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X는 지금] “제조 AI 병목은 ‘분석’ 아닌 ‘실행’”…한요한 디밀리언 대표가 ‘판단하는 AI’를 움직이는 법

DMAP으로 ‘인지-판단-실행-피드백’ 연결…AI 분석을 실제 공정 제어까지 확장
AMR·협동로봇 결합한 ‘플렉시봇’…VLA로 다품종 생산의 ‘재티칭’ 문제 겨냥
AI 추천→사람 승인→검증 후 자동 실행…공정에서 자율운영 라인·다크팩토리로

[편집자 주] 인공지능(AI)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하에 민간 중심 협력체로 출범한 K-AI PARTNERSHIP의 활동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4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K-AI PARTNERSHIP은 AI 기업과 제조·금융 등 수요기업, 관련 기관이 참여해 AI 생태계 강화와 산업 AI 전환(AX),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K-AX는 지금’ 시리즈를 통해 참여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AX 전략과 미래 비전을 조명한다.


스마트팩토리와 제조 AI 분야에서 약 10년간 현장을 경험한 한요한 디밀리언 대표는 현장 데이터와 숙련자의 암묵지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고, AI의 판단을 설비와 로봇의 행동까지 연결하는 자율제조를 사업 방향으로 잡았다. (사진=디밀리언)

스마트팩토리와 제조 AI가 확산되면서 공장은 이전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됐다. 카메라는 불량을 찾아내고 센서는 설비 상태를 수집하며, AI는 이상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생산조건을 추천한다.

하지만 불량을 찾아냈다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불량품을 분리하고 원인을 찾은 뒤 공정조건을 조정해야 한다. 설비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가동을 멈출지, 정비 시점까지 운영할지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제조 AI가 현장 업무로 이어지려면 분석과 판단, 실행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것이다.

2024년 설립된 디밀리언은 바로 이 지점을 제조 AI의 핵심 과제로 본다. 스마트팩토리와 제조 AI 분야에서 약 10년간 현장을 경험한 한요한 디밀리언 대표는 현장 데이터와 숙련자의 암묵지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고, AI의 판단을 설비와 로봇의 행동까지 연결하는 자율제조를 사업 방향으로 잡았다. 이에 테크42는 한 대표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데이터는 있는데 연결되지 않는다”…제조 AI의 시작은 모델보다 ‘맥락’

디밀리언은 2026 K-AI PARTNERSHIP의 AX 확산 분과(K-AX)에서 AI·반도체·로봇·비전·시뮬레이션 기업과 제조기업이 하나의 공정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AI의 판단을 로봇 작업까지 연결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공동 실증을 추진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지=디밀리언 홈페이지)

“현장에서 AI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분석의 정확도와 실제 업무의 완결성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비전 AI가 불량을 정확하게 찾아냈다고 해도 불량품을 분리하고 원인을 찾고, 필요하면 공정조건과 생산계획까지 바꿔야 현장의 업무가 끝납니다. 그래서 제조 현장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AI가 무엇을 분석했는가’보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AI의 판단이 실제 설비 제어나 로봇의 작업으로 연결돼야 하나의 업무가 완결되니까요.”

한 대표의 말처럼 디밀리언의 출발점에는 제조 데이터와 사람의 경험 사이에 존재하는 단절이 있었다. 제조 현장에서는 사람·설비·방법·재료·환경을 뜻하는 ‘4M+1E’를 중심으로 방대한 데이터가 발생한다. 하지만 설비와 시스템마다 데이터 구조가 다르고, 숙련자가 쌓아온 판단 기준은 개인의 암묵지로 남는 경우가 많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늘면서 제품과 조건이 바뀔 때마다 공정조건을 설정하고 로봇을 다시 티칭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 한 대표는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연결돼 있지 않고, 경험은 존재하지만 데이터로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같은 온도나 압력도 어떤 설비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랐습니다. 결국 데이터의 구조와 의미, 공정의 맥락부터 정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DMAP’의 구조는 ‘인지→판단→실행→피드백’의 네 단계다. 비전검사와 제조실행시스템(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MES), 설비 모니터링, 로봇 자동화를 각각 따로 운용하기보다 하나의 데이터·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다. (이미지=디밀리언)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디밀리언이 구축한 것이 자율제조 플랫폼 ‘DMAP’이다. ‘DMAP’의 구조는 ‘인지→판단→실행→피드백’의 네 단계다. 비전검사와 제조실행시스템(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MES), 설비 모니터링, 로봇 자동화를 각각 따로 운용하기보다 하나의 데이터·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다.

