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AI는 이제 기술 부서의 도입 과제가 아니라, 기업 전체의 생존 전략이 됐다. 생성형 AI의 확산은 업무 효율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조직 운영체계, 고객 경험, 수익모델, 시장 경쟁의 규칙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등장이 아니라, 그 변화에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다. 테크42는 ‘AI 최전선’ 공동 저자인 앤디 색(Andy Sack)과 애덤 브로트먼(Adam Brotman)의 인터뷰를 4편 시리즈로 소개한다. 두 저자는 스타트업 투자, 액셀러레이션, 브랜드 전략, 디지털 전환과 대기업 혁신 현장을 두루 경험한 실무형 리더들이다. 이들은 샘 올트먼, 빌 게이츠, 리드 호프먼, 이선 몰릭 등 AI 시대를 움직이는 인물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왜 지금 ‘AI 퍼스트’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됐는지, 그리고 어떤 기업이 다음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애덤 브로트먼(Adam Brotman)은 스타벅스 초대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모바일 주문·결제와 리워드 생태계를 설계하며 글로벌 리테일 업계의 대표적 디지털 전환 사례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AI 최전선’ 공동 집필을 통해 더 급진적인 언어를 꺼내 들었다. 그는 앤디 색(Andy Sack)과 함께 포럼3(Forum3) 공동 창업자 겸 공동 CEO이이기도 하다.
이러한 커리어 덕분에 브로트먼이 AI 전환을 말할 때는 남다른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는 이미 한 차례 거대한 디지털 전환을 현장에서 통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브로트먼은 이번 인터뷰에서 2023년 샘 올트먼(OpenAI CEO)과의 대화가 왜 ‘AI 최전선’ 집필의 계기가 됐는지, 왜 AI 퍼스트(AI-first) 기업은 기존의 디지털 전환 기업과 다른지, 그리고 왜 생성형 AI의 진화가 브랜드와 고객 경험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보는지를 촘촘하게 설명했다.
그가 AI를 인식하는 핵심은 이렇다. AI는 단순히 더 좋은 도구가 아니라, 조직이 가치를 만들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 그리고 브랜드가 고객과 관계를 맺는 방식 자체를 다시 쓰는 변화라는 것이다.
오픈AI 미팅 뒤 시작된 ‘AI 최전선’의 문제의식

브로트먼이 ‘AI 최전선’을 쓰게 된 출발점은 앤디 색이 언급한 바와 같이 지난 2023년 10월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서 이뤄진 한 미팅이었다. 그는 앤디 색과 함께 포럼3가 브랜드의 AI 도입을 어떻게 돕고 있는지 설명하고 피드백을 듣기 위해 샘 올트먼을 만났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돌아온 메시지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브로트먼이 보기에, 그 대화는 단순한 기술 조언이 아니라 앞으로 기업이 맞닥뜨릴 구조적 충격을 예고하는 경고에 가까웠다.
앤디 색과 마찬가지로, 브로트먼이 이 장면을 반복해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샘 올트먼이라는 이름의 상징성 때문이 아니다. 당시 미팅은 브로트먼에게, AI가 기존의 웹·모바일·소셜·클라우드와 같은 맥락의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 순간이었다고 했다. 이전 변화가 게임판을 바꿨다면, 이번 변화는 플레이어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브로트먼은 AI 퍼스트 기업을 “AI를 기존 프로세스 위에 얹는 조직”이 아니라, “AI를 전략의 기반으로 다루는 조직”으로 정의했다. 기술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의 출발점을 바꾸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AI 퍼스트 기업과 기존의 디지털 전환 기업의 차이는 결국 기술의 성격에서 나옵니다. 웹, 모바일, 소셜, 클라우드 같은 이전의 변화는 게임판을 바꿨지만, 플레이어는 여전히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나 AI는 플레이어 자체를 바꿉니다. 손 닿는 곳에 전문가 팀이 있고, 그 팀이 거의 한계비용 없이 즉시 동원되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이것은 단순한 운영 효율 개선이 아니라, 조직이 어떻게 가치를 만들고,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변화입니다.”
브로트먼은 특히 샘 올트먼의 ‘마케팅의 95%를 AI가 비용 없이 처리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을 단순한 자동화 전망이 아니라 경영 위기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뜻하는 바가 마케팅 부서의 일감 축소가 아니라, 비용 구조와 인재 모델, 에이전시와의 관계, 그리고 경쟁사의 크기 자체가 더 이상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은 시장의 도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섯 명짜리 스타트업이 포춘 500대 기업 수준의 마케팅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라면, AI는 더 이상 실험용 툴이 아니라 경영진이 직접 다시 설계해야 할 문제다.
