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석학에게 듣다] 조규진 교수가 말한 ‘도시로 들어가는 피지컬 AI’, 관건은 ‘상상력·협력·수용성’

피지컬 AI의 미래는 ‘상상력의 생태계’… 협력 없이는 불가능
형태는 하나가 아니야… 손·바퀴·청소기·웨어러블까지 ‘설계가 지능’이 되는 순간
연구실을 넘어 도시로, 대학 기반·브리저·안전 기준이 ‘사회적 수용성’을 만든다

편집자주

AI는 ‘도입’의 단계를 지나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성능 경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질문들이 남는다. 실세계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무엇을 쌓아야 하고, 어디서 병목이 생기며, 그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AI 석학에게 듣다’는 AI 서울 2026 현장에서, 석학들의 문제의식으로 ‘전환의 조건’을 추적한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소프트 로봇·생체모사 로봇·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 연구와 산업 응용을 동시에 확장해 온 로봇공학자다. (이미지=젠스파크로 생성)

AI 서울 2026 현장에서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소프트 로봇·생체모사 로봇·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 연구와 산업 응용을 동시에 확장해 온 로봇공학자다. MIT에서 기계공학 박사를 마친 뒤 서울대에서 연구를 이끌어 왔고, 2019년에는 IEEE 국제 소프트로보틱스 학회(RoboSoft) 위원장을 맡는 등 국제 학술 커뮤니티에서도 존재감을 키워왔다. IEEE RAS Early Career Award, IROS 베스트 비디오 어워드, 서울대 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 등 굵직한 수상 이력은 조 교수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로봇’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꾸준히 밀어붙여 온 궤적을 보여준다.

이날 조규진 교수는 ‘현실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 로봇은 어떻게 도시의 일부가 되는가’를 주제로 피지컬 AI 담론이 ‘모델 성능’에서 ‘도시 적용’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조 교수의 시선은 출발점부터 달랐다. 기술의 승부는 결국 로봇의 부품이나 알고리즘이 아니라, 상상력이 실험으로 이어지고, 실험이 산업으로 넘어가며, 산업이 도시에서 검증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피지컬 AI의 핵심을 ‘기술 스택’이 아니라 ‘환경’으로 정의했다.

“저는 피지컬 AI의 미래는 결국 상상력의 생태계를 우리가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지컬 AI는 화면 속 AI가 아니라 현실에서 움직이는 AI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실과 산업, 도시가 서로 연결돼야 합니다.”

한편으로 조 교수는 휴머노이드 열풍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 그 열풍이 ‘하나의 형태’로 규정되는 순간 상상력을 가두게 되고, 결과적으로 피지컬 AI의 확장을 오히려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시가 로봇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성능만큼이나 안전과 신뢰, 그리고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지컬 AI의 미래는 ‘상상력의 생태계’… 협력 없이는 불가능

조 교수는 “상상력이 닫히는 순간 생태계도 닫힌다”고 말했다. 도시 문제는 단일 형태로 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휴머노이드 역시 지금의 형태가 ‘정답’이라는 프레임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테크42)

조 교수는 피지컬 AI의 현실화와 관련해 단일 기업이나 단일 연구팀이 완성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규제·실증·시민 경험이 동시에 굴러갈 때 비로소 ‘도시에서 작동하는 기술’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축을 ‘협력’에서 찾았다.

“협력하지 않으면 피지컬 AI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만으로는 부족하고, 규제 혁신과 시민 참여까지 함께 가야 합니다. 한국이 잘할 수 있는 경쟁력은 바로 이런 협력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서 나올 수 있습니다.”

조 교수가 언급한 협력을 조금 더 구체화한다면 이는 구현 방식으로 정리된다. 누가 더 빨리 휴머노이드를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산업·도시·제도를 묶어 ‘사용 가능한 기술’로 끌어올리는지가 관건이 된다. 그러한 조 교수의 관점에서 현재의 휴머노이드 개발은 ‘시작’에 불과하다.

“휴머노이드는 로봇 혁신의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머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단지 한 가지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훨씬 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상상력이 닫히는 순간 생태계도 닫힌다”고 말했다. 도시 문제는 단일 형태로 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휴머노이드 역시 지금의 형태가 ‘정답’이라는 프레임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상상력은 휴머노이드라는 하나의 형태에 닫힐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도시가 원하는 로봇은 상황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지컬 AI는 형태의 다양성을 전제로 발전해야 합니다.”

