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의 시대 가고 신념의 시대 온다'...바이브컴퍼니가 본 2022년 트렌드

-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인터뷰 “사람들은 혼자, 오래 살 준비를 하고 있어”
-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트렌드 분석, 신조어가 아닌 내용과 흐름에 집중하라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트렌드를 짚어내는 전문가로서 데이터에 근거해 다양한 사회 변화상을 예측하고 있다.

바이브컴퍼니는 2000년부터 빅데이터 자료 수집·분석을 통한 컨설팅을 진행해 온 기업이다. 다음(현 카카오)의 사내 벤처로 출발해 ㈜다음소프트로 독립한 이후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 뉴스, 커뮤니티 등 비정형 데이터와 정형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기업 및 기관 등을 상대로 디지털 마케팅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생활변화관측소는 바이브컴퍼니 내에 있는 연구소로 매달 1억 2000만 건 이상의 소셜 빅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사람들이 관심 갖고 언급하는 키워드의 변화와 추세를 관측한다. 이를 책임지는 이가 바로 박현영 소장이다. 박 소장은 한국 갤럽에서 마케팅 리서치 담당 연구원, 리서치 인터내셔널 마케팅 리서치 연구부서 팀장을 역임한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지난 2016년 ‘2017 트렌드노트’를 시작으로 올해 ‘2022 트렌드노트’로 이어지고 있는 ‘트렌드노트 시리즈’는 박 소장이 데이터 분석과 컨설팅에 주력하는 한편으로 직원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별도의 협업 결과물이다.  

그런 박 소장이 바라보는 2022년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여러 가지 특이점이 반영된 트렌드가 등장하거나 강화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뽑아낸 대표 키워드가 ‘신념’이다. 라이프스타일이 주도하던 시대가 가치와 신념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반응과 행위에는 트렌드가 반영 돼 있다

생활변화관측소에서는 2019년부터 정기적으로 트렌드를 체크하는 매거진을 발행해왔다. 오프라인 유료구독 방식으로 발간되던 매거진은 최근 온라인 무료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미지=생활변화관측소 홈페이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바이브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박현영 소장은 최근 오프라인 형태로 발간하던 생활변화관측 매거진의 온라인화 소식을 먼저 전했다. 2019년 1월부터 시작해 총 35호를 맞이한 생활변화관측지는 그간 유료 구독 형태로 발간됐지만, 온라인 매체가 되면서 무료로 매주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는 방식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우선 양질의 트렌드 정보가 오픈 된다는 점은 마케터들에게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바이브컴퍼니로서도 개방적인 온라인 매거진화를 통한 저변 확대로 자사 역량과 브랜드가 보다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효과가 있으니 그리 손해는 아닌 선택이다. 박 소장은 매년 지속적으로 발간되고 있는 트렌드노트 시리즈와 더불어 이와 같은 작업이 지속될 수 있는 동력을 밀레니얼의 세대적 특성에서 찾는다.

“사실 생활변화관측지, 트렌드노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직원들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하나씩 갖게 하자는 목적도 있었어요. 그때 발견된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는 ‘자기 일은 열심히 하지만 남의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죠. 그래서 저희가 책을 발간하며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대장님(대표)이 참여하지 않는다’ ‘연구원들의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공평하게 넣는다’ ‘인세는 동일하게 분배한다’였어요. 그것이 몇 년 간 지속되면서 이제는 연구원들이 서로 쓰겠다는 상황이에요. 신입사원 조차도 ‘여기 오면 책 쓰는 줄 알고 왔다’며 기회를 달라고 하죠.”

박 소장이 조직 내에서 실제적으로 체감하는 변화들은 사실, 앞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된 바 있다. 직원들이 원래 부여된 업무 외에 별도로 책을 쓴다는 것은 ‘부캐(부 캐릭터)’ ‘시간의 주인성’ 등의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박 소장은 코로나19와 주52시간제의 영향으로 개인의 시간이 늘어나며 루틴과 리추얼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미지=생활변화관측소)

