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봇들과 3편의 SF영화···아이로봇·웨스트월드·2001:스페이스 오딧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발표한 많은 미래형 로봇들을 공식 발표했지만 모두가 환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윌 스미스 주연의 할리우드 SF영화 ‘아이, 로봇’(2004)의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13일 테슬라가 자신이 감독한 영화 속 로봇 디자인을 무더기로 가져다가 썼다며 빅테크 테슬라(와 스페이스X,X,AI.X) 소유주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를 X(트위터)를 통해 비난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테슬라의 최신 로봇들이 그의 영화속 디자인과 상당히 닮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영화 감독인 그로선 당연히 화내고 비난할 만 하다.

프로야스 감독이 화내는 이유는 ‘아이, 로봇’에 등장한 다양한 로봇들의 모습과 일론 머스크가 최신 로봇 발표 행사장에서 소개한 제품들 간 유사성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아이, 로봇’(2004)의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이 테슬라의 ‘위, 로봇’ 신제품 발표후 13일 자신의 X(트위터)에 올린 사진. (사진=알렉스 프로야스 X)

그는 자신의 X(트위터)에 ‘아이, 로봇’에 나오는 기술 디자인과 놀랍도록 유사한 테슬라의 미래형 기술 로봇인 옵티머스, 로보밴, 로보택시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을 올렸다. 프로야스는 X 포스팅에 ‘일론, 디자인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메시지를 포함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테슬라는 이 제품 발표회 전후로 영화 ‘아이로봇’에서만 아이디어 빌어오거나 베낀 것은 아니다.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에서도 아이디어를 상당한 수준으로 빌어왔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처럼 카우보이 모자 쓴 휴머노이드 로봇을 영화속에서 찾는다면 ‘웨스트월드(1973)’같은 영화를 소환할 수도 있다.

영화 아이로봇(2004)속 USR사 트럭과 테슬라 로보밴

테슬라의 옵티머스(왼쪽)와 영화 ‘아이, 로봇’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테슬라, 20세기 폭스/버라이어티)

2035년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아이, 로봇’에 등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가정용 도우미는 물론 청소차량에 쓰레기를 담거나 사람들을 헤치고 소포를 나르다가 스푸너 형사(윌 스미스 분)와 부딪치자 미안하다고 사과도 한다.

테슬라의 최신 옵티머스는 영화 속 가상의 로봇 주인공 ‘소니’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프로야스가 영화 ‘아이, 로봇’의 감독을 맡았지만 이 영화는 두 명의 미국 시나리오 작가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1950년 작인 동명의 옴니버스식 SF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느슨하게 각본을 썼다. 흥미롭게도 미국 시나리오 작가들은 ‘아이, 로봇’ 후반부에 등장하는 수전 캘빈 박사, US로보틱스, 슈퍼컴퓨터 등을 교묘히 연계시켜 영화 아이로봇에서 보이는 흥미로운 단일 시나리오로 만들어 냈다. 이들은 예를 들어 원작 소설속 ‘네스터 10호-자존심 때문에 사라진 로봇’편에 등장하는 ‘균형을 잃은 로봇’의 존재를 영화속의 날뛰는 로봇으로 교묘하게 각색해 내기도 했다.

프로야스는 자신이 감독한 ‘아이, 로봇’ 영화에서 어느 정도 예술적 방향성을 유지했으며 일론 머스크가 소개한 트럭,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모두 자신이 소유한 디자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푸리에가 지난달말 발표한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 GR-2(왼쪽)와 휴대폰업체 샤오미가 2022년 공개한 휴머노이드 ‘사이버 원’. (사진=푸리에, 샤오미 로보틱스 랩)

머스크는 이날 행사에서 두 가지 새로운 자율주행차인 로보택시와 로보밴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이로봇의 ‘소니’와 닮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것이 꼭 아이로봇 속 디자인을 베꼈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전 샤오미가 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도 머리만 본다면 ‘소니’와 닮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 로보밴은 영화 아이로봇에서 터널 속에서 차를 타고 운전중이던 스푸너 형사를 추격해 온 US 로보틱스의 로봇운송용 스테인리스 스틸 자동화 화물 트럭과 유사하다. 로보밴은 실내 제어 기능은 없지만 20명이 앉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아이, 로봇’(2004)에 등장한 USR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배송 트럭(위)과 테슬라의 최신 ‘로보밴’. (사진=20세기폭스, 테슬라)

한편 로보택시는 아우디가 제품 배치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스윙식 ‘버터플라이 도어’ 콘셉트카인 아우디 RSQ와 약간 비슷해 보인다. 테슬라 로보택시에는 스티어링 휠, 페달, 뒷유리창이 없고 두 명의 승객이 앉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만 있으며, 승객은 그냥 앉아있고 운전은 자동차의 자율주행에 맡기게 된다. 테슬라에 따르면 이 자율주행차는 3만 달러(약 4100만원)미만이 될 것이며 2027년 이전에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테슬라가 ‘위 로봇’ 행사에서 공개한 집안일 도우미 기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2년전 첫 공개된 시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 로봇이 2027년까지 출시돼 2만~3만 달러(약 2800만~4100만원)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공개된 동영상 속 옵티머스 로봇들은 질문에 답하고 음료를 제공하며 춤까지 추며 행사참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자율 보행 이외의 작동이 원격 조작이라는 증언이 나오며 의혹에 휩싸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속 HAL 9000을 닮은 행사 광고

테슬라의 행사 광고 이미지는 디지털카메라 렌즈 접사 사진이다. 이는 누가 봐도 SF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에 등장하는 사악한 AI인 ‘HAL 9000’의 이미지를 빌어왔음을 알 수 있다 (사진=워너 브러더스, 테슬라)

사실 테슬라가 이번 행사를 위해 베껴 먹은 디자인은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영화속 로봇 디자인만이 아니다.