먼저 인지 단계에서 공정·생산·품질 데이터를 연결하고, 역할별 AI 에이전트가 생산순서와 품질 이상 가능성 등을 판단한다. 영향도가 큰 결정은 작업자가 근거를 확인해 승인하고, 검증된 저위험 업무부터 자동 실행 범위를 넓힌다. 실행 결과와 작업자의 판단은 다시 데이터로 축적된다. 디밀리언은 이를 계속 순환하는 폐쇄루프(Closed-loop) 구조로 정의한다.

또한 디밀리언은 이차전지 80만 장, 사출 75만 장, 전자부품 120만 장 등을 포함해 총 700만 장 이상의 제조 학습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존 학습 모델과 유사 데이터를 활용한 뒤 고객 현장 데이터로 추가 미세조정(Fine-tuning)할 수 있어 구축 시간을 줄이는 데 활용한다. 한 대표는 “실제 적용 전에는 반드시 해당 공정 데이터로 다시 검증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분석하던 AI가 움직인다…‘AI Worker’ 플렉시봇

디밀리언이 현재 집중하는 분야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핵심은 AI의 분석과 판단을 실제 물리적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사전에 정한 좌표와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데 강하지만 생산품목이나 조건이 달라지면 재티칭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한 대표는 “디밀리언이 집중하는 피지컬 AI는 모든 동작을 사람이 지정하기보다 작업 목적과 주변 상황을 바탕으로 로봇이 필요한 행동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향을 지향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기존에는 ‘A 좌표의 부품을 집어서 B 좌표에 놓아라’고 지시했다면 앞으로는 ‘이 부품을 다음 공정에 공급해 달라’는 작업 목표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로봇이 위치와 상태, 주변 환경을 인식해 필요한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죠. 사람이 로봇에게 동작을 하나씩 가르치는 방식에서 작업의 목적을 주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 수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디밀리언이 플렉시봇을 단순한 모바일 로봇이 아니라 ‘AI Worker’라고 정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플렉시봇(Flexibot)은 자율이동로봇(Autonomous Mobile Robot, AMR)과 협동로봇을 결합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로, 여러 설비 사이를 이동하며 부품 공급과 투입·취출, 검사, 이송, 적재 등을 수행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를 ‘AI 판단을 실제 동작으로 옮기는 제조 현장의 손과 발’로 설명했다.

플렉시봇(Flexibot)은 자율이동로봇(Autonomous Mobile Robot, AMR)과 협동로봇을 결합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로, 여러 설비 사이를 이동하며 부품 공급과 투입·취출, 검사, 이송, 적재 등을 수행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디밀리언)

특히 플렉시봇은 동시 위치추정 및 지도작성(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SLAM) 기술로 작업 장소까지 이동한 뒤 작업 직전에 설비와 대상의 상대 위치를 다시 보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디밀리언에 따르면 플렉시봇은 대상 인식과 좌표 보정, 로봇 제어를 결합해 ±0.1mm급 정밀 매니퓰레이션을 구현한다. 안전 영역은 AI 판단과 별도 제어체계로 분리해 작업자 접근이나 환경 변화가 감지되면 동작을 제한하거나 정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디밀리언은 다품종 생산의 재티칭 문제를 줄이기 위한 비전-언어-행동(Vision-Language-Action, VLA) 기반 유연 파지 모델도 개발 중이다. 카메라가 작업 대상과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자연어로 주어진 작업 목표에 따라 파지 위치와 접근 경로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상용 제조환경에서는 파지 성공률뿐 아니라 물체 겹침과 가림, 조명 변화, 사이클타임(Cycle Time), 예외상황 대응까지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실수가 곧 사고로 이어지는 제조 현장에서는 ‘대부분 성공하는 로봇’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AI가 공장을 움직여도 괜찮을까…‘승인 기반 자율운영’

‘DMAP’는 생산계획·품질·설비 에이전트의 판단이 충돌할 경우 상위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이 이를 종합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품질→설비 보호→납기·생산성’처럼 사전에 정한 정책과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을 조정하고 각 에이전트의 판단 근거와 최종 결과도 기록하도록 돼 있다. 한 대표가 강조한 핵심은 ‘승인 기반 자율운영’이다. (자료=디밀리언)

AI가 실제 설비와 로봇의 행동을 결정하려면 판단 정확도만큼 안전성과 책임 구조도 중요하다. 디밀리언에 따르면 ‘DMAP’는 생산계획·품질·설비 에이전트의 판단이 충돌할 경우 상위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이 이를 종합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품질→설비 보호→납기·생산성’처럼 사전에 정한 정책과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을 조정하고 각 에이전트의 판단 근거와 최종 결과도 기록하도록 돼 있다. 한 대표가 강조한 핵심은 ‘승인 기반 자율운영’이다.