“저희가 진행하는 트렌드 분석은 신탁(神託)적인 것이 아니예요. 그야말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끌어내는 작업이죠. 그런 것을 바탕으로 루틴과 리추얼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죠. 처음에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트렌드 예측이었지만 이제는 일반화돼 있어요. 이제는 조직이 함부로 개인의 시간을 터치할 수 없죠. 제도적으로는 주 52시간제도 크게 영향을 미쳤고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을 하게 되고 모임을 할 수가 없게 된 상황도 개인에게 이전과 다른 시간을 부여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밀레니얼 세대나 젠지(Gen Z)세대가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진 않아요. 굉장히 열심히 살죠. 그런 성향이 어떻게 시간을 알차게 쓸 것이냐로 이어지며 편리함을 찾는 도구에 대한 관심이나 ‘미라클 모닝’과 같은 챌린지로도 나타나고 있고요.”

신념의 시대로 변화하는 증거들

박 소장이 강조하는 2022년의 트렌드는 ‘라이프스타일의 시대’가 저물고 ‘신념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변화는 급진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2010년대를 풍미한 라이프스타일의 시대에도 이미 신념의 시대를 형성하는 변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돼 왔다. 오랜 기간 축적된 경향이 촉매인 코로나19를 만나며 바야흐로 2020년대의 트렌드로 이어진 것이다.

“식품 브랜드 광고에서 2000년대 이전까지는 엄마를 대표하는 모델이 나와서 엄마의 마음을 담았다는 걸 강조했어요. 그게 2010년대가 되면서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바뀌었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고 앞서가는 느낌, 취향을 드러내는 시대가 된 거예요. 그 중간인 2014년 무렵부터 뜬 ‘킨포크 스타일’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소소한 일상을 표방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실천하기 어려운 카페 인테리어, 피크닉 등 동경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좇는 식이었죠. 그런데 2016년부터 커머스를 시작한 ‘오늘의 집’은 단순히 동경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도 꾸밀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아도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방식, 실질적인 소품을 제시했어요. 사람들의 눈 높이를 전반적으로 높인 거죠. 그런 경향이 2019년 등장한 비스포크로 이어졌어요. 가전 광고 최초로 좁은 집이 등장하죠. 실제 생활 공간 속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냉장고를 살 때도 문의 구성과 색을 선택하는 방식이 적용됐어요. 라이프스타일의 대중화를 열어젖힌 거죠. 2020년대는 거기에 신념이 더해진 거예요.”

박 소장은 2010년 라이프스타일의 시대가 어떻게 2020년 신념의 싣대로 전환되어 왔는지를 마켓컬리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미지=마켓컬리 SNS)

이와 같은 사례는 다른 다양한 브랜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등장한 마켓컬리는 소셜미디어에 ‘온더테이블’ 해시태그를 넣은 식품 이미지로 플래이팅을 넘어 자사 서비스와 연계된 식재료를 알렸다. 이를테면, 아보카도가 대중화된 시기가 언제 인지를 돌이켜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무신사 역시 2030 남성들에게 패션을 가르치며 자사 서비스를 확장해 갔다. 박 소장은 “그렇게 라이프스타일은 판타지에서 현실이 됐다”고 강조하며 ‘신념의 시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브랜드가 대중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르치며 입고, 먹고, 사는 공간의 때깔을 바꿔 놓았고 이러한 경향이 응축돼서 2020년대에는 연출된 예쁨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고 진심을 담는 트렌드로 표출되고 있어요. 요즘 10대들은 무언가를 말할 때 ‘진심’이라는 키워드를 부여하죠. 나를 표현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 꼭 ‘진심’을 넣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러한 경향은 점차 세대를 넘어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즉 한국인의 마음에 진심의 포지션이 높아지고 있는 거죠.”

이렇듯 특징적인 변화들이 2010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박 소장은 모바일 인터넷의 등장 또한 촉발점으로 꼽고 있다. 대중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 진 그 이후부터 라이프스타일의 대중화를 이끄는 브랜드들의 서비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혼자, 오래 사는 삶’을 준비하고 있다

트렌드의 변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데이터를 통해 새롭게 뜨고 지는 키워드를 분석하고 신조어의 생성 과정과 적용 방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트렌드가 도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박 소장은 “트렌드는 신조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그 보다는 그 이면에 흐르고 있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틴, 리추얼, 열품타 앱, 갓생 등 각 신조어의 표면적인 의미에 주목하기보다 그 내용을 보고 흐름을 분석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최근 신조어에서 드러나는 내용적인 키워드는 ‘혼자’ ‘자연’ ‘자립’이예요.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는 큰 방향이 ‘오래 산다는 것’과 ‘혼자 산다는 것’으로 요약된 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박 소장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대면 보다는 비대면이 편한 시대가 되고, 사회적으로 개인화가 강화되면서 사람들은 점차 ‘혼자 오래 사는 삶’에 대한 준비와 기대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혼 가구 증가, 출산율 하락, 고령화 심화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되고 있다.

