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보다 실력"… 국내 기업들, AI 시대 인재 전략 전면 재편

국내 기업들이 전통적인 학력·경력 중심 채용 방식을 버리고, 실무 능력 중심의 인재 전략으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이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 기반 인사·재무 솔루션 기업 워크데이가 지난 8일 공개한 '글로벌 스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국내 경영진의 80%가 "능력 기반 조직 체계가 국가 경제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특히 혁신 역량과 창의적 사고력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했다. 이는 단순히 자격증이나 학위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 인재 평가 기준, 학벌에서 스킬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기업들은 채용과 인사 평가에서 직급, 출신 대학, 과거 이력 같은 '겉포장'보다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더 큰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이런 접근은 필요한 인재를 더 빠르게 배치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력난이 심화되고 미래 직무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경직된 채용 방식으론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워크데이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전 세계 이사급 이상 경영자 2,300명을 조사했으며, 이중 100명이 한국 응답자였다. 조사는 지난해 11월 시장조사 전문기관 하노버 리서치를 통해 진행됐다.

■ AI가 만든 '인재 대전환'의 물결

이런 변화의 중심엔 인공지능이 있다. AI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요구하는 역량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영진들은 AI를 활용할 때 기대되는 가장 큰 효과로 '반복 업무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증대'를 꼽았다(65%). AI가 루틴한 작업을 대신하면 직원들은 전략 기획이나 창의적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정응섭 워크데이코리아 지사장은 "AI 환경에서 기업이 성장하려면 능력 중심의 사고방식이 필수"라며 "일상적 업무를 AI에 맡기고 직원들의 핵심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 과제는 '시간'과 '조직 저항'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조사에 응한 경영진의 48%는 직원 재교육에 필요한 시간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답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직 내부의 변화 저항도 주요 장애물로 지적됐다(44%). 익숙한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정 지사장은 "기술 도입만으론 변화를 만들 수 없다"며 "재교육 프로그램에 집중 투자하고, 왜 이런 변화가 필요한지 직원들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특히 '혜택에 대한 명확한 설명'(60%)과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 유도'(50%)가 조직 내 새로운 인재 전략 정착에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이 AI 시대에 맞는 인재 관리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한수 기자

hans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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