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크기 레이더 개발 주목···농작물용인가 보안·도청용인가?

밀리미터파 레이더 센서를 이용한 도청원리. (사진=펜실베이니아대/IEEE 엑스스플로어 2022.5)

기밀 내용 도청과 도촬은 냉전시대 스파이들의 전문 분야였다. 이들은 담배나 라이터, 시계, 볼펜에 들어가는 소형 카메라로 기밀문서 도촬을 했다. 촬영에 관한 한 이제 일반인들의 손에도 냉전시대 스파이 장비 뺨치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있다. 도청은 좀 어렵다. 1970~80년대까지도 스파이들은 주로 직접적인 방법에 의존했다. 도감청 대상자의 사무실이나 도서관에 있는 책의 책등 안쪽에 길쭉하고 납작한 전송기(트랜스미터)판을 사용하는 게 그런 사례다. 도청 장치가 심어진 선물을 주거나 건축자재에 심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주로 도청 대상자 근처까지 가야 했다. 이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오늘날 고주파(밀리미터파) 레이더 센서기술은 상대편에 가까이 가지 않고도 접촉없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존재나 음성을 탐지할 수 있다. 이 고주파 레이더 전파를 쏴서 실내에 있는 물체의 떨림을 감지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잡아낼 수도 있다.

밀리미터파 센서는 24G~300GHz 사이의 고주파 스펙트럼 파장을 가진 신호를 전송한다. 자율주행차, 원격탐사, 사물인터넷(IoT) 등에 사용된다.

일례로 24GHz를 이용하는 인간 존재 감지 센서인 9밀리미터파 레이더 기술의 경우 비접촉방식으로 물체를 감지하고 물체(이 경우 사람)의 범위, 속도 및 각도를 제공한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휴대폰 통화자의 단말기에 밀리미터파를 쏜 후 되돌아온 음성 진동소리를 호스트컴퓨터로 분석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낼 수도 있었다. 지난해 5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은 77GHz와 60GHz를 사용하는 고주파 레이더 센서를 사용해 1m거리에 있는 사람의 휴대폰 대화를 도청실험을 소개했다. 이 밀리미터파 레이더 센서는 반도체 칩 수준의 크기였다.

그런데 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는 이 대학 연구팀이 고주파(밀리미터파)를 이용하는 ‘참깨알 크기’의 레이더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효율’, ‘가격’, ‘성능’이라는 3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를 소개한다.

개별 농작물 수분 상태 추적용 센서로 시작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가 개발한 말그대로 깨알 크기인 이 밀리미터파 레이더 센서 시제품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제작비가 저렴하면서도 극도로 작은 진동과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다. (사진=UC데이비스)

미국 UC데이비스 연구원들이 밀리미터파 레이더의 새로운 시대를 열지도 모르는 개념 증명 센서를 개발해 IEEE 고체 회로 저널 9월호에 발표했다.

사실 이들은 자신들이 이룬 성과를 ‘불가능한 임무(미션 임파서블)’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개발한 밀리미터파(mm wave) 레이더는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기파를 목표물로 보낸 후 반사돼 오는 파동을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움직임, 위치, 그리고 속도를 분석한다. 이 전자기파의 장점은 작은 크기의 움직임에 대한 자연스러운 민감성과 미세한 물체에 집중하고 데이터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UC데이비스의 이 새로운 센서는 혁신적인 밀리미터파 레이더 설계를 사용해 기존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작은 진동과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작은 물체의 위치 변화(떨림 등)를 감지해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센서보다 더 낫거나 동등한 성능을 보였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센서의 크기가 기존 고성능 밀리미터파 레이더 센서들과 달리 참깨 알갱이 크기에 불과하고, 생산비가 저렴하며, (당연히)배터리 수명이 길다는 점이다.

이같은 성과의 주인공은 오미드 모메니 UC데이비스 전기·컴퓨터 공학과 교수와 그의 연구실 팀원들이다.

당초 이 연구는 개별 식물의 수분 상태를 추적할 수 있는 저비용 센서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연구자금도 미 식품농업연구재단(FFAR)의 지원을 받아 진행중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의 일부로 만들어진 이 새로운 레이더가 여러 활용 가능성을 증명하는 필수적 디딤돌이 되고 있다.

