로 떠오르고, 고밀도인 철-탄소 합금 층은 맨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에따라 희토류는 슬래그에서 쉽게 회수된다.

이 회사는 이제 이 방법(아래 동영상)을 좀더 시험하기 위해 더 큰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닛산은 2025년까지는 새로운 공정을 이용한 재활용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네기멜론대, 애플기기 분해·재활용 로봇·AI 개발 협력

애플은 지난 7월말 미국의 로봇 명문 카네기 멜론대(CMU) 바이오로보틱스랩과 손잡고 애플 전자기기에 들어간 자원 재활용을 개선해 줄 로봇 및 인공지능(AI) 개발에 나섰다.

로보틱스 247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아이폰 탭틱 엔진에서 희토류 자석, 텅스텐, 철 등을 분리해 오고 있지만 이 협력에서 인공지능(AI)을 사용해 효율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은 CMU 측에 로봇과 AI를 활용한 전자기기 자원회수 개선 연구비를 지원한다. CMU 연구원들은 오래된 제품을 분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한다.

▲애플은 이미 ‘데이브’라는 로봇을 이용해 아이폰 탭틱(Taptic) 엔진에서 희토류 자석, 텅스텐, 철 등을 분리해 오고 있다. 이제 애플과 카네기 멜론대는 AI로 로봇을 교육해 처음보는 어떤 형태의 기기도 척척 분해할 수 있도록 만들려 하고 있다. (사진=애플)

이들의 최근 파트너십은 애플의 재활용 로봇 데이지(Daisy)와 데이브(Dave)를 포함한 이 회사의 기존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CMU연구소 연구원들은 “우리는 로봇을 만들고 있으며, 기계가 어떤 전자제품이라도 보고 분해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도록 AI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CMU 연구진은 레이저로 휴대폰을 스캔해 3D 모델을 만드는 로봇을 개발했다. 그런 다음 단말기가 재활용 센터에 도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태를 인식하도록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 균열, 케이스, 또는 분실된 배터리 등을 시뮬레이션했다.

애플은 “일반적으로 AI 모델이 물체를 인식하고 분해하기 위해 기기의 이미지와 같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불행히도 이 데이터를 쉽게 구할 수는 없다. 이 연구는 실제 이미지를 합성해 로봇들에게 재활용 규모에 맞게 광범위하고 다양한 전자 폐기물 흐름을 인식하는 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새롭게 개발된 소프트웨어(SW)가 오픈소스로 제공되며 다른 재활용 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업은 재활용, 또는 재생 가능한 재료만을 사용해 제품과 포장을 만들려는 노력의 일부다.

애플의 ‘데이지’ 로봇은 아이폰을 분해해 재활용을 위한 더 많은 부품을 회수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이 회사의 최신 재활용 로봇인 ‘데이브’는 희토류 자석, 텅스텐, 강철과 같은 핵심 물질을 회수하기 위해 아이폰에서 탭틱(Taptic) 엔진을 분해한다.

▲세계 각국이 탄소배출을 줄이기에 나서면서 전기·전자기기 외에 전기차에 들어가는 희토류 광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재활용의 경제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희토류 채굴 광산. (사진=퍼듀대)

미 ARC, 대규모 희토류 원소 분리시설 건설 준비

나스닥 상장회사인 아메리칸 리소스 코퍼레이션(ARC)은 지난달 18일 미국에 최초의 상업용 희토류 정화 및 분리 시설 공장터를 인디애나주 노블스빌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ARC는 제철에 사용되는 필수 성분인 야금 탄소, 전기화 시장에 필요한 핵심광물과 희토류의 추출 및 가공, 그리고 재활용 재처리 금속에 초점을 둔 회사다. 흥미롭게도 ARC는 폐 영구자석 및 폐 리튬이온 배터리와 석탄 기반 폐기물과 부산물로부터 희토류와 중요광물을 생산하는데 특화된 16개 특허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퍼듀대는 ARC가 참여한 가운데 개발한 희토류 회수 기술이 99%이상의 순도로 99%이상의 회수율을 보였다고 지난해 5월 발표했다.

ARC의 희토류 회수시설은 대지 6.9에이커(약 2만8000㎡·약 8400평)에 약 8만 평방 피트(7400㎡·약 2250평) 규모로 지어진다. 이 지역은 상업용수와 전력 공급이 제공되는 공장 지대여서 편리한 물류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공장은 미국에서 희토류를 정화시키고 분리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상업 시설 중 하나가 된다.

이 시설은 ‘포획-처리-정화’로 정의되는 ARC의 회토류 회수 처리 공정의 마지막 단계다. 이 회사의 크로마토그래피 공정은 환경적으로 가장 안전한 정화 방법을 활용하며 희토류 제련 공정의 마지막 단계를 중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해준다. 이는 ARC가 미국내 공급원에서 희토류 산화물, 리튬 및 코발트를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RC는 이 시설을 통해 미국내 영구 자석 및 배터리와 같은 녹색 기술 부품 제조업체에 직접 판매할 희토류 원소를 정화 및 분리하는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희토류 정화 시설은 퍼듀대학교 주도로 개발된 ‘배위자 기반 치환(LAD)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에 기반한다. ARC는 지난 2월 퍼듀대의 이 기술을 독점 인수했다.

▲미 퍼듀대와 ARC가 지난해 5월 공동 개발한 크로마토그래피 방식의 희토류 추출법 그래픽. (사진=퍼듀대)

LAD 크로마토그래피란 리간드(ligand) 또는 킬레이트 시약(chelating agent)으로 불리는 착화합물을 사용해 순수 희토류를 분리하는 기술이다. (리간드는 금속이온에 배위해 안정된 킬레이트 화합물을 형성하는 배위자 이온이나 분자를 말한다. 크로마토그래피는 다양한 분자들이 섞여 있는 혼합체로부터 이들을 분리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재활용 영구 자석, 리튬 이온 배터리뿐만 아니라 보일러의 연도 가스로부터 집진기로 채취한 석탄재인 플라이애쉬(flyash)같은 다양한 공급 원료 부산물을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기존의 용제(솔벤트) 기반 추출 방법에 비해 환경적으로 상당히 안전한 정화 과정이다.

마크 젠슨 AR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미국에서 분리되고 정제된 희토류 원소를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첫 번째 회사중 하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고 이제 상업 생산을 위한 적합한 부지를 확보했다···매년 약 30억 달러(약 3조5000억 원) 상당의 사용후 희토류 원소가 매립지로 보내지고 있으며, 10억 톤 이상의 플라이애쉬에 매립돼 있다. 이는 우리 처리 공정 능력을 고려할 때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ARC는 지난달 25일 미에너지부와 석탄자원 원료 내 희토류를 평가하는 연방 시범 파트너 업체로 선정됐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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