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2026 AI 인사이트 ⑤ 대한민국 AI의 현재: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

HBM·패키징·데이터센터까지 ‘AI 연료’는 세계 상위권…하드웨어 기반 경쟁력은 여전히 강(強)
한국어·소버린 AI는 오픈소스와 멀티모달로 가속…모델 경쟁이 ‘현장 적용’ 싸움으로
전력·GPU·인재·규제가 병목으로 부상… 2026년은 ‘키우는 속도’보다 ‘확장의 조건’이 승부처

[편집자주]

2026년 새해, AI 산업의 무게중심은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 ‘확장(스케일)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들은 더 낮은 추론 비용, 에이전트의 대규모 운영, 전력·데이터센터·GPU 같은 인프라 병목, 그리고 신뢰·보안·거버넌스라는 규칙의 변화를 동시에 마주했다. 한국도 반도체·제조 기반의 강점을 갖고 있지만, 전력과 컴퓨팅 자원, 인재 확보, 규제 해석과 국제 표준 대응 같은 과제가 한꺼번에 커지는 국면이다. 이에 테크42는 이와 같은 글로벌 AI 산업 환경과 한국이 마주한 도전을 신년 기획 '2026 AI 인사이트'로 소개한다.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은 여전히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포지션이다. 문제는 한국의 강점이 곧 약점도 키운다는 점이다. (이미지=젠스파크로 생성)

2025년 하반기, 전 세계 생성형 AI 확산은 ‘빠르지만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요약됐다. 마이크로소프트 ‘AI Diffusion Report 2025 H2’는 전 세계 생성형 AI 도구 사용률이 상반기 15.1%에서 하반기 16.3%로 상승하는 가운데, 글로벌 노스(주로 고소득·선진 경제권)와 글로벌 사우스(주로 중·저소득/개도권) 간 사용자 비중 격차가 9.8%p→10.6%p로 더 벌어졌다고 짚었다. 다만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25위→18위(7계단 상승)로 ‘상위권 재진입’을 보여줬다.

수치만 놓고 보면 호재다. 다만 이 상승은 곧바로 질문을 만든다. “한국은 무엇이 강해서 올라왔고, 무엇이 약해서 더 못 올라갈 수 있는가”, 2026년은 그 답을 실행으로 증명해야 하는 해다.

강점: 한국은 ‘AI 연료(반도체·제조)’와 ‘현장(산업 AX)’을 동시에 가진 나라

SK하이닉스는 19조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미지는 공장 조감도. (이미지=SK하이닉스)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은 여전히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포지션이다. 생성형 AI가 커질수록 학습·추론에 필요한 메모리 대역폭이 병목이 되고, 그 병목의 대표 해법이 HBM(고대역폭메모리)이다.

SK하이닉스는 AI용 HBM 수요 급증에 대응해 생산·투자를 앞당기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수요에 대응해 국내 신규 생산·패키징 투자(19조원 규모)를 추진하고, 생산 일정도 가속하는 흐름이 확인된다.

이 하드웨어 우위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돈이 된다’가 아니다. 국가 차원의 AI 확장(Scale) 경쟁에서 ‘연료를 남에게서 사오는 나라’와 ‘연료를 파는 나라’의 협상력은 다르다. 2026년은 빅테크가 장기 공급 계약으로 부품을 선점하고(공급망이 곧 전략이 되는) 있는 국면이다. 한국의 메모리·패키징 경쟁력은 이 판에서 한국 기업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티켓’에 가깝다.

두 번째 강점은 제조·물류·모빌리티 등 ‘현장 산업’이 두껍다는 점이다. 생성형 AI가 지난해에 ‘말을 잘하는 AI’의 경쟁이었다면, 올해는 그 AI가 생산·품질·물류·안전 같은 KPI로 연결되는지(AX)로 평가가 바뀐다. 정부도 이 방향성을 ‘제조 AX’로 못 박고 있다. 올해 성장전략(경제정책 방향)에서도 ‘한국어 AI 적응’과 함께 산업 전환을 주요 축으로 제시한다. 또한 정부 차원의 ‘AI 액션 플랜’은 AI 기반 제조 경쟁력(AX)과 공공 전환을 주요 과제로 묶고 있다.

요약하면, 한국은 AI를 만들고(모델) 굴리고(인프라) 적용할(산업현장) 토양이 함께 있는 드문 국가군에 속한다.

약점: ‘전력·GPU·인재·규제’—확장을 막는 병목이 동시에 커진다

문제는 한국의 강점이 곧 약점도 키운다는 점이다. AI 인프라를 키우면 키울수록 전력과 부지, 송배전, 인허가가 동시에 병목이 된다. 한국은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가 커지는 만큼 ‘전력을 어디서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산업의 실무 이슈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 시장 보고서들은 전력 제약을 핵심 리스크로 반복해서 지목한다. 정부 역시 데이터센터 등 필수 인프라 규제 정비와 ‘국가 AI 컴퓨팅 센터’ 추진을 2025년 업무계획의 핵심 과제로 제시해 왔다.

즉 “AI를 더 쓰자”는 사회적 합의가 생길수록, 그 AI를 돌릴 전력·인프라의 사회적 합의가 함께 따라오지 않으면 확장이 멈춘다.

