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관광지가 아니라 스마트폰 앱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야놀자리서치가 레딧(Reddit) 여행 커뮤니티 게시글 7260개를 분석한 결과, 한국 방문객의 디지털 관련 불편 비율이 일본의 약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놀자리서치는 2023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일 여행 관련 게시글을 분석한 '방한 관광객 불편 경험의 구조적 진단' 보고서를 4월 26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총 7260개 게시글 세그먼트(한국 3480개, 일본 3780개)를 대상으로 실제 불편 사례를 추출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불만이 포함된 게시글 비율은 한국이 약 11%로 일본(약 7%)보다 높았다. 단순 수치보다 주목할 지점은 불편이 집중되는 영역이다. 한국의 불편은 디지털 영역에 27.8%가 몰렸다. 소분류 기준으로는 가입·인증 13.1%, 결제수단 11.5%, 디지털 서비스 오류 10.4%, 길 찾기·내비게이션 10.3% 순이었다. 대부분이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 혹은 도착 직후 스마트폰 화면에서 막히는 단계들이다.
일본의 불편 구조는 달랐다. 교통(23.0%), 관람·체험(15.9%), 식사(12.8%) 등 현장 이동과 체류 과정에서 피로가 쌓이는 형태였다. 복잡한 환승, 긴 대기줄, 관광지 혼잡 같은 이른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현상이 주된 요인이다. 한국은 진입 단계에서 막히고, 일본은 진입 후 현장에서 지치는 구조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마주하는 디지털 장벽은 여러 겹이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지도다.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방한 외래객 여행 앱 이용 조사에서 구글 지도는 가장 불만족한 앱 1위(30.2%)에 올랐다. 길 찾기 만족도(80.4%)는 언어 소통(70.9%) 다음으로 낮은 항목이었다.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제한으로 구글 지도는 한국에서 도보·자동차·자전거 길찾기를 제공하지 않아 왔다. 다만 이 문제는 지난 2월 27일 국토지리정보원이 구글의 1:5000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엄격한 보안 조건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하면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카카오맵과 네이버 지도는 국내에서 정밀하고 편리하지만, 영어 검색과 다국어 지원이 부족해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능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제도 마찬가지다. 맛집 예약 앱, 택시 호출 앱, 공연 예매 플랫폼 대부분이 한국 휴대전화 번호를 통한 본인 인증을 요구한다. 단기 체류 외국인에게는 서비스 이용 자체가 차단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를 본인 인증·결제 수단·모바일 호환성의 '3중 장벽'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이 공동 주최한 방한 외국인 결제 편의 개선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디지털 장벽보다 더 강한 감정적 충격을 주는 요소도 있다. 보고서의 부정 감성 강도 분석에서 한국의 '태도·환대' 항목은 0.78로 전체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지털 서비스 오류(0.62), 가입·인증(0.61)도 상위권이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가운 시선을 받거나, 영어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실상 입장이 제한되거나, 택시 승차 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을 하면 여행 전체의 기억이 바뀐다.
역설적이지만, 한국의 오프라인 인프라는 일본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교통, 식당 서비스, 관광지 운영 등 현장 서비스 영역에서 한국의 불편 비율은 일본보다 낮다. 그러나 이 강점은 관광객이 현장에 도달하기 전에 소진된다. 앱 인증, 결제 실패, 지도 오류 등 초기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막히면서 현장 서비스의 강점도 제대로 체감되기 어려운 구조다.
윤효원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예약, 지도 검색, 결제 단계에서 인증에 막히는 '디지털 장벽'이 크다"고 밝혔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현대 관광의 승패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얼마나 막힘없이, 따뜻하게 경험하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글로벌 표준과 호환되는 유니버설 관광 인프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