밀리미터파의 도전

UC데이비스 팀이 개발한 깨알 크기의 레이더 센서 토폴로지는 이 센서가 효율적으로 배경 잡음을 걸러낼 수 있도록 해 준다. (사진=UC데이비스)

밀리미터파는 마이크로파와 적외선 사이에 있는 24G~300GHz 대역의 전자기 주파수다.

이 전파는 5G통신과 같은 빠른 통신망을 가능케 하고, 근거리 감지 기능에 적합하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 높은 소비 전력과 반도체 성능상의 한계로 감지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UC데이비스 팀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밀리미터파 센서 개발 작업을 시작한 첫 해 내내 직면한 주요 문제는 전파가 원하는 소스를 향해 곧장 나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연구원들이 나뭇잎이 얇아지는 섬세한 신호를 감지하려고 했을 때 너무 소음이 심해서 센서가 인식하지 못했다.

이들은 어느 시점에서 기존 최첨단 밀리미터파 센서 설계보다 10배나 더 강력하고 정확한 레이더 칩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는 못했다. 이 때만 해도 이 기술은 수년 후의 기술 발전에 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주파수로 조정하다

모메니 교수와 연구팀은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봄으로써 해결 방법을 찾았다.

지난 2021년 모메니 초고속통합시스템연구소에서 이 밀리미터파 센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당시 전기공학 박사 과정 학생이었던 왕 하오는 모메니 교수에게 그 소음을 스스로 없애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설계한 밀리미터파 레이더 센서가 수신한 노이즈 양을 간단한 연산문제처럼 처리토록 함으로써 노이즈 제거에 성공했다. 마침내 이들은 측정 민감도와 데이터 무결성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거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밀리미터파 센서가 소음에 ‘익사하는’ 일이 없이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감지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이 칩은 또한 제작이 간단하고 밀리미터파 센서의 에너지 효율을 크게 향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 혁신은 센서의 높은 정확도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러한 추가 기술 진전은 밀리미터파 센서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문제, 즉 높은 에너지 소비, 그리고 노이즈, 게인 및 출력 측면에서 제한적인 반도체 트랜지스터 성능을 해결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연구팀은 이 레이더 센서 설계를 계속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저렴한 센서 제품군을 갖추는 것은 농업에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연구원들은 당초 FFAR 프로젝트로 시작한 이 센서가 나뭇잎 두께의 미세한 변화, 즉 수분과 탈수의 지표를 추적함으로써 식물(농작물)이 얼마나 목마른지(수분이 필요한지)를 감지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구팀이 보는 또다른 잠재적인 용도로는 건물의 구조적 무결성을 모니터링하는 것, 가상 현실 시스템을 더 정확하게 개선하는 것 등이다. 이들은 이 센서가 자신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깨알만한 밀리미터파 레이더 센서는 미세한 물체로부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움직임을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그렇기에 잠재적으로 보안, 생체 측정 모니터링 및 시각 장애인 안내에도 사용될 수 있다.

도청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밀리미터파 센서를 이용한 도청 능력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1m 떨어진 휴대폰 사용자의 통화 감지 실험이 그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지난해 5월 IEEE 엑스플로어에 발표한 ‘밀리미터 스파이: 밀리미터파 레이더를 사용한 휴대폰 통화 도청(mmSpy: Spying Phone Calls using mmWave Radars)’이라는 제하의 논문을 통해 이를 보여주었다. 아래 사진들은 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레이다 장치로부터 약 1m 떨어진 거리에서 휴대폰을 들고 있는 피실험자. (사진=펜실베이니아대)
밀리미터 스파이를 실험하기 위한 설정. 펜실베이니아 팀이 직접 만든 밀리미터파 레이더 장치는 스마트폰에서 이어피스 진동을 감지하는 데 사용된다. 맨 왼쪽부터 컴퓨터 호스트, 레이저센서, 그리고 휴대폰이다. (사진=펜실베이니아대)
밀리미터파 칩(원 안)과 안테나. (사진=펜실베이니아대)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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