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EUV 대체 최첨단 반도체 장비 출시 파장

지난 13일 고급 카메라로 유명한 일본 캐논이 5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공정 노드 반도체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 장비를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캐논은 이 장비 기술을 개선해 최종적으로 2nm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NIL 기술은 복잡한 광학 장치나 EUV(극자외선) 응용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거울에 의존하지 않아 비교적 단순하다는 이점을 갖는다고 했다. 우리나라 SK하이닉스가 2015년 도시바와 NIL기술 공동개발에 합의했지만 아직 성과는 없다. 이런 가운데 캐논이 세계적으로 회로선폭 7nm 이하 고정밀 반도체 시장을 독식중인 ASML 리소그래피 장비 아성을 깼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캐논의 NIL 기술이 아직 미국의 대중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로선 중국 수출시 미국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EUV 리소그래피 장비 독점 기업 ASML을 긴장시킬 캐논의 첨단 NIL 장비 개발과 미국의 대중 첨단장비 규제 상황, 미일의 2nm 칩 개발 동맹 등의 상황을 정리했다. 최근 캐논 발표와 이 개발을 보는 전문가의 시각 등을 발표자료, 더 레지스터와 폰아레나 보도를 바탕으로 소개한다.

캐논, ASML EUV장비 대항마 내놨다

캐논이 EUV 없이 2nm 반도체를 제조할수 있는 NIL 장비 ‘FPA-FPA-1200NZ2C’를 출시했다. (사진=캐논)

캐논이 반도체 제조의 핵심 과정인 리소그래피(코팅한 실리콘 웨이퍼에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사진 찍듯이 그리는 석판화 작업) 공정에서 EUV(극자외선)를 사용하지 않고도 2나노급 반도체의 회로 패턴 전사까지 가능한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에 기반한 5나노미터 반도체 생산용 NIL 시스템인 ‘FPA-1200NZ2C’를 출시했다고 13일 발표했다.

EUV는 파장이 13.5nm에 불과하다.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얇은 회로 패턴을 실리콘 웨이퍼에 식각하기 위해 대당 무려 2억 달러(2700억 원)나 되는 스쿨버스 크기의 반도체 공정용 광학 석판화 장비에서 사용된다.

EUV 장비는 7nm 이하 회로선폭을 가진 칩 제조에 필수적이다. 즉 최첨단 칩에 집적된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극도로 미세한 회로선폭을 식각하기 위한 회로를 그려준다. 이 광학장비는 반도체 제작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한다. 광학 리소그래피는 나노미터급 해상도를 달성하기 위해 고출력 엑시머 레이저와 거대한 정밀 접지 렌즈 요소 스택을 필요로 한다.

이같은 초고정밀 반도체 회로 그리기용 석판화 기술장비를 만드는 회사는 네덜란드 ASML이 유일하다. TSMC, 삼성전자, 인텔 등은 모두 7나노 이하급 초미세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 ASML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ASML은 지난해 거의 260억 달러(약 35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개념으로서의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이 기술은 결함, 중첩, 생산량 등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메모리 반도체 개발업체 SK하이닉스와 일본 도시바가 지난 2015년 NIL 개발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까지 첨단 반도체용 장비 개발 소식이 나오지 않았다.

캐논, 반도체장비 종가 부활 신호탄

작동중인 캐논의 FPA-1200NZ2C 장비. (사진=캐논)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3나노 칩 제조에 ASML의 EUV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ASML은 곧 업그레이드된 장비로 2나노 장비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두 파운드리 모두 2년 후인 2025년 안에 2나노 칩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캐논이 당장 5나노 칩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최첨단 반도체용 NIL 장비를 출시하면서 이 분야에서 ASML 독점 체제를 깸과 동시에 시장 경쟁의 신호탄을 쏘았다. 캐논은 ASML 이전까지 리소그래피 장비의 종가로 군림하던 회사다.

캐논의 이번 기술 개발 성과로 나노미터급 패턴을 제조하는 또다른 방법인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 기술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NIL의 주요 이점은 단순성이다.

캐논의 NIL 기술은 반도체 회로 디자인이 각인된 마스크를 칩 다이 웨이퍼에 코팅된 레지스트 위에 스탬프처럼 물리적으로 눌러 작동한다.

캐논은 이 최신 NIL 장비의 차별성에 대해 “기존의 포토(광)리소그래피 장비가 레지스트로 코팅된 웨이퍼상에 EUV로 회로 패턴을 투영해 전사하는 것과 달리 NIL은 레지스트로 코팅된 웨이퍼 상에 회로 패턴을 각인한 마스크를 스탬프처럼 눌러 전사한다. 회로 패턴 전달 공정이 광학 메커니즘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 상의 미세 회로 패턴을 웨이퍼 위에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 따라서 복잡한 2차원 또는 3차원 회로 패턴을 하나의 임프린트로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기술은 5나노 노드 제조와 동일한 14나노 최소 선폭을 가진 회로 패턴을 식각할 수 있다. 패턴은 웨이퍼에 증착과 식각 공정에서 가이드로 사용된다.