“혼자 오래 사는 것을 기대한다는 전제가 되면 선택지가 달라지기 시작해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니까요. 결혼하면 뭘 하겠다가 아니라 지금 당장 큰 침대를 사고 로봇 청소기를 사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삶은 자잘하고 귀찮은 것을 대신해줬던 엄마가 없는 삶이에요. 자립하고 독립하는 삶이 굉장히 중요해 지죠. 그래서 또 돈이 중요해지고요. ‘1억 모으기’를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세대가 20대에요. 노후 대비도 마찬가지고요. 혼자 오래 살아야 할 거 같으니 준비하는 선택들이 지금 이미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자연이 뜨는 이유는, 저도 좀 신기한데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모두 자연을 찾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 이전에도 있던 흐름이지만 더 강력해 졌죠. 예전에 식물은 ‘플랜테리어’라고 해서 인테리어에 속했지만 지금은 반려식물이라고 하죠. 인스타그램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자연 풍경 사진이 많이 올라오고 있고요. 캠핑, 등산, 요리도 마찬가지죠. 혼자 할 수 있고 간편한 것들은 계속 뜰 거예요.”

듣고 보니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형의 가치에 돈을 투자하는 구독 서비스가 뜨는 이유도 짐작이 된다. 박 소장 역시 “스마트스토어, 당근마켓 등의 성장도 같은 맥락”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된 '디지털마케팅 인사이트 2022'에서 박 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데이터 특이점을 근거로 2022년 부터 신념의 시대가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제까지 말한 내용으로 20대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1억을 모으고 노후를 준비하는데 있어 진심’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무조건 줄이진 않아요. 아깝지 않은 돈도 있죠. 구독 서비스죠. 20대는 무제한 서비스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어요. 2010년대 중반까지 멤버십은 통신사의 부가서비스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돈을 내고 혜택을 얻는다는 인식으로 바뀐 거예요. 최근 떠오르는 몇몇 서비스의 특징은 상대도 돈을 벌고 나도 돈을 버는 쿨 거래가 성립되야 한다는 거예요. 웹소설 플랫폼은 가입 순간 돈을 내고 보는 독자이자 작가 후보군이 될 수 있어요.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건 실제 돈을 버냐 여부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죠. 당근마켓도 마찬가지예요. 산다는 것보다 팔았다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거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득템했다는 소비자적 입장이 아닌 판매자의 입장으로 접근하는 거죠. 이는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늘려 가길 원하는 트렌드와 닿아 있어요. 기업들도 판매자가 없어서 이런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죠. 소비자가 파트너가 됐을 때 더욱 서비스 락인(Lock-in)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박 소장은 데이터를 통해 멤버십의 의미가 무료 부가 서비스에서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생활변화관측소)

인터뷰 말미에 박 소장은 “사람들은 늘어난 시간 속에 탐닉할 것을 찾고 있고, 기업들은 그 시간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향은 다시 ‘혼자 산다는 것’과 ‘오래 산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혼자 오래 살 것을 기대하는 경향은 향후 변치 않는 가치가 될 거예요. 그로 인해 건강함과 간편함이 강조되고, 경제적인 준비가 강조되는 거죠. 또 사람들은 코로나19,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늘 접속돼 있는 상태의 삶을 살고 있어요. 반면 접촉에 대한 욕망은 해소되지 않고 있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미래 솔루션의 답이 될 거예요. 개인적인 예측으로는 그것은 아마 ‘로봇’이 될 거예요. 다시 사람을 만나는 시대로 돌아가기 보다는 접촉에 대한 욕망을 로봇을 통해 해소할 것이라는 거죠. 제 예측이 맞는지는 2030년 무렵이 되면 알 수 있겠죠(웃음).”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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