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은 어쩌다 정치인·공직자 필수 앱이 됐을까?

[AI요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사퇴로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메시지 노출 파문과 관련해 사안의 심각성과 별개로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또 다른 이슈는 ‘정치인, 공직자들의 텔레그램 사용’이다. 정치권에서 텔레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는 수년 전부터 이어진 보안이 강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무료 메신저 '텔레그램' 10억 다운로드 돌파 < 인터넷 < 기사본문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사퇴로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메시지 노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안의 심각성과 별개로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또 다른 이슈는 ‘정치인, 공직자들의 텔레그램 사용’이다.

사실 텔레그램은 요즘 대중들이 흔히 사용하는 메신저는 아니다. 하지만 2014년 9월 한때는 앱스토어 메신저 항목에서 줄 곳 1위였던 카카오톡을 누르고 텔레그램이 누적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당시 텔레그램의 인기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사태 덕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 분열을 가져온다”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 직후 검찰은 ‘명예훼손 전담 팀’까지 신설하며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를 엄단하기 위해 상시 모니터링을 시작했고, 검찰의 사찰이 카카오톡 등에도 미칠 것을 우려한 야당 정치인과 대중들이 대거 텔레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에도 텔레그램은 2016년 테러방지법 통과 당시에도 관심을 모았고, 2020년에는 N번방 사건에서 범죄에 활용된 사실이 밝지며 다시금 언론 보도에 오르내렸다. 특히 N번방 사건은 ‘N번방 방지법’으로 이어지며 이중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속칭 인터넷 검열감시법)을 통해 2021년 12월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 및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전송되는 모든 파일(사진, 영상, 압축파일 등)에 대한 사전 검열이 시행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텔레그램으로 인해 카카오톡이 피해를 보게 된 상황이었지만, 이후에도 텔레그램은 정치권을 비롯해 주식투자방, 코인투자방 등에서 애용하는 메신저가 됐다.

텔레그램 사랑, 여야를 가리지 않아

이번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간 텔레그램 메시지 노출 파문으로 정치권의 텔레그램 사랑이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특정 이슈가 있을 당시를 제외하고 현재 텔레그램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과 대통령 간의 사례와 같이 유독 정치권의 텔레그램 사랑은 변치 않은 듯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전원이 속한 텔레그램방이 있다고 하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업무 관련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공개한 바도 있다. 당시 언론을 통해 문재인 정부 주요 공직자들 역시 텔레그램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텔레그램 이슈가 부각된 요인 중 하나는 사용자가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텔레그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독립기념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알려진 바 있다.

텔레그램 사용 이유는 보안 때문?

이번 사태가 논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장 보안이 엄중해야 할 대통령의 대화에 텔레그램이 쓰였다는 점이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클라우드에 데이터가 저장된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내용일 경우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정부는 업무 관련 연락 시에는 보안이 엄격한 업무용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대통령 관련 텔레그램 메시지 노출 건은 개인 휴대폰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우려도 따르고 있다.

텔레그램은 종단간 암호화 기술로 보안에 강하다는 인식을 이용자들에게 심어줬다. 하지만 텔레그램 역시 해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사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텔레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수년 전부터 이어진 보안이 강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일단 텔레그램은 카카오톡 등 국내 기업의 메신저와 달리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의 과정에서 원활하게 협조를 받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또 텔레그램에서 일찌감치 적용된 비밀 대화 기능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는 텔레그램 메시지가 클라우드에도 저장되지 않으며 종단간 암호화 기술이 적용돼 소통하는 두 단말기 사이에서만 복호화가 가능한 비밀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캡처를 할 수 없으며 만약 스크린샷 기능을 이용해 대화를 캡쳐 할 시 상대에게 알람이 뜬다는 것도 보안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마저도 안드로이드에는 스크린샷 기능이 차단돼 있다. 그 외에도 자동 대화 삭제 기능 등 여러모로 외부 유출이 되면 안되는 소통 시에는 유용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현재는 카카오톡 역시 종단간 암호화 기능을 지원하고 있어 보안성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시 과거 전례에 비춰볼 때 카카오 측이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 즉 정치권에서 여전히 텔레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는 어떠한 국가기관에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100% 안전하지 않다

물론 허점도 있다.
텔레그램의 암호화는 설정을 별도로 하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김성동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의 대화는 암호화 설정 시 대화방에 뜨는 자물쇠, 타이머 표시가 뜨지 않았다는 점에서 암호화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또 텔레그램 단체방의 경우는 암호화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텔레그램이 보안에 강력하다는 믿음과 달리 각국에서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6년 이란에서 해커의 공격으로 텔레그램 사용자 1500만명의 전화번호와 일부 대화 내용이 유출된 사건이다.

'Secure Messaging Apps Comparison'에서 각 메신저의 보안성을 평가한 표.
최근 텔레그램 보다 보안이 강력하다고 알려진 시그널 메신저가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해외 보안 메신저앱 비교 사이트인 ‘Secure Messaging Apps Comparison’은 텔레그램의 보안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오히려 해외에서 최근 가장 안전한 메신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따로 있다.

미국 IT매체 씨넷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안에 가장 긍정적인 메신저로 ‘시그널’이 꼽혔다. 모든 대화를 텔레그램보다 높은 수준으로 암호화하고 이용자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시그널의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그램의 인기는 여전히 세계적이다. 2018년 당시 이미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억명을 돌파했다. 매일 35만명이 가입하며 매일 15억개의 메시지가 오가는 것이 텔레그램이다. 최근 암호화폐 송금기능까지 탑재한 텔레그램의 월간활성이용자는 7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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