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ESG] -1편- ESG, 스타트업도 예외가 아닌 이유는?

환경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부각되는 ‘ESG 2.0’ 시대, 스타트업의 과제는?
김정태 MYSC 대표, 소비자들은 이제 ”피자가 만들어지는 주방 안의 일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 스타트업의 목표와 소셜 임팩트의 상관관계 따져 투자한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가 조합된 단어인 ESG는 최근 비즈니스와 재무제표에 투영되는 구조로 전환되며 2.0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스타트업을 비롯해 모든 기업들에게 ESG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하나의 스타트업이 등장해 유니콘에 이르는 과정은 무수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기술적, 비즈니스적인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투자 유치를 비롯해 상장, 그리고 M&A 과정에서 초기부터 챙겼어야 할 법적, 제도적인 절차를 놓쳐 뒤늦게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에 하나가 최근 글로벌 무역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ESG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작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하고 있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초기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꼭 챙겨야하는 ESG 요건은 무엇일까?

지난달 30일 드림플러스 강남 메인홀에서 개최된 ‘슬기로운 법률 세미나’에서는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먼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졌던 ESG 준수 필요성을 일깨우는 주제가 다뤄졌다.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경영, 투자, 준법 관점에서 각 전문가들이 언급한 ESG 필요조건을 들어봤다.

ESG가 뭐길래?

초기 환경오염 방지 노력에 초점이 맞춰진 ESG로 인해 세계 각국은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준수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미지=픽사베이)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가 조합된 단어인 ESG는 도입 초기, 기업의 재무적 요소와 함께 투자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로 부각됐다.

ESG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2015년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이 2016년 11월 4일부터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국제법으로서 효력을 발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초기 환경오염 방지 노력에 초점이 맞춰진 ESG로 인해 세계 각국은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준수하고자 노력해 왔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그해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며 제도적인 기반 마련에 힘쓰고 있다. 파리협정의 참가국으로서 이전 정부부터 이어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고, 8월에는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ESG는 기업의 경영활동이 환경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맞이하며 재무적 성과만을 우선시 하던 과거를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산업계는 ESG 열풍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상당수의 기업들이 ESG를 일종의 트렌드에 맞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즉 ESG 경영을 내세우면서도 환경적인 관리는 고사하고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요소에서 수준에 미달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말이다.

확대되는 ESG 2.0, 스타트업에게 왜 필요한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기 온실가스 저감 등 환경에 초점이 맞춰졌던 ESG가 최근 비즈니스와 재무제표에 투영되는 구조로 전환되며 2.0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모든 기업들에게 ESG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글로벌 금융정보기관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에서 발표한 ‘2022년 ESG 트렌드’는 기후 최우선, ESG 주류화, 새로운 위험과 기회 등 3가지 테마로 올해 ESG 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ESG 요소에서 환경을 넘어 사회적책임이 부각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를 ‘ESG 2.0’ 시대에 진입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ESG 1.0이 환경 측면에서 ESG 체계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사업 구조, 경영 방식의 변화 단계였다면 ESG 2.0은 사회적책임 이행을 통한 기회창출 단계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세계적으로 환경문제를 넘어 프리랜서 임시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gig worker) 문제가 ESG와 연계돼 주요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유니콘을 꿈꾸며 이제 막 날개 짓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ESG 요건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피자가 만들어지는 주방 안의 일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날 ‘슬기로운 법률 세미나’는 총 4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사회혁신 컨설팅과 임팩트 투자에 나서는 MYSC의 김정태 대표는 최근 ESG 동향을 짚어주는 발표를 맡았다. 이어 임팩트 투자사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이자 전 G마켓 CFO 출신의 이덕준 대표가 ‘투자사가 보는 ESG 관점의 스타트업 투자’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세 번째 세션은 조선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가 법적 관점에서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ESG 요건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ESG 관점의 경영 방식을 설명한 이현표 ESG파트너스 대표파트너의 발표였다.

첫 연사로 나선 김정태 MYSC 대표는 최근의 ESG 동향을 ‘맛있는 피자 가게’를 빗대어 소비자 관점에서 기업에게 요구되는 ESG의 의미를 설명했다. (사진=테크42)

첫 연사로 나선 김정태 MYSC 대표는 최근의 ESG 동향을 ‘맛있는 피자 가게’를 빗대어 소비자 관점에서 기업에게 요구되는 ESG의 의미를 설명했다.