앞서 나온 행사 소개 광고 제목조차 영화명 ’아이, 로봇(i, Robot)’을 복수(複數)화한 ‘위, 로봇(WE, ROBOT)’으로 쓰면서 노골적으로 베낀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광고속 사진에 등장하는 ‘카메라 렌즈’는 누가 보더라도 SF영화 사상 불후의 명작으로 여겨지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속의 사악한 인공지능인 ‘HAL 9000’의 이미지 거의 그대로 디자인에 활용했다.

웨스트 월드(1973)속 카이보이 모자쓴 휴머노이드와 옵티머스

카우보이 모자를 쓴 모습으로 소개된 테슬라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왼쪽)은 마이클 크라이튼 감독의 영화 웨스트월드(1973)에 등장한 카우보이 모자 쓴 로봇(율 브린너 분)을 연상시킨다. (사진=테슬라, IMDb)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에 카우보이 모자를 씌운 것은 ‘웨스트 월드’(1973)에 등장한 카우보이 모자를 쓴 건 맨 휴머노이드 로봇(율 브린더 분)을 연상시킨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모자 씌운 것을 두고 역시 그 오래전 로봇을 베껴 먹었다고 할 수는 없다.

카우보이 모자는 미국 개척 정신을 상징하는 의미로도 읽히기에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개척자임을 나타내기 위해 씌웠다고 할 수도 있다. 의미부여하기 나름이다.

’웨스트 월드‘는 영화화된 저 유명한 쥬라기 공원(1993)의 작가인 고 마이클 크라이튼이 감독해 만든 디스토피아적 영화다.

과연 일론 머스크는 베껴먹은 디자인 도용자인가, 아니면 상상력을 현실화한 영웅일까.

일론머스크는 아이디어 빌어온 것인가 훔쳐온 것인가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X 게시물에 대해 많은 비평가들은 상상속 디자인을 현실화해 생동감을 불어넣은 머스크를 칭찬했고 일부는 비난했다.

한 사용자는 “하하, 당신은 영광스러워해야 한다. 그는 그들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존경받아야 한다. 일론 머스크가 컴퓨터그래픽과 녹색 화면으로 한 일을 실제로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다른 사람은 “그[머스크]는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야바위꾼이 될 것”이라고 썼다.

현대 입체주의 창시자로서 추앙받는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빌리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즐겨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피카소가 했다는 이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카소에 앞서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훌륭한 작곡가는 빌려오지만, 위대한 작곡가는 훔친다”고 말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현장] 전력·냉각·보안부터 로봇·바이오까지… KAIST 딥테크 스타트업이 제시한 AI 시대 생존 전략

KAIST 창업원이 주최·주관한 ‘KAIST Startup Scaleup Summit 2026’이 지난 18일 서울 코엑스 3층 컨퍼런스홀 E5·E6에서 열렸다. 넥스트라이즈 2026 서울(NextRise 2026, Seoul) 파트너 행사로 마련된 이 행사는 KAIST 스타트업 성장 공동체를 기반으로 투자사와 창업자, 기술 인재가 만나는 스케일업의 장을 표방했다.

"2000조원 메가 프로젝트, 왜 환호 대신 의구심이 먼저인가"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개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청사진은 분명 압도적이었다.

GPT-5.6은 제한 공개, 제미나이는 사용 제한…AI 경쟁은 ‘접근권 전쟁’으로 바뀌었다

생성형 AI 주도권 경쟁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최근까지 시장의 관심은 누가 더 강력한 모델을 먼저 공개하느냐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구글(Google), 메타(Meta)를 둘러싼 변화는 양상이 다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모델 성능만이 아니다. 누가 최상위 모델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느 기업이 충분한 컴퓨트(compute)를 배정받을 수 있는지, 또 어떤 조직이 정부와 플랫폼 기업이 요구하는 신뢰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지가 AI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장] AI가 뉴스를 요약하는 시대, 저널리즘은 무엇으로 살아남나

17일 진행된 ‘AI와 언론(AI & Journalism)’ 세션에서는 뉴스룸과 저널리즘이 AI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는지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먼저 이상덕 매일경제신문 기자가 ‘AI 에이전트 시대 뉴스룸의 생존법: 초압축 시대와 브랜드 어피니티’를 주제로 발제했고, 이어 이은주 서울대학교 교수 겸 CTAI 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강정수 블루닷에이아이 연구센터장, 이나연 연세대학교 교수, 박아란 고려대학교 교수와 함께 ‘뉴스룸의 전환: AI 시대와 저널리즘의 미래’를 주제로 패널토론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