“샘 올트먼의 말을 곱씹어 보면, 그것은 단순히 마케팅 업무가 자동화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비용 구조 전체, 인재 모델, 에이전시와의 관계, 경쟁 구도까지 한꺼번에, 그리고 빠르게 바뀐다는 뜻입니다. 지금 마케터들이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일의 95%를 AI가 거의 0에 가까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마케팅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죠. CEO가 CMO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도 달라지고,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도 달라지며, 작은 조직도 세계적 수준의 마케팅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다섯 명짜리 스타트업이 포춘 500대 기업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그것은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전략 위기입니다.”
그는 이 때문에 이번 전환의 본질을 기술이 아니라 리더십의 문제로 본다. 많은 조직이 아직 AI를 글쓰기 보조나 단순 리서치 수준에서만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변화가 위험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브로트먼은 역량 곡선이 지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모든 경영자가 분명히 체감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이미 늦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AI 최전선’의 첫 문제의식은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리더가 그 변화의 규모를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조직에 반영하느냐’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송출이 아닌 양방향 대화로 ‘라이브 개인화’ 시대 마주해

브로트먼의 강점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고객 경험, 브랜드 전략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브로트먼은 생성형 AI의 진화를 ‘도구에서 에이전트로의 이동’으로 정의했다.
“AI가 도구였을 때는 사람이 자기 일을 더 잘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메일을 더 빨리 쓰게 하고, 보고서를 요약하고, 크리에이티브 옵션 몇 가지를 제안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AI가 에이전트가 되면 더 이상 단순히 프롬프트에 응답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행동을 취하고, 학습하고, 사용자가 설정한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습니다. 기술과 일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겁니다. 고객 경험 측면에서 보면, 이것은 반응형에서 선제형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로트먼은 특히 지금 브랜드들이 말하는 ‘개인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시각을 드러냈다. 대부분은 사실 개인화가 아니라 세분화된 자동화, 즉 타겟팅된 자동화에 가깝다는 것이다. 광고 버전 몇 개를 미리 만들어두고 고객 세그먼트별로 노출하는 것은 이전보다 나아진 방식일 뿐, 개별 고객의 맥락에 맞춰 콘텐츠와 메시지, 타이밍, 상호작용 자체를 조정하는 진정한 의미의 개인화는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브로트먼은 “AI가 바꾸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분석, 제작, 배포, 최적화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줄이면서, 지금까지 성배처럼 여겨졌던 진짜 개인화를 현실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잠재력이 높은 세그먼트를 찾아내고, 그에 맞는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 여러 채널에 배포하고,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시대가 열릴 겁니다. 그것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과거에는 수십 명이 필요했던 속도와 규모로 움직이는 마케팅 팀에 가깝습니다. 결국 구조적 전환은 브랜드가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방식에서, 브랜드가 고객과 실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데 있습니다.”
브로트먼은 이를 ‘라이브 개인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브랜드가 더 이상 정적인 메시지를 송출하는 존재가 아니라, 고객과 실시간 양방향 대화를 나누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광고 효율이 높아진다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 경험 설계의 질문 자체를 바꾼다. 이제 중요한 것은 더 정확한 타겟팅이 아니라, 대화 상대가 AI일 때도 그 상호작용이 진정성 있게 느껴지도록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브로트먼은 이를 완전히 새로운 고객 경험 디자인 과제로 본다. 이 대목에서 스타벅스 경험은 다시 중요하게 연결된다.
“스타벅스에서 우리가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던 핵심 원칙은 고객에게 가장 좋은 것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바일 주문을 어떻게 도입할까’에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은 실제로 커피를 어떤 방식으로 구매하려 하고, 기술이 그 경험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에서 출발했죠. 이 고객 중심 시각은 AI 시대에 오히려 더 중요합니다. 기술이 너무 강력하고 범용적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서 출발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무료 와이파이, 리워드, 모바일 결제, 모바일 주문이 하나의 디지털 플라이휠로 연결되도록 설계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한 번의 상호작용에서 나온 데이터가 다음 상호작용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밀어주는 구조, 그것이 바로 지금 AI가 훨씬 큰 규모로 실현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디지털 플라이휠은 모든 디지털 접점이 서로를 강화하는 것이었어요. 바로 그 누적 효과를 AI가 대규모로 가능하게 합니다. 차이는 AI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패턴을 찾아내고, 제안을 개인화하고, 행동을 예측하는 일을 실시간으로 해낼 수 있으니까요. 결국 AI 기반 고객 경험도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이어야 합니다.”