“피자가 너무 맛있는 가게가 있어 단골로 방문하고 있다고 하죠. 그런데 나중에 그 피자가 나에게 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는 굉장히 많은 인권 탄압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피자 가게가 아무리 별5개를 받고, 피자가 정말 맛있다고 해도,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여러분들은 앞으로도 이 가게를 갈까요, 안 갈까요? 이처럼 ESG는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소비하고 투자하는데 있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정보들이 추가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김 대표는 “기업들의 장기적 선택의 방향들이 과거와 달리 단기적 수익만으로 설명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있다” 며 새롭게 조명되는 ESG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테크42)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제 사람들은 피자의 브랜드 파워, 맛, 매장의 분위기에 더해 그 피자가 나에게 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 즉 보이지 않는 주방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어 김 대표는 대표적인 사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상황을 언급했다. 수천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 연이어 러시아 시장 철수를 선언한 배경에는 당장의 손실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고려한 고민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업들의 장기적 선택의 방향들이 과거와 달리 단기적 수익만으로 설명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있다”며 “이러한 ESG를 반영한 선택은 전반적인 자산운용과 주식시장, 자본시장에 적용돼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김 대표는 ESG 각 요소인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와 관련된 최근 동향 변화를 짚으며 “ESG는 그동안 재무적인 숫자만을 통해서 봤던 기업의 미래를 좀 더 해석할 수 있는 추가 자료가 된다”며 “그런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질수록 우리는 좀 더 좋은 투자와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SG, 더 이상은 대기업의 언어가 아니다

이덕준 대표는 과거 G마켓의 CFO 부사장로 재직 당시 나스닥 상장과 이베이 M&A를 주도한 투자 전문가다. (사진=테크42)

두 번째 세션 발표에 나선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는 ‘임팩트 투자사가 보는 ESG 관점의 스타트업 투자’를 주제로 말을 시작했다. D3쥬빌리파트너스는 사회,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드는데 집중하는 투자사다.

이날 이 대표는 “대개 ESG는 그동안 대기업, 그리고 상장사, 자산운용사의 언어였다”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ESG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투자사 관점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벤처캐피탈로서 주목하는 것은 과연 ESG를 추구했을 때 기업이 성과와 성공으로 가는 매개 요인이 되느냐입니다. 그에 대한 가정을 하고 증거를 찾는 것이 투자사의 입장이죠. 단순히 ESG 공시 자체로는 재무적 성과를 이끌어 내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투자사로서 ESG 가치는 결국 기업의 성과로 이어져야 하고 엑싯도 가능해야 합니다.”

이어 ESG 투자와 임팩트 투자의 유사성과 차이를 언급한 이 대표는 ESG VC 업계에서 불고 있는 임팩트 투자 요소를 적용한 ESG 투자 경향에 대해 설명했다.

ESG 투자와 임팩트 투자의 유사성과 차이를 언급한 이 대표는 ESG VC 업계에서 불고 있는 임팩트 투자 요소를 적용한 ESG 투자 경향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테크42)

“ESG 투자는 사회/환경적으로 부정적인 요소를 창출하는 회사에 대한 투자를 피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에서 시작해 ESG 인터그레이션(Integration)으로 가고 있죠. 하지만 임팩트 투자는 긍적적 사회/횐경적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창출’함과 동시에 시장 수익률 이상의 재무적 성과를 올리는 투자처를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두 방식을 동일한 선상으로 볼 수는 없지만 공통 요소를 비교하자면 임팩트 투자는 결과지향적이고 구체적인 지표를 측정관리하는다는 면에서 보다 적극적인 ESG 투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어 이 대표는 국내외 벤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자사의 투자 방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에너지, 기후변화, 헬스케어, 핀테크, 교육, 주거 등 카테고리에 구분은 없다는 것, 다만 이 대표가 내세우는 투자 철학은 해당 스타트업이 풀어 내려는 문제가 진정으로 소셜 임팩트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발표 말미, 이 대표는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된 자사의 DEI(Diversity·Inclusion·Equity/다양성, 포용성, 공평성) 관점의 투자 예시를 설명하며 ESG VC로서의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 말씀드린 기업 이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좋은 스타트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다만 이런 미션을 추구하면서도 과연 스케일을 만들어 갈 수 있느냐는 고민스러운 부분이죠. 제 생각에 아직 자본시장에서는 이런 회사들의 (가치를) 100% 반영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3년 후, 5년 후 혹은 10년 후에는 이 시장이 커지고 주목받아 새롭게 정의되는 위대한 회사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저희는 그런 바람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ESG] -2편- 스타트업이 실천할 수 있는 ESG 경영은 무엇인가?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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