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고교 학술연구로 시작된 된 초거대 AI 기반 작문 서비스 탄생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CES 2023 혁신상 수상 성과 ‘뤼튼 트레이닝’… ‘제너레이티브 AI 활용으로는 최초’
POC 단계에서 이미 매출로 기술력 입증, 창업 2년도 안돼 38억 규모 프리A 투자 유치 성공
글쓰기를 돕는 제너레이티브 AI, 인간의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될 것
17일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자사의 AI 글쓰기 연습 소프트웨어 '뤼튼 트레이팅'이 CES 2023 혁신상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앱 (Software & Mobile Apps)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미지=뤼튼테크놀로지스)

17일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개발한 AI 글쓰기 연습 소프트웨어 ‘뤼튼 트레이닝’이 CES 2023 혁신상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앱 (Software & Mobile Apps)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제너레이티브 AI(초거대 AI)를 활용한 사례로는 최초다.

‘뤼튼트레이닝’을 개발한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작문 보조 영역의 오랜 경험과 생성 AI 분야 경쟁력을 가지고 초거대 생성 AI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지난 10월에는 초거대 생성 AI를 기반으로 광고 문구를 비롯해 다양한 글 초안을 작성해주는 서비스인 ‘뤼튼(wrtn.ai)’을 출시한 바 있다.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은 ‘뤼튼 트레이닝’은 사용자가 자신의 생각을 한 편의 글로 완성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며 작문 연습을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사용자가 입력한 주제에 반응해 AI가 질문을 던지며, 참고할 수 있는 추천 자료를 제안해준다. 가이드에 따라 작문의 도입-작성-퇴고에 이르는 과정을 경험하며 한 편의 주장하는 글쓰기를 완성할 수 있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한국어 서비스와 Open AI GPT-3를 기반으로 한 영어 서비스 등 언어별 초거대 모델이 적용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AI 기반 글쓰기 지원 소프트웨어. (이미지=뤼튼테크놀로지스)

놀라운 것은 이와 같은 성과가 27세의 젊은 CEO를 통해 나왔다는 점이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지난해 4월 회사를 설립했다. 뤼튼은 영어로 '쓰여진(written)'이라는 뜻이다. 그 사명과 같이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창업 이전부터 개발을 시작한 초거대 AI 기반 글쓰기 지원 솔루션으로 POC(Proof of Concept, 제품의 사전 검증) 단계에서 이미 매출을 발생시키며 주목 받았다.

또한 법인 설립 후 시드투자 유치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각종 기업과 기관에서 주최하는 대회에서 줄줄이 대상과 최우수상을 휩쓸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다. 올해 2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팁스(TIPS)에도 선정되는가 하면 38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 유치(누적 45억원)까지 완료하며 이제까지 보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교시절 시작한 학술동아리, 13개국 3000명이 모이는 국제 컨퍼런스로 키워

기사 역시 글쓰기를 업으로 하다 보니 2020년 등장한 초거대 AI 언어모델 ‘GPT-3’는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기존 언어처리 인공신경망보다 100배 이상 크기를 키운 이것은 사람의 글쓰기 능력을 위협할 정도라고 하니, ‘이러다 밥줄 끊기는 게 아닌가’ 싶은 걱정도 없진 않았다. 뒤를 이어 우리나라 역시 네이버가 한국어 기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인 상황이니,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니었다. 그러다 하이퍼클로바와 협업해 나온 글쓰기 AI 소프트웨어가 ‘기가막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무심코 검색을 해 찾은 것이 바로 ‘뤼튼’이었다.

‘AI 기반 글쓰기 솔루션이라고 해도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

안일한 생각으로 테스트를 해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단어 몇 가지만 입력해도 꽤 그럴싸한 문장이 저절로 생성되는 게 아닌가. 더구나 ‘뤼튼트레이닝’은 단순히 문장을 생성하는 수준이 아닌 한편의 글 전체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으로 기술적 완성도는 수준급으로 느껴졌다. 바로 수소문해 이세영 대표와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테크42)

96년생의 청년, 아직은 앳된 느낌까지 드는 이세영 대표는 겉모습과 달리 꽤 진중한 말투와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뤼튼테크놀로지스 창업 스토리를 물으니 뜻밖에 고교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2013년, 이 대표가 고등학교 2학년 무렵의 일이다.

“어려서부터 관심이 가는 분야에 대해 글로 쓸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어요. 대회에도 나가면서 고학년이 될수록 교육적 효과가 좋은 프로그램인데, 소수 영재교육으로 진행되는 점이 아쉬웠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내 학술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그것이 시작이었죠.”

이 대표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만든 교내 학술 동아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학교 유사 동아리와 연합을 시도했다. 관심 분야가 같은 학생들끼리 모이니 파급력은 더욱 커졌고, 결과적으로 1년만에 100개 학교가 모인 연합동아리가 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 연합동아리를 주도하며 한국청소년학술대회(KSCY)라는 학생 소논문 발표대회를 주최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현재는 13개국 30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 청소년 콘퍼런스로 성장했다.

놀라운 이야기였지만, 이 대표는 “어려서부터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며 “10대 시절이라 혼자서는 힘들었고,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액션이라고 생각해 페이스북 등을 활용했던 것”이라고 무심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세영 대표가 주도해 13개국 3000여명의 학생이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 청소년 컨퍼런스로 성장한 학술대회. (사진=이세영 대표)

“첫 대회는 300명 규모였는데, 마침 제가 ‘도전골든벨’에서 우승한 상금 300만원이 있어서 그것으로 치를 수 있었죠. 이후에는 기업이나 재단 등의 지원을 요청해서 자금을 모았고요. 그렇게 결성된 청소년 학술 콘퍼런스 활동은 대학에 가서도 계속 관여하게 됐어요. 마침 전공도 문헌정보학과를 택했고요. 텍스트마이닝을 전문으로 하시는 교수님께 지도를 받으면서 대회 규모를 늘려갔죠. 1년에 2회를 개최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게 되더군요. 초기에 함께했던 친구들과는 참가자 입장에서 봉사자로 참여하게 됐는데 봉사자 규모도 200명가량이 됐어요.”