두 번째 병목은 GPU 의존 구조다. 한국이 HBM을 강하게 쥐고 있어도, 학습·추론 가속기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한다. 정부가 2026년 AI 빌드아웃의 중심을 ‘컴퓨팅 역량 확장’에 두며 고성능 GPU 확보 계획을 내놓는 배경에는 이 구조적 현실이 있다.

민간에서도 대규모 GPU 투자가 본격화되는 흐름이 보인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네이버가 소버린 AI를 전면에 내세우며 블랙웰 GPU 6만 장 구매 계획, 해외(모로코) 500MW 데이터센터 등 공격적인 인프라 확장을 추진한다. 이 흐름은 '투자 의지'의 증거이면서 동시에 “수입 GPU가 막히면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취약성의 증거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AI 인재(특히 고급 연구·엔지니어링) 부족과 재교육의 속도다. OECD는 한국의 AI 정책·규제 프레임을 다루며, 노동시장 관점에서 AI 확산이 가져올 변화와 함께 정책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AI를 도입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2026년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조직이 AI를 운영·개선·통제할 수 있는 사람(데이터/보안/법무/MLops)을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이 된다.

한국의 AI 기본법은 지난달 22일(1월 22일) 시행됐다. 이는 혁신 촉진과 신뢰 확보를 동시에 겨냥한다. 문제는 이 ‘동시 달성’이 실제 현장에서는 비용과 절차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젠스파크로 생성)

마지막으로 규제·거버넌스의 양면성이다. 한국의 AI 기본법은 지난달 22일(1월 22일) 시행됐다. 이는 혁신 촉진과 신뢰 확보를 동시에 겨냥한다. 문제는 이 ‘동시 달성’이 실제 현장에서는 비용과 절차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버린 AI를 둘러싼 경쟁이 커질수록 ‘무엇이 국산이고, 무엇이 안전한가’와 같은 기준이 더 민감해 진다. 외신에도 보도된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 과정의 논란(오픈소스 코드 사용 공방)은, 기술·정책·여론이 얽힐 때 생길 수 있는 마찰을 보여주는 사례다.

2026년 대응 전략: “강점을 키우되, 병목을 먼저 푸는 나라”가 이긴다

올해 한국의 전략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AI를 더 키우기 전에, AI가 커질수록 더 아픈 지점을 먼저 치료하라’가 될 수도 있다.

첫째, 전력·입지·인허가를 ‘산업정책의 일부’로 격상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부동산·건설 이슈가 아니라 AI 산업의 ‘기초 체력’이다. 정부가 AI 컴퓨팅 센터를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 추진하고, 인프라 규제 정비를 병행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전력 믹스·송배전·지역 수용성까지 묶어 ‘AI 인프라 패키지’로 설계하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는 사회적 갈등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둘째, ‘한국어·소버린 AI’는 모델 경쟁을 넘어 ‘산업 적용 방식’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오픈소스는 그 촉매다. 네이버는 지난해 하이퍼클로바X를 상업적 이용 가능한 오픈소스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고 , 그 연말 옴니모달 하이퍼클로바X 전략을 내놓았다. 카카오는 에이전트 지향을 전면에 둔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G AI Research 역시 ‘K-EXAONE’ 기술 보고서 등을 통해 파운데이션 모델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핵심은 ‘국산 모델’이 아니라, 국내 기업이 실제 업무 시스템(ERP·SCM·CS·제조MES)과 결합해 돌아가는 에이전트/코파일럿을 얼마나 빨리 표준화하느냐다. 그래야 소버린 AI가 ‘명분’이 아니라 ‘수출 가능한 제품’이 된다.

셋째, HBM 강국의 이점을 ‘컴퓨팅·소프트웨어·서비스’로 확장해야 한다. HBM과 패키징 투자 확대는 분명한 강점이지만 , 그 부가가치는 결국 어떤 워크로드를 국내에 붙이느냐에서 갈린다. 제조·금융·유통·공공 등 데이터가 쌓이는 영역에서, 한국이 자체적으로 학습·추론·운영을 돌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부품 수출국’을 넘어 ‘AI 운영국’이 된다.

올해는 ‘올라섰다’를 반복 확인하는 해가 아니라, 강점(연료·현장)을 확장으로 연결하고 약점(전력·GPU·인재·제도)을 관리하는 구조를 만드는 해다. 결국 한국의 경쟁력은 ‘더 좋은 AI’가 아니라 ‘더 크게, 더 안전하게, 더 오래 굴리는 AI’에서 결정된다. (이미지=젠스파크로 생성)

한국의 AI 순위 상승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올해는 ‘올라섰다’를 반복 확인하는 해가 아니라, 강점(연료·현장)을 확장으로 연결하고 약점(전력·GPU·인재·제도)을 관리하는 구조를 만드는 해다. 결국 한국의 경쟁력은 ‘더 좋은 AI’가 아니라 ‘더 크게, 더 안전하게, 더 오래 굴리는 AI’에서 결정된다.

다음 마지막 편에서는 지난 회차에서 도출한 ‘확장의 조건’을 바탕으로, 한국이 올해 실제로 선택해야 할 실행 로드맵(전력·컴퓨팅·데이터·거버넌스·인재)과 산업별 우선순위를 ‘체크리스트’가 아닌 현장형 시나리오로 정리한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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