결국 브로트먼이 말하는 AI 시대의 브랜드 전략 역시 중심에는 ‘고객 경험’이 자리한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서 출발하는 순간 고객 경험은 쉽게 즉각적인 자동화로 흐를 수 있다. 반대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맥락에서 브랜드와 만나며, 어떤 순간에 진정성을 느끼는지에서 출발할 때 AI는 증폭 장치가 된다. 이 점에서 브로트먼의 고객 경험론은 여전히 스타벅스 시절과 같은 축 위에 놓여 있다. 달라진 것은 도구의 크기와 속도, 그리고 그 결과의 파급력일 뿐이다.
스타벅스 모바일 혁신 이끈 리더가 본 AI 전환의 차이

“스타벅스에서 우리는 ‘디지털 플라이휠’이라 불렀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로열티, 모바일 결제, 모바일 주문, 개인화를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했고, 정점기에는 주당 800만 건이 넘는 모바일 결제를 처리했습니다. 스타벅스 리워드는 전 세계 6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며 회사 전체 비즈니스의 절반가량을 견인했죠. 하지만 그 변화는 아무리 컸더라도 비교적 예측 가능한 확산 곡선을 따랐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 물결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에 맞춰 구축하고, 반복 개선하고, 수년에 걸쳐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브로트먼은 “스타벅스의 디지털 플라이휠 역시 큰 변화였지만, 스마트폰 확산이라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물결 위에서 구축하고, 반복 개선하고, 수년에 걸쳐 확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스타벅스에서의 디지털 전환과 이번 AI 전환 사이의 결정적 차이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속도입니다. 둘째는 범위입니다.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디지털 전환이 인간의 일을 더 잘하게 만드는 변화였다면, AI는 특정 유형의 인간 노동을 아예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입니다. 모바일이나 디지털 시절과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불안과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이번 변화에서는 문화, 신뢰, 소통 같은 인간적 요소가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그러면서 브로트먼은 실제 조직 저항도 이전보다 더 강하고 더 깊은 차원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스타벅스 시절 그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저항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적 저항이었다. 기존 방식에 익숙한 조직, 오프라인 경험을 지켜야 한다는 우려, 빠르게 변화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긴장감이 늘 존재했다. 그러나 AI는 여기에 한 층 더 깊은 두려움을 더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디지털 전환 시기에는 사람들이 ‘내가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가’를 걱정했다면, AI 앞에서는 ‘내 일이 계속 존재하는가’를 걱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브로트먼은 이 차이를 ‘더 실존적인 두려움’이라고 본다.
“디지털 혁신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과 스타벅스 특유의 오프라인 경험을 지키는 것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긴장도 있었죠. 그 긴장 자체는 건강했지만, 그것을 관리하려면 끊임없는 소통과 신뢰 형성이 필요했습니다. 같은 패턴은 지금 AI에서도 분명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두려움의 성격이 더 실존적입니다. 그래서 이를 넘기려면 더 많은 공감과 더 의도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내가 본 가장 효과적인 패턴은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였습니다. 먼저 실제 성과를 입증하고, 그 경험을 통해 사람들을 데려와야 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브로트먼은 이번 AI 전환이 더 좋은 툴을 공급하는 프로젝트가 아닌, 고객경험과 브랜드 전략, 조직 설계, 리더십의 역할, 사람들의 불안과 저항까지 동시에 건드리는 구조 변화라는 점을 짚었다. 결국 그의 생각에 AI는 IT 부서에 위임할 수 있는 기술 영역이 아니라, 리더가 직접 이해하고 조직 전체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과제다. 스타벅스에서 모바일 혁신을 이끈 바 있는 그가 이번 변화를 두고 ‘더 빠르고 더 급진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애덤 브로트먼의 진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가 보기에 진짜 문제는 AI의 성능 그 자체보다, 대부분의 기업이 그 변화를 흡수할 조직 구조와 리더십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데 있다. 브로트먼의 인터뷰 2편에서는 기업이 AI 도입에 실패하는 이유, 파일럿이 POC 단계에 머무는 배경, KPI와 수익모델의 재정의, 그리고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이 AI 퍼스트 조직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어서 다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