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를 콘텐츠 왕국으로 만든 밥 아이거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픽사,루카스필름,마블,폭스를 인수는 이 회사들의 창업자들과 가까워졌기에 가능했다···나는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점점 더 무시하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됐기 때문에 회사를 떠난다···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애플과 디즈니가 합병했을 것이다···”

마블·픽사·루카스필름 등을 인수하며 오늘날의 디즈니왕국을 만든 밥 아이거 회장이 올연말 회사를 떠나면서 이같은 자신의 퇴임 이유, 그리고 오늘날 콘텐츠왕국 디즈니를 가능케 한 합병의 비결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아이거는 20일(현지시각) CNBC의 데이비드 페이버와의 단독 인터뷰를 갖고 15년이나 디즈니의 CEO 역할을 하고 회장직을 맡아 일하면서 느낀 점과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밥 아이거 회장이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마우스와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플리커)

떠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기 시작해서”

아이거는 이 단독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대한 경청을 줄이고 참을성도 줄었다. 아마 내 자신에 대해 조금 더 과신하게 되서 그런 걸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70세인 아이거는 지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디즈니를 운영한 후 회사를 떠난다. 그는 지난해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고 밥 차펙이 후임으로 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내내 회장직을 유지해 왔다. 그는 연말에 회장직을 공식적으로 포기하게 된다.

아이거는 구체적 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전에도 모든 논쟁을 다 들었기 때문에 동료들의 논점을 점점 무효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대답을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그는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신이 “너무 빨리 반대했다”고 말했다.

아이거는 “나는 내가 그랬어야 했었던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약간 더 무시하게 됐다. 그것은 때가 되었다는 초기 신호였다. 그것이 내가 떠나는 이유는 아니지만 그것이 (결정에) 기여한 요인이었다”라고 말했다.

아이거는 향후 문제들이 발생하면 차펙은 자신과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아이거 회장은 “세상은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기업의 CEO가 이 모든 변화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밥 차펙은 아마도 내가 했던 것과 다르게 그들을 언급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나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변화가 좋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거는 지난해 2월 차펙에 CEO 자리를 내준 후 지난 2년 가까이 회장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아이거가 디즈니의 CEO로 남아있기 위해 그의 은퇴를 반복해서 연기한 후 아이거와 디즈니 이사회가 차펙에게 그 자리를 주기로 한 결정은 월 스트리트와 디즈니 임원들을 놀라게 했다.

아이거, 잡스·루카스·머독을 설득하다

아이거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 만화책 및 액션 영웅 회사 마블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스타워즈의 본거지인 루카스필름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그의 전략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디즈니가 약 150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이 3건의 인수는 디즈니를 지적재산권의 거물로 만들었다.

이는 스트리밍 비디오가 지배적 엔터테인먼트 배급 형태로서 서서히 선형 유료 TV와 영화관을 대체함에 따라 점점 더 중요해졌다.

디즈니는 지재권을 사용해 스핀오프를 만들고 후속편을 제작하면서 강력한 어린이 영화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었고, 대표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에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해 사람들이 매달 비용을 지불토록 했다.

아이거는 이 3개 회사의 설립자들이 그에게 자산을 매각토록 한 자신의 능력에 대해 “대인 관계 구축에 집중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이거는 애플과 픽사 창업자 스티브 잡스, 스타워즈 제작자 조지 루카스, 전 마블 회장 아이크 펄머터, 폭스사 지배주주 루퍼트 머독과 친해지기 위해 수개월을 보냈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2019년 폭스의 자산 대부분을 인수했다.

아이거는 이 회사 인수를 완료한 후 이 창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임을 확신시켜 줘야 했다고 말했다.

아이거는 “루카스는 많은 면에서 그의 아기이자 그의 유산인 루카스필름을 매우 매우 걱정했는데, 거기에는 우리가 보여준 신뢰와 우리를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잡스에 대해 “그는 디즈니와 픽사의 통합에 대해 결코 실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거는 “우리가 계약을 맺은 후-사실 그가 죽기 몇 달 전에-잡스와 그의 아내 로렌이 우리 집에 왔다. 그리고 로렌과 스티브, 그리고 [아이거의 아내] 윌로우[베이]와 나는 저녁 식사 자리에 앉았고, 그는 우리가 몇 년전 성사시켰던 디즈니와 픽사를 위해 건배하며 그것이 잘한 일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애플과 디즈니 합병했을 것

밥 아이거는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애플과 디즈니가 합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과 디즈니의 잠재적인 합병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그는 그 거래가 “거기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이거는 잡스가 디즈니의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고인이 된 그가 항상 ‘위대한 기술’과 ‘위대한 창의성’을 결합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이거는 또 “디즈니의 콘텐츠는 애플이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자연스럽게 적합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이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내 생각에 우리는 그곳에 이르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이거가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애플-디즈니가 합병했을 것”이라면서 두 회사 간 합병 가능성에 대해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9년 회고록에서도 “만약 스티브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우리는 우리의 회사를 합병하거나 적어도 매우 진지하게 그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고 썼다.

아이거는 픽사 스튜디오의 공동 창업자이자 투자자인 잡스를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원래 미미했지만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면서 두 사람의 유대감은 더욱 강해졌다. 이는 잡스를 디즈니의 가장 큰 개인 주주로 급부상시켰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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