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가 미래 모빌리티의 키워드인 이유

현대자동차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한 걸음 앞서 나갔습니다. 세계 4대 모터쇼인 프랑크푸르트쇼가 이름을 바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레벨4 무인자율주행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세계 무대에 선보였습니다.

현대차의 로보택시는 2023년부터 차량공유업체 리프트를 통해서 미국 도심에서 상용 서비스에 투입됩니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현대차가 미국의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모셔널과 수년에 걸쳐 개발한 '작품'입니다. 서비스 개시까지는 아직 1년 이상이 남아있지만, 만년 중위권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완전한 자율주행을 수행해 주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현대차와 모셔널은 로보택시를 이미 10만회 이상 일반인 대상으로 시범 주행 서비스를 운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사고와 오작동이 없었으며, 시범 서비스인 미국 내 지역과 도로 상황 및 여러 차종에 적용하는 등 다양한 조건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는 설명입니다.

현대자동차가 IAA 모빌리티 2021에서 공개한 아이오닉5 로보택시 (사진=현대자동차)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분야, 즉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현재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테슬라가 최근 오토파일럿 사고 등으로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현대차의 로보택시 발표는 경쟁사들을 긴장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또한 현대차는 내년 제네시스 G90 완전변경 모델에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인 'HDR(하이웨이 드라이빙 파일럿)' 기능을 탑재함으로써 상용화 모델의 자율주행 업그레이드에도 적극 나섭니다.

단순히 레벨4 자율주행 서비스를 발표한 것 만으로 김치국부터 마실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이 정도의 성과를 자신 있게 발표했다는 면에서 현대차의 미래는 밝다고 하기에 충분합니다. 적어도 미래차 모빌리티 경쟁에서는 경쟁사와 동일한 출발선상에 있으며, 초반 스타트도 좋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치열한 자율주행 경쟁

경쟁자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GM(글로벌모터스)는 자체 개발한 로보택시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험 사업 승인을 받은 상태입니다. 이 회사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이르면 올해 연말 주요 차종에 탑재한다는 계획이기도 하죠.

GM의 자율주행 차량

포드는 자율주행 업체인 아르고AI와 공동으로 자율주행차 호출 서비스(로보택시)를 올해 안에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차량공유업체 리프트를 통해 서비스되며, 5년 내 미국서 1000대 이상의 로보택시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포드의 자율주행 차량

일본 자동차회사로 눈을 돌리면, 도요타는 탄탄한 자동차 생산력과 검증 받은 품질,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애플과의 협력설이 돌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앞서고 있지만 자율주행 및 스마트카 부문에서는 의미 있는 발표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애플과의 협력이 신의 한수가 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혼다는 올해 3월 레벨3 자율주행을 탑재한 자동차(레전드)를 출시하며 세계 최초의 레벨3 자율주행차를 선보이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레벨3 자율주행 기술 인증을 받은 혼다의 '레전드'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래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력이 타사 보다 독보적이거나 탁월하다고 볼 수 없고, 자체 모델에 적용한 제품이 경쟁사 보다 더 빨리 출시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다만 현 단계에서 폭스바겐과 현대차 만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갖추고 있고, 레벨4 로보택시 서비스의 구체적 상용화 계획을 통해 (앞서 언급한 대로) 경쟁사와 동일선상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IT 기반의 빅테크 기업들의 자율주행 진출…애플카, 게임체인저 될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만의 것은 아닙니다. 전통적인 제조사들이 치열한 기술개발과 시범 서비스에 나서고 있지만, 더 무섭게 성장하고 주목 받고 있는 것은 IT 기업들입니다.

테슬라를 놓고 보자면, 미래차 선도기업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사와 IT 기업의 중간 쯤에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이 분야의 모든 플레이어들은 테슬라를 뛰어 넘는 것을 목표로 경주를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완성형 AI를 추구합니다. 다른 기업과 달리 테슬라는 고가의 라이다(LiDAR, 레이저/빛으로 주변 물체와 거리를 감지하는 장치)와 레이더를 배제하고,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 완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통해 얻은 실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도로주행을 판단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를 가능케 하는 신경망 컴퓨팅 학습 등에 컴퓨터 자원이 너무 많이 소모된다는 장벽에 부딪힌 상황입니다. 최근의 자율주행 사고에서 처럼, 테슬라는 아직 완성형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자율주행 중 사망사고를 낸 테슬라의 차량 (사진=폭스TV 뉴스 캡쳐)

