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그 후] 스마트워치(Smart Watch)

시계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자원인 현대사회의 필수품이다. 19세기에 이미 손목시계가 등장하여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고, 대부분의 성인들이 이 필수품을 손목에 차고 다녔다. 그래서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 이외에 다른 기능들을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꽤 오래 전부터 있었고, 우리가 스마트 시계라고 부를 수 있을 수준의 기기들이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은 2000년 대 초반 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소니 에릭슨의 2006년 제품인  ‘MBW-100’이 최초의 스마트워치 라고 하고, LG가 프라다폰2와 함께 ‘프라다 링크’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제품이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스마트워치를 시장에 선보인 회사로 생각되어지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다. 2013년 당시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애플이 ‘I-Watch(아이와치)’라는 이름의 스마트워치 제품을 발표할거라는 소문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되자, 더 빠르게 ‘갤럭시 기어’라는 이름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는 스마트워치를 시장에 내놓았다.  하지만 이 야심찬 시도는 차가운 반응을 받으며 시장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발빠르게 업계의 1등을 쫓아하는 ‘Fast Follower 전략’을 구사하던 삼성이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는 ‘First Mover’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인데, 그다지 좋은 성적을 얻어내지는 못한 것이다. 그런데 2015년 발표한 애플의 스마트워치인 ‘Apple Watch’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21년 기준 애플의 시계 시장 점유율은 스위스 시계 전체를 큰 격차로 앞지른 상황이며, 애플워치는 전 세계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시계가 되었다. 애플이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역시 게임체인저로서의 역할을 해내며, 2012년 30만개에 불과했던 세계 스마트워치 판매량이 1억 개에 가깝게 폭발적인 성장을 하였다. 

이런 놀라운 성공에도 불구하고 지금 스마트워치는 상당히 불안한 상황에 처해져 있다.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새로운 디바이스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에 연동되는 보조 기기로 인식이 되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제품들이 주로 선택되고 있다.

스마트폰과는 다른 독립된 디바이스로 시장을 공략한 스포츠용품 관련 회사들의 제품들은 일정 영역의 특화된 시장에 만족해야만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손목 위에 항상 밀착된 상태로 휴대하는 기기이므로 인간의 신체 정보(심박, 체온 등)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서비스 개발이 많이 생길거라는 기대감이 아직까지는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골프 연습용이나 실종 방지용 혹은 치매 환자용 등의 용도로는 스마트워치의 유용성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벗어나 독립적인 기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CPU, 메모리, 배터리 등 하드웨어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데, 손목에 착용하는 초소형 장비라서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기능을 실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사실상 어렵다. 획기적인 발전이나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만 독립적인 스마트 기기로서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어두고 문자, 메일, 전화 등 간단한 기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스마트워치의 일반적인 사용 패턴이라고 하면서,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리모콘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의 보조적인 디바이스에 머물러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1위 제품인 애플워치는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심박수, 심전도, 체온, 스트레스 등 신체 정보를 체크하는 것은 물론 검색, 음악 플레이어, 결재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특히 멋진 디자인으로 애플의 소비자라는 자부심을 가득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애플워치의 최고 매력이라고들 한다. 미래에는 스마트워치 같은 초소형 디바이스가 지금의 스마트폰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의 디바이스가 사람들에게 멋지게 느껴지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 디바이스가 주는 편리함과 유용함 그리고 멋진 이미지 때문이다.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은 곧 우리를 뭔가 앞서가는 새로운 인류처럼 보여지게 하는 마술을 부린다.

스마트워치가 처음 스마트폰의 다음 기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는 그만큼 시계라는 제품이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친숙함때문에 오히려 새롭다는 이미지를 주기가 어려운 점도 있어, 독립적으로 스마트폰의 다음 디바이스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스마트워치 시장의 성장세가 서서히 꺽이고 있는 중이다.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다 구현할 수 있는 대체 디바이스인가? 그렇다면 스마트폰보다 소비자들에게 더 편하고 유용한 제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 만약 스마트폰의 보조 디바이스라면 어떤 이유로 사람들은 스마트워치를 필요로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할 수 있을 때 스마트워치가 명확한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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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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