성공적으로 지속되던 이 대회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위기를 맞았다. 그해 1월 예정된 대회를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1호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다른 나라 역시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 대표는 개최일 하루를 앞두고 대회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를 취소하고 나니 그동안 준비하면서 들어간 운영비나 주문했던 물품 대금을 모두 환불해줘야 했어요. 대략 1억원 정도 되더군요. 다음 대회로 미룰 수 있는 건은 최대한 미루고 당장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위해 방법을 고민하다가 대회 운영을 지원하던 다른 친구와 같이 온라인 수업을 해주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죠. 온라인 컨퍼런스를 구축하기 전에 온라인 클래스를 열어주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둘이서 각자 하루 15시간씩 수업을 맡아서 진행했죠. 한 세 달 정도 지나니까 몸무게가 10kg정도 빠져 있더군요(웃음).”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경험, 뤼튼테크놀로지스 창업으로 이어져

코로나19로 닥친 위기를 넘기며 오프라인 대회는 한동안 온라인 글쓰기 강의로 대체됐고 이 대표는 그 과정에서 10대들의 글쓰기 능력이 예상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를 도울 방법을 고민하던 그때, 머릿속을 스친 아이디어 하나는 이후 뤼튼테크노로지스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강의로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한계를 느꼈을 때 ‘GPT-3’ 등장 소식을 들었어요. 그때 문뜩 ‘이렇게 사람이 일일이 글쓰기를 알려주는 것보다 솔루션을 만들어 돕는다면 훨씬 임팩트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 생각을 학술대회를 함께 준비하던 친구들과 공유했고 그렇게 7명 정도가 모여서 뤼튼테크놀로지스를 창업하고 네이버 측의 도움을 받아 초거대 한국어 AI 하이퍼클로바와 연계한 개발을 시작했어요.”

제너레이티브 AI를 탑재한 '뤼튼'은 광고 문구를 비롯해 다양한 글 초안을 작성해주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지=뤼튼테크놀로지스)

개발, 디자인, 기획 등 각 분야의 창업 멤버가 단번에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학술대회를 대체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강의에 참여한 봉사자들 마다 각자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미 학술대회 당시부터 30개의 분야별 세션이 진행돼 왔고, 강의 역시 봉사자들이 주축이 돼 분야별 세션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학술대회에서 함께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 주요 팀원들 모두 여전히 같이 일하고 있죠. 또 외부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 AI 엔지니어 등 실력있는 분들이 합류해 주셨고요. 초기 시드머니는 법인 설립 직후 다음 창업자로 유명한 이택경 대표님의 메쉬업엔젤스에서 투자를 받았어요. 그 투자금으로 교육기업들과 POC를 하고 검증을 시작했죠.”

뤼튼테크놀로지스의 개발자. 이 대표는 뤼튼테크놀로지스의 창업 멤버를 학술대회에서 인연이 된 많은 사람들의 중에서 찾았다. (사진=뤼튼테크놀로지스)

그렇게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연이어 국내 최초로 초거대 AI 모델 즉 제너레이티브 AI가 탑재된 AI 카피라이터 ‘뤼튼’, 글쓰기 훈련 소프트웨어 ‘뤼튼트레이닝’을 선보이면서 단숨에 스타트업계에 다크호스로 떠오르게 된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창작이나 소설, 각본,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작문 표현 영역에서 도움이 되는 툴을 늘려나가기 위해 ‘뤼튼’이라는 이름으로 통일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는 이미지 모델 탑재를 위한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뤼튼과 유사한 서비스로 유니콘 기업도 탄생하고 있어요. 그런 서비스들의 특징은 구조 선점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초거대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다는 것이었어요. 저희는 그런 특징에 주목해 우선 한국 시장에서 시장을 주도하며 유저들을 모으고 있고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다른 언어 혹은 제너레이티브 AI를 통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인터뷰 말미, 최초의 우려가 다시금 떠올랐다. 이렇듯 뤼튼과 같은 솔루션의 기술이 고도화 된다면 향후 지식이나 실력을 검증 받아야 하는 글쓰기 분야, 소설과 같이 창의성이 바탕이 되는 글쓰기와 관련해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AI의 도움을 받았다면 그것을 진정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은 이미 정리돼 있었다.

이세영 대표는 뤼튼과 같은 솔루션이 고도화 되는 미래에 인간의 상상력에 기반한 창의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뤼튼테크놀로지스)

“아무래도 초기의 저희 서비스, 생성 표현을 도와주는 서비스 등은 당장 시간을 줄여주거나 보조하는 영역에서 시작되겠죠. 물론 기술이 발전하면 말씀처럼 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될 수도 있어요. 다만 저희는 사람의 창작능력은 상상을 기반으로 한 창의력과 그것을 구현해 내는 구현력으로 이뤄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중 구현력에서 현재의 제너레이티브 AI들이 엄청난 기대를 키워주고 있어요. 초보 작가들을 도와 매끄러운 글이 나오게 하거나 그림의 완성도를 높일 수도 있겠죠. 그런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면 결국 사람은 상상을 하는 데 더 집중을 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 창의력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규정되겠죠. 지난 100년의 창의성은 창의력과 구현력 모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상상력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구현은 당연해지는, 그런 새로운 휴먼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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