자율주행에 뛰어든 빅테크 기업은 미래 신사업이자 차세대 수익모델인 자율주행 부문에서 테슬라 및 완성차 업계와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바이두가 수도 베이징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였고, 향후 3년 내 중국 내 30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중국이 가진 거대 내수 시장 특성과 중국 정부의 자국기업 보호정책 및 기술궐기 정책 지원이 어우러진 결과로, 중국 자율주행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샤오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전기차 자회사를 설립하고 나섰지만, 전문인력 부족과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황입니다.

다만 글로벌 후발 주자인 중국 자동차 산업 전반을 두고 본다면, 중국 거대 내수 시장을 제외하고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글로벌화를 낙관하기는 힘듭니다. 브랜드 인지력은 물론, 잔고장과 안정성 측면에서 하드웨어 경쟁력이 확연하게 떨어지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거대 내수 시장에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와 경험을 무기로 완성차업체와의 협력 측면에서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바이두의 자율주행 차량

국내의 경우 네이버와 포티투닷, 카카오모빌리티, KT 등의 IT기업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진척을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차량

빅테크 기업 중 미래자동차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은 구글입니다. 구글의 자율주행 관련 계열사인 '웨이모'는 이미 완성차업계와 같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웨이모의 경우, 종종 테슬라의 자율주행 서비스와 비교가 되는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시작하면서 착실하게 성과를 쌓고 있습니다.

웨이모 로보택시

인텔 또한 자회사 모빌아이에 4억달러(약 4640억원) 투자 결정을 하는 등 자율주행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하죠.

미래자동차 산업에 '애플카'가 거론되는 이유

무엇보다, 현재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는 '애플카'일 것입니다.

애플카라는 단어는 사실 공식적으로 애플이 언급하지도 않았습니다.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차량 관련 프로젝트를 애플이 진행하고 있는데, 애플이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고 전장 시스템과 SW를 운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애플카가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죠.

애플카는 스마트폰을 고안하고 대중화시킨 애플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미래의 '스마트카' 역시 애플이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애플이 만들면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는 혁신에 대한 기대가 응축돼 있는 것입니다.

애플 팬이 상상한 애플카 이미지 (사진=애플허브 인스타)

소비자들은 미래자동차인 스마트카를, 기존 완성차 업체가 만드는 값비싸고 무거운 제품의 연장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다. 내 손안의 스마트폰이 공간성을 키워 내 몸을 감싸고, 개인 생활반경의 디지털화를 실현해 주도록 확장된 스마트 기기로서의 모빌리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테슬라의 성공도, 테슬라가 자동차라는 인식 보다는 '자동차 모양을 한 커다란 전자기기'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작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애플카는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needs)가 반영될 스마트카의 상징성을 움켜쥐고 있다는 측면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가장 신경써야 할 경쟁 상대입니다. 애플은 AI, 반도체, 운영체제 등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은 기업 영속성을 위해 현재의 스마트폰 경쟁력을 미래의 스마트카 경쟁력으로 넓힐 필요도 있습니다. 이미 자율주행차 관련 주요 특허를 출원했고, 거대한 모바일 생태계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물밑 경쟁을 시작한 상황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애플과 협력설로 인해 주가가 널뛰기 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독자적인 길을 걸으면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애플이 현대차와 애플카 협력을 한다는 소문으로 현대차 주가가 널뛰기한 것은 애플카의 위력을 알 수 있는 해프닝이었죠. 다만 완성차 업체들은 폭스콘처럼, 애플의 단순 하청 업체가 되는 것을 꺼려하기에 애플과의 협력을 꺼리고 있습니다. 애플 역시 막대한 경쟁력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자동차 대량 생산에 대한 리스크가 현재로서는 가장 큰 제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이 최근 도요타와 접촉해 무슨 이야기를 나눴고, 현재 어느 정도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인지는 베일에 쌓여있습니다. 다만 애플카의 존재가 희미하게 나마 드러나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는 확실한 메기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으로서는 레벨4 로보택시가 관련 업계의 화두입니다. 무인자동차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카와 현대차, 그리고 스마트카 대중화 시대에 우리의 이동을 책임질 기업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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