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브라우저 패러다임 전환"…주목받는 'AI 브라우저'

  • "탐색에서 위임으로 브라우저가 변화"
  • 오페라·Dia·젠스파크, 자동화·맞춤화로 기존 브라우저 한계 돌파
  • 전문가 "2~3년 내 AI 브라우저가 주류될 것"

AI 기술로 무장한 차세대 브라우저들이 17년간 시장을 지배해온 구글 크롬의 아성을 본격 공략하며 웹 브라우저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2008년 크롬 등장 이후 17년간 브라우저는 속도와 안정성만 개선됐을 뿐 사용자가 직접 탭을 열고 검색하는 수동 작업은 변하지 않았다. AI 브라우저들은 사용자 대신 생각하고 작업을 자동화하며 맥락을 이해해 선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진정한 '사용자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영국 UCL 인터랙션 센터의 조지 찰훕 조교수는 브라우저가 30년 동안 단순 네비게이션 도구였다가 AI 시대를 맞아 사용자가 작업을 위임하는 지능형 도구로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화는 수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써드브릿지(Third Bridge)에 따르면 올해 7월 구글의 글로벌 검색 점유율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90% 아래로 떨어졌다. 또다른 조사에서는 챗GPT를 주 검색 공급자로 사용하는 응답자가 4개월 만에 1%에서 5%로 급증했다.

업계 전문가는 검색이 더 이상 정보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답을 직접 제공하고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AI 검색 전문기업 퍼플렉시티는 지난 7월 AI 브라우저 '코멧'을 출시하고, 8월 구글에 345억달러(약 48조원) 크롬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퍼플렉시티의 최고비즈니스책임자는 브라우저가 데스크톱 사용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핵심 공간이며 사용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퍼플렉시티 AI 브라우저 '코멧'(코멧 홈페이지)

당초 월 200달러(약 27만5천원) 유료였던 코멧은 10월부로 완전 무료화하며 공격적 시장 확대에 나섰다. 코멧은 탭을 최소화하고 AI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검색, 요약, 일정관리, 쇼핑 등을 한 창에서 처리한다.

협업 소프트웨어 기업 아틀라시안(Atlassian)이 지난 9월 4일 AI 브라우저 개발사 '더 브라우저 컴퍼니'를 6억1천만 달러(약 8,400억원)에 인수하며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 오픈AI는 독립 AI 브라우저 오퍼레이터를 에이전트 서비스로 통합하며 챗GPT를 범용 작업 인터페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구글도 2025년 9월부터 제미나이 AI를 크롬에 본격 내장하며 반격에 나섰다. 크롬 오른쪽 상단에 제미나이 아이콘이 추가됐으며, 클릭하면 플로팅 윈도우로 AI 어시스턴트가 나타난다. 타이핑과 음성 대화가 모두 가능한 'GLIC(Gemini Live in Chrome)'이 주소창에서 직접 실행되며, 지메일과 유튜브, 구글지도 등 구글 생태계와 강력히 연동됐다. 미국과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AI 개요 기능 적용 쿼리가 10% 이상 증가하는 등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브라우저에 AI 기능을 덧붙이는 구글의 방식이 처음부터 AI 중심으로 설계된 전용 브라우저에 비해 사용자 경험과 효율성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구글이 사용자들을 AI 기반 브라우징에 익숙하게 만들면서, 이들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전용 AI 브라우저로 이탈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페라 부사장은 브라우저가 애플리케이션의 운영체제 역할을 하며 운영체제보다 웹페이지 내부 활동을 더 정확히 파악한다고 강조했다.

오페라는 9월 AI 브라우저 '네온'을 월 19.99달러(약 2만7천원) 유료 구독으로 정식 출시했다. 네온은 웹 검색·맥락 정보 제공, 양식 작성·쇼핑 자동화, 보고서·웹앱 생성 기능을 갖췄다.

아틀라시안이 인수한 '디아(Dia)'는 지난 6월 11일 베타 출시됐다. 아크(Arc) 브라우저의 복잡한 UI를 개선하고 크로미움 기반 URL 바에 AI 챗봇을 통합했으며, 열린 모든 탭을 맥락으로 활용한다.

젠스파크는 9월 12일 세계 최초로 169개 AI 모델을 온디바이스에서 무료 제공하는 파격 전략을 선보였다. 챗GPT, 딥시크, 젬마 등을 로컬 실행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작동한다.

흥미로운 점은 거의 모든 AI 브라우저가 구글의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크로미움을 기반으로 구축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것이 바퀴를 새로 발명하는 것과 같은 비효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조차 독자 엔진을 포기하고 엣지를 크로미움 기반으로 재구축했다.

올해 9월 기준 크롬은 여전히 글로벌 데스크톱 65~70%, 모바일 67%, 국내 전체 58.8%의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엣지(11.8%), 사파리(6~9%), 파이어폭스(4.9%) 등이 뒤를 잇는다.

구글 크롬(크롬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업계는 이를 폭풍 전야의 고요로 해석한다. 시장 분석가들은 AI 브라우저가 대중에게 본격 공개되면 점유율 변화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AI 브라우저 전쟁의 본질은 데이터 확보 경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시대에 브라우저를 장악하면 사용자 의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AI 성능을 고도화하고 광고 상품과 결합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AI 브라우저의 아킬레스건은 보안이다. 보안업체 레이어엑스(LayerX) 분석 결과, 젠스파크와 퍼플렉시티 코멧이 90% 이상의 악성 웹페이지 실행을 허용해 크롬 대비 가장 취약했다.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AI 브라우저가 시간 절약과 자동 예약, 콘텐츠 요약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 예상보다 빠르게 2~3년 내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기술 분석가는 스마트폰의 피처폰 대체 속도를 고려할 때 AI 브라우저의 기존 브라우저 대체는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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