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임플란트 심고 하룻만에···양측 하지 마비증 환자가 걸었다

이탈리아 태생의 미첼 로카티(사진) 등 하반신 마비 환자 3명이 스위스로잔연방공대(EPFL)팀이 주도하는 혁신적 척수 이식 수술을 받고 수년 만에 걸을 수 있게 됐다. 척수는 척추동물에서 뇌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집합체다. (사진=EPFL)
연구진에 따르면 몸통, 다리 근육을 활성화하는 척수 부위(오른쪽)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척수 리드(도선·導線)(왼쪽)는 이를 이를 활성화한 지 하룻 만에 임플란트 환자 모두 서서 걸을 수 있게 할 정도로 효과가 컸다. (사진=EPFL)

하지마비는 도로 교통사고, 추락, 또는 폭력으로 인해 매년 전 세계 5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로인해 휠체어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이 켜졌다. 스위스로잔연방공대(EPFL) 주도의 국제 연구팀이 마침내 해냈다. 이제 불의의 사고로 하지가 마비돼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던 사람들도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됐다. 외골격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척추에 삽입한 임플란트가 마비된 몸통과 하지 근육을 직접 자극함으로써 본인이 직접 일어나 걸을 수 있게 하는 혁명적 방식이다.

실제로 EPFL 연구팀의 실험에 참가한 세명의 하지마비 장애인 모두 임플란트 삽입후 단 하룻만에 일어섰다.

이 기적이라고 할 만한 획기적 성과에는 척수 임플란트와 함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심박조율기, 무선 태블릿이 사용됐다. AI SW는 사람의 복부에 삽입된 심박조율기를 작동시켜 몸통과 하지 근육의 뉴런(신경세포체)을 재활성화시켜 준다.

하반신 마비 환자들이 임플란트 시술후 걷고, 수영하고, 자전거 타다

이 임플란트는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의 복부에 삽입된 심박조율기를 통해 뉴런을 재활성화하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로 제어된다. (사진=EPFL)

EPFL 연구진의 이 혁신적 척수 임플란트 시술 실험에 참여한 세 명의 하반신 마비 환자는 임플란트 이식 덕분에 사고를 당한 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걷고, 수영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이들 중 한 명은 척수를 완전히 절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사람이 됐다. 또 다른 하반신 마비 환자는 이 기술의 도움으로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 장치가 몸통과 다리 근육을 활성화하는 척수 부위를 자극해 작동하며, 환자들은 이를 삽입하는 시술 후 하룻 만에 모두 서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큰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시술대상자 복부에 삽입된 심장박동기를 통해 뉴런을 재활성화하는 AI SW에 의해 제어된다.

오토바이 사고로 척수가 완전 절단된 남자가 일어나 걸었다

일단 리드(도선)를 환자의 몸에 이식되고 심박조율기가 배에 삽입되면 환자의 보행기에 있는 두 개의 작은 리모컨으로 장치를 작동한다. (사진=EPFL)
환자가 보행기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왼발이 지면에서 몇 인치 앞으로 떨어진다. 왼쪽 버튼이 활성화되면 오른쪽 발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해 환자가 걸을 수 있다. (사진=EPFL)

이탈리아 태생의 미첼 로카티(29)는 오토바이 충돌사고로 4년 넘게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그는 이 임플란트에 참여한 세 명의 하반신 마비 장애인 중 한 명이었다.

척수가 완전히 절단됐고 다리에 감각이 전혀 없다. 지금까지 이렇게 심하게 다친 사람은 이렇게 걸을 수 없었다.