캐논은 마스크 기술의 발전으로 NIL이 궁극적으로 2나노미터 회로선폭을 가진 칩 생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NIL 장비는 특별한 파장을 내기 위한 광원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복잡한 광학장치나 고에너지 방사 소스가 필요없다. 주어진 파장에서 해상도와 감도 모두를 위해 설계된 미세한 맞춤 포토레지스트(감광액)가 필요없다. 기술의 단순화된 요구 사항은 낮은 비용으로 이어진다.

현재 이용 가능한 대부분의 첨단 로직 반도체용 포토 리소그래피 장비에 비해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이산화탄소(CO₂)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장비에는 새로 개발된 환경제어 기술이 적용돼 장비 내 미세입자에 의한 오염도 억제한다.

이를 통해 적층 수가 증가하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고정밀 정렬과 미세입자에 의한 불량을 줄이면서 미세하고 복잡한 회로를 형성할 수 있어 최첨단 반도체 소자 제조에 기여할 수 있다.

이와함께 캐논은 이 최신 장비가 로직 및 기타 반도체 장치 외에도 수십 나노미터의 미세 구조를 가진 XR용 메탈센스와 같은 다양한 용도에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NIL 기술 적용시 우려되는 부분으로는 중첩, 결함, 템플릿 패터닝 및 템플릿 마모가 꼽히기도 한다.

몇 가지 의문점, 그리고 미·중 기술전쟁 따른 역학

NIL 공정으로 제작된 3차원 미세구조의 광학소자인 분광소자. (사진=캐논)

캐논의 NIL 기술과 장비의 검증이 충분히 완료돼 반도체 업계에 본격 도입되면 초미세 반도체용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해 왔고, 2나노급 EUV 장비 공급까지 앞둔 ASML에는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미국이 신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ASML은 미국의 제재에 따라 EUV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NIL 장비는 EUV같은 최첨단 광학이나 거울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캐논이 이 기술을 중국 수출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렇게 될 경우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같은 회사의 공장에서 5나노, 최종적으로 2나노 회로선폭을 가진 칩을 생산할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캐논이 스쿨버스 크기만 한 ASML의 EUV 없이 2나노 칩 생산용 장비를 공개함에 따라 중국은 입맛을 다시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떤 반향을 불러 일이킬지는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

최근 화웨이가 5G통신을 지원하는 7나노미터 기린 9000s 칩으로 구동되는 메이트 60 프로를 발표하자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크게 출렁였다. 미국은 이미 동맹국인 우리나라, 일본, 네덜란드에 자신들의 대중제재를 따르라고 압력을 가했다. 이에 ASML은 대부분의 심자외선(DUV)과 EUV 장비를 중국에 판매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캐논의 발표에 대해 가우라브 굽타 가트너 분석가는 레지스터에 “캐논이 갑자기 이룬 중대한 기술적 돌파구가 있다면 놀랄 것이다”라며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5년이 되기 전에는 상업적 효과를 기대하지 않으며 (시작되더라도) 주로 메모리 칩에서 시작할 것으로 본다. 첨단 노드의 연구 개발 또는 개념 능력과 대량 생산 실행 및 생산 준비가 돼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이 과제다”라고 말했다.

굽타는 지금까지 NIL에 대한 많은 논의는 메모리 모듈 생산에 NIL을 사용하는 것에 집중돼 왔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2015년까지 NIL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그는 만일의 경우에 이 기술이 가까운 시일 내에 최첨단 로직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더레지스터와의 인터뷰에서 굽타 분석가는 곧 미국이 캐논의 이 장비 기술을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게 막으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일 반도체 동맹···2나노 위한 숨가뿐 행보

스쿨버스 크기인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사진=ASML)

한편 미국과 일본은 지난 6월 2나노급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해 이르면 2025년 2나노 칩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고 닛케이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인 2나노칩 제조거점을 일본내에 만든다는 방침을 정하고 미국정부와 반도체 기술 파트너십에 따른 지원 제공 및 공동연구에 나섰다. 계획대로라면 2025~27년 사이에 연구나 양산을 담당하는 거점을 일본 내에 마련하게 된다.

이는 대만 TSMC 주도의 차세대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일본에서 진행해 중국-대만 양안 갈등과 미중 기술전쟁에 따른 위험성을 피해 반도체 조달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미국 IBM은 지난해 2나노칩 시제품을 공개했고, 인텔은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다. 일본에서는 도쿄일렉트론과 캐논 등이 2나노 칩 관련 제조용 장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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