“저희는 자율제조를 ‘처음부터 모든 권한을 AI에게 주는 것’으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AI가 추천하고 사람이 승인하며, 반복적으로 검증된 저위험 업무부터 자동 실행 범위를 높입니다. 반대로 작업자 안전이나 중대한 품질 문제, 설비 정지처럼 영향도가 큰 업무는 충분히 검증된 이후에도 사람의 승인이나 별도 안전체계를 유지합니다. 자율운영은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 맞게 역할과 권한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판단의 근거와 추적성을 확보하는 것도 디밀리언이 중시하는 부분이다. 검색증강생성(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RAG)을 활용해 AI가 제조 데이터와 작업 기준, 설비 이력 등을 참조하도록 하고, LangGraph 기반 구조에서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어떤 정보를 받아 어떤 판단을 내렸고, 그 결과를 다음 단계에 어떻게 넘겼는지 전 과정을 기록한다. 문제가 생기면 입력 데이터부터 참고한 근거, 각 AI의 판단, 최종 결정과 실행 결과까지 거슬러 올라가 오류가 발생한 지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서로 다른 제조사의 설비 데이터를 연결하는 데는 자산관리셸(Asset Administration Shell, AAS)을 활용한다. 프로그램 가능 논리제어장치(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PLC), MES, 센서, 로봇 등 서로 다른 데이터를 공통 구조에 매핑하고 온톨로지(Ontology)를 결합해 데이터 사이의 의미까지 정의하는 과정이다. 디밀리언에 따르면 ‘기존 설비를 모두 교체하지 않고 AI를 적용하기 위한’ 접근이다.

한 공정에서 공장 전체로…‘진입 후 확장’ 거쳐 다크팩토리로

솔루션 예시화면_품질보증. (자료=디밀리언)

현재 디밀리언은 고객 공정에 맞춘 제조 AI 솔루션 구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처음부터 공장 전체를 바꾸기보다 비전검사나 품질예측처럼 효과를 확인하기 쉬운 공정에 먼저 적용한 뒤 생산·설비·공정 최적화와 피지컬 AI로 범위를 넓히는 ‘진입 후 확장(Land & Expand)’ 전략이다.

이를 통해 디밀리언은 2025년 매출 12억3000만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한 대표는 W사의 세라믹 브라켓 AI 품질검사, O사의 바이오 의료기기 조립공정 AI 비전 로봇 자동화, R사의 자동차 배터리 부품 사출 AI 품질관리 시스템 등을 구축 사례로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사출성형과 자동차부품, 전자부품처럼 다품종 생산 비중과 숙련자 의존도가 높고 반복작업이 많은 공정을 우선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해외에서는 베트남 호치민 거점을 기반으로 현지 제조기업과 실증·사업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또한 자율제조도 개별 공정 AI 적용→공정 단위 자율운영→라인 단위 자율운영→공장 전체 자율제조 순으로 확대한다. 최종적으로 생산계획·품질·설비·물류·로봇이 하나의 운영체계 안에서 움직이는 공장을 구현한다는 것이 한 대표의 구상이다.

이어 디밀리언은 2026 K-AI PARTNERSHIP의 AX 확산 분과(K-AX)에서 AI·반도체·로봇·비전·시뮬레이션 기업과 제조기업이 하나의 공정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AI의 판단을 로봇 작업까지 연결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공동 실증을 추진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향후 3~5년에는 DMAP을 제조 현장의 의사결정 운영체계로 고도화하고 플렉시봇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여러 AI 에이전트와 로봇이 하나의 생산 목표 아래 협업하는 자율운영 라인을 만든 뒤 국내에서 검증한 사업모델을 해외 제조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 한 대표는 “단순히 사람이 없는 공장이 아니라, 사람이 모든 상황을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하고 운영할 수 있는 공장이 디밀리언이 그리는 다크팩토리”라며 마음 속에 품어 왔던 향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사진=디밀리언)

이러한 디밀리언이 그리는 최종 목적지는 ‘다크팩토리(Dark Factory)’다. 인터뷰 말미, 한 대표는 “단순히 사람이 없는 공장이 아니라, 사람이 모든 상황을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하고 운영할 수 있는 공장이 디밀리언이 그리는 다크팩토리”라며 마음 속에 품어 왔던 향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향후 3~5년은 디밀리언이 제조 AI 솔루션 기업에서 피지컬 AI 기반 자율제조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국내 제조 현장에서 기술과 사업모델을 검증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이 가진 제조 경쟁력에 AI와 데이터, 로보틱스를 결합해 제조 강국을 넘어 제조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디밀리언의 목표입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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