그는 “처음 몇 걸음은 놀라웠다. 꿈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미첼 로카티는 이제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꽤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고 일련의 목표를 세웠다. 예를 들어 나는 이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고, 이번 봄까지 1km를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쿠르틴 교수는 “그의 재활 속도와 범위를 놀랍다”고 표현하면서 “3명의 환자 모두 임플란트가 활성화된 지 하룻 만에 서고, 걷고, 페달을 밟고, 수영을 하고, 몸통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로카티 씨뿐만 아니라 다른 두 명의 환자들도 연구에 참여했지만, 나머지 두사람은 이름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마비 장애인을 일으켜 세우는 임플란트 작동원리는

이 척추 임플랜트 시술로 휠체어 사용자들은 서고 걸을 수 있게 됐으며 심지어 수영, 자전거 타기, 카누와 같은 레크리에이션 활동도 할 수 있게 됐다고 연구원들은 말했다. (사진=EPFL)
이 장치는 놀랍게도 하반신 마비인 사람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발로 페달을 굴려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해 주었다. (사진=EPFL)
국제 연구진은 움직임과 관련된 모든 신경을 대상으로 하는 ‘전극 패들(electrode paddle)’을 설계했다. (사진=EPFL)

이 프로젝트 책임자인 그레고르 쿠르틴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EPFL) 교수는 “우리는 새롭고 부드러운 가느다란 리드(도선·導線)를 척추뼈 아래, 즉 척수에 직접 놓이도록 설계했다. 심박조율기를 배에 삽입하면 두 개의 작은 리모컨으로 장치가 활성화된다. 이들은 특정 근육 그룹을 조절하는 뉴런을 조절할 수 있다. 이 임플란트를 조절함으로써 우리는 예를 들어 뇌가 자연스럽게 환자를 서거나, 걷거나, 수영하거나, 자전거를 타도록 하는 것처럼 척수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르틴 교수는 “환자는 무선 태블릿으로 원하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 태블릿이 복부의 심박조율기로 신호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보행기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왼발이 땅에서 솟아올라 몇 인치 앞에 떨어진다. 왼쪽 버튼이 활성화하면 오른발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 환자가 걸을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이같은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 장치가 척추 손상 치료제가 아니며,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고 지적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발전만으로도 “놀랍다”고 환호한다.

더 넓어진 임플란트 리드가 특정근육 제어 뉴런을 정확하게 통제

스위스 태생의 다비즈 음제(33)는 이번 연구와 관련된 이전 연구에 참여한 장애인이다.

그는 지난 2010년 체조 사고로 하지가 마비돼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는 400m 이상 걸을 수 있다.

EPFL과 국제 연구팀은 움직임과 관련된 모든 신경을 겨냥한 ‘전극 패들(electrode paddle)’을 고안했다.

개인화된 컴퓨팅 프레임워크는 29~41세인 이들 남성 척수 임플란트 삽입 시술 환자들에게 전극 패들(노)의 정확한 위치를 지정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일련의 장치에는 컴퓨터화된 알고리즘이 사용돼 뇌가 자연적으로 하는 것처럼 운동 활동을 회복하고 척수를 활성화하는 것을 돕는다.

이는 휠체어 사용자들이 서고, 걷고, 심지어 수영, 자전거, 카누와 같은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연구원들은 말했다.

프로젝트를 함께 이끄는 로잔대 병원 신경 과학자인 조슬린 블로흐 교수는 “우리의 획기적인 발전은 전극이 있는 더 길고 넓어진 임플란트 리드다. 이들은 척추 신경근과 정확히 일치하는 방식으로 배열돼 있다. 이는 우리에게 특정 근육을 조절하는 뉴런을 정확하게 통제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주어진 활동에 대한 동작 순서를 제어하는 데 있어 더 큰 선택성과 정확성을 제시한다.

환자들이 각 동작 유형에 맞는 특정 자극 프로그램을 편안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는 하룻 만에 이룰 수 있었던 발전이 “놀랍다”며 몇 달 후의 이득은 훨씬 더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광범위한 훈련 후에 남자들은 근육량을 회복할 수 있었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술집에서 서서 술 마시는 것과 같은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 혁신적인 새로운 장치에 대한 연구 내용은 네이처 메드신(Nature Medicine)저널 2월 7일자에 실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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