형태의 프레임을 벗어난다면… ‘설계가 지능이 되는 순간'과 조우

이날 조 교수는 ‘두뇌’만큼 ‘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소프트 로보틱스다. 이는 딱딱한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물성 자체를 설계 요소로 가져온다. 조 교수는 ‘로봇 손’의 한계를 예로 들며 “사람 손처럼 생길 필요는 없다”는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진=테크42)

이날 조 교수는 ‘두뇌’만큼 ‘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소프트 로보틱스다. 이는 딱딱한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물성 자체를 설계 요소로 가져온다. 조 교수는 ‘로봇 손’의 한계를 예로 들며 “사람 손처럼 생길 필요는 없다”는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로봇 손은 대체로 한 번에 물건 하나를 잡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손은 한 번에 여러 물체를 함께 잡고 옮기는 일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로봇 손이 반드시 사람 손처럼 생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형태 혁신’은 거창한 공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 교수는 종이 접기에서 출발해 실제 바퀴 구조로 이어지는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작은 아이디어가 물리 실험을 통해 산업적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연결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 아이디어의 시작은 종이 접기였습니다. 종이를 접는 원리로 구조가 변형되는 패턴을 만들고, 그것을 실제 구조물로 옮겼습니다. 결국에는 자동차에 적용하는 실험까지 이어졌습니다.”

조 교수는 로봇 손과 로봇 청소기, 종이 접기에서 출발해 신개념의 바퀴 구조를 설계한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형태 혁신'을 강조했다. (이미지=젠스파크로 생성)

그가 꺼낸 또 다른 장면은 ‘로봇 청소기’였다. 도시에서 로봇이 존재감을 갖는 방식은 휴머노이드 쇼케이스가 아니라, 일상의 미세한 불편을 해결하는 형태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 청소기에 팔이 달려서 길어질 수 있다면,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집니다. 바닥을 청소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작은 물체를 치우거나 정리하는 역할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일상형 상상력이 도시형 로봇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설계가 지능이 되는 시대’를 언급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할 때, 로봇은 ‘똑똑해 보이는 장치’가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기반·브리저·안전 기준이 ‘사회적 수용성’을 만든다

조 교수는 로봇 혁신의 중심에 대학 기반 연구실이 있어 왔다고 짚었다. 로봇은 소프트웨어처럼 즉시 복제·배포되는 제품이 아니라, 시설·장비·인재가 장기간 축적되는 기반 위에서 성장한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모이는 곳’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봇은 평생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하는 분야입니다. 시설과 장비만 있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상상력이 뛰어나고 열정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이는 곳’이 연구실에만 국한되면 도시로 나가기는 쉽지 않다. 조 교수는 그 사이를 잇는 ‘연결자(bridger)’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성과가 스타트업과 산업으로 넘어가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기술이 연구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이 브리저(bridger)입니다. 연구실에 있는 기술을 산업과 시장으로 끌어올리는 연결이 필요합니다.”

조 교수는 사회적 수용성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으로 안전을 꼽았다.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들이 두려워하면 도시로 들어갈 수 없다. 안전 기준과 실증 시스템, 그리고 로봇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생각이다. (이미지=젠스파크로 생성)

발표 말미 조 교수는 사회적 수용성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으로 안전을 꼽았다.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들이 두려워하면 도시로 들어갈 수 없다. 안전 기준과 실증 시스템, 그리고 로봇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생각이다.

“기술 혁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수용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로봇 기술을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로봇이 멋있는 것이 아니라, 그 로봇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멋있게 보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조규진 교수가 ‘로봇이 도시로 들어가는 조건’을 협력과 안전 기반 수용성으로 정리했다면, 다음 편은 한 단계 더 현실적인 질문으로 넘어간다. 로봇이 실제 현장에 배치된 뒤 오래 버티고, 비용은 줄이며, 규모를 키우는 문제다. 다음 편에서는 옥스포트대학교의 닉 호스 AI·로봇공학 교수의 ‘실세계 AI 전환을 위한 자율시스템 구축’ 발표를 소개한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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