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받고 떠블로" IT기업 연봉인상...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다우키움그룹의 IT계열사가 연봉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역시 게임업계에서 시작된 개발자 연봉 인상에 대한 대책입니다. 이에 따라 다우기술, 사람인HR, 한국정보인증, 미래테크놀로지 등의 계열사의 개발직군 연봉은 전년 대비 1000만원, 비개발직군은 500만원이 인상됩니다. 신입 개발자 연봉은 4800만원으로 30% 인상폭이 적용됩니다.

올해 초 넷마블이 터뜨린 개발자 연봉인상 릴레이는 게임 업계를 넘어 네이버, 쿠팡 등 인터넷 서비스 기업, 그리고 이제는 개발자 중심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모든 기업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개발자의 연봉인상은 만성적인 개발자 부족 현상 탓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고 비대면 서비스의 성장세와 대학 등 교육현장에서의 개발인력 부족 등 여러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초대박을 친 크래프톤은 올해 개발자 연봉을 일괄적으로 2000만원씩 올리고, 신입 대졸 초봉도 600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네이버는 900명의 개발인력 채용을 선언하고 인재 블랙홀이 됐죠.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계의 빅3와 주요 게임사가 상당한 수준의 연봉인상과 인센티브 제공으로 우수 개발자 모시기와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 게임개발사 역시 빚을 내서 개발인력 유출에 전전긍긍하는 일도 실제 벌어지고 있죠. 

개발자 모시기 경쟁에 문과생들이 코딩을 배우기도 하고, 직장인들이 개발자가 되기 위해 주경야독을 한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업계에서는 농사를 하는 심정으로, 개발자를 직접 키우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의 경우 'PD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은 KAIST, 스파르타코딩클럽과  'SW 사관학교 정글(SW 정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비전공자를 채용해 개발자로 육성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죠. 

우수 개발인력 확보 위한 출혈적 경쟁...그러나 지금은 '참전'이 답

국내 대표 게임사인 A사의 예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이 회사의 신입 초봉은 개발자 4500만원, 비개발직군 4000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연봉인상 경쟁 속에 신입 연봉을 5500~6000만원 선으로 맞췄습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의 연봉 인상률은 평균 5% 수준으로 연봉 4000만원의 비개발직군의 이듬해 연봉은 대략 4200만원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연봉 인상 경쟁으로 연봉이 인상되자 비개발직군의 초봉이 5000~550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회사는 형평성과 기존 직원의 사기 진작을 고려해서 전체적인 연봉 인상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추후 이 회사 뿐이 아닌 연봉 인상에 뛰어든 모든 회사들의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주가에도 좋은 영향만을 주지는 않을 것이고, 규모가 작은 회사는 경영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비개발직군인 A사 관계자는 '개발자의 덕을 봤다'라고 말합니다. 월급쟁이의 입장에서 월급이 날아오르듯 오른 것에 감사하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이 관계자는 "수천명의 직원 급여를 대폭 인상했기에 인건비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밖에 없다. 실적 시즌에 영업이익률의 하락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망하기 힘들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연봉인상 적용후) 네이버가 900명의 개발자를 뽑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지금 이 시기에는 맞는 선택이었다라고 업계 대부분이 느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핵심 프로젝트를 이끄는 우수 개발인력들에 대해 1000천만~2000천만원의 연봉을 올려주는 것이, 타사에 인력을 빼앗기는 것 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자 투자였다는 설명입니다. 

비록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등 경영실적 악화가 올 지도 모르는 '그 때'는 과도한 연봉인상 경쟁이 틀렸었다고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봉인상에 나선 모든 기업들의 '지금'은 옳은 선택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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