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쫓긴 KT, 플랫폼 넘는 '메타플랫폼' 시대 연다

"플랫폼을 뛰어넘는 메타플랫폼 시대를 열겠다."

통신 사업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하 '디지코')으로 변화를 선언한 구현모 KT 대표가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웠다. 

KT 그룹은 1300만 가입자 유료방송 서비스 기반의 미디어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 콘텐츠 사업 매출은 3조 1939억원. 여기에 콘텐츠 제작/유통 역량 및 IP(지식재산) 자회사 등을 갖춘 종합 미디어 그룹이라는 점을 구 대표는 강조했다

디지코 KT의 강력한 성장 엔진이 콘텐츠라며, 미디어플랫폼 1위 사업자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KT 그룹의 역량을 콘텐츠 분야에 총 동원해 플랫폼을 넘는 메타플랫폼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구현모 KT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구현모 KT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3일 KT는 온오프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전략과 목표를 밝혔다. KT 그룹 내 미디어 가치사슬을 디딤돌로 투자를 늘려 콘텐츠 직접 제작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구 대표는 "KT 미디어 플랫폼 경쟁력의 압도적 우위를 굳건히 하는 동시에 플랫폼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플랫폼(Meta-Platform)’ 시대를 열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강국 대한민국의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T의 2021년 디지코 로드맵의 핵심은 콘텐츠로 수렴된다. KT의 빅데이터 분석 역량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에 핀포인트로 투자하고, K-콘텐츠의 새로운 유니콘 ‘KT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국내 제작사들과 상생하는 ‘위드 KT’ 생태계를 창출해 미디어 콘텐츠를 디지코 KT의 성장 엔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미디어 빅데이터로 콘텐츠 흥행 성공률 높일 것

먼저 KT는 안정적인 콘텐츠 제작비 회수 구조와 미디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 흥행 성공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1월 신설된 콘텐츠 전문 투자‧제작‧유통 법인 KT 스튜디오지니는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원천 IP 자산을 활용해 드라마, 영화, 예능 등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제작한 콘텐츠는 skyTV 실시간 채널, 올레tv, 스카이라이프 등 그룹사의 플랫폼에서 우선 유통시킨다. 이후에는 KTH와 시즌(Seezn)을 통해 후속 판권 유통을, 지니뮤직에서 콘텐츠 부가가치 창출까지 한다. 제작부터 이익 회수,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1300만 가입자의 미디어 시청 빅테이터를 바탕으로, KT는 인공지능(AI) 기술로 흥행 예측 모델을 도출해 KT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에 활용한다. KT 스튜디오지니는 KT의 미디어 빅데이터를 전방위로 도입해 장르, 배우, 소재를 구상하는 단계부터 콘텐츠별 특성에 맞는 최적의 유통 경로를 설계하는 데 적용한다.

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드나?

플랫폼 기반의 미디어 사업 구조를 다져 오던 KT가 콘텐츠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넷플릭스다.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는 넷플릭스의 등장은 국내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를 긴장시켰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넷플릭스의 사업 구조가 시대의 흐름을 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등으로 콘텐츠 사업자이면서도,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인 KT 역시 위기감을 느꼈다. 넷플릭스에 좋은 콘텐츠가 몰리면서 플랫폼 사업자는 양질의 콘텐츠 수급도 벅찬 상황이다. 

"KT가 왜 콘텐츠 사업에 진출할 것인가 대신, 왜 콘텐츠 사업을 하지 않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는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의 말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라면 콘텐츠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부여된 것이다. 

KT 스튜디오지니는 자체 플랫폼이 없는 순수 제작사를 비롯해 국내외 OTT, 모바일 플랫폼 기업 등과 과감하고 광범위한 협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흥행 작품으로 실력을 증명한 바 있는 제작사 10여 곳을 비롯해 중소 제작사 10여 곳과 개방적 구조의 협력을 추진 중이다.

KT 스튜디오지니 윤용필(왼쪽), 김철연(오른쪽) 공동대표가 KT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KT 스튜디오지니 윤용필(왼쪽), 김철연(오른쪽) 공동대표가 KT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KT 스튜디오지니의 김철연 공동 대표 또한 "KT가 왜 콘텐츠 제작에 나서느냐, 과연 잘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반대로 KT가 도대체 왜 여태껏 스튜디오 사업에 나서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다"면서, "KT는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콘텐츠 산업에서 제작자들이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누구보다도 안정적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원천 IP 1000개, 드라마 IP 100개 이상 확보

KT는 KT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2023년까지 원천 IP 1000개, 드라마 IP 100개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우선 IP 펀드를 조성하고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스토리위즈의 원천 IP 확보와 개발에 속도를 낸다. 또 30여 개 타이틀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KT그룹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 특히 스카이티브이의 실시간 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심 대작’ 드라마를 제작하고, 시청률 순위 10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한다.

KT 스튜디오지니의 첫 작품은 올해 3분기 내 공개를 목표로 제작 중이며 콘텐츠 제작 물량은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플랫폼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콘텐츠 판로를 확장할 계획이다.

구현모 대표는 "미디어는 고객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축이며, KT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으로 디지코 KT의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이다"라며 "KT그룹 역량을 미디어 콘텐츠로 집결해 무한한 가치를 창출해내며 K-콘텐츠 중심의 글로벌 시장 판도 변화에 가속도를 붙이겠다"고 강조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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